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투어 중인 대세 밴드 "장미여관에선 솔로도 커플이 됩니다"

 

하얀 정장에 커다란 코사지까지 달고 나타난 평균 서른 다섯 살의 다섯 남자들은 어느 배우들 못지 않게, 아니 그보다 더 능숙하게 다양한 자세를 취하며 카메라 앞을 장악했다. 서슴지 않고 이리저리 몸을 틀며 촬영을 즐기는 모습에서 장미여관이 '대세' 밴드로 떠오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비쥬얼 쇼크, 음악 쇼크, 컬쳐 쇼크'라 말하며 장미여관을 반기는 대중들의 마음에는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하면 되지/세상살이가 뭐 별거 있냐고'라며 자유롭게 살고 노래하는 그들에 대한 동경과 통쾌함이 있을 것이다.

'월세내랴 굶고 안 해본 게 없네/이래 힘들라꼬 집 떠나온 것은 아닌데'라며 고단한 서울살이를 노래하던 그들은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던 끝에 이제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유명 밴드가 됐다. 그리고 예전보다 훨씬 더 커진 규모의 공연장에서 관객들을 만나며 노래하는 중이다. 지난 12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들을 만나 솔로도 커플이 된다는 콘서트 <빈방없음>에 대해, 그리고 아직 보여줄 게 한참 남아있다는 그들의 음악과 꿈에 대해 물었다.

이번 단독공연의 제목이 <빈방없음>이다. 어떻게 짓게 됐나.
육중완
: 장미여관의 캐릭터에 어떤 타이틀이 어울릴까 회의를 했는데, '빈방없음'이라는 제목을 처음 듣자마자 마음에 쏙 들었다. 어, 좋은데? 뭔가 매진된 느낌, 장사가 잘 되는 느낌도 들고 어감도 괜찮고.
배상재: 예전에 '노 바캉스(vacancy)'라는 제목을 붙인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못 알아듣더라(웃음). 그래서 이번엔 좀 더 쉽게 지었다.

공연의 컨셉은.
육중완
: 콘서트에 연극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그런 형식의 콘서트는 우리 공연이 처음이라고 하더라.
윤장현: 뮤지컬은 아니지만 스토리가 있는 공연이다. 앞 부분에는 서울 살이, 노총각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뒷부분은 관객들과 같이 호흡할 수 있도록 즐겁게 구성했다.
육중완: 1부에서는 서울 사는 노총각에 대한 '웃픈' 이야기를 한다. 슬프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한 이야기다. 2부에서는 관객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하려고 생각 중이고.
배상재: 무대도 특이하다. 동네의 어느 골목어귀를 옮겨놓은 듯한 세트를 올렸고, 중완이의 옥탑방도 그대로 옮겨놨다. 치킨칩, 슈퍼 같은 것도 있고.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와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도 있다. 중완이의 옥탑방에도 직접 올라가보는 순서도 있고.
윤장현: (무대에) 조그만 전당포도 있고, 고름 벽지도 있다. 고름 베게는 없다(웃음).

공연이 예전과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강준우
: 일단 규모가 다르다.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 처음이다. 또 우리가 세트 사이사이에 들어가서 노래를 하는 장면도 있다. 나는 전봇대 뒤에서, 중완 형은 옥상에서 하는 식으로. 그런 것도 특이하고.
배상재: 예전과 제일 다르게 느껴질 때가 '운동하세'라는 곡을 부를 때다. 그 곡을 할 때마다 손을 올려서 안무를 하는데, 예전엔 관중들이 적다 보니 다같이 해도 기이해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걸 다같이 하면 정말 기이한 풍경이 된다.
윤장현: 공중에 손바닥이 3만 2천 개 떠 있는 거다(웃음). 얼굴은 안 보이고 손만.

멤버별 개인기 코너도 있나.
윤장현
: 배상진, 임경섭이 노래를 하고, 내가 춤을 춘다. 아마 아이돌 댄스?(웃음).

