<하이스쿨뮤지컬> 려욱, 루나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서로 마주보자 이내 장난끼 밴 웃음이 새어 나온다. 사진 촬영 중 “굳이 손을 안 잡아도 된다”는 기자의 주문에 “그런 거였어요?”라며 깔깔대는 이들은, 슈퍼주니어와 에프엑스의 메인 보컬 려욱과 루나. 뮤지컬 <하이스쿨뮤지컬>에서 주인공 ‘트로이’와 ‘가브리엘라’ 역을 맡아 연습 3주 째에 돌입, 동료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대부분의 배우들과 친해졌다는 려욱과 조심스럽게 팀에 물들고 있다는 팀 내 막내, 루나의 당찬 뮤지컬 도전기.

“기다리고 기다리던 작품”

“무조건 하고 싶었어요. 2년 전부터 <하이스쿨뮤지컬>이 한다, 안 한다 이야기가 있었는데 전 계속 참여하고 싶어서 오디션을 알아보고 있었거든요. 공연 하면 꼭 저를 찾아주세요, 했는데 이렇게 하게 돼서 정말 기뻐요.”

<금발이 너무해> <코요테 어글리> 이후 에프엑스 루나의 세 번째 공연이 <하이스쿨뮤지컬>이 된 건 우연이 아니다. 그녀는 처음 디즈니사의 동명 영화를 보고 푹 빠져 SM콘서트에선 샤이니의 온유와 <하이스쿨뮤지컬>의 노래를 불렀을 정도다.
“아쉽게 뮤지컬엔 나오지 않는 노래였지만, 그래도 이 작품의 매력은 노래에요. 넘버들이 굉장히 세련됐고, 특히 드라마와 잘 묻어나거든요.”

루나와 마찬가지로 슈퍼주니어 려욱 역시 <하이스쿨뮤지컬>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루나에게 전달된 대본을 보고 오디션을 자청했을 정도. 이미 이 작품을 알고 있었던 해외 팬들의 격려도 한 몫 했다.
“슈퍼주니어에게 해외 팬들이 많은데 <하이스쿨뮤지컬>을 이미 알고 있던 분들은 제가 트로이 역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이 작품 출연 계약을 하고 트위터에 ‘Start of something new’가 좋다고 올려놓으니 다들 열광하시더라고요(웃음).”

특히 팝의 감성이 살아있는 노래가 매력적이었다.
“작품 노래를 연습하는데 제가 보통 보컬 레슨을 받는 방식과 똑같아서 조금 놀라기도 했어요. 음악 감독님이 요구하시는 것들이 평소 연습하던 것과 다르지 않아 바로 바로 습득이 됐죠. 사실 제작발표회 때 제가 노래를 부르는 건 아니었어요. 경력으로 보면 동호 형이 하셔야 하는데, 형이 다른 작품이 있어서 음악감독님이 ‘넌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주셨죠. 실제 무대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생각이에요.”

두 사람에게 뮤지컬이 특별한 기억이자, 앞으로도 놓고 싶지 않은 장르인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려욱은 2011년 <늑대의 유혹>으로, 루나는 벌써 두 번의 무대를 통해 뮤지컬의 매력을 경험했다. 려욱에게 매력은 가수활동과는 조금은 다른 ‘끈끈한 협동’이 가장 크게 다가온다.

“뮤지컬 자체가 약속의 연속이에요. 시간도 그렇지만 동선, 음악, 연기를 73회 동안 똑같이 보여줘야 하니까요. 가수들이 준비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배우들과의 약속에는 끈끈한 그들만의 우정이 있어요. 제가 경력에 비해 주인공을 맡고 있지만, 이번 작품은 출연 배우 모두 역할이 커요. 이들과 함께 2시간 30분 동안 한 호흡으로 간다는 것 자체가 정말 큰 매력인거죠.”

루나에게 뮤지컬은 새로운 에너지다.
“방송 카메라와는 다르게 더 살아있음을 느껴요. 무대에서 제가 ‘노래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거든요. 공연을 계속 하고 싶었던 이유도 그거에요. 혼자가 아니라 한 팀으로 에너지를 받고 함께 간다는 것 자체도 즐거워요.”

