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면 후회할 독특한 내한 공연 두 편

범상치 않은 두 편의 내한 공연이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를 찾는다. 인형들이 등장해 팍팍한 현실을 펼쳐놓는 <애비뉴 큐>가 위트와 코믹함, 적나라함으로 관객을 유혹한다면, 그린데이의 동명 앨범을 뮤지컬화 한 <아메리칸 이디엇>은 시원한 사운드과 현란한 무대로 시원하게 다가온다. 극과 극의 매력을 지닌 두 편의 뮤지컬.


<애비뉴 큐>
귀여운 퍼펫들이 부릅니다, ‘엿 같은 내 인생’

‘왕자와 공주는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 같은 동화 엔딩에 ‘과연?’이라는 의심을 품곤 하는, 성인들을 위한 인형 뮤지컬이다.
지난 2003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해, 그 해 바로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애비뉴 큐>가 초연 10년 만에 내한 공연을 갖는다.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설앤컴퍼니 설도윤 대표는 “이전에 소개하기엔 국내에 시기상조였다”라고 할 만큼 이 작품은 독특하다.

이 무대는 미국 어린이 TV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릿’의 퍼펫들이 성인이 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미국판 ‘뽀로로’와 같은 아동용 시리즈를 19금 퍼펫 뮤지컬로 만든 재기발랄함이 이 작품 매력이자 원천. ‘세서미 스트릿’의 캐릭터를 모티브로 ‘애비뉴 큐’라는 가상의 도시에 사는 9개의 퍼펫들과 3명의 인간 주인공의 일상과 해프닝을 그린다. 등장 캐릭터들부터 범상치 않다. 구직 중인 청년백수, 연애가 하고 싶은 유치원 보조교사, 게이임을 숨기고 사는 월스트리트맨, 섹스를 밝히는 클럽가수, 야동 마니아 등이 <애비뉴 큐>에 등장하는 인물들. 이 (모습은) 귀여운 퍼펫들이 부르는 노래들이란 ‘It’s suck to be’ (내 엿 같은 인생) ‘ ‘If You’re gay’(네가 게이라도) ‘The internet is for porn’(인터넷은 야동용), ‘You can be as loud as hell you want(when you makin’ love)’(사랑을 나눌 땐 마음껏 소리질러) 같이 욕설, 섹스, 동성애 등 금기시 되는 단어들이 천연덕스럽게 쏟아진다. 심지어 (비록) 인형들이지만 야한 장면도 거침없이 등장하니 이 작품을 어린 자녀가 포함된 가족들이 보면 난감한 상황이 도래할 것.

 


퍼펫과 배우들의 혼연일체된 연기도 백미다. 퍼펫의 입 모양부터 미세한 표정, 작은 몸짓까지 표현하는데 경우에 따라 한 명이 두 개 이상의 캐릭터를 소화하거나, 두 명의 배우가 하나의 캐릭터를 조종하기도 한다. 수줍은 많은 유치원교사 ‘케이트 몬스터’와 남자를 홀리는 클럽가수 ‘루시’는 한 배우가 조종하는데 상반된 두 캐릭터를 오가는 연기도 깨알 같은 재미도 놓치지 말자. <위키드>를 제치고 토니상(최고작품상, 극본상,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내한 공연은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 캐스팅된 배우들로 구성돼 8월에 첫 선을 보인다. (8.23-10.6 샤롯데씨어터)

Tip
애비뉴 큐: 뉴욕 중심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지고 열악한 지역. 청년 백수, 야동 마니아, 유치원 보조 교사 등 별난 이웃들이 모여 살고 있는 가상의 지역이다.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청년 프린스턴과, 개성 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곳 애비뉴 큐에서 펼쳐진다.



캐릭터: 대부분의 배우들은 두 개 이상의 퍼펫을 조종한다. 순진한 유치원 교사 케이트 몬스터와 남자와 섹스에만 관심 있는 음탕한 클럽가수 루시는 배우 칼리 앤더슨이 두 역할 오가며 연기한다. 청년백수 프린스턴과 게이임을 숨기고 사는 월스트리트맨 로드는 배우 니콜라스 던컨이, 빈대 근성 니키와 야동 마니아 트레키 몬스터는 크리스 카즈웰이 두 역할을 오간다.




넘버 성격
과감한 욕설_‘It Sucks to be Me’ (엿 같은 내 인생) 뉴욕 변두리 ‘애비뉴 큐’에 모여 사는 이웃들이 모여 ‘내 인생이 얼마나 구린지’에 대해 펼쳐 놓는다. 아직 싱글인 유치원 보조교사, 코미디언 지망생 백수, 룸메이트인 궁극의 빈대 니키와 게이임이 비밀인 로드, 청년백수 프린스턴이 등 주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넘버. 인생 정말 구리다고 소리치지만 유쾌하고 웃기기까지 하다.

