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년 김동완, 처음을 앞에 두다

지난 7월 쇼케이스 때에는 시간에 쫓겼었다. 두 번째 만남에선 생각하지 않았던 말들만 주고 받았다. 그래서 녹음기의 빨간 버튼을 누르고 차분히 자리한 세 번째 만남이 오히려 더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온, 오프 더 레코드 사이에 아무렇지 않게 앉아있는 김동완은 전날 에스프레소를 마시고도 푹 잤다며 언제나처럼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런 일상을 맞이하는 담담함과 담대함을 담은 김동완표 웃음을.


서른 살을 묻다


“쿨함이라는 것이 무표정함, 무신경한 말투처럼 혼자 뿜어져 나오는 거잖아요. 그런데 문제는 그것을 뿜어 낼 대상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쿨하려는 현대인들이 굉장히 불쌍한 사람들이다, 쿨함 자체를 비난하진 않지만 보통사람들까지 쿨하려 할 필요는 없다는 내용이 나와요. 특히 30대에 들어서요.”

요즘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라는 책을 읽고 있다는 김동완. 신화 멤버에서 이제는 솔로 가수로 여전히 왕성한 활동 중이지만 이제 그도 옛날 안무를 추며, 초창기 모습에 쑥스러워 하는 데뷔 10년 차, 서른이다.
“우리들 서른은 보통 사람들의 스물 네 살 같아요. 대학 졸업할 시기,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할 때요. 사실 서른 이전까지 우리는 스무 살하고도 어울리잖아요. 그런데 딱 서른이 되면 그 친구들도 농담으로라도 아저씨라고 하니까 우리도 무언가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도 인정하는 자신의 무기는 바로 아저씨도 어색하지 않은 ‘삼촌’ 이미지 아닌가.
“오빠에서 아저씨로 넘어가느니 계속 삼촌으로 이어지는 게 좋잖아요. 아이돌 이미지를 벗지 않아도 되고요. 연예인들은 왕자, 부잣집 이미지가 많은데 저처럼 소시민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아이돌은 극히 드물어요. 어떻게 보면 저는 보이기는 소시민인데 생각은 아이돌이잖아요. 20대를 계속 힘들지 않게, 평탄하게, 즐겁게 살아왔으니까. 그래서 공익근무가 더 기다려져요. 전철도 타보고, 버스도 타보고, 보통 사람들처럼요.”



비밀이 있긴 있어


유난히 바빴던 쇼케이스 이야기를 꺼내자 “소속사 사장님 인맥이 좋아서 다 와 주셨다”고 하며 “너그럽고 이유 없이 도와주는 것도 많고, 그래서 저랑은 완전 딴 판이세요”하고 덧붙인다. 댄디가이, 젠틀맨이라 불리는 김동완의 의외의 고백이다.

“좋게 말하면 야누스 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투 페이스에요(웃음). 외아들이라 사람들과 교류하는 걸 원래 안 좋아하기도 했고. 사람들이 저마다 방어기제가 있다는데 저는 그게 까칠함이에요. 까칠하게 계속 상대를 공격하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마음을 탁 열고 털털한 동네 아저씨로 변하죠. 아직 버리지 못한 유아적 사상인데(웃음). 하지만 진정성은 있어요. 진짜가 아니면 안 하려고 해요. 그래서 팬들과 감성공유를 하는 편이죠.”

최고의 자리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무대를 가득 채우는 함성, 그리고 수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겪어왔을 이 베테랑은 그렇게 세상 이야기를 시작했다.
“요즘 반일감정이 커지다 보니 괜히 저도 일본을 좋아하면 안될 것 같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의 정서를 좋아해요. 일본은 모든 사물에 신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모든 걸 소중하게 생각하며 다루고. 그런 것이 정말 부러워요. 오래된 아이돌도 참 좋아하고(웃음). 오랜시간을 지켜오는 것에 대한 값어치를 알아주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얼마 전 본 영화 ‘갓파쿠와 여름방학’의 내용을 한참이고 이야기 한다.
“갓파쿠는 죽은 아빠의 팔을 도시에서 찾아와 시골에서 사는 요괴인데, 강에 들어가 수영하기 전에 그래요. ‘신이시여, 제가 이 땅에 잠시 사는 것을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제가 이 강의 물고기들을 한동안 잡아먹을 건데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확 뛰어드는데 그게 정말 감동스러운 거예요. 요즘에는 그런 것을 고마워 하지 않고 사는 것 같거든요.”

산에서 오토바이를 탈 때마다 ‘산의 신이시여, 제가 산을 시끄럽게 해서 죄송해요’라고 기도 한다는 김동완. 정말 그런 것들을 ‘선호’하고 ‘그렇게 따르려 한다’는 그의 진지함에는 스스로 까칠하다는, 공과 사의 관계성에 분명한 기준이 있다는 자기 고백 저변에 깔린 그만의 진정성이 엿보인다.

혼자서도 을 발할 수 있는

오래된 것의 소중함, 그것만으로 김동완을 화려했던 과거 10년을 그리워하는 사람이라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잘하든 못하든 팬 분들은 좋아해 주시니 발전이 더딜 때도 있었다’거나 ‘김동완 첫 단독 콘서트 때는 신화 팬이 아닌 김동완 팬이 와주었으면 좋겠다’ 등 오로지 김동완의 이름으로 서는 미래를 위해 날카로운 되새김과 뚜렷한 바람을 말했던 그다.

