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깨는 어렵고도 설레는 관문 <풀 하우스> 레오

사랑을 꿈꾸는 이들의 가슴을 다시 한번 두근거리게 만들 작품이 찾아온다. 아름다운 집을 남기고 먼저 세상을 떠난 아빠를 추억하며 씩씩하게 그 집에 남아 꿈을 키워가는 말괄량이 아가씨 앞에 아시아 최고의 가수이자 영화배우 이영재가 나타난다. 두 사람의 파이팅(?) 넘치는 한집살이 속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사랑의 기운. 1993년 출간된 원수연의 대표 만화를 원작으로 2004년 비, 송혜교 주연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모은 <풀 하우스>가 이 봄 뮤지컬로 다시 찾아온다.

약 5년 여 간 동안 다듬어진 로맨틱 창작뮤지컬에서 까칠함 속에 미숙한 사랑의 소통방법을 숨기고 있는 미워할 수 없는 이영재는 이 작품의 강력한 매력 분화구. 그룹 빅스의 보컬 레오에게 <풀 하우스> 매력의 한 축을 기대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 듯 하다. '콘셉트 아이돌'로 데뷔 때부터 뱀파이어, 하이드 등 하나의 주제와 이미지를 탄탄한 음악과 퍼포먼스로 강렬하게 선보인 그의 행보가 뮤지컬과 맞닿아 있기도 할뿐더러, 훤칠한 외모와 무표정 속에 숨겨진 그의 섬세한 감성이 이영재와 닮아 있었던 것. 뮤지컬 데뷔를 앞두고 스스로의 걱정을 뒤로 하고 무대와 주변 동료, 그리고 자신을 믿고 의젓하게 정진하는 레오가 그래서 더욱 반가웠다.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아 연습이 더욱 한창이겠다.
다행히 빅스 활동 시기와 많이 겹치지 않아서 뮤지컬 연습에 집중할 수 있다. 주(JOO) 씨나 (서)하준 선배님, (김)산호 선배님은 다른 일정 끝나면 바로 오셔서 항상 연습을 하고 계시더라. 많이 보고 배우고 있다.

아이돌 가수들은 데뷔 전 노래, 춤, 연기 등 다방면으로 트레이닝을 받기 때문에 첫 뮤지컬이라 해도 낯설어 하지 않는 것 같다.
난 낯설었다. (웃음) 곡을 쓰고 노래를 하는 등 가수로서 하고 싶은 것들이 충족이 되면 자연스럽게 언젠가는 연기를 할 기회가 있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 기회가 빨리 온 것 같다. 연습생 때 연기 수업을 조금 받은 게 전부인데 <풀 하우스>에서 드라마 씬이 굉장히 많아서 처음에 많이 낯설었다.

솔로 가수로 활동하던 사람들은 뮤지컬이 단체 생활이라는 것에 또 다른 어려움을 느끼는 것을 종종 보았다.
그럴 것이다. 그런데 난 어렸을 때부터 축구부 생활을 했고 데뷔 전이나 지금도 공연을 할 때 많은 밴드들과 함께 집단으로 다녀서 힘든 건 없었다. 오히려 내가 낯가림이 심한데 다른 분들이 먼저 다가와주셔서 정말 감사했던 것 같다. 지금은 <풀 하우스>라는 뮤지컬 안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있다. 뮤지컬 연습에 처음 갔을 때의 걱정 등을 이제는 좀 내려 놓고 연습하게 되었고 주변에서 코멘트도 많이 해 주셔서 안정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큰 집단 속에서 믿을 사람들이 너무 많다.


뮤지컬 출연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무대에 선 내 모습을 보고 캐스팅 제의가 왔고, 사무실(소속사)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넌 어때?”라고 물어보셨다. 사실 나 역시 뮤지컬이 너무나 하고 싶었고 특히 (박)효신 선배님이 하신 <엘리자벳>을 보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었다. 이렇게 좋은 기회에 좋은 분들과 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처음엔 함께 연습하는 앙상블팀, 다른 배우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장애물까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다들 너무 많이 도와주신다. 시작할 때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걸 많이 깨게 도와주신 것 같다. 지금도 깨고 있는 중이다.

