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무대, 또 다른 변신이 기대된다 <머더발라드> 최재웅

말수가 적은 그와의 인터뷰를 대비해 평소보다 긴 질문지를 준비했지만, 막상 만나니 다 물어보기가 망설여졌다. 굳이 많은 질문을 하지 않아도 그가 자신의 페이스대로 꾸준히, 즐겁게 살아가는 배우라는 것을 알 것 같아서다. 질문을 할 때마다 어쩐지 사족을 하나 더 붙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머더 발라드> 무대 위 최재웅의 모습이 뻔히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라는 질문에 "그냥 한다"며 웃는 그지만, 절대 허투루 작품을 대하지 않는 배우가 아닌가. 최재웅이 <그날들>에 이어 출연하는 <머더 발라드>는 세 남녀의 위태로운 삼각관계를 독특한 형식으로 담아낸 락뮤지컬. 치명적인 매력의 남자주인공 '톰'을 맡은 그가 또 한차례 치밀하게 변신해낼 것을 알기에, 새로운 무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날들> 끝나고 쉬는 동안 뭐 하셨어요?
놀았어요(웃음). 운동하고, 살 빼고 그리고 놀았어요.

운동은 뭐 하셨어요? '이석준의 이야기쇼'를 들었는데 헬스는 안 좋아하신다고.
네. 안 좋아해요(웃음). 자전거도 타고, 야구도 하고. 뮤지컬 배우들이랑 하는 야구 팀이 있어요. 살이 너무 많이 쪄서 살도 좀 빼고,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자주 놀고. 계속 놀았어요.

드라마스페셜 '비의 나라' 잘 봤어요. 요즘 '왕가네 식구들'에도 나오시죠. 드라마 촬영에는 좀 익숙해지셨나요?
공연보다는 안 익숙하죠. 시간이 좀 다르니까. 어떨 땐 밤에 찍고, 어떨 땐 낮에 찍고. 공연은 시간이 일정하니까 8시에 딱 하면 되는데 드라마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 그런 것 빼고는 몇 번 해보니까 익숙해지고 있어요.


새로운 작품, 실험적인 작품을 선호하신다고 알고 있어요. <머더 발라드>는 첫인상이 어땠나요?
지금도 모르겠어요(웃음). 새롭긴 한데…<머더 발라드> 같은 경우는 독특하다고 해야 되나? 무대도 다른 공연에서는 그렇게 쓰는 데가 없잖아요. 특이해서 좋았어요. 내용은 별게 없어요(웃음). 남자와 여자가 사귀다 헤어져서, 그사이 남자는 성공해서 바를 차리고, 여자는 애를 키우면서 남편이랑 살다가 일상이 지겨워지니까 다시 남자를 만나서 불붙는 그런 내용이에요. 그게 끝인데, 별 내용이 없어서 더 어려워요. 내용이 복잡하면 (연기적으로) 할 게 많은데, 이건 대본에 나와 있는 게 너무 단순하니까 오히려 어려워요. 아직 모르겠어요. 해봐야 될 것 같아요.

이번에 맡은 톰은 어떤 인물인가요.
겉으로 봐서는 나쁜 남자인데, 노래가사를 들어보면 진심이 담겨 있기는 해요. 무턱대고 나쁜 남자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단순한 놈인데(웃음),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할 때는 진지한 면도 있더라고요. 그냥 딱 봤을 때 멋지고 섹시한 남자, '와 멋있다'는 말이 나오는 남자인데 제가 그런 매력을 잘 표현할지 모르겠어요(웃음).

전 이 작품을 대본으로 먼저 봤어요. 톰과 사라가 그렇게 사랑했는데 왜 헤어졌을까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그 둘이 만났을 때가 어렸을 때에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일반적인 케이스 같아요. 어렸을 때 만나서 그만큼 뜨겁게 사랑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좀 지겨웠을 수 있죠. 그래서 사라는 정 반대 성향의 마이클과 살다가, 그것도 지겨우니까 다시 톰을 만났을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사라가 나쁜 여자죠(웃음). 저는 뭐 상관 없다고 봐요. 자기 살고 싶은 대로 살면 되니까. 아무튼 처음 3년 동안에는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굉장히 뜨겁게 사랑했을 것 같아요.

