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와 왕자님이 들려주는 선물같은 이야기 <호두까기 인형>


12월이 되면 빼 놓을 수 없는 온 가족의 대표 공연이 있다. 입 안에 호두를 넣고 딸깍하고 다물게 하면 딱딱한 껍질을 금방 깨뜨려 맛있는 호두가 나오게 하는 ‘호두까기 인형’. 크리스마스 이브,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 받은 소녀의 꿈 속은, 어린이도, 청소년도, 그리고 부모님들도 좋아할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발레극, 호두까기 인형에서 올해 유난히 돋보이는 두 샛별,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리나 강미선과 국립발레단 발레리노 이동훈이 들려주는 호두까기 인형 이야기가 더욱 재미있다.

동화에서 태어난 발레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왕”(1816)에서 탄생한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프랑스 안무가 프티파와 세계적인 작곡가 차이코프스키가 함께 만들어 1892년 초연했지만, 지금과는 달리 처절한 참패를 맛봤답니다. 하지만 1930년대 후반 바실리 바이노넨의 재안무로 다시 탄생한 <호두까기 인형>은 엄청난 환호를 받았죠. 이후 작품이 안무가에 따라 조금씩 수정되는 과정에서 ‘그리가로비치 판’, ‘바이노넨 판’, ‘바리시니코프 판’ 등 다양한 버전의 발레극 <호두까기 인형>이 공연되고 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유니버설 발레단(이하 UBC)의 <호두까기 인형>은 바이노넨이 개정해 마린스키 극장에서 공연했던 버전입니다. 정통 마린스키 판이라고들 부르죠. 춤과 마임이 잘 어울려 더욱 드라마틱하고 줄거리를 쉽게 알 수 있답니다.”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그리가로비치 판입니다. 러시아 볼쇼이 극장의 버전을 그대로 즐기실 수 있어요. 화려하고 역동적이에요. 다른 작품에서 마임으로 보여주는 부분까지 춤으로 표현해 무용수들의 춤의 양도 굉장히 많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 호두까기 인형

<호두까기 인형>은 평범하고 화목한 한 가정의 크리스마스 이브의 모습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각기 선물을 받는 아이들, 그 중에 어린 소녀는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 받지요. 그날 저녁 소녀의 꿈에는 호두까기 인형과 그 밖의 인형들이 못된 생쥐대왕의 무리들과 싸움을 벌인답니다. 하지만 소녀는 호두까지 인형을 구해주고, 왕자님으로 변한 호두까기 인형은 소녀와 결혼식을 올리게 됩니다.

“올 해 공연에서 처음으로 소녀 클라라 역할을 맡았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무대에서 어린아이 역을 맡았었는데 이제는 어엿한 주역이 되었습니다. 재밌게 놀기만 했던 어린시절의 무대와는 달리 부담감도 책임감을 부쩍 느끼고 있어요.”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에서는 소녀 이름이 마리에요. 못된 오빠 프릿츠가 마리가 받은 호두까기 인형을 망가뜨리죠. 울다 지쳐 잠든 마리가 꿈 속에서 호두까기 왕자님을 만나거든요. 저 역시 이번 무대가 첫 주역 데뷔작입니다. 비보이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발레리노의 꿈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어요. 객석에서 ‘멋있다’고만 생각했던 그 무대에 호두까기 왕자로 서게 되니 너무나 감격적이에요.”

 크리스마스 랜드와 눈의 나라

꿈 속에서 악당 생쥐대마왕과 그 무리를 물리쳐 준 소녀는 호두까기 왕자님과 여행을 떠납니다. 그 곳에서 결혼식도 올리고, 각국의 친구들도 만나게 되죠. 다양하고 재치가 넘치는 재미있는 춤을 만나볼 수 있는 2막은 이 작품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장면입니다.

