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노래하는 사람으로 무대를 채우고 싶다" 전국투어 콘서트 여는 임태경

잔잔한 재즈 선율이 울려 퍼지는 스튜디오 안으로 임태경이 성큼성큼 들어선다. 의상을 갈아 입고 나온 그는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노래하는 사람 임태경으로 장난스럽게 포즈를 취한다. 올해 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깜짝 캐스팅으로 무대에 올랐고, 이후 잠시 무대에서 만날 수 없었던 그는 그동안 앨범과 콘서트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사실 뮤지컬배우이기 전에 크로스오버 테너로 먼저 데뷔를 했던 임태경은 뮤지컬 무대에서 특유의 감미롭고 아름다운 울림을 가진 목소리로 관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어느 무대이든 무대는 나의 집이라고 말하는 그가 이번에 오로지 가요로만 구성된 앨범을 11년 만에 들고 전국투어 콘서트 <그대의 계절>과 돌아왔다.

Q 지난 8월 싱글앨범 <그대의 계절> 쇼케이스에서 “당분간 뮤지컬 무대보다는 노래하는 사람으로 충실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사실은 <황태자 루돌프>를 마치고 바로 가수로 돌아오려고 했다. 그러던 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레트 버틀러 역을 제안받았다. 처음에는 관객들이 영화 속 레트 버틀러란 인물에게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강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그 고정관념을 깨고 싶지 않아서 거절하려고 했었다. 결국에는 설득을 당했고 뒤늦게 참여하게 되었다.

그동안 뮤지컬을 해오면서 나름대로 가지고 있었던 규칙 중 하나가 '겹치기 출연은 하지 않는다'였다. 그런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겹치기까지는 아니지만 <황태자 루돌프>와 시기가 비슷하게 오버랩이 되고, 출연 배우 중에서 김보경씨와 연인으로 나온 적이 있어 마음에 걸렸다. 티켓 오픈 시기도 비슷해 프로덕션에 신경이 쓰이는 점도 많았다. 어쨌든 이왕 하게 된 거 양쪽 프로덕션에 최대한 피해가 안 가게 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노력을 하고 백방으로 난리를 피워도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였다. 정반대의 모습으로 이야기가 되고 보여져 힘이 쭉쭉 빠졌다.

뮤지컬 배우로 경력을 쌓아가는 동안 내가 배우로서 책임져야 할 부분, 연기 외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내가 커버해야 할 영역은 커지는 반면에 반대로 배우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많지가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진짜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된 후에 뮤지컬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었고, 그 생각의 끝에 ‘당분간은 뮤지컬을 안 하겠다’라고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가수의 모습도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뮤지컬 일이라는 것이 일 년에 두 작품 정도하면 시간을 거의 다 쓰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오롯이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무대를 채우고 싶다. 틈틈이 음반 준비만 하다가 발표하지 못한 곡들도 꽤 많다.


Q 이제는 뜻대로 가수 임태경으로 돌아왔다. 고향에 돌아온 셈이다.

노래는 늘 해왔다. 그런데 사람들이 처음에는 크로스오버 가수가 뮤지컬을 한다. 그 다음에는 뮤지컬 배우인데 가수로 나와서 노래를 한다고 말들을 한다. 데뷔한 지가 13년쯤 됐는데 바라는 것이 있다면 앞으로는 임태경은 그냥 임태경으로 불리면 좋겠다. 저 사람은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는 그런 사람으로. 내 이름 앞에 나를 표현하는 수식어 대신 그냥 내 이름이 그 수식어를 내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수로 컴백하면서 솔직히 처음에는 ‘고향에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는 뮤지컬 무대와 노래하는 무대의 경계가 없어졌다. 노래를 하든 연기를 하든 무대는 나의 집이다. 뮤지컬 배우와 가수. 서로를 절충하기보다는 서로 시너지가 나게 하고 싶다.

Q 이번 미니앨범 <그대의 계절>은 어떻게 준비했나.

