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의 일곱번째 앨범, '루비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영화 음악 ‘헤이헤이헤이’를 ‘예상치 않게’ 히트시키고 1997년 첫 앨범 발매, 이후 11년이 흐른 지금, 자우림이 10여년의 결정체 7집 앨범을 내놓았다.
자우림의 음악은 독특하다. 우울함과 은유적인 상상력, 사랑스러움과 시니컬함을 이들만의 색으로 버무린 그들의 음악은 대중과 마니아를 넘나들었고, 결국 홍대 저 편의 인디 밴드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록 밴드가 됐다. 우리나라에서 10년 이상 인기를 구가하는 록밴드를 찾아보기 힘든 만큼, 자우림의 이번 앨범소식은 많은 이들을 설레게 했음이 틀림없다. 앨범 발매 이후 이들은 여러 방송과 인터뷰, 콘서트 준비로 지난 1년 반 동안 비축한 에너지를 시원하게 풀어놓고 있었다.


Ruby Sapphire Diamond 
 

아마도, 자우림 앨범 중 가장 화려한 제목이 되지 않을까. '루비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화려하고 반짝거리는데다 값 비싼 보석이 제목으로 채택됐다. 6집 앨범의 무거움을 단번에 떨쳐버리려는 의지의 표현인가 했지만 이는 첫번째 트랙 ‘오 허니’에서 따온 가사 중 일부. ‘돈’을 대변하는 씁쓸한 시선이 포함된 것이란다. 왠지, 자우림답다.

“첫 번째 트랙 ’오 허니’는 돈이 더 있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더 사랑해줄까를 고민하는 내용이에요. ‘행복한 왕자’에서도 보석으로 만들어진 동상이 보석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지만 결국에는 비극으로 끝나죠. 변한 건 아무 것도 없고… 이런 질문은 이제까지 계속 해온 주제인데 이번 앨범에서는 전면에 부각되고 있어요.”(김윤아)

    좌측부터 김윤아(보컬) 구태훈(드럼) 김진만(베이스) 이선규(기타)

압구정의 한 카페. 이곳에서 자우림 멤버 김윤아 이선규 김진만 구태훈이 모였다(구태훈은 인터뷰 도중에 합류). 콘서트가 코 앞이고, 여러 스케줄로 갑자기 바빠졌지만 자우림 멤버 중 그다지 예민한 사람은 없는 듯 느긋한 분위기다. 서로 수다 떨 듯 타이틀 곡 ‘카니발 아무르’을 정한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사실 이 노래는 앨범에 안 실릴 뻔 했어요. 우리는 각자 작업을 한 것들 중에 이 노래를 선보였으면 좋겠다 하는 곡을 선별해서 녹음을 하는데, 처음에는 이 노래가 없었던 거죠. 그러다 윤아 컴퓨터 폴더에서 후보에서 떨어진 노래들을 하나씩 들어봤는데 이 노래가 있었어요. 나머지 세 멤버가 만장일치로 반해서 윤아가 다시 곡 작업을 한 거에요.”(김진만)

“카니발 아무르는 멜로디가 화려하고 편곡적으로 복잡해질 거 같았는데 기우였어요. 이런 음악은 자우림 아니면 손대기가 힘들 수 있는 곡이거든요. 음악이 어렵다던가 그런 게 아니라 이미지가요. 자우림만의 색깔로 완성된 거 같아서 굉장히 흡족해요.” (김윤아)

7집 앨범에 관한 에피소드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 앨범이 멤버들간의 기억과 추억을 담은 보석상자라고 이들은 이야기 하곤 했는데, 에피소드도 대부분 이와 관련된다.
“’블루마블’이란 노래가 있는데, 처음 멜로디만 진만이가 멜로디를 썼을 때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가사의 힘이 대단하던데요. 단지 가사만 붙었을 뿐인데, ‘아… 이런 노래였구나’ 했어요. 신기한 노래에요.”(이선규)
“맞아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김진만)
“’반딧불’은 일본 교토에서의 경험을 떠올려 만든 곡인데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멤버들이 알던데요.”(김윤아)
"이 노래를 듣자마자 일본에서 반딧불 번개를 하던게 떠올랐어요."(이선규)


그 사이, 그들은 변화했다

이번 7집 앨범 작업은 보컬 김윤아의 집에서 이뤄졌다. 앨범 작업하면 떠오르는 담배 냄새, 칙칙한 고뇌 대신 쾌적한 환경이 작업 내내 유지됐다고. 이선규가 “윤아네 집은 쾌적하고 만화책 등 볼거리가 많다”라고 운을 띄우자, 김진만은 “배고플 때 즘 저절로 먹을 게 나타나고, 비타민이 부족하다 싶으면 귤이 모습을 보였다”고 장난스럽게 웃는다. “꼬마가 허락한다면 다음에도 윤아네 집에서 하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보컬 김윤아의 집에서 앨범 작업을 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지난해 태어난 그녀의 아기 때문일 것. 최근 몇 년간 자우림의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보컬 김윤아의 결혼과 출산일 거다.  엄마가 된 후, 그녀는 큰 변화를 겪었다. 정신적인 충만함과 함께 육체적인 과로 같이 부모가 겪어야 할 통과의례를 김윤아도 피하지 못했다. 아기를 안느라 손목이 아파 방송에서 기타를 연주하지 못한 에피소드도 있다. 하지만, 얼굴은 너무 밝으니 엄마는 엄마다. 아이가 커서 어떤 사람이 됐으면 하냐고 묻자 “부모로서 작은 바람이 있다면 장동건씨 같은 국민 배우가 됐으면 한다”며 깔깔 웃는다.

