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문, 이석준 남자의 속마음을 말하다
지난해 결혼해서 한창 신혼을 만끽하고 있는 두 남자에게 '나쁜 남자였던 적은 없었나'라고 묻는 건 확실히 실례다. 하지만 이 연극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욕구가 저절로 든다. 어찌나 여자의 마음을 찌르고 파던지 그를 연기하는 최덕문과 이석준 마저 관객의 곱지 않은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이 참에 해명(?)도 들을 겸, 최덕문과 이석준을 만났다. 두 사람 모두 지난해 말에 결혼에 골인해 '결혼하니 정말 좋다'를 입에 달고 사는 닭살 신랑들.
하지만 결혼 전에는 그들 스스로도 강진우가 했던 행동을 '본의 아니게' 한 적이 있는 남자들이었다고. 최덕문과 이석준이 말하는 알듯 말듯한 ‘남자의 속마음’에 대해 들어보자
최덕문
무대에서 연기 하다 보면, 욕 좀 먹을 거 같다.
이번에는 앵콜 공연이라 다시 관람하는 관객들이 많아서 덜하지만, 여전히 욕 먹는다. 강진우는 여자들 입장에서는 돌을 던질만한 인물이다. 무대에서 연기하다 보면 들리거든. “저런 나쁜…” 강진우는 나쁜 놈 맞다. 그런데 모든 남자들이 가지고 있을만한 심리를 대변한 인물이기도 하다. 나도 그런 적 있거든. 말 없이 도망간 적도 있고, 차인 적도 있고, 찬 적도 있고. 다 그런 거 같다.
남자의 어떤 심리를 보여준단 건가.
이 작품의 작가는 남자의 심리를 굉장히 잘 알고 썼다. 남자는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나도 하루에 10번은 사랑을 한다. 지하철을 탔는데,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아가씨가 예쁘면 참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 여자가 먼저 내리면 아쉽다가도 옆에 다른 멋진 여자가 보이면 다시 저 여자 괜찮다라고 생각하는 게 남자다. (웃음)
사랑에 있어 강진우 같은 경험을 한 적 있나.
내 나이를 생각해 보라. (웃음) 사귀던 여성에게 말 없이 연락 끊고 헤어진 적 있다. 한 보름 뒤에 전화를 했는데, 그 사이 그 친구는 많이 힘들었을 거다. 지금도 너무 미안하다. 긴긴 인생 중 과정이라고 너그럽게 생각해줬으면 한다. 난 언젠가 이 친구 마음 아프게 해서 벌 받을 거 같다.
강진우처럼 헤어졌지만 다시 연락한 적도 있다. 오랫동안 사귄 첫 사랑이 후배와 사귀더라.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12월 밤에 그 친구 집 앞에 찾아갔다 돌아오는 길에 무릎 꿇고 울던 때가. 그 이후 몇 년 동안은 술을 엄청 먹으면 그 여자에게 전화를 하는 거다. 목소리 한 번 들으려고. (웃음) 일년에 한 두 번 그랬다. 한 4년 전인가, 그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남편이 힘들어 하니까 전화하지 말라고. 그 뒤부턴 절대 안 했다.
결혼 전에는 강진우와 비슷한 거 같다.(웃음)
누가 그러더라. ‘<썸걸즈>는 연습 안 해도 되겠다, 딱 너네’라고. 내가 그렇게 나쁜 놈이었나? (웃음) 젊었을 때 일이다. 채이고, 차고, 도망가기도 하고, 술 좋아하고.
아내는 선배가 소개를 시켜줬다. 아내와 두번째 만나던 날 우연히 배우들 술자리에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서 성토를 당했지 뭔가. ‘얘를 왜 사귀냐, 나쁜 놈이다’ 하면서. (웃음) 그날 너무 창피해서 다시 데이트 신청을 못했다. 한 달 뒤에 아내가 공연을 보러 오면서 다시 사귀기 시작한 거다.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했다. 더 많은 걸 알기 전에.(웃음)
지금은 아내 점심 차려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학교도 다니고 있어서(부인과는 9살 차이가 난난다) 국 끓이고 생선 굽고 밥해서 아내를 기다렸다 같이 먹는다. 먹고 나서 설거지 하고 커피 끓여주고, 학교 가는 거 봐주고 그리고 나왔다. 이 정도면 착하지 않나. (웃음)
강진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는 남자의 본성에 가장 근접하게 사는 인간이다. 그러다 자기 수렁에 빠진 거지. 근본적으로 나쁜 남자는 아니다. 별로 충고 하고 싶은 말은 없다. (웃음)
이석준
강진우에게 공감한 부분이 있다면.
