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오는 <유도소년> 열혈남아, 박해수 홍우진 박훈

2014년 화제의 중심에 서 있던 연극 <유도소년>이 다시 돌아온다. 고교 운동선수들의 꿈과 사랑, 우정을 그린 이 작품은 지난 초연 당시 입소문을 타고 흥행 돌풍을 이어갔으며 연장공연도 일찌감치 표가 매진되어 발을 동동 구른 이들도 많았다.

한때 유망주였던 고교생 유도선수 경찬이 슬럼프를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의 박수와 눈물을 훔치기도 한 <유도소년> 흥행 돌풍의 주역 홍우진, 박훈과 더불어 이번 재연의 흥행을 책임질 새로운 유도소년으로 캐스팅된 박해수가 한 자리에 모였다. 가장 바쁜 박훈의 스케줄에 맞춰 저녁 7시에 스튜디오에 모인 이들은 그동안의 고된 훈련은 잠시 잊고 신나게 촬영을 이어갔다. 틈틈이 셀프 카메라도 잊지 않은 채.

오랜 시간 슬럼프로 힘들어하던 홍우진은 모처럼 밝은 얼굴로, 늘 선 굵은 연기만 해오던 박해수는 물 만난 고기처럼 “즐겁다.”라고 입을 모으고, 이에 뒤질세라 박훈은 “아직 끝나게 아니라고,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잘생기고 웃기고 이상한 이 조합의 유쾌한 인터뷰를 전한다.

이제 다시 유도복을 입을 시간


홍우진: 처음에 다시는 안 하려고 했어요. 안 한다고 했는데, 단체 채팅 방에서 자기들끼리 한다고 엄청 떠들고 있더라고요.
박훈: 맞아요. 우진 형은 안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우진 형을 꼬시지 말고 가만히 두면 자기 스스로 내적 갈등을 승화시키고 결국에는 “그냥 할게” 그럴 거라고 내버려뒀어요(웃음).
홍우진: 내가 빠져버려도 얘네들은 신나게 놀 텐데, 그럼 나는 어정쩡한 자세로 지켜만 봐야 될 텐데 그게 되게 싫더라고요. 그렇게 갈등하던 차 그때쯤에 아빠가 돌아가셨어요. 돌아가시기 전에 본 마지막 공연이 <유도소년>이었는데 아빠가 되게 좋아하셨거든요. 첫 장면에서 종이 울리고 조명이 켜지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셨대요. 아들이 맨날 집에 늦게 오고 대체 뭘 하는지 몰랐는데 여기서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었구나’라고 행복해하시면서도 슬퍼하셨대요. <유도소년>을 아빠가 마지막으로 보신 거니까 나도 마지막으로 열심히 해보자라고.

박훈: 우진이 형이나 저한테는 동기부여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정말 저도 '이번이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끝내고 싶어요. 초연 당시 정말 과분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 있었기 때문에 과연 어떻게 해야 나태해지지 않고 원래 보여드렸던 모습을 보여드리느냐가 제일 관건인 것 같아요.

그리고 새로운 팀의 (임)철수한테 이런 얘기를 했지만 "앞으로 나이는 점점 들어갈 거고 몸을 써서 연기할 수 있는 나이는 물리학적으로 정해져 있다. 네가 아마 이 작품 이후에 그런 것들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나이가 순식간에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정말 몸과 마음을 불태워서 하는 것에 아까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좀 다치거든 어때, 득달까지 달려들어서 해봤으면 좋겠다."라고. 나는 이 작품을 하면서 느꼈던 게 그런 거거든요. 그래서 지난 번 초연에는 정신없이 달려왔다면 이번에는 하나하나 짚고 정확하게 마무리 짓고 싶어요. 그럼 그때서야 ‘정말 끝났구나’하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박해수: 저는 이 작품이 전환점이 될 것 같아요. 진짜로 하고 싶었거든요.
박훈: 인터뷰에 전환점이란 너무 많이 들어가면 옳지 않은 것 같아.
박해수: 알았어.
박훈: 팔색조, 전환점, 터닝포인트, 연기변신 이런 거 쓰지마, 지금부터 금지야(웃음).
박해수: 이 작품이 초심을 이야기하고 있고 같은 나이 대 친구들과 땀 흘려서 할 수 있는 작품이잖아요. 그래서 저뿐만 아니라 새로 합류하는 배우들 각자가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몸은 아프지만 굉장히 즐거워하면서 하고 있어요.