“가수는 진짜 타고나야 하는 것 같아요. 연기자는 감독이나 작가가 만들어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가수는 무대 위 4분을 자기만의 재능으로, 목소리, 몸짓, 표정으로 표현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요즘은 가수와 ‘메이킹’이라는 말이 더 없이 잘 어울리는 시절 아닌가.
“소속사, 프로덕션이라는 것이 있지만, 다시 예전의 형태로 돌아가고 있어요. 빅뱅 같은 그룹은 자기들이 곡도 쓰잖아요. 전 가수의 재능을 많이 타고난 것 같진 않아요. 사실 연기는 조금 타고난 것 같긴 해요. 순간 몰입도가 정말 강하거든요. 나도 놀랄 정도로.”

올해 말 군입대를 앞둔 그는, 제대 후 연기자로의 컴백을 계획하고 있다. 신화 활동 중에도 영화 <돌려차기>, 드라마 <천국의 아이들> <슬픔이여 안녕> <사랑하는 사람아> 등의 주연으로 배우의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이제 ‘같이’라는 것은 ‘신화 멤버들’이라는 자체 의미가 크고 모였을 때 시너지를 낼 것인가를 생각 해야 되요. 아직 혼자로 서 본 적이 없지만, 해 보고 싶어요. 혼자서도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연예인의 꿈이죠. 연기가 매력적인 것도, 주연이든 수많은 조연 중의 한 명이든 자기 컷에서는 혼자서도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잖아요.”

그리하여 군입대를 계기로 가수 김동완을 지우려는 건 아닌지 괜한 걱정을 내비치니 이내 연기자로 어느 정도 서고 나면, 그때는 내 맘대로,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것이라는 답이 온다. 신화가 만든 9장의 정규앨범과 그만큼의 싱글앨범을 사랑하던 팬들은 김동완의 2장의 솔로 앨범을 듣고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었다. 조금씩 자신만의 색을 찾아 내고 있는 김동완은 그래도 솔로 앨범들 중에서 “안 좋아하는 노래가 있다”고 한다.

단독 콘서트

10년 차 가수 김동완은 오는 9월 말, 생애 첫 단독 콘서트를 연다. 수 많은 콘서트 무대에 섰지만 무엇보다 혼자, 자신의 음악과 이야기로 꾸며질 시간에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신화로 할 때는 그런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혼자 무대에 설 때 급격하게 컨디션이 다운될 때가 있어요. 가수는 컨디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아서, 노력 정말 많이 해야 하는구나 생각도 하고 겁도 좀 나요.”

뚜렷한 목적만 있다면 일의 추진은 잘하게 된다는 고집쟁이 김동완에게 콘서트를 앞둔 떨림은, 불안보다 설레임, 끊임없이 되뇌이는 자신감의 자기 암시 같았다. 명쾌하고 심플한 한마디 한마디에 켜켜이 쌓인 생각들이 비친다.
“신화 공연할 때 음향 문제가 많았거든요, 소리가 참 중요한데. 이번에는 사람의 숨소리, 목소리, 그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쓸 거에요. 라디오처럼 사연 놀이도 하고. 단순히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게 아니라 관객들의 사연도 소개하고 무대 위에 그들을 올리기도 하며 대화하고 싶은거죠. 커뮤니케이션이 바로 이번 콘서트의 모토에요.”

더욱 김동완이 좋아하는 음악들을 만나볼 수 있을거란 기대도 해 본다. “노래에 포커스를 맞췄는데, 나의 재미있는 모습을 기대하면 어쩌나,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팬들이 좋아하는 것이 다른 경우도 있다”며 우려의 모습도 보이지만, 분명 그는, 생애 첫, 그리고 잠시 이별기간을 여운으로 채울 완벽한 무대를 선사할 것이 분명하다.

“저는 나름 저만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했는데, 자신감이 떨어져서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도 같고. 얼마 전 한 분이 ‘네 시간은 군대에서 충분히 갖고 제대해서는 빨리 너를 보여줘라’고 하시더라고요. 실전에서 느끼는 것이 더 큰 힘이 될 거라고요. 많은 힘을 얻었어요. 또 바뀔 수도 있겠죠. 하지만 기본은 내 얼굴을 많이 보인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인터뷰 말미, 김동완이 ‘이제는 멋있게 살고 싶다’고 했다. 그를 만났던 모든 사람은 김동완이 말하는 ‘멋’이 흔하고 흔한 1차적인 단어가 아님을 분명 알 것이다. 비록 김동완 자신은 지난 10년간 멋 없고 재미있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더라도, 그를 향해 소리치던 수 많은 사람들에게 그가, ‘멋도 있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글: 황선아 기자(인터파크INT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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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3

  • A** 2008.09.13

    멋져요 ㅠㅠ 이번콘서트도 기대중이예요!!

  • A** 2008.09.13

    역시김동완이라는말이 나오네요.이번 콘서트화이팅!

  • A** 2008.08.27

    소중한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김동완씨의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진솔한 인터뷰네요. 언제나 김동완씨는 멋있는 남자라 생각되는데 30대에 보여줄 김동완씨의 멋있는 삶이 더더욱 기대됩니다. 콘써트도 기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