무대에서 연기하는 말이나 행동을 본의 아니게 나도 해본 적이 있다. ‘그땐 네가 제일 예뻤어’ 라던가 ‘너만큼 예쁜 거 같아’라고 포장하는 것도 그렇고. 사실 예쁜 여자들 많지 않나. (웃음) 물론 성격상 툭 까놓고 말해야 해서 강진우의 나쁜 버릇인 말 없이 사라지기는 해본 적이 없지만. 내가 봤을 때 강진우는 의도적으로 저 사람과 꼭 헤어져야지 하는 마음은 없었던 거 같다. 문제는 헤어질 때 책임 없이 도망쳤다는 것과 시간이 지나고 와서 해명하려고 했다는 거다. 굿 맨 콤플렉스다. 좋은 남자로 기억되고 싶은 남자의 이기적인 마음이랄까.
추상미씨가 이석준씨를 순수한 사람이라고 인터뷰 때 말한 적이 있다.
하하. 우선 구분할 게 있는데 순수와 순진은 다르다는 거다. 순수한 건 알고 있는데 착하게 사는 거고 순진한 건 ‘모르는 거다’. 굳이 분류하자면 난 순수하려 노력한다. 과거에 순진했기 때문에 벌어졌던 일들이 잘못됐다는 걸 알기 때문에.
순진해서 잘못한 일들이 뭔가. (웃음)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에게 좋아하는 척 한 적 있다. 그 사람의 마음을 당장은 아프게 하기 싫어서. 나중에 더 아플 걸 알면서도 당장에 급급했다.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과정까지 다 보고 즐겼던 거다. 나중에 아니다라고 이야기해 버려서 더 상처가 컸을 거다. 그때는 뭘 몰랐던 시절이었다. 지금이라면 당연히 그러지 않지만. 이별할 때 상대방에게 단호하게 말을 하는 게 차라리 배려라고 생각한다.
상처 받은 적도 있나.
첫사랑은 참 아팠다. 내가 좋아할 때는 다른 사람을 만나러 다니며 힘들게 하다 내가놓으니까 이제는 내가 좋다고 하는 거다. 한 5년 동안을 질질 끌었다. 인연이 아니었던 거다. 가끔 전화 한 적은 있는데, ‘이건 아니다’라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제일 이해 안 되는 게 헤어지고 ‘쿨’하게 친구로 남는 사람들이다. 정말 사랑했다면 그건 힘들거다.
결혼하니 달라진 점은.
별로 달라진 점이 없다. 아직도 연애하는 거 같다. 누구나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 실수를 한다. 집착을 하다 혹은 자존심을 세우다가, 뒤늦게 깨닫거나 오해를 하면서 착오를 범하고 실수를 한다. 상미씨는 이런 나의 실수를 모두 커버해 줄 수 있는 여자다. 시기 적절하게 줄다리기를 할 줄 알고 내가 화를 낼 때 단호하게 자를 줄 안다. 또 내가 우울할 때는 확 당겨서 애교를 부린다. 나에게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맞춤 연인이다. 나는 밝게 살고 싶은, 외향적인 사람이고 상미씨는 내성적이고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속은 약한 사람이다. 그래서 집에서, 밖에서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다. (추상미씨에게 전하고 싶은 말) 음….나한테 잘해~(웃음)
강진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렇게 살면 안 되지…첫째, 헤어진 여자를 다시 만나면 안 돼. 나쁜 남자로 기억하고 있다면 그 채로 사라지게 해야 해. 둘째, 사랑을 가지고 사업을 하면 안 돼. 마지막으로 모든 게 본인 때문이었다는 걸 받아들여. 지금 여자들을 만나려고 하는 것도 자기 죄책감에서 도망가고 싶어서잖아. 결론은 그렇게 살지 마. (웃음)
글 : 송지혜 기자(인터파크ENT song@interpark.com)
사진 :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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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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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님 2008.05.08
남자가 대부분 그런건 아니지만...심리적인 공통점은 있는거 같음.ㅋㅋㅋ 최덕문씨 팬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