변화를 겪은 건 김윤아뿐만 아니다. 그 동안 다른 멤버들도 바쁜 나날이었다. 이선규는 김C와 프로젝트 밴드 ‘페퍼민트’를 결성, 음반을 냈고 김진만은 영화음악 작업을 했다. 구태훈은 사운드홀릭이란 레이블을 운영하며 인디밴드를 발굴했다.
사적인 변화는 없었나요? 묻자 셋 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사적인 생활의 노출에 윤아가 앞에 나서는 게 미안할 따름”이라며.


대중과의 교집합은 '운'

데뷔 11년 차 중견 록 밴드. 그들은 데뷔할 때 이렇게 인기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애초에는 앨범 한 장과 라이브 앨범 발매가 목표였다. 그들의 음악은 항상 팬들의 기대를 벗어(?) 나고는 했다. 그래서 자우림 앨범이 홀수는 밝고 짝수는 어둡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팬들의 예상을 뒤집어 온 것도 사실. 하지만 ‘자줏빛 비가 내리는 숲’이란 뜻을 가진 이름만큼 이들의 노래는 대부분, 보랏빛이었다. 그러다 ‘하하하송’같이 신나는 곡이 나오곤 하지만. 그들만의 음악세계와 대중에 대한 의식을 어떻게 조율하냐고 묻자 '하고 싶은 음악을 했을 뿐'이라는 대답이다.

“우리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기 이전에 듣는 사람이에요. 사실 크게 고민하지 않고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다 보니까 대중과 교집합이 생기더라고요”(이선규)
“앨범을 낼 때 마다 ‘덜 대중적이지 않나’라는 소리를 매번 들었어요. 대중적이다, 아니다는 만드는 사람이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닌 거 같아요. 복불복(福不福), 한 마디로 운인 거 같아요.”(김윤아)

이들이 처음 만난 것 자체가 어쩌면 행운인지도 모른다. 넷이 모두 모인 건 자우림으로 데뷔하기 전, 홍대 클럽에서다. 구태훈과 김윤아는 93년부터 밴드 활동을 하고 있었고, 이선규와 김진만도 95년부터 함께 음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김진만이 ‘어떤 여자 아이가 건반을 치다가 나와서 노래도 부르더라’라는 소식을 전해 듣고 직접 김윤아의 무대를 본 뒤, 밴드결성을 제안했다. 이들은 "너무 노래를 잘해서 반했다"고 회상하기도.



이후 자우림은 별다른 욕심 없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해왔다. 그게 장수 비결이라면 비결. 의견 차이가 생기면 다수결로 문제를 해결해 버리는 이들의 심플한 방식도 한 몫 했다. 게다가 “한번도 납기일을 지키지 않은 적이 없는” 밴드이기도 하다. 다른 가수들이 6개월 길면 1~2년이 늦어지는 앨범 마스터링을 자우림은 한 번도 늦은 적이 없다. “음악 작업을 해 본 분들이 들으면 놀랄만한 일”이라고 한다.


서로의 팬이 되어가다

7월 초 콘서트를 앞두고, 자우림은 생각지 못한 고민에 빠졌다. ‘어떤 노래를 넣고 뺄 지’에 대한 거다.
“이번에는 프로그램 짜기가 힘들었어요. 뭘 어떻게 빼야 하나… 7집 앨범 노래를 다 들려주고 싶은데 공연이란 게 와서 노는 거잖아요. 모두 신곡으로만 할 순 없어서 이건 꼭 넣어야겠다 하는 음악만 추렸는데, 그래도 꽤 많아요.”(김윤아) 

여기에 기타리스트 이선규의 한 마디. “우리 공연 한 번 밖에서 보고 싶은데…그럴 필요가 있는 거 같아요.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곤 하거든요. 일례로 최근에야 사람들이 왜 김윤아 김윤아 하는 지 알았어요. 윤아가 솔로앨범 할 때, 객석에서 보면서 알았거든. 저런 색깔이었구나. 팬이 되는 거죠. 항상 함께 무대에 서면 잘 몰라요.”
“그럼….유체이탈을 하면 될 거 같은데”(김윤아)
“눈에다 긴 특수 렌즈 장치를 하는 거야”(김진만)
"쉬는 동안 각자 활동하면서 서로의 팬이 되버리는 거죠."(구태훈)

인터뷰가 끝날 때 즈음 새삼 각각의 캐릭터가 궁금해지고 말았다. 모두 범상치 않은 기운이었으니까. “아무래도 이런 건 내가 제일 나은 거 같다”라며 김윤아가 나선다.
“진만 오빠는 허무주의자인 동시에, 로맨티스트고 굉장히 엘리트인 동시에 집시인 사람이에요. 선규 오빠는… 기타리스트로 태어난 사람 같아요. 음악을 하지 않았으면 사회에 적응 못했을 거에요. (웃음) 그리고 태훈 오빠는 라이브클럽과 인디밴드를 양성하고 프로모션을 하는데…드러머보다 그 일이 더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웃음)”

그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행복하게 음악만 생각할 수 있게 해 준 팬들이 고맙다. 그래서 더 즐겁고 행복하게 음악을 만든다. 확실한 건, 자우림의 현재와 미래는 이들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더 없는 즐거움을, 제 2의 자우림을 꿈꾸는 록 밴드들에게는 좋은 자극이 될 것이란 사실이다.



글 : 송지혜 기자(인터파크ENT song@interpark.com)
사진 :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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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A** 2008.06.30

    자우림노래가좋습니다가수도좋습니다앨범도좋습니다콘서트대박나세요자우림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