박훈
: 뉴팀은 정말 즐거워하고 있는 것 같아. 얼마 전에 해수가 술 취해서 저한테 밤에 전화를 했어요.
즐겁다고. 너무 좋다고. 저도 개인적으로 해수를 모르기 전에 해수 공연을 봤는데 개인적으로 궁금했어요. 저렇게 선이 굵은 친구가 과연 이 <유도소년>에 와서 이런 일상적인 연기를 했을 때 어떤 것이 나올까. 해수한테는 센 역할만 주어지니까 <유도소년>이 어떻게 보면 본인에게 휴식을 줬나 봐요. 그래서 아까 해수도 전환점이란 표현도 썼고. 그런 느낌이 스스로 드니까 그게 너무 즐겁나 봐요.

홍우진
: 진짜 뉴팀은 엄청 신나고, 재미있어요. 기존에 하던 배우들이 정신 단단히 차리지 않으면 큰일이다.


누가 봐도 내가 동안

박훈: 해수가 대답할 겁니다.
박해수: 고등학생 연기 충분하죠. 무슨 문제 있나요?
박훈: 지난 초연 때 기자 프레스콜 하는 날 순간적으로 나온 즉흥 대사였는데, 기자들이 빵 터지더라고. 그때 저랑 같이 했던 분이 차용학 배우인데 저는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그 친구도 소스라치게 동안은 아니거든(웃음). 그런데 해수가 들어오면서 그런 논란에서 되게 자유로워졌어요. 그래서 해수가 대답하는 걸로.
박해수: 제가 누군가한테 마음의 휴식을 줬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요. 그런데 우진이 형이 우리보다 형인데도 동안이란 말이에요.
홍우진: 그러니까 평소에 비타민 C를 열심히 먹으란 말이야.
박해수: 4개씩 먹는단 말이야.
박훈: 형, 우리가 안 먹는 것 같지? 우린 형보다 더 좋은 거 훨씬 많이 먹고 자란 사람들이란 말이야.
박해수: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럴 수도 있어.
박훈: 나는 홍이장군도 먹는다고.
박해수: 어느 날 연출님이 간단하게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도복에 전북체고라고 나와 있으니까 상관하지 말라.”고. 그래서 마음이 좀 놓여요.

재미있어하니까 승부욕이 생겨

홍우진: 유도는 훈이가 제일 잘해요.
박훈: 우진 형은 몸을 잘 써요. 운동신경이 좋아요.
홍우진: 아니에요. 저는 그냥 잘 다쳐요.
박훈: 우진 형은 유연성이 좋고, 해수는 힘이 좋아요. 봐 봐요. 기골이 장대하잖아요.
저는 어렸을 때 태권도를 해서 감각이 좋아요(웃음). 상대방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거기서 나오는 미묘한 기싸움을 좋아해요.
홍우진: 난 혼자 하는 운동이 좋아. 기계체조나 춤 같은 거.
박해수: 나는 승부 보는 거 별로 안 좋아해.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유도소년>하면서 승부욕이 생겼어. 어떻게 해야 넘길 수 있는지 알고 싶더라고요. 재미있어하니까 승부욕이 붙은 것 같아.


