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상황별 맞춤 공연
작성일201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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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명절 추석을 맞이하며 공연을 떠올리는 당신이라면 진정한 공연 애호가. 특히 오랜만에 모인 친척들의 예리한 질문 공세를 피하고 싶거나, 명절 증후군이 있거나, 혹은 모처럼 주어진 연휴를 특선영화와 함께 거실에서 보내기 아까운 이들에게, 공연은 참신한 힐링 타임을 제공할 것이다.
취직은 했니? 애인은 있어? 친척들 전방위 공격
명절날 친척의 해맑은 호기심에 난감함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특히 구직 중인 백수, 혼기 놓친 싱글들의 취직과 결혼 여부는 추석날 피할 수 없는 공동의 화제가 될 공산이 크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하지만 피할 수 있으면 피하자. 이 쓰디 쓴 현실을 깊이 공감해주는 공연 몇 편을 보면서 말이다.
<애비뉴 큐>
‘예쁘고 똑똑한데 난 싱글, 썅’ ‘영문과 졸업해서 취직은 어떻게 하나’ 귀여운 퍼펫(인형)들의 고민이 남일 같지 않다. 뉴욕의 집값 싼 지역 ‘애비뉴 큐’에 모여 사는 다양한 이웃들의 일상이 펼쳐지는 뮤지컬 <애비뉴 큐>가 내한공연으로 선보이고 있다. 영문과를 졸업하고 취직이 걱정인 백수, 포르노에 중독된 몬스터, 게이임을 숨기고 사는 월스트리트맨 등 범상치 않은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유쾌하게 이어진다. 사람이 연기하기엔 직설적이고 난감한 표현을 인형들의 입을 통해 풀어내 유쾌하게 폭소을 이끌어 내는 영리한 작품이다. 퍼펫과 혼연일체 된 배우들을 연기도 깨알 같은 즐거움을 줄 것. (~10.6 샤롯데씨어터/ 추석할인 30%)
*‘전대통령의 29만원 재산’ 등 한국화된 풍자에서 가장 큰 웃음이 터졌다.
*이거 저거 떠나, 귀여운 퍼펫들의 찰진 욕으로 스트레스를 날리고 싶은 당신에게 추천.
<아메리칸 이디엇>
그린데이 팬이라면 이보다 더 흥분되는 뮤지컬은 없을 것. 하지만 그린데이를 잘 모르더라도 꽤나 독특한 무대와 넘버 덕분에 볼 가치가 충분한 무대다. 세계적인 록밴드 ‘그린데이’의 7집 콘셉트 앨범 ‘아메리칸 이디엇’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 역시 내한공연 중이다. 그린데이의 앨범 서사구조를 그대로 무대에 옮길 수 있던 건, 리드 싱어 빌리 조 암스트롱이 공동각본으로 참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시외각에 사는 젊은이들의 암울한 상황과 선택이 감각적으로 이어진다. 특히 무대 전면에 배치된 40여 개의 스크린과 영상이 어우러지는 무대도 놓치지 말자. (~9.22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추석할인 30%)
*마약, 섹스 등 한국 뮤지컬에서는 기피하는 장면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버리는 힘.
*명곡의 힘은 강하다. 공연이 끝난 후 넘버를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것.
며느리들의 힐링 타임
아직까지 한국의 며느리들에게 명절은 몸과 마음의 노동이 따라오는 기간임을 고려한다면, 가정의 평화를 위해 괜찮은 공연 한 편 정도 미리 준비해 보자. 끊임 없이 이어지는 전 부치기와 반복되는 설거지를 마친 그대의 지친 심신을 위로해 줄 세 편의 공연.
< K-Musical Stars Concert 2013 in Seoul >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갈라 콘서트는 좋아하는 음식만 차려진 만찬과 같다. 9월 20일, 추석 연휴 중 딱 하루 진행하는 갈라 콘서트
*감미로운 세 남자 임태경, 김승대, 카이와 파워풀한 여자 옥주현의 하모니.
*무념무상 매력적인 넘버로 자체 힐링.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뜨거운 사부곡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제 6회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를 놓치지 말자. 간암 말기의 아버지와 그를 지켜보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이 무대는 한 가족이 반드시 거치는 이별의 과정을 담담하게, 섬세하게 다룬다. 무대인생 50년에 빛나는 배우 신구가 아버지 역으로, 손숙이 어머니 역으로 출연한다. 덤덤하지만 세밀한 묘사가 마음을 울리는 무대로, 오랜만에 깊이 있는 연극을 접하고 싶은 관객에게 추천. (~10.6 흰물결아트센터/추석할인 20%)
*요즘 ’꽃할배’로 세대를 뛰어넘는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신구의 진면모를 볼 수 있다.
