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수다꾼, 에픽하이


성질 있고, 특성 있는 세 남자는 ‘답다’는 말이 참으로 어울린다. 데뷔 7년 차, 탄탄대로를 예약한 그들이 소속사를 나와 시작한 독립 행보는 참으로 에픽하이답다. 본인들이 운영하는 사이트를 (맵더소울 닷컴)을 통해서만 음반을 판매하고, 이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쇼케이스를 열었다. 5월 2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뉴욕을 거친 월드투어를 시작하는 그들. 20평 남짓한 사무실,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의 달콤한 음모가 피어나고 있는 그곳에서 그들을 만났다.

魂은 행동으로 존재를 증명한다
사무실 벨을 누르자, 투컷이 문을 열어 반겨주고 타블로와 미쓰라 진은 맵더소울닷컴 (직접 운영하는 사이트)에 올릴 컨텐츠를 의논하고 있다. 본인의 이름이 적힌 명함을 건네는 투컷. 오, 이건 홍보 담당자가 하는 일 아니던가?!

▲ 정말 홍보도 본인들이 다 하는 거군요! 힘들지 않아요?
(투컷) 어렵죠. 해본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걸 하려니까 저게 필요하고, 저게 필요했는데 준비가 안 되어 있고. 지금은 이런 것들을 하나씩 고쳐나가는 과정이에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홍보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어요.
▲ 타블로와 미쓰라진은요?
(타블로) 창의적인 거요. 컨텐츠 담당. 미쓰라는 아트웍.
(미쓰라) 전 말만 그래요.
(타블로) 맞아요, 그냥 밥 먹고 똥 싸고 (웃음).
▲ 직위 그런 것도 있어요?
(미쓰라) 우린 직위 그런 거 없어요, 동아리 같은 거에요.
▲ 20억의 계약금을 버리고 0원을 선택한 에픽하이를 두고 무모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타블로) 그렇게 보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희가 선택한 일인데 남이 뭐라고 말하는 게 큰 상관있나요. 뭘 보여주려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우리가 재미있으니까 한거에요. 우리가 색다르게 할 수 있다, 증명할 이유도 없고 필요성도 못 느껴요. 그냥 재미있게 하고 싶었어요.

▲ 재미있게 성공하고 싶어서요?
(타블로) 아뇨, 재미있게 성공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재미있으려고요. 사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공이라는 건 벌써 했잖아요.
(투컷) 우리가 즐겁게 하고 싶어서 하는거에요.
▲ 그런데... 정말 피곤해보여요. (특히 투컷의 눈과 입술은 충혈되고 터져있었다)
(동시) 몸은 힘들어요!
(투컷) 하지만 정말 재미있어요. 가수들 중에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활동하는 분들도 있지만, TV에 나오거나 사람들에게 알려진 사람들은 똑같이 하고 있잖아요. 앨범을 내면 의례적으로 인터뷰하고 컴백방송 하다가 아듀. 그런 쳇바퀴에서 조금은 벗어났다고 생각해요, 보람 있어요.
▲ 魂- 맵더소울이라는 사이트 운영과, 앨범발표 까지. 에피소드가 많겠어요.
(미쓰라) 장난 아니죠.
(투컷) 매일매일이 에피소드죠. 10년치 술자리 이야기들은 다 만들어낸 것 같아요, 벌써.
(타블로) 앨범작업이 너무 안 되니까 답답해서 셋이 제주도로 도망도 가고 (웃음)
(투컷) 맵더소울닷컴 오픈 때 접속자 폭주로 사이트가 다운됐었어요. 그 때 이틀 가까이 밤새면서 계속 고치고...
(타블로) 셋이 사무실에 모여서 밤새 고쳤어요.
(투컷) 그 땐 정말 힘들었어요. 앨범 만들면서 재미있었던 건, 이번에 나온 책과 맵더소울 닷컴 사이트에 보시면 MAP TV가 있는데요, 거기에 다 기록되어 있어요. (역시, 홍보담당)
▲ 이번 魂-북앨범에 가장 애착 가는 곡이 있다면요?
(타블로) 이번 북앨범 타이틀곡이 ‘맵더소울’ 이에요. 요즘 트렌드나 가사들보면 정말 별 의미가 없잖아요. 하지만 이 노래가 얘기하는 것들은 평범하지만 굉장히 소중한 것들을 얘기하고 있어요. 트렌드에 치우치지 않고 만든 힙합곡이라 그런지 셋 모두 가장 아끼는 곡으로 꼽고 있어요.
(미쓰라) 가사가 끝내줘요. (본인이 씀)
▲ 1,2집 분위기로 돌아간 것 같다고 팬들이 좋아하던데요.
(타블로) 그런데 1,2집은 왜 안 팔렸는지 모르겠어요 (웃음)
▲ 이번 활동에는 방송활동을 많이 줄인다고 들었어요.
(타블로) 음악방송은 해요. 그리고 굳이 TV가 아니더라도 맵더소울 사이트에서 매일 업그레이드 되는 영상과 글로 저희를 만나보실 수 있어요!
▲ 집에서 인터넷 잘 안되는데.
(타블로) 에이, 그렇게 따지면 집에 TV없는 사람들도 많아요. 저만 해도 집에 TV 없어요. 아, 이제 공연에서 봐도 되겠다.
(투컷) 5월 2일 공연 오시면 정말 생생하게 볼 수 있잖아요. (역시, 홍보담당)