올인


홍우진: 97년도에 나는 여자에 빠져 있었어(웃음). 나를 무척이나 힘들게 하던 그녀 때문에 노래방가면 항상 터보의 '러브 이즈'를 부르면서 울었지.
박해수: 난 학교를 좀 많이 빼먹고, 많이 놀았어. 나쁜 짓 한 것도 아니고 방황한 것도 아닌데 공부도 하면서 친구들이랑 여기저기 여행을 많이 다녔어. 바다를 되게 많이 갔던 것 같아.
박훈: 난 아르바이트. 농사 아르바이트가 수입이 나름 짭짤했거든. 그런데 숭고하게 퇴비 날라서 고작 한 게 뭔 줄 알아? 문정동 상설할인매장가서 <남자 셋 여자 셋>의 송승헌이 광고하던 스톰 옷 사는 거 였어. 30일을 퇴비 냄새가 배겨 가면서 번 돈으로 스톰 코드에 다 때려 박았었지.
박해수: 291513?
홍우진: 문정동이면 진짜 멀리도 왔었다.
박훈: 그때 강원도에서 문정동 갔다 다시 강원도로 가는 건 거의 미국 가는 시간이랑 비슷해. 청량리에서 환승을 한 4번씩 한 것 같아.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옷을 서울에서 입었으면 누군가가 알아봐 줬을 텐데 시골에서는 입어도 뭔지를 몰라요. 스톰인지 김민재인지 나만 아는 거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거(웃음). 

슬럼프

박해수: 경찬의 슬럼프가 많이 공감돼. 그동안 해왔던 작품들에 설레지 않은 적이 단 한번도 없는데, 난 열심히 해왔다고 자부하는데 어느 순간 그냥 흘러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내가 정말 즐거웠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 그래서 <유도소년>을 하게 된 것이 사실 그 이유 때문이야. 지금의 나를 바꾸고 싶어서.

홍우진: 2013년 말부터 2014년까지 너무 힘들었어. 몸과 마음 여러 가지로. 겉으로는 말을 잘 못했는데, 지금은 많이 극복된 것 같아. 지나고 보니 그런 시기가 살면서 필요하더라고. 스스로 인지를 못하면은 병이 될텐데. 나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니까 생각보다 쉽게 넘어간 것 같아.

박훈: 데뷔를 코미디스러운 역할로 하다 보니 20대 후반에 계속 그런 역할만 들어왔어. "너는 웃기니까 이런 거 해." 나도 다른 색깔의 연기, 다른 결의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사람들에게 보여지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힘들었지. 아무도 믿어주지 않기 때문에. 내가 가진 능력이 여기까진가 보다. 이렇게 흐르다가 없어질 건가 보다.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어. 그래서 그때는 정말 공연장에 가기 싫어서 엄청 지각을 많이 하고 다녔어.

그때 정상훈 형이 어느 날  "난 널 너무 좋아하는데 네가 계속 이런 식으로 하면 나는 너를 계속 좋아할 수가 없어. 네가 하는 고민이 뭔지 나도 알아. 그 시간을 견뎌내면 분명히 또 다른 기회가 올 거야."라고 했는데 그 말이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아. 그 형은 기억하지도 못할 말이지만 나에게는 인상 깊게 남았지. 그 시기를 넘기니까 <유도소년> 같은 작품도 만나고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더라.


나의 우상, 무조건적인 믿음에서 출발하는 것.

홍우진: 극단 차이무의 성민이 형. 대학로에 처음 데뷔할 때 <쉬어 매드니스>를 같이 했는데 언제 만나도 변하지 않은 좋은 배우인 것 같아요. 2007년인가 처음 만났을 때 형님이 마흔 살인가 됐는데 ‘나도 마흔에는 형님 같은 배우가 되자’라는 게 목표였어. 형님이 워낙 바쁘니 이제는 같은 작품 하려면 내가 영화배우가 되는 수밖에 없어(웃음).

