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메이드를 꿈꾸는 창작뮤지컬 <드가장> & <명동로망스>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빨래> 등의 작품은 소극장 뮤지컬의 흥행 신화를 이어가며 여전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작품들의 뒤를 이어 신선한 소재와 참신한 개성으로 똘똘 뭉친 창작뮤지컬들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관객들과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흰 도화지 위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듯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고되고 어려운 과정을 마친 두 편의 창작뮤지컬 <드가장>과 <명동로망스>. 이 작품들은 어떻게 씨앗을 품고, 열매를 맺기까지 어떠한 과정들을 거쳤는지 그 여정을 소개한다.



<드가장> 10/16~12/30 대학로 예술마당 4관
“요상하지만 그 안에는 ‘사랑’이 있다”


제목부터 요상한 <드가장>은 청소년관람불가 작품으로 B급 뮤지컬을 표방한다. 오은희, 조광화 작가가 멘토로 있는 한국뮤지컬작가 워크숍 1기생인 이동규 작가는 신작 개발 워크샵을 통해 처음 <드가장>의 아이템을 생각했다. 이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창의인재동반사업에 선정이 되어 김용순 작곡가와 한 팀을 이루게 되면서 <드가장>의 본격적인 첫 발을 떼게 된다.

이 뮤지컬은 ‘드가장’이라는 모텔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매번 이별통보를 받는 남자와 저돌적인 여자의 로맨스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19금이지만 때로는 섹시하고 때로는 귀엽게
작가/작곡가를 매칭해서 작품 개발에 들어갔던 창의인재동반사업에서 유일한 남남 커플이었던 이동규 작가와 김용순 작곡가는 어렵게 소재를 찾지 말고 우리 나이대의 남자들이 술 한잔하면서 흔히 이야기하는 “첫사랑, 여자 이야기를 해보자.”고 의기투합하게 된다.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그것을 통해 성숙해지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그 안에 관객들이 좀 더 쉽게 작품에 다가가게 하기 위해 성적인 코드를 활용했다.

또한 이야기가 일어나는 장소가 모텔인 만큼 19금과 관련된 직접적인 표현들과 아이템들이 때로는 섹시하게 때로는 재미있게 표현된다. “날 것 그대로의 대사들이 많이 쓰여, 멘토링 해주셨던 조광화, 오은희 작가가 처음에 대본을 보고 경악했다.”고 할 만큼 <드가장>에는 직설적인 대사들이 많지만 그것은 작품의 컨셉 안에서 적절하게 쓰이고, 대사가 자극적이게 들리지 않도록 음악은 귀엽고 발랄하게 사용했다.

'딤프 뮤지컬 시드'를 만나다
이후 <드가장>은 2013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창의인재동반사업 우수사례’, ‘2014 대구 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작’에 선정되어 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고 '딤프 뮤지컬 시드'를 통해 정식 공연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이 뮤지컬은 작가, 작곡가, 연출, 안무 그리고 본 공연 제작을 위해 만난 제작사 대표까지 주요 스태프들이 본의 아니게 남자들로 구성됐다.

같은 남자들이지만 서로의 다른 기준과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작품 개발을 넘어 본공연으로 가기 위한 분수령이 됐다. 신유청 연출은 “이야기는 하나지만 각자 서로 다른 기준과 생각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고민이 무척 많았다. 하지만 딤프 공연의 관객들의 반응을 통해서 표현하고 싶은 만큼 끝까지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동규 작가는 “이번 본 공연에서는 초반에는 좀 더 세게 가고 중반부터는 장난기를 내려놓고 사랑과 이별을 통해 성숙해지는 모습을 담가 위해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이삼십 대에게 공감되는 이야기
<드가장>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이십 대 후반에서 서른을 넘긴 남녀들이다. 이동규 작가는 “이십 대 후반이 서른을 앞두고 또 하나의 산을 건너야 하는 시점인데, 이때는 사랑과 결혼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보통 이삼십 대 여자 관객들끼리 뮤지컬을 많이 보러 오는데, <드가장>은 남자친구와도 함께 보러 왔으면 좋겠고 남자들끼리도 와서 편하게 즐겨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명동 로망스> 10/ 20 ~ 2016/1/3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페허 속에서 꽃을 피우다


대극장 공연 못지않은 화려한 캐스팅, 타임슬립과 1956년의 명동이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개막 전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명동로망스>는 조민형 작가가 201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극 창작과 전문사 과정의 졸업작으로 학교 동기인 최슬기 작곡가와 함께 시작했던 작품이다.

