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컴백한, 가수 신승훈
작성일2008.12.08
조회수19,567
‘보이지 않는 사랑’ 14주 연속 가요프로그램 정상, 1집 데뷔앨범부터 7집까지 밀리언셀러 기록, 누적 앨범 판매량 1500만 장. 앨범을 냈다 하면 백만 장을 훌쩍 넘겨버렸던 저력을 가진 가수가 우리 나라에 몇 명이나 될까. 신승훈이 90년대 가요 정성기의 중심에 섰던 사실에 반기를 들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한 데뷔 이후 18년간 신승훈은 ‘발라드의 황제’ 그 자체란 것도.
그런 그가 2년만에 그간의 색과는 다른 프로젝트 앨범을 들고 컴백했다. 이번 시도가 주목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정규앨범만 고집하던 그가 프로젝트 앨범이란 컨셉으로 가볍게 돌아온데다 그 속엔 애절한 멜로디가 대신 담담한 모던락풍의 노래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데뷔 18년, 터닝포인트를 맞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어느 날,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승훈은 세월이 비껴 가는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상당한 변화를 추구 하고 있었다. 그는“신승훈이기 때문에 못했던 것들”을 시도하고 있다며 특유의 유려한 말솜씨로 앨범을 소개했다.“이제껏 정규 앨범만 고집하다 처음으로 프로젝트 앨범을 냈어요. 항상 신승훈다운 앨범을 내야 한다는 고심이 있었는데 일본에서 스페셜 앨범을 내보니 생각이 달라지더군요. 정규앨범이 아니기 때문에 그 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것들을 할 수 있었어요.”
1500만장의 앨범 판매고라는 기록을 세우는 동안, ‘신승훈=발라드’라는 공식은 그에게 찬사이자 딜레마였음이 분명하다. 성미 급한 몇몇 사람들은 ‘발라드에 안주한다’고 비판했다. 그 사실은 그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을 것.
“5~6년전부터 이야기 해왔어요. 11집부터 음악 색이 바뀔 거라고. 지금 발라드는 하는 것은 내 색깔을 갖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평단에서는 너무 발라드에 안주하는 게 아니냐고 말들을 해왔는데, 이런 걸 이번 음반에서 그걸 깨고 싶었던 겁니다.”
신승훈의 이번 앨범은 ‘역시 명장은 무엇을 해도 다르다’란 말이 나오도록 했다. 관조적인 담담함이 있는 모던락 풍의 노래가, 절절하던 그의 멜로디가 생각이 안 날 만큼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져 있었다. 그 스스로 “기존 팬들 이외에도 20대 젊은 사람들 사이에 ‘신승훈을 재 조명해야한다’는 말들이 있다”며 웃어 보인다. 계산적이지 않고 들려주는 음악에 힘을 쏟았기에 제목도 ‘라디오 웨이브’로 정했다. 하지만 이번 앨범으로 그가 이제 모던락을 한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이는 새로운 변화에 대한 작은 시작일 뿐이기 때문.
“터닝포인트라고 봐주시면 되요. 이 색깔로 계속 가겠다는 게 아니라, 신승훈이 얼마나 담백하게 노래를 불렀는지 생각해주셨으면 하고요. (두 번째 프로젝트 앨범에 대해 묻자) 그건 아직 비밀인데(웃음). 솔직히 곡은 많이 써 논 상태지만 어떤 식의 웨이브가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전체 프로젝트 명이 'UNEXPECTED TWIST'이니 기대치 않았던 어떤 것을 보여드리겠지요. 11집의 음악 방향이 바뀌는 것에 대한 힌트를 주는 프로젝트 앨범 두 장이 남았네요.”
신인 가수 신승훈
일본은 그에게 또 다른 시도다. 그의 콘서트에는 일본에서 날아온 원정 팬들이 많은 건 잘 알려진 사실. 영화 OST 등으로 알려진 덕도 있지만 2003년부터 시작한 일본 활동으로 마니아 팬들이 두터워졌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년 동안에는 일본에서 두 번의 앨범을 내며 일본 시장에 대해 파악해 왔다. 그 곳에서의 활동에서 가장 크게 얻은 건, 다른 게 아닌 신인의 마음이다.“한국 팬들은 제 노래를 들으면 추억을 떠올리지만, 일본 팬들은 제 노래를 신선해 해요. 한국 분들은 제 목소리를 신선하지 않잖아요. 일본에선 ‘신인가수 신승훈입니다’라고 해도 아무도 웃지 않은 게 저에게 또 다른 자극을 줬어요. 한국에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사실 그게 쉽지 않거든요. 돈 주고도 못하는 신인의 마음 있잖아요. 그걸 일본에서 얻었어요.”
일본에 머물며 ‘한국의 신승훈’을 볼 기회도 얻었다. 이번 프로젝트 앨범도 신승훈이란 이름에 갇혀 있었던 스스로를 발견하고 낼 수 있었던 것. "한 발자국 떨어져 보니 내 모습이 보이더라"고 말한다. 이어 일본 시장에 대한 포부를 이야기했다.
“한국 가요에 아무도 관심이 없던 2003년에 처음 일본에 들어가 외롭게 시작을 했어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의심했지만 이젠 일본 마니아들이 생겨서 콘서트 때 한국 팬보다 일본 팬이 많아졌을 정도거든요. 전 일본에 대해서는 7년을 내다보고 있어요. 지금 3~4년이 됐으니, 3년 후에 신승훈의 역량을 그곳에서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일본에서 신인의 마음을 얻었다는 그이지만 1990년 ‘미소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 이후, 18년이지났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거의 두 번을 보냈지만 신승훈은 여전히 건재한 가수이기도 하다. 그 스스로도 ‘가요계의 산증인’이라 할 만큼 여러 트랜드와 수많은 후배 가수들을 보아왔다.