박훈: 아무것도 모를 때는 TV에서 나오는 배우들이 멋있어 보였어요. 하지만 연극을 해보니까 그냥 아주 아무것도 아닌 일상적인 것이 되게 위대해 보일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유부남인데 연극을 한다, 그 자체로도 되게 위대해 보여요. 사실 많은 희생이 없으면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자기 길을 묵묵히 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무책임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결코 무책임한 것이 아니라 자기의 가정을 살리기 위해 다른 쪽으로 투자를 하고 시간을 쪼개 연극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렇게 위대한 사람들이 지척에 깔렸어요. 내가 하루하루 겪어보니까 ‘내 옆에 동료, 선후배들이 엄청나게 위대한 일을 하고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극 중에 태구가 경찬을 무조건적으로 믿어주잖아요 "경찬 선배님은 금메달도 탔었어. 잘 할꺼야."라면서. 우상이라면 그런 것 같아요. 믿음에서 출발하는 것 같아요.

박해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이석준 선배님. 여러 면에서 후배들 챙기는 마음이나 작품을 접하는 마인드, 사회를 바라는 보는 태도도 그렇고 모든 이들에게 사랑이 많은 배우에요. 그리고 손현주 선배님. 항상 이야기하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만나고 싶어요.


2015년 나의 소망은

홍우진: 1년 반 정도를 몸이 힘든 공연을 해서 이제는 말로만 떠드는 작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이제 제가 가장이 되고 나니까 조금 더 벌어서 엄마 편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생활비를 팍팍 드릴 수 있도록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요(웃음).

박훈: 영화든 드라마든 배우로서 여러 가지 길로 확장해보려고 개인적으로 추진 중이에요. 그래서 올해는 공연보다 다른 분야로의 일이 많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예전에는 엄두가 안 났는데 이제는 도전해 보고 싶어요. 저는 말하면 이뤄진다고 믿어요. 작년에 한 해를 정리하면서 2014년 목표가 뭐였나 생각해보니까 '유부남이 된 것처럼 일하자' 였어요. 제 작품 역사상 가장 많은 작품을 올린 한 해였고 그 여파가 지금 여기까지 와 있고요(웃음). 올해는 좀 더 나아갈 수 있는 다른 분야에서도 배우가 돼보고 싶은 게 꿈입니다.

홍우진: 그런데 우리는 언제쯤 안 피곤하게 살 수 있을까? 한 작품하고 천천히 쉬면서 다음 작품 검토할 수 있는 그런 여유 말이야.
박훈: 우리에게는 욕심이겠지? (웃음) 난 유명해지지 못할 것 같아.
홍우진: 3년을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도 달라진 건 없고, 모아둔 돈도 없고.
박해수: 신기해.

박훈: 그런 의미에서 연극이 부흥했으면 좋겠어요. 배우가 라이브로 나오는데 4D 영화보다 연극이 싼 건 문제가 있지 않아요? 4D 영화는 팝콘까지 플러스하면 4만원인데 연극은 할인해서 만 오천에 보는 건 사람들이 아까워합니다. 그건 굉장한 아이러니에요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서 앞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데 그것이 그 영화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적이 효과보다 못하다고 하는 것은 그 가치로서도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연극이 부흥돼서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홍우진: 저는 영화 배우가 돼서 연극이 부흥하면 다시 돌아오려고요(웃음).
박훈: 저도 형과 같이 기계적 효과에 나오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웃음).

박해수: '배우집단'이라는 극단을 하는데 올해는 공연을 꼭 올리는 것과 이제 나도 나이가 있으니까 집에 경제적으로 도움을 드리고 싶고 가능하다면 가정을 이루고 싶어요. 물론 영화도 하고요(웃음).

홍우진: 그럼 우리 다음 계획은 다 같이 영화에 나오는 걸로?
(일동 웃음)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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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2

  • noru71** 2015.01.27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기사도 넘 재미나고 배우들의 개성이 묻어나는 사진들도 넘 멋지고 멋져요!!! 더욱 기대되는 유도소년!!!!

  • smj09** 2015.01.26

    돌아온 유도소년 파이팅입니다!!!+_+글구 꼭 영화에서도 배우님들 많이 많이 볼 수 있었음 좋겠어요ㅎㅎㅎㅎ 홍우진배우님 사...ㅅ..아니 좋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