힘들었지만 낭만적이었던 1956년에 주목
졸업작품을 위해 소재를 찾던 조민형 작가는, ‘이중섭의 편지와 그림들’이란 책을 우연히 접하게 됐고 그 책을 통해 1956년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됐다. “우리 근현대사를 잘 몰랐는데, 처음 책을 읽고서 그 시대가 너무 신기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3년 밖에 지나지 않아 예술가들에게는 너무 힘든 상황이 많았을 텐데도, 낭만적인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예술의 논하던 명동의 모습이 궁금했다.”고.

2015년 청년 선호가 1956년의 명동에 떨어지게 된다는 <명동로망스>는 그곳에서 당시의 실존인물인 화가 이중섭, 시인 박인환, 작가 전혜린 등을 직접 만나 인생과 예술을 논하고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멘토를 만난 것이 가장 큰 힘
<명동로망스>는 충무아트홀 블랙 앤 블루에 선정된 후 쇼케이스를 통해 관객들과 만났고, 이후 학교에서 졸업작품 무대로, 마지막으로 지난해 예그린앙코르로 다시 관객들과 만났다. 블랙 앤 블루 멘토로 김민정 연출, 구소영 음악감독, 송한샘 이사를 만난 조민형 작가는 그때의 만남을 통해 1956년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된다.

조민형 작가가 “작품에 등장하는 전혜린, 박인환 등 실존 인물에 대해 잘 몰랐는데 연출님이나 음악감독님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이야기했다. 시작부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끝까지 함께 해준 멘토들 덕분이다.”라고 이야기할 만큼, 멘토들은 적절한 조언과 방향 제시를 통해 함께 <명동로망스>의 디테일을 완성해갔다.


9급 공무원으로 직업이 바뀐 주인공
이달 20일 개막하는 본 공연에서는 블랙 앤 블루와 예그린앙코르 때와는 다르게 선호라는 인물에 변화를 줬다. 단순하게 다른 사람의 그림을 따라 그리는 화가로 설정됐던 선호를, 이번 공연에서는 9급 공무원이라는 인물로 만들어 좀 더 현실적인 사람으로 디테일을 살렸다. 조민형 작가는 “다른 선호가 명동에 오니, 삶과 죽음에 대한 부분이 좀 더 명확해졌고 ‘지금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고민이 더해지면서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졌다.” 전했다.

김민정 연출은 “본 공연 준비를 하면서 1956년에 대한 탐색을 더 많이 했다. 특히 정치 사회적인 부분들을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 시대가 예술가들을 무겁게 누르기도 했고, 그것을 뚫고 꽃 피워야 했던 페허이기도 했기 때문에 시대를 논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가 없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시대라는 틀에 갇혀 무겁게 다가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고민과 조심스러움에 전반부는 선호가 이중섭, 전혜린 등 그 당시 인물들 만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코믹성을 강조하고, 후반부는 선호라는 인물이 변해가는 드라마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그림 속에서 걸어 나온 듯한 배우들
배우들은 각자의 매력으로 캐릭터의 느낌을 제대로 살려냈다. 지현준은 이미 연극 <길 떠나는 가족>에서 이중섭을 연기한 바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가장과 예술가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을 담아낼 예정이다. 개발 단계부터 출연했던 박호산은 다른 스케줄로 인해 많은 회차에 출연하지는 못하지만 작품에 대한 큰 애정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안유진, 배두훈, 홍륜희 등 모든 배우들은 각자 맡은 배역 외에도 앙상블과 코러스를 맡아 무대를 가득 채운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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