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편히 오줌도 못 싸?” <유린타운> 월요쇼케이스 현장

‘월요일에도 쇼는 계속된다!’를 모토로 진행 중인 인터파크씨어터 월요쇼케이스의 네 번째 무대는 2005년 공연 이후 10년 만에 돌아오는 뮤지컬 <유린타운> 팀이 꾸몄다. 지난 27일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이번 월요쇼케이스는 열 아홉 명의 배우들과 김문정 음악감독을 비롯한 <유린타운> 제작진, 그리고 천여 명의 관객들이 모인 가운데 시종일관 경쾌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소수의 부자들이 ‘오줌 눌 권리’를 독점한 가상의 마을에서 펼쳐지는 유쾌한 풍자와 노래는 일부 장면만으로도 오는 17일 열리는 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약 한 시간 반 가량 펼쳐진 이날의 쇼케이스 현장을 만나보자.

“관객들과의 첫 만남 설레요”
“<유린타운>으로 첫 인사를 드리는 자리라 긴장되고 설렙니다. 제가 그동안 했던 작품과 많이 달라서 혼란도 많이 겪었고, 아직 연습기간이 남아 있어서 오늘 얼마나 완성도 있는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희들이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중간점검도 할 겸 열심히 보여드리겠습니다.”

쇼케이스에 앞서 배우들이 분장을 하고 있는 대기실을 찾았다. 이번 공연에서 주인공 바비 스트롱을 맡은 김승대가 관객들과의 첫만남에 대한 설렘을 표하자 그와 같은 역할을 맡은 정욱진이 “본공연은 쇼케이스보다 더 재미있을 테니 많이 보러 와주세요.”라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들이 맡은 바비 스트롱은 유료화장실 관리자 페니 와이즈의 조수로, 물과 화장실을 독점한 기업의 횡포에 맞서 저항에 나서는 인물이다.

바비 스트롱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사랑스러운 여인 호프 클로드웰은 아이비가 맡았다. 일찍부터 분장을 마친 아이비는 상기된 목소리로 “<유린타운>은 블랙코미디로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인데, 약 10년 만에 이렇게 무대에 오르게 됐어요. 호프 역할로 첫 무대에 서는 날이라 너무 떨리네요.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유린타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유린타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드디어 저녁 8시, 극중 록스탁 순경을 맡은 김대종의 사회로 쇼케이스의 막이 올랐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세 차례의 공연 후 10년 만에 찾아오는 <유린타운>은 물 부족으로 황폐해진 '유린 타운(Urine Town, 오줌 마을)'에서 벌어지는 화장실 독점기업과 가난한 군중들의 대립을 그린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10년 전 강필석, 문종원, 김경선 등이 출연해 독특한 설정과 유쾌한 현실풍자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작품으로, 이번 쇼케이스는 10여년 만에 이 작품의 면면을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이날 무대에서는 서곡을 시작으로 ‘유린타운(Urinetown)’ ‘캅 송(Cop song)’ ‘팔로우 유어 하트(Follow your heart)’ ‘잇츠 어 프리빌리지 투 피(It’s a privilege to peeprivilege to pee)’ 등 아홉 곡의 넘버와 해당 장면이 펼쳐졌다. 김승대, 아이비, 정욱진을 비롯해 최정원, 성기윤, 이경미, 김대종, 이동근 등 열 아홉 명의 배우들은 아직 3주간의 연습기간이 남았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줬다.

김문정 음악감독이 이끄는 5인조 밴드의 연주도 무대를 풍성히 채웠다. 키보드, 콘트라베이스, 드럼 등의 라이브연주와 함께 펼쳐진 음악은 흥겹고 세련된 멜로디로 극중 펼쳐지는 유쾌한 풍자극과 잘 어울렸다.



특히 돋보인 것은 부조리한 사회상을 꼬집는 대사들이다. 유료화장실의 관리자 페니 와이즈는 화장실을 사용하게 해달라는 가난한 주민들의 간청에 “쉬를 하려거든 돈을 내야 해. 공짜로는 눌 수 없어. 만약 그냥 싸면 체포한다네. 보석금도 소용없어.”라 냉정히 거절하고, “부자들은 더욱더 부자가 되고 가난뱅이는 더욱 가난해.”라고 노래한다. 유린타운의 물과 화장실을 독점한 ‘쾌변주식회사’의 사장 클로드웰이 딸을 가리키며 “언젠가 이 애는 바로 내 자리에 오게 될 거니까!”라고 노래하는 모습은 번번히 일어나는 재벌의 세습경영을 떠올리게 했다.

최정원, 성기윤, 이경미 등 탄탄한 실력을 자랑하는 중견배우들은 작품의 든든한 구심점 역할을 했다. 성기윤과 이경미, 이동준은 <유린타운>의 초연에 참여했던 배우들로, 이들이 10년 만에 돌아오는 무대에서 보여줄 한층 원숙한 연기도 기대를 모은다.