그 어려움이 무엇인가?
연기적인 부분이다. 뮤지컬이 이렇게 연기가 많은 줄 몰랐다. 처음에는 나 자신을 놓고 연기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그걸 다행히 주변에서 깨게 도와주셨고 지금도 많이 노력 중이다. 연습을 할수록 뮤지컬에 대해 너무나 많은 매력을 느끼지만 그만큼 쉬운 게 아니구나,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공연 날짜는 이미 나왔고, 해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빅스 멤버들 중 가장 먼저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다른 멤버들의 반응은 어떤가?
뮤지컬을 하게 됐을 때 무척 기뻤지만 열심히 해야겠다, 하고 차분하게 생각했는데 오히려 내가 놀라야 할 만큼 멤버들이 더 많이 놀랐다. “우와~ 우와, 이영재 역할이면 주인공 아닌가요?” 하면서. (웃음) 축하도 많이 해 주고 멤버 중 라비는 “형, 비교되기 딱 좋아요. 그러니까 연습 열심히 해야 되요.”라는 말도 해줬다. 걱정도 많이 해주고 힘도 많이 되어 준다.


레오를 부러워하는 멤버들이 많은가 보다. (웃음)
동생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언젠가는 다 하게 될 거고, 그걸 누가 먼저 하는가, 그것 뿐이라고. 김난도 선생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에 ‘자기 계절이 있다’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연습생 때 그 말이 굉장히 위안이 되었다. 동생들에게도 너희들도 다 할 거고, 더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말한다. 동생들도 그 마음을 다 안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하는 걸 많이 모니터 해 준다.

인상 깊게 본 뮤지컬이 있는가?
초등학교 1, 2학년 때 쯤 부모님과 함께 봤던 <태풍>이라는 뮤지컬이 기억난다. 굉장히 화려한 의상과 회전무대,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이 크게 남아 있다. 그리고 효신 선배님 뮤지컬을 너무 재미있게 봐서 최근에는 뮤지컬, 하면 그게 제일 먼저 떠오른다. <엘리자벳>에서 효신 선배님은 정말, 그 아우라가 무대 위에서 그대로 보이는 것 같다. 효신 선배님이 부르는 노래 중에 “엘리~자벳” 할 때 남자관객들이 뒤에서 “미쳤다” 그러는 소릴 들었다. 그 정도다.

만화 <풀 하우스>를 알고 있었나? 원작 만화를 즐길 세대는 아닌 것 같은데.(웃음)
보진 않았지만 누나들이 보는 걸 보고 그런 만화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중학생 때 드라마가 나왔는데 축구하느라 살짝 살짝 보기만 했었다.

뮤지컬 출연에 앞서서야 <풀 하우스>를 제대로 알게 된 것이겠다. 대본을 읽은 후 첫 느낌이 어떠했나?
난해했다. (웃음) 현실에서 많이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 판타지였고 이걸 보고 사람들이 대리만족을 느끼고 위안을 받는 드라마였기 때문에 사실 처음 봤을 때 공감이 되진 않았다. ‘아, 굉장히 난해하다, 손발이……’(웃음). 그런 장면들이 많았고, 대사도 많아서 큰일났구나, 했던 것 같다.

연습을 시작한 후 진짜 큰일이 났는가? (웃음)
할수록 재미있다. 현실이 아닌 오로지 이 공간(무대)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지은이와 영재가 처음에는 틱틱거리고 싸우는데 극이 지나면 지날수록 서로 사랑을 느끼고 마음을 느끼는 장면들이 많다. 영재가 “좋아해, 사랑해” 이렇게 직접적으로 마음을 전달하기 보다 상대를 괴롭히거나 그 사람에게 관심을 계속 가게 하는 캐릭터라서, 그런 모습들, 이런 두 사람들의 변화 과정들이 재미있다.

