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신을 깨고 싶다" 엠블랙 지오의 특별한 뮤지컬 도전
작성일201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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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초연 이후 세 번째 무대에 오르는 창작뮤지컬 <서편제>에서 지오는 소리꾼인 의붓아버지에게 반발해 자신만의 소리를 찾으려 집을 떠나는 청년 '동호'로 분한다. <광화문연가> 일본공연에 이어 두 번째 뮤지컬 출연이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관객들을 만나게 된 지오는 섣부른 패기나 불안보다는 알맞은 긴장감과 신중함을 내비쳤다. 뮤지컬 출연을 잠깐의 외도쯤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이)준이 연기활동을 하는 걸 보면서 자극을 받았다. 나도 저렇게 연기를 하면 좋겠다,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많이 부족하지만, 무턱대고 일단 연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해서 2012년에 드라마 <유령>에 출연했다. 그렇게 출연해보고 나니까 연기라는 것이 가수활동과는 다른 이점이 많이 있더라. 모든 스텝과 관계자분들이 다 서포팅을 하시니까 정말 나만 잘 하면 되는구나 생각했다. 음반활동은 나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시기적인 문제나 약간의 정치적인 문제가 있어서 그렇게 수월하지만은 않다. 그렇게 연기에 관심이 생기게 됐고, 그 와중에 <광화문연가>의 섭외가 들어왔다. 먼저 대본을 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 내게 들어온 역할이 한번 연기해보고 싶었던 역할이어서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광화문연가>를 일본에서 공연하고 나니까 이제 한국에서도 공연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관객 분들께 감동을 드리고 싶었고, 가수 지오가 아닌 뮤지컬 배우 지오로서 새로운 모습을 각인시킬 수 있는 계기가 있었으면 했다. <서편제>도 <광화문연가>의 이지나 연출님이 소개를 해주셨는데, 연출님의 스타일도 알고 워낙 꼼꼼하신 분이니까 <서편제>를 통해서 내 부족한 부분을 또 채울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출연을 결정하게 된 거다.
노래와 비슷한 면이 있다. 노래할 때도 정해진 가사와 박자, 음정이 있지만 그 안에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지 않나. 연기도 주어진 대사와 장면 안에서 내가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인 것 같다. 또 나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연기를 받아서 더 힘을 낼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노래의 경우 솔로곡을 부르면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좀 아쉽고 쓸쓸할 때가 있다. 근데 연기는 다른 사람과 같이 하니까 더 힘이 난다. 그게 가장 큰 매력이다.
뮤지컬은 가수와 연기를 접목시켜 놓은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가수활동을 할 때는 노래 가사를 정말 이해하고 부른다기보다 보여지는 모습에 좀 더 치중하게 된다. 카메라가 나를 찍고 있고, 앞에 팬 분들도 계시니까. 노래 가사를 완벽하게 전달한다기보다는 기술적으로 멋을 표현하는 데 치중했던 것 같다. 반면 연기는 그런 부분들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니까 완전히 건조하게 대사만을 갖고 해야 하는 것 같더라. 근데 뮤지컬은 딱 그 중간지점에 있어서 어려우면서도 굉장히 즐겁다. 연기를 하면서도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런 면에서 굉장히 많은 것을 얻고 있다. 아무래도 두 가지를 다 해야 하는 뮤지컬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유봉'의 노래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동호는 철없고 혈기 왕성한 인물 같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찾아서 집을 떠나는 것도 철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도 만약 철이 들었다면 가수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지 못했을 것 같다. 혼자 상경해서 이 모든 것을 겪고 이겨내지 못했을 거다. 근데 철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도전 정신이 있었던 것 같고, 동호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어떤 계기를 통해서 자기 소리를 찾아가는 인물 같다.
동호는 그가 자신의 어머니를 죽였다고 생각하니까 굉장히 원망한다. 하지만 유봉 입장에서 보면 그의 말이나 행동도 이해되긴 한다. 왜냐면 동호의 어머니를 사랑했기 때문에, 친아들은 아니지만 동호 어머니와 자신의 꿈인 득음, 완창에 대한 갈망을 자식을 통해 이루고 싶어하는 마음이 당연히 있을 것 같다. 유봉이 송화의 눈을 멀게까지 하면서 자신의 소리를 찾길 바라는 것이 극단적일지는 몰라도, 그 시대에는 정말 그렇게 해서라도 소리꾼이 되고 싶지 않았을까. 또 서양 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했을 시기라 우리 소리를 찾고 지키고 알리려는 욕심도 더 생겼을 것 같고.