2012년부터 단독공연을 해왔다. 그간의 공연에서 기억에 남은 관객들이 있다면.
윤중완
: 일단 우리 팬클럽 '장기투숙' 회원들이 공연마다 한 번도 안 빠지고 보러 오셔서 그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 대구공연에선가 솔로 이벤트를 했는데, 그분들이 정말 서로 연락을 주고받고 가능성이 보이는 단계가 됐다. 이런 공연에서도 뜻하지 않게 인연을 만날 수 있구나 싶어서 우리가 더 진지하게 공연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윤장현: 우리 공연은 연령층이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어느 어머니는 잡채를 만들어서 가져다 주시기도 했다. 전도 부쳐서 보내주시고.
배상재: 결혼 25년 차 되는 부부관객도 기억에 남는다.
임경섭: 그 부부의 딸이 먼저 우리 공연을 보고 좋아서 엄마와 같이 보러 오고, 엄마도 좋아서 남편과 함께 공연을 보러 온 거다. 한 가족이 다 온 거지. 부부가 장미여관 티셔츠를 같이 입고 오셨는데 참 보기 좋더라.
배상재
: 난 폼 잡다가 같은 곡에서 두 번이나 넘어진 것도 기억에 남는다(웃음).


장미여관을 이야기하면 '꿈'을 빼놓을 수 없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음악을 하다 마침내 주목 받은 모습이 감동을 줬다. 음악을 그만둬야 할지 고민했던 순간도 있을 것 같은데.
강준우
: 고민했을 때는 이미 늦었을 때였다(웃음). 너무 이 쪽으로 깊이 빠져서. 아뿔싸, 내가 먼 길을 왔구나, 끝까지 가야겠다 했지.
윤장현: 우산을 필까 말까 고민하는 순간 이미 온몸이 비에 다 젖어있는 거지. 그만둘까 생각해본 적은 다들 있을 거다. 근데 맨날 얘기하는 거지만, 음악이라는 건 우리 주위에 늘 있지 않나. 그런데 음악 하는 사람들은 그게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들린다. 지금도 저기 밖에서 음악이 흘러나오지 않나. 그걸 듣고 있으면 몸이 막 따라간다. 그래서 그만 둘 수가 없었다. 항상 음악이 곁에 있었으니까.
임경섭: 처음으로 열정을 갖고 했던 일이 음악인 사람과, 다른 데 열정을 가졌다가 중간에 음악 쪽으로 온 사람이 조금 다른 것 같다. 근데 우리 멤버들은 처음으로 열정을 가졌던 분야가 다 음악이었다. 내 경우는 중간에 한 번 힘들어서 그만하겠다 생각하고 (음악을) 안 했다. 근데 그게 오래 안 가더라. 끈을 못 놓고 직장에 다니면서도 계속 밴드를 했다. 내 삶에서 처음부터 시작했던 일이기 때문에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있더라. 그래서 힘들었지만 다시 이쪽으로 돌아왔다. 항상 하는 얘기지만, 그냥 하던 걸 하면 되는 것 같다. 힘들 때도 있지만 그러다가 나아질 때도 있는 거고. 돌아보면 힘들었던 것도 내 욕심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윤장현: 운명적인 거지. 만약 처음부터 이런 열정을 갖고 그림을 그렸다면, 지금도 음악이 아닌 그림을 그리고 있겠지. 근데 이 친구 말대로 다들 처음부터 음악만 바라보고 시작했다. 그래서 그만둘 수 없었던 것 같다.
육중완: 음악이 제일 즐거웠다. 다른 걸 해본 적도 있지만, 뭘 해도 이것 때문에 하고 있는 거였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음악 때문에 하고. 포기하려고 마음을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보니 정말 포기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난 그냥 이걸 해야 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20대 중반에 그렇게 엄청 많이 고민하고 나서 이후로는 고민을 안 했던 것 같다. 그냥 하지 뭐, 그렇게.
배상재: 나는 그만둬야 할까 생각한 적도 없다. 내가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 아니다. 연주는 기술적인 거니까 남들보다 더 노력하면 재능이 없어도 언젠가는 되겠지 생각했고, 하다 보니까 일거리가 하나씩 생겼다. 그러다 보니 더 잘해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돈은 좀 못 벌더라도 하다 보면 또 (기회가) 오겠지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도중에 주위에서 너무 반대를 하니까 '이게 아닌가?'라는 생각은 해봤다. 근데 그 때는 이미 늦었지. 이미 서른이 됐는데. 지금 다른 걸 시작해서 이것보다 더 잘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니까 뭘 해도 안되겠다는 생각만 들더라. 그래서 그냥 계속 했다.