평소 잘 웃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좋아하는 마음을 직접 표현하지 않는 영재와 많이 닮은 거 아닌가?
연습하면서 주변에서 가장 영재스러워보이는 게 나라고 많이 이야기 해 주신다. 사실 내가 누구에게 먼저 다가가서 살갑게 구는 성격이 못 된다. 그렇다고 잘 웃는 편인 것도 아니고, 그래서 겉보기에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


내면은 어떠한가?
그것도 좀 비슷하다. 일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좋고 싫은 게 확실한데 사람 관계 면에선, 사실 옆 사람이 뭐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이영재 보다 좀 더 표현을 하는 것 같다. 오히려 이영재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표현을 잘 못하지만 그 외에는 사소한 경우라도 좋은 건 좋고 싫은 건 싫다고 하는 캐릭터다.

알콩달콩 사랑이야기다. 상대 여배우들과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주(JOO)는 나와 동갑이고 (정)은지는 나보다 동생이고 (곽)선영 누나는 나보다 위인데 다들 뮤지컬 경력이 있기 때문에 잘 하신다. 세 분의 스타일이 다 다른데, 그것도 재미있는 것 같다. 저마다 다른 세 명의 지은이와 연기를 하니까 항상 할 때마다 ‘어? 신기하네? 그럼 난 이렇게 해 볼까? 저렇게 해 볼까?’ 하게 된다.

영재 역에도 네 명의 배우가 나서고 있다. 서하준은 레오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뮤지컬 데뷔이기도 하고.
하준 선배님은 연극을 5년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다. 내가 연기를 하면서 가장 힘든 건 중간, 중간에 찾아오는 그런 어색함들인데, 서하준 선배님은 움직임, 말, 제스쳐 같은 것들이 확실히 몸에 배어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양요섭은 뮤지컬 선배이지만 같은 아이돌 출신이라 좀 더 친근한 느낌이 들 것 같다.
양요섭 선배님은 고등학교 선배님이시기도 해서 처음에 그런 친근감, 유대감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연습을 보면 정말 잘하신다. 왜 뮤지컬에서 계속 주연을 하셨고 계속 사람들이 찾는지 알겠더라. 노래도 굉장히 진실성을 담아서 하시고, 듣기에도 굉장히 담백하다. 런쓰루 하는 걸 볼 때도 몰입이 되서 진짜 무대 위 뮤지컬을 보는 느낌이 들어서 매번 감탄한다.

연출이 배우 레오에게 가장 많이 주는 디렉션은 무엇인가?
성재준 연출님은 굉장히 디테일 하시다. 움직임이나 표정 하나까지 신경을 많이 쓰신다. 하지만 어떤 제약을 주시진 않는다. 큰 틀을 주고 이 안에서 하고 싶은 영재를 만들라고 하시는 스타일이다. 나에겐 “좀 더 툭툭 말해라”라고 자주 말씀하신다. 영재가 원래 까칠한 사람이니 말투도 자연스럽게 툭툭 던지듯이. 하고 싶은 대로 해 보라 하시지만 그 안에서 디테일을 꼼꼼하게 챙겨주신다.