‘음반을 이렇게 만들어야지’ 생각하고는 그 생각에 맞춰 곡들을 만드는 게 아니라, ‘아 이 곡인 것 같다’, ‘이 곡을 부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면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쉽지는 않았다. 솔직히 가수는 그 어떤 노래가 주어져도 최선을 다해서 소화를 하는 것이 가수 본연의 모습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부르고 싶었다. 그래야 스스로 위안이 되고, 그 노래를 듣는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노래를 부르는 나조차도 ‘좋은지 모르겠어’라는 곡을 부르고는 다른 사람들이 좋아해 주길 바라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 않나. 그런데 그렇게 마음에 쏙 드는 노래를 찾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번 들어보라고 받은 곡이 있는데,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다시 들었을 때는 너무 좋은 거다. 그 노래가 바로 ‘한사람’이란 곡이다. 아마 그때 느꼈던 나의 감정과 맞아 떨어졌던 것 같다. 솔직히 사랑해주시는 분들은 많지만 배우가 외로운 직업이기도 하고, 혼자 있다 보니 ‘외롭다’는 생각이 든 적이 많다. 무대 위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내려오면 그때는 정말 외롭다. 잠도 잘 이루지 못하고, 마음 한 켠이 적적하다. 그래서 어떤 위로가 되는 그런 사랑이 나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 대상이 사람인지, 신인지, 자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대상을 그리워할 때 ‘한사람’과 만나게 됐다.

이 노래는 가창력을 보여주는 곡이 아니어서 힘을 뺀 듯하게 편안하게 부르려고 했다. 가사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가장 어울리는 어조로 노래하고 싶었다. 그리고 또 한 곡(그대의 계절)을 받았는데 이건 또 너무 임태경스러운 거다. (웃음) 그런데 ‘한사람’에 꽂힌 다음 이 노래를 들어보니까 원래 임태경의 색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이서 서로 다른 느낌의 두 곡을 함께 선보여도 괜찮을 것 같았다.

Q 10월부터 전국투어 콘서트를 시작하게 된다.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 초까지 예정되어 있다. 이번 투어는 한 공연 가지고 여러 도시를 가는 게 아니라 매 공연마다 새로운 곡을 선보이는 자리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매 도시마다 따끈따끈한 신곡을 들려주고 싶어서 음원 작업과 콘서트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

몇 년 동안 좋은 곡을 못 찾았는데, 이제 거의 한 달에 두 번 공연을 할 텐데, 한 달에 두 곡씩 음원을 낸다는 것은 대단한 도전인 거다. (웃음) 그래서 나도 한 번 해보자 싶어, 최근에 작곡을 시작했다. 그리고 꼭 신곡 발표에 떠밀려서 마음에 들지도 않은 곡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곡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꼭 번안하고 싶었던 곡, 리메이크해서 불러 보고 싶었던 곡으로라도 새롭게 선보이고 싶다.


Q KBS <불후의 명곡>은 임태경에게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불후의 명곡>은 준비기간이 너무 짧아서 늘 긴장되는 무대다. 보통 일주일이란 시간이 주어지는데 편곡 작업 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서 솔직히 노래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은 이틀 밖에 없다. 이틀 만에 새롭게 각색이 된 노래를 내 것으로 소화한다는 것이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래서 스스로 ‘늘 완성이 안 된 것 같다’라는 상태에서 무대에 서게 되니까 긴장이 된다. 그런데 긴장이 해소되는 순간이 있다. 임태경 이름이 호명되고 무대 나가면 터져 나오는 관객들의 환호성을 듣는 그 순간 긴장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바로 내가 불러야 하는 노래에 몰입이 된다.

Q 최근에 <뮤직뱅크>와 <유희열 스케치북>에 출연하기도 했다.
처음에 <불후에 명곡> 출연했을 때 “임태경이 어떻게 거기에 출연하느냐” 하는 질문들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뮤직뱅크>나 <유희열 스케치북>도 음악 프로그램이지 특정 나이대가 있는 게 아니지 않나.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거다.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환영이다.