음악하며 의견이 달라서 충돌을 빚은 적은 없나.
육중완
: 의견은 다 다른데, 서로 잘 조율을 한다.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기보다는 어떤 게 나은 건지 최상의 것을 찾기 위해서 서로 계속 얘기를 하니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찾아지더라.
임경섭: 말하기 불편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다 같이 잘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서슴없이 말하는 편이다.

서로 음악적 강점을 꼽는다면.
임경섭
: 강준우는 정말 많은 걸 시도하는 사람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찾고, 시도를 많이 한다. 우리 팀이 발전하는데 제일 많이 기여하는 것 같다. 육중완의 경우는 소울풀한 부분이 많아서 그런 걸 많이 표현한다. 가사를 통한 전달력도 남다르고. 그게 사람들한테 전달되는 것도 그만큼 순수하고 진실된 감수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장현 형은 말할 것도 없이 맏형으로서 우리 팀의 분위기를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상재 씨는 원체 요즘 인기가 치솟고 있는데 겸손할 줄 알고.
윤장현: 전체적으로 다들 음악을 오래 했기 때문에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이 넓다. 그래서 뭘 하든 딱딱 느낌에 맞게 잘 따라간다. 펑키한 음악을 해도 잘 맞고, 포크음악을 해도 잘 맞고. 다 어렸을 때 해봤던 거니까. 중완 씨뿐 아니라 준우도 번뜩이는 가사를 쭉쭉 잘 쓴다.
강준우: 장현, 경섭 형은 리듬을 책임지고 있다. 나와 중완 형은 머리털 나고 밴드를 처음 해 본거라 처음엔 잘 몰랐는데, 알고 보니 두 분의 실력이 엄청나더라. 외부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베이스랑 드럼이 엄청나다, 너무 어려워서 카피도 못하겠다고. 두 분이 받쳐주니까 우리가 수월하게 음악을 해나가는 것 같다.
배상재: 준우는 목소리도 달달해서 발라드 같은 감성적인 노래를 할 때 느낌이 팍팍 잘 전달된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음악 장르는 무엇인가.
강준우
: 나는 댄스 일렉트로닉. 클럽에서 여성분들과 같이 춤추면서 듣는 붕붕 울리는 음악. DJ가 멋있게 디제잉을 하고 랩도 하면 진짜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런 음악을 해보고 싶다.
윤장현: 나는 클럽 일렉트로닉 판소리?(웃음).
육중완: 나는 기회가 된다면 가리지 않고 그때그때 끌리는 대로 다 해보고 싶다.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힙합도 재미있을 것 같고, 일렉트로닉도 재미있을 것 같고, 댄스도 재미있을 것 같다. 마음 가는 대로 다 해보고 싶다.
배상재: 재지(jazzy)한 음악, 마룬파이브 같은 음악도 해보고 싶다. (강준우: 우린 마루파이브다(웃음).) 나이가 들면 재즈클럽 같은 곳에서 공연도 해보고 싶고. (육중완: 넌 이미 나이 들었어.)
임경섭: 나는 크게 해보고 싶은 장르는 없다. 다만 우리 장미여관이 지금도 잘 하고 있지만, 좀 더 서로 돈독해지고 내공을 쌓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얼마 전에 <불후의 명곡>에서 보여줬던 것과 같은 감성적인 부분이 사실 더 많다. 그런 부분을 더 많이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