“무대에서 웃음만 안 터지면 찰떡궁합”

2006년 디즈니에서 제작한 ‘하이스쿨뮤지컬’은 방영되자마자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100여 개국, 2억 명을 열광시킨 TV용 영화다. 이미 3편까지 나온 이 컨텐츠 힘은 팝 그루브가 살아있는 노래, 그리고 ‘꿈을 찾아가는 고등학생’이라는 명료한 주제 덕분이다. 잘 나가는 농구부 주장 ‘트로이’와 수줍음 많은 과학영재 ‘가브리엘라’가 우연히 함께 노래를 부른 후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함께 꿈을 키워간다는 이야기는 청소년뿐 아니라 전연령층에게 즐겁게 받아들여졌다.

한 작품에서 상대역으로 만난 소감을 묻자 “딱 이죠”라고 답하는 려욱. “우선, 루나에게는 드림이잖아요, 슈퍼주니어 오빠랑…”이라고 말하자  루나가 손사래를 치며 폭소를 터트린다. 같은 소속사 선후배로 친밀함이 느껴진다.

“오빠가 평소에는 장난끼가 있지만 일할 땐 굉장히 진지하고 성실해요.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을 잘 챙기고, 특히 제가 봐왔던 선배님들 중에선 가장 세심한 배려를 해주세요. 무엇보다 오빠와는 다른 배우 분들보다 친분이 있어서 따로 시간을 내서 연습을 해줄 수 있을지 편하게 물어볼 수도 있고요.”

려욱에게 루나는 실력 있고 성실한, 귀여운 후배. “슈퍼주니어 멤버 사이에서도 루나는 너무 잘한다고 이야기하는 가수”라며 칭찬한다.
“루나 하면 성실이에요. 노래도 잘해서 저도 메인 보컬이지만 배울 점이 많은 친구고요. 저희 멤버들도 ‘둘이 무대에서 웃음이 터지지만 않으면 잘 어울리겠다’고 말해요. 키스씬이 있으면 잘 해보겠습니다(일동 폭소).”



이번 작품에서 눈에 띄는 점은 배우와 캐릭터의 싱크로율. ‘트로이’는 농구와 갑자기 나타난 꿈, 노래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인물인데 이런 트로이의 모습에 려욱은 조금 더 감정이입을 한다고. 덕원예술고등학교에서 클래식 작곡을 공부했으나 가수로 전향한 자신과 닮았기 때문이다.
“저도 고민 많이 했어요. 트로이는 가브리엘라를 만나면서 확신을 가지는데 저도, 당시 여자친구가 많이 도와줬고요. 그런 모습이 참 닮은 거 같아요. 저는 관객들이 공연을 보시고, 지금 하고 있는 것과 원하는 것 사이의 갈등을 잘 풀어나가셨으면 좋겠어요.”

루나는 노래를 발견하는 ‘가브리엘라’의 모습이 친근하고 사랑스럽다.
“가브리엘라는 공부를 잘하지만 공부벌레처럼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 하는 그 자체가 행복하고 즐거운 아이에요. 저도 노래 부를 때가 가장 행복하거든요. (려욱: 밥 먹을 때도?) 하하, 밥 먹을 때도.”

이제 연습에 박차를 가한지 3주 차. 각자 여전히 바쁜 스케줄이 있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연습에 참여하려 한다. 해외관련 스케줄이 수시로 있는 슈퍼주니어와 곧 앨범 발표를 앞두고 있는 에프엑스 멤버이기에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제 적응이 돼서 괜찮다”며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제작발표회에서 우스개 소리로 냄새가 난다고 했는데, 진짜 나요. 땀냄새가…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연습을 하는데 연습실이 뜨거워지는게 느껴질 정도에요. 루나도 중간에 스케줄이 있어서 갔다가도 꼭 다시 오거든요. 다시 온다는 게 너무 기특해요. 루나 뿐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열심히 하고 있어요.” (려욱)

“저는 아직 적응 단계 같아요. 오빠는 친화력이 좋고 장난끼가 있어서 다 친해졌는데 전 제일 막내라 모두들 언니, 오빠들이거든요. 차근차근 배워나가는데 초점을 두고 있어요. 그래도, 마냥 즐거워요(웃음).”

인터뷰 도중, 려욱과 루나가 간혹 흥얼거리는 <하이스쿨뮤지컬> 넘버가 기자의 귀에 쏙 들어왔다. 대화를 마무리 하며 가장 좋아하는 넘버를 소개해 달라고 하자 기꺼이 한 소절을 불러준다.

“자유롭게 날아~ ‘Breaking Free’ 중 한 소절인데, 관객들이 모두 자유로움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려욱)

“투게더, 투게더, 에브리원~ ‘We’re All In This Together’ 진짜 희망차고 신나는 곡이에요!” (루나)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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