사라가 권태 때문에 톰을 다시 만났다면, 사라에 대한 톰의 마음은 어떤 걸까요?
톰의 노래 중에 더 좋은 여자가 나타날까봐 두려웠다는 가사가 있어요. 둘이 사랑했지만, 더 좋은 여자가 나타나면 어떡하지, 이렇게 살다가 끝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헤어진 것 같아요. 근데 또 나중에 7년 뒤 노래가사에서는 후회한다고, 옛날의 사라가 더 좋았다고 하는 걸로 분석해본 결과(웃음), 중간에 많은 여자를 만났겠죠? 근데 사라보다 다 못하니까 돌아왔겠죠. 원래 어렸을 때 한 사랑이 강렬하잖아요. 서투르지만 순수하게 뜨겁게 사랑했을 테니까. 그래서 사라에게 다시 오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결말 부분의 인상이 강렬했어요.
관객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저도 궁금한 부분이에요. 근데 이번 작품은 내용보다 형식적으로 독특하고 스타일리쉬한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도 그거에요. 저는 새로운 공연을 하고 싶은데, 내용에 있어서는 요즘 워낙 다양한 공연이 많다 보니 새로운 게 거의 없잖아요. 아주 쇼킹한 것 이외에는. 그러면 다른 게 뭐가 있을까, 형식이 새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이 작품을 만난 거죠. 기존에 없던 무대 사용방식과 형식 때문에 선택을 했고. 드라마만 집중해서 보시는 분들한테는 약간 거리감이 있을 수도 있는데 뭔가 새로운 것, 새로운 형식을 원하시는 분들은 좋아하실 것 같아요.


<머더 발라드>의 음악적인 특징을 꼽는다면.
기본적으로 밴드 음악이고, 음악이 진짜 너무 좋아요. 요즘 노래 연습을 한창 하고 있는데, 들어보면 락도 있고 발라드부터 팝적인 것까지 다 있어요. 원래 다른 뮤지컬에서는 노래를 정직하게 해야 되잖아요. 리듬, 박자 맞춰야 하고 음정도 되도록 다 맞춰야 하고. 그런데 이 작품의 경우는 음악감독이 막 멋을 부리라고 하셨어요. 너무 정직하게 부르지 말고, 리듬도 음정도 나와 있는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표현하라고. 어차피 공연 형식도 자유로우니까. 무대와 객석도 다른 공연처럼 딱 분리돼 있는 게 아니라 어떤 관객은 무대 안쪽에 앉아 있기도 하거든요. 극의 형식이 자유로운데 딱딱하게 노래하면 안 어울리니까 최대한 자유롭게, 스타일리쉬하게 하려고 해요.

어떤 곡이 제일 먼저 귀에 들어왔나요?
두 곡이 있었는데, 하나는 톰이 부르는 '사라'라는 노래에요. 옛날 일을 생각하면서 사라에게 돌아와 달라고 하는 노래. 또 마이클이 부르는 '리틀 바이 리틀'이라는 곡도 되게 좋아요. 사라가 톰과 헤어지고 마이클을 만나서 막 좋다고 표현하거든요. 적극적인 여자이니까 막 대쉬를 하고. 그 때 마이클이 조금씩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자면서 부르는 노래인데 정말 좋아요. 한번 들어보세요(웃음).

사라 역의 배우가 네 분인데요, 아직 무대에서 못 본 분들도 있어서 궁금해요.
일단 네 명 다 너무 착하고요, (임)정희랑 '보이스코리아'에 나왔던 장은아 같은 경우에는 가수이다 보니 노래를 워낙 잘 하고, <머더 발라드>의 음악적 스타일과 되게 잘 맞아요. 네 명 다 이번에 처음 본 친구들인데 놀랬어요. 다들 너무 착하고 또 잘 해서. 정희는 워낙 노래를 시원시원하게 잘 해서 잘 어울릴 것 같고, (장)은아는 약간 피부가 검어요. 키도 훤칠해서 되게 섹시하고 독특한 사라가 나올 것 같아요. (박)은미는 저랑 프로필촬영을 같이 했는데, 분장을 했을 때는 되게 섹시하고 뇌쇄적인데 연습실에서는 너무 순수해 보여서 다양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린아는 저희 중에서 제일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되게 의욕적이라서 거기서 나오는 매력이 있어요.