 


깐죽거림 _‘If You were Gay’(네가 게이라도) : 룸메이트 로드와 니키의 넘버. 로드에게 빌붙어 사는 니키가 ‘네가 게이라도 난 괜찮아, 하지만 난 게이 아님’이라며 커밍아웃 하라고 설득(?)하는 장면. 로드를 당황시키는 장면이자 관객은 웃는 노래.

대놓고 야함_ ‘Special’(스페셜) 남자와 섹스만을 추구하는 클럽여가수 루시가 카페에 모인 남자들을 유혹하는 넘버. 가사 역시 파격적이다. ‘You can be as Loud as the Hell you want(When You’re Makin’ Love)’ ((사랑을 나눌 땐) 마음껏 소리질러)에선 인형들의 과감한 장면을 볼 수 있다. 마음껏 소리 지르라고 부추기는 경쾌한(?) 섹시를 추구하는 노래.


<아메리칸 이디엇>
그린데이 앨범, 통째로 뮤지컬이 되다

세계적인 팝펑 크밴드 ‘그린데이’의 노래로 만들어진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 내한공연은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그린데이의 7집 컨셉트 앨범 ‘아메리칸 이디엇’을 바탕으로 만든 이 작품은, 반전, 저항, 혼돈 등 오늘날 젊은이들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그린다.

이 작품, 주크박스 뮤지컬이라고 부르기엔 태생부터 다르다. 뮤지컬은 앨범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그대로 확장했다. 앨범이 ‘Jesus of suburbia’라 불리는 가상 인물을 중심으로 일정한 얼개를 잡았다면 뮤지컬은 세 젊은이의 이야기로 앨범의 메시지를 그대로 뻗어간다.
작품은 앨범 속 가상 인물 ‘Jesus of suburbia’인 조니를 비롯해, 윌, 터니라는 두 친구를 새롭게 등장시켜 암울한 교외 지역에 사는 세 청년이 각자 다른 삶을 맞이하는 이야기를 충격적으로, 혹은 시적으로 표현한다. 9.11 사태 이후 미국 젊은이들이 경험하는 불안한 현실과 정체성, 반전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실상 미국인만 공감하는 내용은 아닐 것. 무대 위 설치된 스크린과 영상과 함께 ‘매체에 지배 받는 나라’, ‘아메리칸 이디엇’을 보노라면, 한번쯤 우리네 입장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린데이의 리드 보컬 ‘빌리 조 암스트롱’은 ‘아메리칸 이디엇’이 언젠가 뮤지컬이나 영화화 되는 것이었다. 지난 2005년 ‘베스트 록 앨범’상을 수상하고 14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이 앨범은 결국 지난 2009년에 초연, 2010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다. 연출은 <스프링어웨이크닝> 등으로 브로드웨이에서 주목 받는 연출가 마이클 메이어가 맡았고, 그린데이 멤버 빌리 조 암스트롱이 공동각본에 참여했다. 특히 빌리 조 암스트롱은 한시적으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배우로 참여해 공연 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투어 공연을 다니는 <아메리칸 이디엇>은 일본 공연에 이어 9월 초 한국에서 3주간의 공연을 선보인다. (9.5~22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Tip
앨범자켓 : 자켓에 사용한 피 묻은 수류탄 모양의 심장 이미지는 이라크 전쟁 등 갈등을 유발하는 부시 행정부에 대한 저항 메시지로 사용됐다. 앨범 자켓 뿐 아니라 가사 속에 담긴 정부에 대한 비판과 저항,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전 메시지는 화제를 일으켰다.




음악: 7집 ‘아메리칸 이디엇’  외에도 이후 그린데이의 새 앨범 ’21st Century Breakdown’의 5곡도 뮤지컬에서 선보인다. 빌리 조 암스트롱이 뮤지컬에 쓰기에 알맞게 곡을 만들었다는 후문. 이로써 마이클 메이어 연출과 빌리 조 암스트롱은 내용과 배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넘버 성격
저항_ ‘American Idiot’(아메리칸 이디엇) 뮤지컬의 오프닝 넘버이자 앨범의 제목, 타이틀 곡이다. ‘아메리칸 이디엇(미국 바보)는 되고 싶지 않아, 매체에 지배 받는 나라, 히스테리 정보의 시대’를 외치면 매체에 좌지우지되는 현실을 고발한다.

반전_’21 Guns’(21 건스) 공연 전반에 흐르는 강한 반전의 메시지가 드러나는 곡 중 하나. 빌리 조 암스트롱과 마이클 메이어가 뮤지컬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추가된 곡이다. 곡의 제목인 ‘21 Guns’는 우리 말로 ‘예포’란 뜻으로, 죽은 군인들을 위한 의식이자 일종이 평화 시이의 의식이다.

 

혼란_’Extraordinary Girl’(특별한 소녀) 군에 입대한 터너가 왼쪽 다리를 잃고 입원한 병원. 그곳에서 만난 간호사와 강렬한 끌림으로 사랑을 빠지는 순간 흘러나오는 넘버. 약에 취해 몽롱한 상태에서의 만남으로 강렬하고 혼돈스러운 상태를 표현한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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