"제일 많이 느끼는 건, 난 참 오래 버티고 있구나…(웃음). 이승환씨와 같이 데뷔했고, 그 사이 심신이란 가수가 있었죠. 그러다 김건모씨가 같은 소속사로 데뷔를 해 신승훈 김건모 라이벌 구도도 한 때 형성됐고.. 90년대 중반부터 댄스 음악과 하우스 음악이 성행을 하면서 저로선 외롭게 발라드를 하기도 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후에 HOT라는 걸출한 후배들도 겪어봤고, god라는 국민 그룹도 봐왔고, 가요계의 산증인 맞아요(웃음).”
그는 많은 후배들이 혜성처럼 나타났다 흩어지고 사라지는 것을 보아오며, 지금 가요계 현실이 안타깝다.
“후배들이 가여울 때도 있어요. 예전 가요 전성기 시절에는 앨범이 나온다 하면 레코드 가게에서는 우리 앨범을 기다렸고, 연말 시상식은 누가 가수왕이 될 것인가에 모두 궁금해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예전 같지 않아서 후배들이 많이 주눅이 들어 있어요. 앨범을 내도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고, 불법 다운로드가 많다 보니. 그런데 증시에도 바닥이 있으면 상승장이 있듯이 가요계도 이제 곧 자리를 잡을 거라고 봐요. 좋은 징조가 보입니다. 가수 한 명 한 명이 더 노력해야죠.”
The 신승훈 show
신승훈의 저력을 볼 수 있는 곳은, TV보다는 콘서트 무대다. 20대 후반부터 20년 가까이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중년에 이르기까지 그의 관객층은 그의 연륜만큼이나 다양하다. ‘미소속에 비친 그대’ ‘보이지 않는 사랑’ 등 초창기 주옥 같은 노래부터 ‘그 후로 오랫동안’ ‘오랜 이별 뒤에’ ‘사랑느낌’등 히트곡만으로도 무대는 꽉 차고도 남는다.“신승훈 하면 그냥 서서 노래 부르겠지 하던 분들도 굉장히 역동적인 무대에 놀라서 가세요. 재미있고 희로애락이 있는 콘서트가 될 겁니다.”
2004년부터 콘서트 브랜드 네임으로 쓰고 있는 ‘더 신승훈 쇼’에 대한 그의 애착도 크다. 그가 기획하고 서는 무대에는 항상 같은 이름을 붙여 무대에 '더 신승훈 쇼'에 대해 자부심을 부여하고 있다. “신승훈 콘서트 중 ‘더 신승훈 쇼’가 있지 않으면 내가 직접 하는 게 아닌 무대”라며 “신승훈은 별로 보고 싶지 않은데 더 신승훈 쇼는 보고 싶다는 소릴 듣는 게 목표”라 한다.
“발라드는 마니아가 없다고 하는데 저는 마니아가 있어요. 제 마니아뿐만 아니라 그저 좋은 무대를 원하는 관객에게도 즐거운 공연이 되고자 노력하고요. 엘튼 존 공연 때 노부부와 5살 아이가 같이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이 참 좋더군요. 나도 나이가 먹어서 내 공연에 팬들이 아이를 데리고 올 수 있는, 그런 공연이 됐으면 좋겠어요.”
‘결혼은 언제 하실 건가요’ 인터뷰 막바지 다음 스케줄 때문에 일어나야 할 시간에 불현듯 넘긴 질문.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겨울 만 하지만 “결혼 곧 해야죠”라며 경쾌한 대답이 날아온다.
“너무 늦은 건 사실이지만, 제가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다르잖아요. 솔직히 그 동안 노력 안 했구요(웃음). 전엔 소개시켜준다고 하면 바쁘다는 이유로 피했었는데, 요즘엔 ‘언제?’ 이러는 걸로 바뀌었어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아서…내년에도 공연 스케줄이 잡힌 이상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이건 이제 핑계인 것 같아요. 공연장에서도 데이트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상당히 긍정적인 마인드로 결혼에 대해 피력하는 그지만, 내년 스케줄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올해 연말 두 차례의 ‘더 신승훈 쇼’를 가진 이후, 내년 4월에는 LG아트센터에서 대중 가수로는 드물게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이외에도 일본 5개 도시 전국 투어가 예정돼 있고, 게릴라성 콘서트도 기획 중이다.
팬들에게 한 마디 전해달라고 하자 “의리 지켜줘서 감사하고,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진지한 대답을 한다. 그 모습에는 마치 신인의 그것처럼 의욕이 있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고집. 그가 데뷔 18년이 지나는 동안 90년대 인기가수로 머물러 있지 않고 여전히 사랑 받는 유일한 이유다. 앞으로도 새로운 그의 음악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2집도 아닌, 11집에서의 새로운 모습이 기대되는 싱어송라이터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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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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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님 2008.12.19
내인생의 반이상을 그의 노래를 들으며 살았네요.. 앞으로도 건강하게 멋진모습 오래오래 보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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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님 2008.12.19
음악을 알게해준...................분.. 언제나 그자리에 있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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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님 2008.12.11
진정한 뮤지션!! 신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