<너 그러다 장가 못 간다> 앨범재킷과 <장가가지 못하는 남자 시집가지 못하는 여자> 뮤직비디오도 재미있게 봤다.
육중완
: 뮤직비디오도 제약만 없다면 뭐든지 해보고 싶다.
임경섭: 아이디어는 항상 많다. 근데 현실적으로 해볼 수 있는 부분인지가 중요하니까. <장가가지 못하는 남자 시집가지 못하는 여자> 뮤직비디오도 아이디어는 더 많았는데, 시간이 많지 않아 아쉬움이 좀 남았다.
강준우: 난 이런 걸 해보고 싶다. 앨범재킷의 첫 장에는 다섯 명이 다 정장을 입고 선 사진이 있고, 그걸 넘기면 다음 장에는 다 팬티만 입고 있는 거다. 운동을 해서 근육이 팍팍팍팍, 몸짱이 돼 있는 거지. 한 3년 걸리겠지?(웃음)
육중완: 방금 생각났는데, 다섯 명이 정장을 입고 서 있는데 투시 안경을 끼고 보면 누드가 보이는 거다. 그리고 그 안경을 천만 원에 파는 거지(웃음). 그 돈으로 장미호텔을 지어야지.


멤버 전원이 처음으로 MC를 맡은 <장미테레비>가 8회까지 방송됐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건가.
육중완
: 장미여관의 매력이 딱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서 늘 새로울 것 같다. 방송에 나가면 늘 즉흥적으로 뭔가를 하는 사람들이니까. 나는 (멤버들을) 늘 봐 왔으니까 특별히 기대되거나 하진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트레이닝 되지 않은 사람이 방송에 나가서 온갖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는 게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멤버들마다 각기 다른 캐릭터가 있거든. 인간미 있고. 그런 것들이 어필될 것 같다.
임경섭: 워낙 내추럴하고 랜덤한 모습이 많아서 아직 보여줄 부분이 더 많이 남아있을 것 같다. 육중완 씨나 배상재 씨처럼 혼자서도 예능프로그램에 나가 잘 할 수 있는 멤버도 있지만, 우리가 다 모였을 때 생겨나는 재미있는 부분이 더 많이 있다. 앞으로 보여드릴 모습이 아직 한참 많이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
배상재: 또 우리가 밴드 아닌가. 앞으로 어떤 음악이 나올지 모른다. 그런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본다. 아직까지는 앨범이 몇 장 없지만 앞으로 열 장, 스무 장 앨범을 내게 되면 '장미여관이 정말 이런 음악을?' 하게 만드는 음악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임경섭: 지금은 <장미테레비>를 예능 위주로 보여주고 있는데, 조금 더 지나면 우리의 음악적 색깔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음악 외에 개인적인 목표나 소망이 있다면.
배상재
: 소박한 꿈은 결혼하는 것. (일동: 결혼이 소박한 거야??) 결혼을 하고 싶은데, 사회적으로 음악 하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좀 안 좋지 않나. 그리고 처음 기타를 치기 시작했을 때부터 가졌던 꿈은 바뀌지 않았다. 늙어서까지 연주하며 돌아다니는 것. 예전에 에릭 클랩튼 내한공연을 보러 갔는데,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늙어도 큰 공연장에서 연주하고.
강준우: 난 제이슨 므라즈와 한 무대에서 같이 공연하는 것. 올림픽 체조경기장 같은 큰 공연장에서. 공연 끝나고 형님~하면서 소주 한잔 하고 사진도 한방 찍고(웃음).
유장현: 난 그 무대에서 베이스를 치겠다(웃음). 나도 70살이 되든 80살이 되든 무대에서 계속 연주하는 게 꿈이다.
임경섭: 나도 형님과 같은 생각이고, 좀 더 추가한다면 얼마 전 김창완 형님과 같은 무대에 섰는데, 그렇게 대선배님들과 함께 공연하는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육중완: 난 그냥 즐겁게 살고 싶다. 즐겁게. 아, 송창식, 양희은 선배님이 롤모델인데 그분들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음악가가 되고 싶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장소협찬: 위드뷰티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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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2

  • flydhy** 2014.02.18

    기사 잘 보았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음악을 놓지 않았고 음악과 함께하는 모습 그리고 맴버들끼리 하나가 되는 모습이 보기 너무 좋네요 항상 응원합니다

  • cellis** 2014.02.17

    기사 잘봤어요~! 다른 건 몰라도 멤버들 이름이 틀리다뇨 ㅠㅠ 그래도 깨알돋는 정보들!ㅎㅎ잘봣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