“생쥐왕과의 전투를 마친 클라라는 예쁜 공주님으로, 호두까기 인형은 멋진 왕자님으로 변해 둘이 함께 눈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지요. 2막에 나오는 ‘과자의 나라’ 장면들에서는 다양한 과자들이 사람처럼 춤을 춰요. 특히 올해 공연에서는 몇 년간 빠졌던 장면인 ‘마더 진저와 봉봉과자춤’이 추가되었어요. 봉봉 엄마의 커다란 치마 속에서 10명도 넘는 아이들이 줄지어 나와요. 저도 어렸을 때 그 안에 있어 봤거든요. 도와주셨던 스텝아저씨들이 우리들을 챙기느라 땀을 뻘뻘 흘리시던 모습도 기억이 나네요. 그 장면을 다시 볼 수 있다니 너무나 새롭고 신기해요. 양치기 소녀와 늑대의 춤에 이어서 아이들이 아주 좋아할 좋은 장면이 더해졌습니다.”

“마리가 왕자님과 크리스마스 랜드로 떠나는 1막의 마지막 장면은 너무나 아름다워요. ‘스노우 씬’이라고도 부르는데, 마법의 눈송이들이 함께 춤을 추는 화려한 군무에요. 2막에서 마리와 왕자가 결혼식을 올린 후 이를 축하해 주기 위한 각국의 축하 춤도 놓치면 안돼요. 스페인춤, 인도춤, 러시아춤, 중국춤 등, 세계 각국 인형들의 특색있는 춤이 놀랄만한 재미를 가져다 드릴 겁니다.”




마음과 몸짓, 아이들과 어른들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하면, 흔히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춰지기 마련이었죠? 하지만 <호두까기 인형>은 나이를 막론하고, 나라를 뛰어 넘어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임이 분명합니다. 정확히는 몰라도 듣기만 하면 “아~ 이 음악”하고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는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 포근하고 따뜻한 12월의 정감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니까요.

“예전에는 어린 클라라와 성인 클라라가 함게 여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지금 UBC의 <호두까기 인형>은 클라라도 자라서 직접 동화 속 요정이 되기도 한답니다.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 이브, 거실에서 뛰어노는 아이 역도, 중학생 때 양치기 목동 역할도 했었거든요. 클라라가 된 지금에도 참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은 변하질 않아요. 어린이 역할은 어린 무용수들이, 성인 역할은 성인 무용수들이 해 와서 아이들의 순수함을 억지로 표현하지 않아도 되고요. 늑대가 나오면 어린이 관객들이 “조심해, 조심해”라고 소리 친적도 있는걸요?(웃음), 무대가 가진 동심이 관객들에게로 갔다 다시 제게로 돌아와요. 따뜻한 톤의 조명 등 배경도 한 역할 하겠죠?”

“올해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에서도 그간 인형으로 등장했던 호두까기 인형 역을 실제 어린이 무용수들이 하게 되었어요. 주역들의 화려하고 스펙타클한 테크닉도 좋지만, 인형들, 마법사의 손짓 하나하나를 보시고 전체적으로 어울려 보시면 더욱 재미있을 겁니다. 앙상블과의 호흡도 얼마나 잘 어울리는데요! 어린이들은 인형들의 춤을 보는 재미가, 청소년들은 무용수들의 테크닉 적인 면이, 부모님들에게는 한 가정의 생활 모습이 더욱 와 닿으실 거예요.”

국내 처음 <호두까기 인형>을 선보인 국립발레단의 작품과 섬세한 아름다움이 특징인 유니버설발레단의 작품 말고도, 색동옷을 입은 아이들이 나와 한국 춤을 선보이는 국내 안무가 제임스 전이 구성한 서울발레시어터의 무대와 뮤지컬로 탄생한 <호두까기 인형> 등 다양한 맛과 재미의 호두가 대기 중입니다. 이제 맛난 호두를 무엇으로 깔 지는 여러분들의 몫이겠죠?









글/구성: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유니버설발레단, 국립발레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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