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4색 전시회 탐방

사각 프레임에 갇혀 요지부동 하는 그림은 싫다. 본 적은 있는데, 유명은 하다던데, 굉장히 좋은 뜻이 있다던데 도대체 마음 깊이 즐기기에 어려웠던 미술 전시회. 하지만 여기, 우리들을 더욱 낯설게 했던 ‘전시’의 고매한 틀을 스스로 벗어 던지고, 온 몸 구석구석 오감을 침략하는 발칙하고 기발한 전시회가 달려오고 있다. 내 아이들과 함께, 방학 맞은 친구들이 모여서, 또 그녀와 그의 손을 잡고 기꺼이 가기에 안성맞춤인 개성 넘치는 전시회 네 곳. 우연히 들어갔다가도 두 눈이 휘둥그레져 나올 반가운 그 전시 현장을 탐방해 본다.


애니매이션 친구들이 튀어나왔다! <픽사애니메이션 20주년기념전>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는 아이들을 잠시라도 가만히 묶어 두기 위해(?) 조카들을 상대로 많이 써 먹었던 방법, 애니메이션 비디오 틀어주기. 너무 많이 봐서 꿈 속에서 같이 놀았다는 조카들과 그 옆에서 같이 봐 나도 덩달아 마니아가 되어버린 픽사의 애니메이션들이 화면 밖으로 나왔다. 픽사 20주년을 맞이하여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시작된 <픽사애니메이션 20주년기념전>이 한국에 상륙한 것.
 






















전시장 안에 들어서면 <몬스터주식회사>의 털복숭이 몬스터 설리와 애꾸눈 마이크가 관람객들을 먼저 반긴다. 꺄악~~. 귀여움과 신기함의 비명이 다 큰 어른들 입에서 먼저 나온다.

<벅스 라이프>, <토이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등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픽사 2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는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기까지 거쳐야 하는, 수 많은 아티스트들의 수 천만 가지 과정들이 스케치와 채색 페이퍼로 선보여진다. 화면에서 뛰어 노는 주인공의 한 장면이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을 기약하는 장대한 과정 속에 탄생함을 깨달을 때 감탄이 절로 나온다.

토이스토리의 우디 보안관, 벅스라이프의 곤충들, 인크레더블의 에드가 탄생하는 과정을 놓치면 안되지~!


 



                
무엇보다 엄지손가락을 들어주고 싶은 곳이 바로 아트스케이프.

주최측은 한국전시를 위해 특별히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을 담은 11분짜리 영상을 만들어 와이드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함께 마련된 푹신하고 넓은 개별 소파는 힘을 쫘악 빼고 누울 수 있을 정도로 안락하여 관람 중 최고의 쉼터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




즐기기 요령~
1. 작품 설명 오디오 가이드를 무상으로 빌려 준다. 전시장 입구에 있는 대여 부스를 놓치지 말길.
2.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 체험교실이 매우 유익하다. 1천 원만 내면, 어린이들이 점토를 통해 캐릭터 배치 등을 만들거나 그림 그리기를 통해 애니메이션 기법을 체험할 수 있다. 자신이 만든 작품이 자기 선물이 되는 것은 당연!


앵글을 통해 한국의 지금을 본다 <매그넘 코리아>

앙리 까르티에르 브레송 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예술 사진가들도 다수 동참하고 있는 모임 매그넘 포토스, 전세계에 있는 매그넘 소속 회원들 20명이 작년 한해 동안 한국의 이곳저곳을 찍었다. <매그넘 코리아 전>에는 리포터와 예술가의 융합이라는 매그넘의 특성처럼, 객관적인 한 컷의 사진 속에 한국을 보는 작가의 시작이 강하게 번져있다. 매그넘 역사상 단일 프로젝트로서 최다 사진작가가 참여한 초대형 전시라는 것이 특징.

20여명의 작가의 작품이 개별 공간에 분류되어 작가 개인의 예술색을 드러내고 있는 ‘작가전’을 보고 나면, 한국의 종교, 문화, 도시, 자연, 삶, 사랑, 사회 등 8개 주제에 관한 기록을 담은 ‘주제전’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프랑스 작가 브뤼노 바르베의 이 사진 안에는 생명이 살아 숨 쉬고, 그 생명을 바라보고, 또 다른 생명이 잉태 중이다.

미국 작가 엘리엇 어윗은 한국의 스타들을 앵글에 담았다. 친숙한 그들이 무척이나 새롭다.


 
영국인 이언 베리가 포착한 이 장면엔 두터운 겨울과 화사한 꽃의 봄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바쁘고 분주함 속에 나는 사람냄새.








즐기기 요령~
벽에 걸린 사진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면, 전시장 곳곳에 놓인 노트북을 활용해도 좋다. 전시 사진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우와아아 그림이 말을 한다~ <살아있는 미술관>

벽에 걸린 명화에서 주인공이 말을 건다. 큐레이터의 일목요연한 설명보다 이해는 쏙쏙, 재미는 듬뿍, <살아있는 미술관> 전은 지난 3월 전시관을 오픈하면서 에듀테인먼트 전시를 표방하고 있다. 미술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전시의 모토처럼, 힘들여 안내판의 설명을 읽지 않아도, 사전 지식이 없어도 작품과 배경에 대한 설명을 작품 속 주인공들이 살아 움직여 들려 준다.