<인당수 사랑가>
창작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도 빼놓으면 아쉽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춘향전과 심청전을 절묘하게 섞어 ‘심춘향’과 ‘이몽룡’의 사랑 이야기를 우리 가락 판소리와 함께 구성지게 이어가는 뮤지컬. 소리꾼 도창이 극을 이끄는 독특한 방식과 기발한 이야기 전개로 초연 이후 11년 동안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특히 춘향, 몽룡, 변학도의 삼각관계가 여느 TV 미니시리즈 못지 않게 설렘을 줄 정도로 캐릭터와 이야기의 재구성이 재미있다. 이석준, 고영빈, 박정표, 이창용, 임강희 등 인기 뮤지컬 배우들이 릴레이로 공연을 이어간다. (~11.3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추석할인 30%)
*명절 이후 늘어난다는 이혼율을 잠재울 절절한 로맨스가 탑재됐다.
*이 작품에서 가장 멋지게 그려지는 인물은 변학도란 사실.
추석 연휴, 느낌 아니까~
진정한 공연 마니아에겐 추석 연휴는 미뤄왔던 공연을 하나 하나 즐길 수 있는 황금 같은 기간이다. 다음 날 학교, 회사 갈 걱정 없이 느긋하게 즐기는 관람이 바로 꿀맛.
<클로저>
남녀 로맨스의 민낯을 보여주는 연극. 이미 2004년 영화로도 소개돼 마니아를 양산한, 사랑에 대한 쌉쌀한 진실을 건네는 작품이다. ‘가까이’와 ‘닫힘’의 의미를 모두 가진 ‘Closer(클로저)’란 제목에서 볼 수 있듯, 결국 서로에게 닿지 못하는 사랑을 네 남녀의 사랑과 배신, 이별로 예리하게 끌어낸다. 제대 후 첫 작품으로 연극을 택한 신성록과 배우로서 단단하게 커리어를 쌓아가는 이윤지 등 실력파 배우들이 열연하고 있다. 문근영, 엄기준, 홍은희, 정보석 등 스타들이 연이어 무대를 거쳐간, 독특한 매력을 지닌 연극. (~12.1 대학로아트원씨어터 1관/ 추석할인 30%)
*한창 깨가 쏟아지는 연인들 보단 혼자, 혹은 친구와 보길 추천한다.
*치열하고 뜨거운 동시에 이기적이고 유아적인, 사랑의 두 얼굴.
<구텐버그>
두 명의 남자 배우가 한 시도 무대를 벗어나지 않고 수십 개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뮤지컬이다. 주인공 버드와 더그는 브로드웨이에 공연을 올리겠다는 열의에 불타는 작가와 작곡가. 이들이 브로드웨이 관계자 앞에서 자신들이 쓰고 작곡한 뮤지컬 '구텐버그'의 리딩 공연을 펼치며 수십 명의 캐릭터를 소화하는 극중극 형식의 뮤지컬이다. 때문에 배우들는 버드와 더그부터 극중극 캐릭터인 구텐버그, 헬베티카, 수도승, 정육점 주인, 지나가는 소녀까지 쉼 없이 연기한다. 단 두 명이지만 상상만으로 대작을 만드는 배우들이 열연에 박수를. (~11.10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수십 개의 캐릭터는 이름이 써 있는 모자로 구분하는 게 이 작품의 특징.
*무대를 뜨겁게 ‘불태우는’ 두 배우를 만날 수 있다.
<쉬어매드니스>
평소 극에 ‘참견’ 욕구를 느꼈던 관객이라면 이보다 더 안성맞춤인 공연은 없다. <쉬어매드니스>는 미용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형사들의 용의자 취조 과정을 관객이 모두 지켜보며 범인을 유추해 내는 독특한 형식의 연극. 분주하고 정신 없는 미용실의 일상이 펼쳐지지만 곧 일어나는 살인사건, 그리고 평범해 보이는 일상에서 범인의 흔적을 찾아내기까지 극중 형사뿐 아니라 관객 역시 추리에 가담한다. 이 덕분에 관객들의 추리에 따라 그날 그날 극의 결말이 바뀌는데, 이를 이끌어내는 건 프로덕션의 노하우와 배우들의 철저한 순발력일 것. (오픈런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2관)
*눈썰미 예리한 관객이 있으면 극의 흐름이 바뀌거나 빨라진다.
*셜록홈즈 본능이 있는 당신에게 적극 추천.
<모범생들>
사회 상위계층이 되기 위해선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 한다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씁쓸한 연극 한 편. 명문외고 3학년, 한 교실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과 견제, 이기기 위해서 부정도 불사하는 ‘모범생들’의 모습이 예리하게 펼쳐진다. 성적, 대학, 돈, 권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치부를 작은 교실 안에서 밀도 있게 구성했다. 다섯 명의 배우들이 보여주는 탄탄한 연기와 차가운 현실 반영 덕분에 2007년 초연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차세대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 (~9.29 대학로자유극장)
*나쁜 엘리트들의 고딩 시절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씁쓸하지만, 이것은 현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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