캐릭터를 연구할 때 책이나 영화에 나오는 다른 인물을 참고하시나요?
아뇨, 그렇지는 않아요. 참고를 안 하는 건 아니고, 일단 저한테서부터 시작해요. 어차피 제가 표현하는 거니까. <머더 발라드>도 그렇고 다른 작품도 그렇고 일단 대본 분석이 완전히 끝나야 다른 걸 참고하지, 처음부터 참고하지는 않아요. 그러면 이상하게 돼요. 이것저것 해보니까 그러면 참고한 인물이 더 크게 나타나고 제 매력이 별로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캐릭터를 연구할 때는 대본을 보면서 '내 경우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어느 인터뷰에서 "연기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나를 위한 작업이기도 하다"는 말을 하셨더라고요.
그건 변함이 없어요. 뭐가 됐든 작품마다 배우는 게 있거든요. <머더 발라드> 같은 경우도 표현형식이 완전히 새로우니까, 그렇게 새로운 걸 하면서 배우는 게 재미있어요 저는. 그래서 앵콜 공연을 많이 안 하는 편이기도 하고. 직업이라는 게 기본적으로는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특히나 저희 직업은 다른 분들이 좋아해주시니까.,.. 요즘에는 그 두 가지가 같이 가는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 자신에 대해서 새롭게 알아가는 점도 있나요?
그건 별로 없어요. 대부분 알고 있었던 것들이죠. 어렸을 때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알아버렸어요. 남들보다 조숙했거든요. '나한테 이런 면이?'가 아니라 '아, 맞아, 나한테 이런 면이 있었지' 하고 확인하는 정도.

평소 보셨던 책이나 영화 중 뮤지컬로 하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저는 옛날부터 영화 '물랑루즈'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만약 뮤지컬로 한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영화 보셨죠? 일단 이완 맥그리거가 너무 멋있었고(웃음) 작품의 색깔이 되게 예뻤어요. 아름답고. 같은 뮤지컬 영화라도 '맘마미아'나 '레미제라블' 은 드라마가 굉장히 강한 작품인데 '물랑루즈' 같은 경우는 형식미가 강하잖아요. 사람이 막 날아다니고, 환상도 보여주고(웃음). 그런 것이 좋아요.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좋아했어요. 뮤지컬로, 특히 우리나라에서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죠. 그리고 뭐 다른 것도 많죠. 다 해보고 싶죠.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에 다시 하고 싶은 작품은.
기회만 된다면 다 해보고 싶어요. 했던 건 다시 안 하겠다는 건 아니고, 했던 작품과 새로운 작품이 있으면 주로 새로운 걸 하는 편인데…다 애착이 가죠. 한 번씩은 다시 해보고 싶죠. 다시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작품을 너무 많이 해서(웃음). 은근히 많이 했어요. 거의 30개가 되가니까. 다 다시 해보고 싶어요.

혹시 올해가 가기 전에 하고 싶은 것, 또는 이뤄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나요?
제 주변에 장가 안 간 친구들, 여자친구 없는 친구들한테 여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어요(웃음). 맨날 남자끼리 모여서 술을 먹으니(웃음).
저 개인적으로는, 공연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새롭고 좋은 작품이니까. 기존에 잘 됐던 작품은 걱정을 안 해도 되잖아요. 관객 분들이 좋아하지 말라고 해도 좋아해주시니까 걱정이 없는데 새롭게 선보이거나 뭔가 도전하는 작품도 애정을 갖고 봐주시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머더 발라드> 배우, 스텝들도 새로운 거 하려고 도전정신을 갖고 모였으니 고마운 일이고, 또 재미있는 것 같아요. 공연이 잘 되는 것, 그것밖에 없어요. 지금은.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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