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디의 호란

그룹 클래지콰이의 보컬, 책을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의 진행자, 시사 프로그램의 고정 패널, 북 칼럼니스트, 서평을 다룬 책의 저자. 그녀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지만 다른 방송 연예인들과의 교차점은 많지 않다. 그래서 대중에게 그녀는 무대에선 섹시한데 책을 많이 읽고 좋아하는 고학력 가수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 그게 다는 아니다.
논현동 연습실에서 만난 호란의 첫 인상은 당당함이었다. 인터뷰 전, 낯이 익기도 전에 찍어대는 카메라 앞에서 그녀는 어설픈 표정이나 포즈를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그 이후에 그녀에게서 엿볼 수 있는 모습은 단조롭지 않았다. 특히 새롭게 만든 그룹, 이바디에 대한 애정을 말할 때는 끈끈한 정과 고집스러움, 열정과 조심스러움이 뒤엉켜 있곤 했다.

이바디
이바디는 리더리자 드럼과 어쿠스틱 기타를 맡고 있는 거정과 베이시스트 저스틴 킴, 그리고 보컬 호란이 뭉쳐 만든 삼인조 그룹. 이들이 얼마 전 1집을 선보였는데 이미 팬들 사이에선 큰 화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렉트로닉 음악의 화신처럼 군림하고 있는 클래지콰이의 보컬 호란이 이번에는 자연적이고 기교를 뺀 어쿠스틱 음악으로 변신해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호란은 할 말이 많다.

“클래지콰이는 매력적인 팀이지만, 보컬들이 자신의 음악을 펼치는 건 아니에요. 클래지씨가 그의 음악을 펼치고 보컬들은 그의 디렉팅을 따라 노래하는 거죠. 굉장히 재미있어 보이는 작업이라 일조하고 싶어서 참여했는데 어느새 바빠지고 덩치가 커졌어요. 한동안 다른 건 생각할 여력이 없었던 거죠. 이바디의 음악은 클래지콰이 이전부터 항상 생각해오던 거고, 음악적인 방향이 같은 사람들을 만나 결성한 거에요.”

거정, 저스틴 킴, 호란. 이들의 만남은, 호란의 말을 따오자면 ‘이렇게 만날 확률이 없을 만큼 잘 맞는’ 찰떡궁합이다. 음악적인 취향도, 친구로 선배로, 동료로서의 의리와 애정도 각별해졌다.
"지난 여름에, 난 함께할 밴드를 찾있었고, 두 분은 보컬을 찾고 있었어요. 음악적 성향이나 취향이 비슷해서 꿈같이 즐겁게 작업했어요. 입에 발린 말이 아니고, 세 사람이 정말로 서로를 사랑해요. 마찰이란 게 없어요. 물론 음악적인 고집은 서로 있지만 연습실을 나오면 그런 건 문제되지 않아요. 데뷔 이후 이런 게 꿈이었거든요."




어쿠스틱에 빠지다
그녀는 이바디 1집 작업을 마친 뒤, 빨리 2집 작업을 하고 싶어졌다. 물론 클래지콰이도 계속한다. 데뷔 5년만에 열정적으로 하는 자신의 음악 때문에 그녀는 행복해 보였다.
“나의 색깔도 들어가는 만큼 책임감도 커졌어요. 자유와 책임감을 1/3씩 나눠 갖는 거에요. 그래서 요즘은 인터넷 댓글이나 음악적 평가에 조금 더 부담감을 가지고 접근해요. 물론 칭찬일색일 순 없지만 호감을 보여주셔서 다행이에요.”

이바디는 전자적인 왜곡을 거치지 않은 언플러그드 악기를 주로 쓰는 어쿠스틱 음악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자 악기를 아예 쓰지 않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녀는 이에 대해 열변이라 할만한 말을 이어갔다. 음악적인 한계를 긋는 걸 경계해서다.
“일렉트로닉 악기들이 만들어 내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어쿠스틱 악기들과 어울려서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그게 반드시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일렉트로 하우스의 인공적인 느낌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모던 포크의 느낌을 내곤 하거든요. 그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어쿠스틱’만’ 고집하지는 않을 거에요. 대신 비틀리고 디지털적인 편집 과정을 거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소리들을 저희는 추구하려고요. 예를 들어 전자악기지만 파장을 잘라서 다시 편집하는 건 아니고, 연주자의 호흡을 그대로 담는다는 거죠. 그렇다면 전자악기지만 어쿠스틱한 접근이 될 수 있겠죠.”

좀 어렵게 풀어냈나 싶었나 보다. 그녀는 숨을 고르더니 한번에 정리해줬다. “어렵지만, 한 마디로 할게요! 편안하고 자연적인 사람 냄새가 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하하”

 



이미지
상반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단 건, 어찌 보면 행운이다. 명문대 졸업과 북칼럼 연재, 방송에서의 진행은 그녀를 지적인 미와 섹시미를 모두 가진 가수로 이미지화 하게 했다. 그리고 정말로 그녀는 책을 사랑하고 글 쓰는 걸 즐겨서 이런 대중의 시선이 싫진 않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만큼의 어떤 걸 넘어서는 기대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친다.

“여자로서 다 좋은 말이에요. 그런데 내가 경계하는 건 확대 재생산 되는 이미지들이에요. 요즘 이미지가 자라는 속도가 내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빠르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자칫 너무 부풀려질 수가 있는 거죠. 요즘은 말을 좀 줄이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요. 전문 논객들과도 날카로운 논리를 펼 수 있을 정도가 되고 싶거든요. 이미지가 나보다 앞서나가는 게 싫은데, 그걸 따라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요.”

최근 발간한 그녀의 책 ‘호란의 다카포’는 그녀가 읽고 사랑한 책과, 그녀의 음악에 대해 쓴 에세이. 이 책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솔직히 말해서, 약간 자부심을 갖고 있었어요. 그래도 좀 다르지 않은가 하면서. 이제 두달이 지난 시점에서 보니까, 진지한 ‘생각정리’가 필요하더라고요. 가수, 연예인 호란에 관심이 없는 독자도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인가라는 문제죠. 이렇게 자꾸 자기를 객관화 하면 굉장히 괴로운데요. 하하. 제가 가수 이외에 가장 애정을 갖는 분야가 글인데…요즘 글 솜씨나 독서량, 독서폭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어요. 내가 지적인 뮤지션이라는 타이틀이 탐나서 이러는 거면, 저는 버리고 싶어요. 어설퍼 지는 거 같아서.”



호란은 쉽지 않는 방송생활에 대해 ‘고고한 뮤지션’이기 보다 ‘조그만 땅덩어리에서 음악을 보여줄 채널은 그리 많지 않으니, 열심히 하는 가수'를 택했다. 모든 생각, 스트레스는 무대에서 푼다. 그래도 안 풀리면 ‘술 먹으면 된다’. 요즘 밴드들은 웰빙 열풍이 불어선지 술을 먹지 않지만, 그녀는 ‘언제나 트렌드에는 역행하니’ 개의치 않는다. 
이번 이바디 콘서트를 기다리는 그녀의 마음은 이미 설레임을 넘어섰다. 깜짝 놀랄 잔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글 : 송지혜 기자(인터파크ENT song@interpark.com)
사진 :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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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A** 2008.05.21

    사진이 매력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