본인이 굉장히 꼼꼼하고 실수를 용납 못하는 성격이라 제멋대로인 영재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도 같다.
맞다.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스타일이다. 데뷔 전부터 완벽하지 않으면 무대에 서기가 너무 힘들었고, '14초에는 여기서 이 제스쳐를, 25초에는 여기서 이런 제스쳐를 해야 하고 노래는 이 부분에선 이렇게 불러야 한다'라고 공식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굉장히 불안해 했다. 그런데 데뷔한 후 바뀐 건 어느 정도의 틀을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무대에 서서 팬들과 만났을 땐, 그 틀을 신경 쓰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현장 분위기에 어울리는 게 더 자연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연습은 무조건 열심히, 칼같이 하지만 무대에서는 연습한 건 잊어버리려고 한다. 준비가 미숙했다면 그 역시 무대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피곤하게 연습하지만 무대 위에서는 연습했던 걸 잊고 좀 더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레오가 보여주는 <풀 하우스>의 달콤한 러브스토리는 어떤 모습일까?
그게 가장 걱정이다. (웃음) 지은이가 깡패 두목들에게 잡혀가기 직전 영재가 “멈춰, 지은이를 놔줘” (웃음) 하는 대사가 있는데, 정말 그걸 보는데, (웃음) 나뿐만 아니라 요섭이 형, 하준이 형, 산호 형이 다들 민망해 했다. (웃음) 멋있게 해야 한다. 내가 어색해 하면 안되니까. 하지만 ‘지은이를 놔줘’는 정말 최고다. 실제 공연에서 웃음이 터지거나 흐름이 깨지면 안되니까 연출님이 수정을 해 주시곤 하는데, 그래도 영재의 대사는 바뀌지 않았다. (웃음)

관객들이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장면이 있다면?
영재와 지은이가 풀하우스에서 한 달 간 함께 지낸 후의 삶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서로 틱틱대지만 그 안에서 뭔지 모를 기류가 흐르는 장면이다. 영재가 “여기도 청소하고 저기도 청소해, 넌 글 쓰는 것 보다 청소하는 게 더 잘 어울려” 이런 대사들을 하는데 연출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이 부분에서 날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웃음) 평소에 누굴 놀리는 걸 좋아하고 그러진 않는데 극 안에서는 지은이를 마음껏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요리하는 장면이라 무척 재미있다. 이 장면에서는 애드립도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웃음)

또 영재와 지은이의 결혼발표 기자회견에서 영재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장면이 있다. 이때 부르는 노래도 ‘거짓말 같은 이야기’인데 지은이는 머쓱해 하고 영재는 능청스럽게 자기들이 첫 눈에 사랑에 빠졌다며 거짓말을 하고, 그러면서도 두 사람의 모습에서 둘이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노래들은 어떤가?
뮤지컬이 정말 재미있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는데, 좋은 노래,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공식이나 정답 없이 내가 해석해서 내 느낌대로 부른다는 게 정말 좋다. <풀 하우스> 노래가 워낙 좋아서 노랠 부르면서도 이 장면 정말 좋다, 또 해보고 싶다, 하는 생각을 계속 한다. 다른 사람 연습을 보면서도 ‘해보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데뷔 후 지금까지 쉼 없이 질주해 온 빅스이다. 거기에 레오는 뮤지컬 배우라는 또 하나의 무대를 열었다. 앞으로 그려갈 빅스의 레오, 뮤지컬 배우로서의 레오의 모습은 어떨까?
따뜻한 노래쟁이가 되고 싶다는 게 가장 큰 꿈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보컬리스트가 되겠다, 이런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힘이 들 때마다 노래를 했고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힘들 때 내 노래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으로 곡을 만들고 노래를 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로서는 이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고 설레고 기대가 된다. 일단 첫 도전을 잘 끝내자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 뮤지컬에 대해 너무나 큰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계속 도전해 보고 싶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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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8

  • rageat** 2014.04.09

    인터뷰 보니까 더욱 더 기대가 됩니다. 무대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늘 보면서 감동했는데 이번에 처음 도전하는 뮤지컬도 잘 해내리라 믿어요. 레오 화이팅!

  • ehdus25** 2014.04.08

    인터뷰 잘 봤습니다 풀하우스에서의 이영재역 택운오빠의 모습이 정말 기대되고!! 연기하는 모습이 정말 궁금해요!!곧 풀하우스 하는데 연습열심히하세요!!화이팅!!풀하우스대박!!이영재대박!!레오대박!!!

  • hyuk5** 2014.04.08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지 드러나는 인터뷰네요. 기대됩니다. 가수레오가 아닌 뮤지컬배우 레오를 보러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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