‘신들의 세계’ 코너에서는 아기 예수의 탄생이 영상 퍼포먼스로 재구성되어있다. 화면이 투영되던 흰 막에 손으로 그림자를 만들면 날아다니던 새와 천사들이 그림자를 따라 몰려온다.

브뢰겔의 작품 ‘네덜란드 속담’과 속담이 결합했다. 퀴즈로 주어지는 속담과 어울리는 캐릭터를 스크린에 비친 그림 위에 ‘터치’하여 맞추는 ‘그림은 기록이다’ 코너는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 역시 어느새 몰두하게 된다.

즐기기 요령~


1. 무엇이든지 모나리자에게 물어보세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작품 속 모나리자가 손을 흔든다. 관람객들이 그림 앞에 다가오면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등 먼저 인사를 건네는 모나리자를 보고 놀라지 말 것! 또한 작품에 대한 어떠한 질문도 물어보면, 척척 대답도 해 준다.

2. 밤의 카페테라스의 주인공이 되자
전시장 가장 마지막 코너에는 반 고흐의 작품 속 배경인 ‘밤의 카페테라스’의 장면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프랑스 아를 지방의 한 카페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처럼, 까만 밤에 반짝이는 별이 총총, 노란 천막이 드리워진 카페 테이블에 앉아 사진 한 장 찍어보는 건 어떨까?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에 마음이 설레네~ <세계 미술 거장 전>

제목은 고루하다. 기말고사나 방학숙제가 떠오르는 제목이지만, 알고 보면 ‘이보다 더 내게 가까울 수 없는’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어 놀라고 만다. <세계 미술 거장 전>은 근, 현대 세계 미술 거장들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 말고도, ‘판화’ 작품만을 오롯이 모아 두고 있다는 점이 색다르다. 마티스, 피카소, 그리고 앤디워홀까지 미술에 문외한 인 사람들에게도 살짝 아는 척 할 수 있는 유명한 작가들의 판화작 140여 점이 전시 중이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종교화’는 이제 잠시 접어두고, ‘감성’, ‘상상’, ‘디자인’, ‘진실성’ 등 우리의 느낌 그대로를 주제로 한 구성이 돋보인다. 낭만파, 인상파, 입체파 등 사조에 따른 성격을 암기하지 않아도 작품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이들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느끼게 된다.

특별코너에서 만나볼 수 있는 칠레의 로베르또 마따, 안토니 클라베, 안토니오 사우라 등의 작품은 한국 전시 사상 최초 공개이다. 그들이 누구였는지 몰라도 괜찮다. 최초 공개이니, 이 작품을 보고 느낀 우리들이 이들을 아는 최초의 사람들이 되는 것이다.

즐기기 요령~
7월 25일에는 국내 화가가 판화 컬렉션 보는 법에서부터 수집까지 알려주는 세미나가 열린다. 세상에 오로지 ‘하나’가 아니라 여러 장의 작품이 존재하는 판화작품, 이번 기회에 나도 콜렉터가 되어 볼까?


알아두면 좋아요!

<픽사애니메이션 20주년기념전>과 <매그넘 코리아>전이 열리는 예술의전당 주변에 먹거리가 많지 않다. 성인이라면 예술의전당 맞은편 골목들 입구부터 시작되는 백반집 추천, 어린이들이 간단히 목을 축이기 위해서는 예술의전당 내 곳곳에 있는 카페테리아가 좋다.

<살아있는 미술관>은 이 전시를 위해 종합운동장 옆에 특설 전시장을 건립했다. 전시장 주변에 작은 공원도 있고, 시끄러운 운동장 외의 소음이 의외로 잘 차단되니, 전시 후 조용한 잠깐 담소나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쉼의 터전으로도 좋다.

<세계 미술 거장전>이 열리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주변은 광화문 광장 조성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인도는 무리 없이 확보되어 있지만 자가용 나들이는 조금 괴로울 듯. 먹거리 풍부하기로야 광화문과 이어지는 종로를 따라올 수 없다.

<픽사애니메이션 20주년기념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 9월 7일까지.
<매그넘 코리아 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 8월 24일까지.

<살아있는 미술관> 잠실 종합운동장 내 살아있는 미술관 - 오픈 런.
<세계 미술 거장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본관 - 8월 31일까지.



글: 황선아 기자(인터파크INT suna1@interpark.com)
사진제공: 픽사애니메이션20주년기념전, 매그넘코리아전, 살아있는 미술관, 세계미술거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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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2

  • mydr** 2008.07.30

    매그넘 넘 좋았어요! 작가들의 사진이라고 어려운 것만은 아니더라구요.ㅋㅋ 아랫분 미술관 연락처는 인터넷 검색하면 금방 나오는데요~

  • A** 2008.07.30

    좋은정보 감사~ 아이들하고 가면 넘 좋을것 같네요픽사에니메이션20주년기념,살아있는미술관 연락처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