나도 동호처럼 했을 것 같다. 아버지가 소리, 득음, 한 같은 것들을 계속 세뇌시키지 않나. 지긋지긋했을 것 같다. 그를 마주칠 때마다 어머니가 자꾸 떠올라서 원망도 들고. 나도 아마 동호처럼 집을 나가서 내 것을 찾고, 나중에 철이 들어서 유봉을 이해할 수 있게 됐을 때 다시 나타나지 않았을까. 극중에서도 그렇다. 동호가 유봉이라는 사람을 좀 이해하고 원망이 사그라들었을 때 아버지가 죽자 동호가 한탄을 한다. 이제 내 소리를 찾았고, 그걸 들려주고 싶은데 왜 죽고 없느냐고. 나였어도 그랬을 것 같다.
일단 노래다. 이번에는 동호의 대사가 많이 없어지고 대신 노래가 늘어났다. 연출선생님이 정말 뮤지컬답게 송쓰루 개념의, 노래가 극을 이끌어가는 공연을 해보고 싶었다고 하시더라. 노래가 곧 대사이자 연기이다 보니 노래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크다. 어렵기도 하고. 녹음실에서 노래하거나 방송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것에 적응돼 있다 보니 가사전달력이나 뮤지컬 창법은 아직 부족하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노력하고 있다.
북은 정말 재미있다. 아무래도 타악기다 보니 스트레스도 풀리고, 소리가 되게 예쁘더라. 지금은 극중 나오는 장단은 다 외워서 칠 줄 안다. 변칙리듬도 어느 정도 칠 수 있고. 재미를 붙이니까 어려워도 실력향상이 빠르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북을 칠 때 송화는 노래를 하는데, 원래 판소리에서 고수와 소리꾼이 약간 기싸움을 한다고 하더라. 고수가 북을 정말 잘 쳐줘야지 소리꾼이 더 소리를 잘 할 수 있고, 그 소리에 또 고수가 기죽지 않고 북을 치는 거지. 그런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 있어서 그 장면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 또 배우 분들마다 스타일이 달라서 각기 맞춰보는 것도 기대되고.
일단 은아 누나는 <광화문연가>를 같이 해봐서 편하다. 은아 누나가 명랑하고 장난기도 좀 있는 송화라면, 자람 누나는 정말 누나 같다. 동생을 마냥 걱정하고 모든 사람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따뜻함이 있다. 지연 누나와는 아직 연습을 안 해봤지만, <불후의 명곡>에 같이 출연했을 때 누나의 노래에 기가 많이 죽었다. 감히 이야기하자면 현존하는 여자 가수 중에 거의 탑클래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노래를 너무 잘 하시니까 일단 기죽지 않고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다들 내로라 하시는 분들이라 실력은 똑같지만 지연 누나와는 아직 같이 장면 연습을 안 해봐서 더 그런 것 같다.
용진 형은 외모에서부터 굉장히 장난기가 많다(웃음). 용진 형과는 <서편제>외에 다른 이야기도 많이 한다. 남자라면 다 좋아하는 자동차 이야기도 하고, 형이 결혼을 했으니까 그런 이야기도 많이 물어보고,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마이클리 형은 성격이 정말 좋고, 연기를 워낙 잘 하신다. 이 작품의 정서를 이해하기 힘드셨을 텐데 교포인데도 불구하고 이해도가 굉장히 높은 것 같다. 노력도 정말 많이 하시고. 어느 분이든 다 내겐 대선배라 배울 게 참 많다.
작품을 계속 수정 중이라 지금은 그 대사가 없어졌는지도 모르는데, '부양가'를 할 때 동호의 어머니가 "나중에 애들이 크면 같이 소리하며 살자"고 하니까 유봉이 "그리 말해놓고 어떻게 그렇게 먼저 떠냤냐"고 한다. 뒤에선 송화가 창을 하고. 그 장면이 되게 슬프더라. 동호가 만약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머니의 마음도, 유봉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을 테니까.