장면 시연 다음으로는 배우들이 관객들의 질문이 적혀 있는 메모지를 골라서 읽고 답하는 Q&A 순서가 이어졌다. 첫 번째로 나선 김승대는 “우리나라에서 <유린타운>처럼 현금을 내고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면 얼마 정도 낼 의향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 “요즘과 같은 나라라면 내지 않겠다.”고 답해 객석의 웃음과 호응을 이끌어냈다.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풍자가 극중에서뿐 아니라 무대와 객석에서도 재기 발랄하게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객석과 배우들 간의 문답은 아래에서 만나보자.


<유린타운> Q&A

Q <유린타운>이 가진 치명적인 매력은?

정욱진: ‘색다름’인 것 같아요. 연습 초반에는 예전에 해왔던 방법대로 작품에 접근하다 보니 힘들더라고요. 그때 연출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을 내려놓고 다른 시각으로 작품을 볼 줄 알아야 한다”에요. 그래서 그렇게 연습을 하고 있어요. 제가 평소 < SNL 코리아>를 즐겨보는데, 이 작품이 < SNL 코리아>같은 뮤지컬입니다.

Q 최정원 배우는 강렬하고 카리스마 있는 화장실 관리자를 연기하는데, 솔로곡 ‘잇츠 어 프리빌리지 투 피’를 소화하는 자신만의 비법은?
이경미: 제가 질문을 골랐으니까 제가 대답할게요. 독특한 카리스마는 원래 최정원 씨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라서 아무도 감당할 수 없죠. 그런데 사실 최정원 씨가 여태까지 맡은 역할 중에 이렇게 성격이 강하고 악한 역할이 없어요. 이번에 처음으로 악한 역할을 하는데도 굉장히 잘 어울리는 거에요.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카리스마가 있어서 달리 연구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Q 아이비 언니, 변비가 있다고 하시던데 해결은 시원하게 하셨나요?
아이비: 제가 변비로 유명합니다(웃음). 제가 뷰티 프로그램 엠씨를 맡고 있다 보니까 변비에 대해서 언급을 많이 했어요. 근데 <유린타운>을 하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쾌변하고 있습니다(일동웃음).

Q 성기윤 배우는 다시 <유린타운>을 하게 돼서 감회가 새로울 듯 합니다. 소감 한 말씀 해주세요.
성기윤: 매번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저한테 오는 질문은 참 무거워요. 제 이미지가 그런 걸까요?(웃음) 이번이 세 번째 출연입니다. 처음엔 스트롱 노인을 했었고 앵콜공연에서는 록스탁 순경을 했고, 지금은 클로드웰로 계속해서 신분상승을 꾀하고 있는데요(일동웃음), 극 속에서 매번 새로운 역할로 올라가고 있어서 기분이 좋고, 할 때마다 참 재미있고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웃음).



Q ‘신시공무원’ 아이비에게 묻습니다. 아이비에게 신시(신시컴퍼니)란?
아이비: 친정?(웃음) 영원히 떨어질 수 없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제가 데뷔 때부터 신시컴퍼니 뮤지컬을 계속 하고 있는 걸 아실 거에요. 저도 다른 데에 한 번쯤 가보고 싶습니다(일동웃음). 그런데 제가 신시랑 인연이 있나 봐요. 신시에서 하는 작품들이 시기적으로도 저와 잘 맞고, 역할도 저와 어울려서 이렇게 ‘신시공무원’이란 별명이 붙었는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웃음).

Q 각자 생각하는 <유린타운>의 매력은?
이동근: 더러운 게 매력인 것 같습니다(일동웃음). 음악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이정수: 굉장히 멋진 작품인데요, 기본적으로 담고 있는 것이 B급 정서입니다. 누가 보면 천박하다고 느낄 만한 주제와 양식인데, 사실은 굉장히 무거운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B급 정서로 잘 풀어낸 고급 블랙코미디죠. 제가 <원스>에 이어 이 작품을 하게 됐으니 비교를 해보자면, <원스>는 현실 안에 들어간 판타지가 너무도 달콤한 작품이었고, <유린타운>은 판타지에 들어온 현실이 너무 쓴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일동박수).



이어 좌석번호를 추첨해 관객과 배우 전원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포토 이벤트와 배우가 뽑은 숫자의 좌석에 앉은 관객들에게 <유린타운> 티켓을 증정하는 럭키 넘버 이벤트가 진행됐다. 이날 행운의 주인공은 각 열의 38번 자리에 앉은 모든 관객들. 통 큰 이벤트에 관객 모두가 환호의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배우 전원이 나와 ‘런 프리덤 런(Run freedom run)’을 열창했다. 자유와 사랑, 평화를 꿈꾸는 유린타운 주민들의 소망을 담은 이 곡은 이들이 어떻게 난관을 헤쳐나갈지, 본공연의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다시 한번 자아냈다. 이들의 이야기는 오는 17일부터 8월 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 영상편집: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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