<뮤직뱅크>는 첫 앨범 나왔을 때 십 년 전에 한 번 나간 적이 있다. 가수들이 신곡이 나오면 음악 방송에 출연하고 하는데 그때 나는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가수였다. 사실 그 전까지는 방송을 보면서 솔직히 ‘가수들이 왜 저렇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 때 방송을 한 번 하고 나서 우리나라 가수들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실제로 경험해보니 노래하기가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래서 그 때 이후에는 출연을 안 했었다.

시간이 흘러서 이번에 다시 나갔는데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나도 방송이라는 매체에 많이 익숙해졌기 때문에 편안하게 노래를 부르고 내려왔다. 그런데 함께 출연한 아이돌들과 출연진들이 나이가 어리다 보니 그 사이에 내가 있는 것이 참 재미있었다. 문제는 1위 발표를 앞두고 모든 출연진들이 무대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데 그때는 좀 민망할 것 같았다. 그래서 SG 워너비 친구들에게 같이 올라 가자고 미리 이야기를 했는데 마침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함께 출연했던 서현 양을 만난 거다. 서현 양이 반갑게 반겨줘서 1위 발표할 때 둘이 신나게 이야기를 나눴다. 고개를 들어보니 SG 워너비 친구들은 무대 뒤 쪽에 있더라. (웃음)

예전에는 이런 프로그램 하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능글능글해졌다. 세월이 흐른 만큼 연륜도 무시 못하는 것 같고, 무대에 선 횟수도 많아졌다. 예전에는 실수하면 ‘얼마나 창피할까’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는 실수해도 ‘나중에 내가 잘하면 잊혀지겠지’ 하면서 작은 거에 그렇게 연연해하지 않게 된다. 아무래도 나이를 먹긴 먹은 것 같다.


Q 새로운 경험이나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내가 반전, 선입견 깨는 것을 좋아한다. 새롭게 시도하는 것도 좋아한다. 특히 센 거 깨는 거는 더 좋다. 뭔가 안 될만한 거에 도전했다가 무참히 깨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성공했을 때 거기서 오는 희열이 짜릿하다. 내 한계를 시험하는 거다.

Q 콘서트 셋 리스트는 완성됐나?
셋 리스트를 작성할 때는 늘 고민이 된다. 뮤지컬 곡을 듣고 싶어 하는 분도 있고, 임태경의 곡을 듣고 싶어 하는 분도 있으니까. 그래서 곡 선택이 어려운데 이번에는 미니앨범도 나왔으니 뮤지컬 곡은 아마 아예 빠지거나 조금만 들어갈 것 같다. 하지만 너무 원하시면 레퍼토리를 바꿀 수도 있고 아니면 앵콜 때 계속 뮤지컬 노래만 부를 수도 있다. (웃음)

Q 콘서트는 아무래도 뮤지컬보다 관객들의 반응이 직접적으로 오는 편이다.
콘서트를 하면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하지’싶다. 게스트 없이 거의 세시간 동안 스무 곡이 넘는 노래를 혼자 부르는데, 목숨 걸고 하고 나면 그게 또 된다. 기진맥진하지만 그게 다 관객과의 소통, 관객들이 함께 나와 호흡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달릴 수 있는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뮤지컬을 당분간 안 하는 거지 영원히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좋은 뮤지컬로 돌아오겠다. 늘 아껴주셔서 감사드리고, 항상 좋은 것만 보여드리고 싶은데 마음대로 잘 안돼서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최대한 많이 준비해서 보여드리겠다. 콘서트에 오셔서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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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21

  • studiob** 2015.10.13

    노래하는사람, 임태경님~ 10월10일 서울콘서트 공연 이후 지금껏 마음이 설레이고 있어요.....^^ 너무 훌륭한 목소리에 두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정말 최고의 가인이셔요~ 대구,고양,부산~~ 전국 순회콘서트에 다 갈거예요~ 영원히~ 영원히~ 노래하셔서 팬들곁에 계셔주세요.. 항상 응원합니다.!

  • myung46** 2015.10.08

    항상 진심이 느껴져요. 무대에서 처럼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 flwsun** 2015.10.07

    노래의 신 님....... 화이링 링 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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