유봉이 부르는 '한이 쌓일 시간'이 정말 좋다. 서범석 선배님도, 양준모 선배님도 그 노래를 진짜 유봉처럼 잘 소화하시는 것 같다. 딱 저분들의 노래구나 싶을 정도로. 그 노래의 가사가 정말 유봉의 마음을 말해주는 것 같고, 깊이가 있다. 동호 노래 중에서는 '청춘이 묻는다'가 가장 동호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록적인 느낌도 있고, 정말 피 끓는 청춘을 주체하지 못해서 자신도 모르게 노래를 할 수 밖에 없는 마음이 드러난다.
동호가 자신의 마음 속에서 송화를 떠나 보낸 뒤 부르는 노래다. 이번 <서편제>에서 동호의 메인 곡은 이 노래라고 연출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아마 이번에 이 곡을 잘 표현하면, 앞으로 입시생들도 오디션장에서 이 곡을 많이 부를 것 같다고. 그만큼 이 곡에 대한 애착이 많으시더라. 윤일상 작곡가님도 곡을 정말 잘 써주셨고, 가사도 너무 좋다. 이 노래가 나오는 장면도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라서 예전에 공연을 본 분들께도 임팩트가 있을 것 같다.
많이 받는다. 그간 엠블랙 활동을 하면서 곡 작업을 할 때는 팝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빌보드 차트를 보면서 세계적인 음악 트렌드를 파악하고 거기에 좀 맞춰갔다. 그런데 <서편제>를 하다 보니 정말 대중적이고 가요다운, 또는 90년대의 멜로디컬한 노래들이 언제 들어도 공감이 가고 기분이 좋더라. 그래서 작곡을 할 때도 트랙보다는 좀 더 멜로디 중심으로 하게 되고, 최근 그렇게 작곡한 노래가 곧 나올 엠블랙 앨범에도 수록될 것 같다. 작업을 하면서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예전에는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면, 이제는 더 쉽게 선택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금 내가 많이 부족하고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에 당장 이걸 하고 싶다, 저걸 하고 싶다기보다 내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가봐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이지나 선생님의 연출력에 많이 기대고 있는 상황이다. 선생님이 우스갯소리로 "너는 이거 끝나고 나랑 두 개는 더 해야 된다, 내 작품을 세 개는 해야 네가 뮤지컬이 뭔지 알 수 있지 않겠냐"고 하셨는데, 나도 그럴 생각이다. 기회가 된다면 선생님이 연출하시는 작품을 또 해보고 싶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내 모습은 자유분방하고 유머러스할지 몰라도, 사실 낯을 가리는 성격이다. 부끄러움도 많이 타는 편이고. 그런 모습을 확 깨고 좀 더 내 자신을 열고 싶다. 남이 웃든 욕을 하든 그렇게 한번 깨봐야 (자기표현을) 줄이는 것도 쉬울 텐데, 그러질 못해서 자꾸 자신감도 줄고 표현도 줄어드는 것 같다. 한번 확 열어보고 싶다.
하고 싶은 건 지금 다 하고 있는 것 같다. 가수활동도 하고, 뮤지컬도 하고, 뮤지컬 안에서 연기도 하고 있고, 작곡을 해서 내 곡을 앨범에 수록하고 있고. 앞으로도 정말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계속 다양한 분야에 발을 디딘 채 하고 싶은 것을 계속 했으면 좋겠다. 오래 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선 <서편제> 공연이 올해 가장 첫 번째 계획이고, 다음에 엠블랙 미니앨범 6집이 나온다. 그 사이 일본 앨범이 발매되서 일본의 팬분들이 우리의 새 앨범을 듣게 되실 것 같다. 그리고 남미 투어공연 계획이 잡혀있다. 페루·칠레·멕시코 3개국을 투어하고 8~9월에는 독일·영국 등 유럽에서도 공연을 할 것 같다. 올해는 그렇게 공연으로 해외에 많이 나갈 것 같다. <서편제>가 끝나면 내가 실력을 더 키워서 어떤 작품을 또 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봐야지.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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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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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oha**님 2014.03.13
가수로써도 항상 충실하고 열심인데다가 생각이 꽉 차있는 좋은 사람. 뮤지컬 배우로 이 작품을 통해서 한 발자국 더 꿈에 가까워지길 바라며 항상 진정성 있고 믿고 보는 배우가 되길.. 그리고 언제까지나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고 있는 팬들이 있다는 것도 알아 주시고 당신의 꿈을 향한 멋진 도약을 기대해 봅니다. 지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