뻔해지기 싫어
▲ 에픽하이 하면 심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투컷) 이번 앨범에 심의실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가사는 전부 통과 못했어요. 한 곡 (Believe)은 재심의 넣어서 통과 했고요.  이런 얘기 들어도 이제 익숙해요.
(미쓰라) 앨범 마다 심의가 걸렸으니까요. 이제 그냥... 안 걸리면 이상해요.
▲ 심의를 무사히 통과하면 괜히 기분 좋을 것 같아요.
(타블로) 심의에 걸리면 이건 방송에서 하면 안돼, 이거잖아요. 노래를 지우라는 뜻도 아니고. 노래가 금지라는 뜻이 아니라 방송에서 못 부른다, 이 얘기뿐인데. 그렇게 되면 그래, 거기선 안 부를게. 이렇게 되요. 하지만 CD사서 듣는 사람은 자유니까. 심의실에서 그 자유는 빼앗아갈 수 없어요. 그리고 방송에 나온다고 꼭 좋은 곡은 아니니까.

▲ 세 분은 음악 스타일은 다르지만 성격은 비슷할 것 같아요. 느낌이 참 비슷해요.
(미쓰라) 우린 베이스 자체가 완전히 달라요. 빨간색, 노란색 이런 식으로 아예 나눠져 있거든요. 팀을 하면서 맞춰가는 부분도 있겠지만 완전 다 다른 성격이에요. 타블로는 계속 아이디어 내고, 투컷 추진하는 성격이고, 저는 여유가 있죠 (웃음).
(타블로) 섞이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색이에요, 사실은.
▲ 작업하다보면 예민해져서 싸우게 되지 않아요?
(타블로) 전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작업을 즐겁게 해서 집중도가 높아졌어요. 압박, 데드라인. 이런 요소 때문에 예민해지는데 우리는 데드라인도 없고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라서 예민해질 틈이 없어요. 그냥, 매순간 재미있어요.
▲ 가사도 그러고. 책을 읽어보니 세 분, 정말 글 잘 쓰는 것 같아요.
(투컷) 아뇨, 전 정말 못써요.
(타블로) 네, 투컷은 정말 못써요. 그런데 생각이 굉장해서 투컷이 써주면 우리가 다듬어서 주면 됐어요. 편집이 필요해요.
▲ 타블로씨는 올 해 서른 살이잖아요. 나이에 비해 많은 성공과 경험을 한 것 같아요.
(타블로) 전 세계를 움직인 모든 혁명가들이 서른 살 전에 해냈잖아요. (웃음) 사회적으로 봤을 때는 돈도 벌고 했으니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전 아직, 성공했다고 생각 안해요.


지금, 사랑하고 있다
▲ 타블로씨는 오노요코 같은 여자를 만나고 싶다고 했잖아요. 만난 것 같아요?
(타블로) 무슨요? 오노요코 나이가.. 저 할머니 싫어해요! (웃음) 만난 것 같아요. 제가 더 열심히 잘할 수 밖에 없게 만들어요. 사실, 제가 중편소설을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쥐어짜도 아이디어가 생각 안 나는 거에요. 그런데요, 제가 그 사람(강혜정)과 커피숍에 앉아서 얘기를 하는데. 제가 뭘 쓰고 싶은 건지 어떤 책을 쓰고 싶은지가 전체적으로 그려졌어요. 특별히 책에 대해 이야기하지도 않았는데 저에게 영감을 주더라고요. 정말 큰 에너지가 돼주는 친구에요. 정말 행운이에요.
▲ 자주 만나요?
(타블로) 자주 만나려고 노력해요. 바쁠 때는 사무실로 가끔씩 도시락 싸서 놀러와 줘요.
▲ 두 분 (투컷, 미쓰라 진) 부럽겠어요.
(투컷) 사먹으면 되요!
(타블로) (웃음) 두 친구(여자친구들) 들도 도시락 싸오고 그래요. 다, 우리 든든한 지원군이에요.


내 魂은 아직도 자라고 있다
▲ 혹시, 남은 꿈 있어요? 하고 싶은 것.
(타블로) 아휴, 정말 많아요.
(투컷) 전 그냥 쭉 음악이요.
(미쓰라) 전 위대한 꿈인데요. 라면 잘 끓이는 만화방 주인이요.
(투컷) 아, 나는 떡볶이 연구소! 떡볶이를 엄청 좋아해요. 관심이 엄청 많아요.
(타블로) 난 가정.
(미쓰라, 투컷) 아... 멋있다. 저거 내가 할 걸.
(타블로) 제 아들이나 딸이 학교에서 연극하면 제가 직접 연출 해줄 거에요. 무조건 주인공 시키고 1인 13역 시킬 거에요. 그리고 저 뮤지컬도 하고 싶어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포큰워드(Spoken Word, 시와 랩 사이의 장르)를 이용한 뮤지컬요. 지금, 머릿속에 대충 윤곽은 있어요. 기회가 닿는다면 시도하고 싶어요.
▲ 5월 2일 부터 '맵더소울 월드투어'를 시작하잖아요. 노래하고 싶은 나라나 공연장 있어요?


(타블로) 전 인도나 아프리카요. 인도는 가본적은 없는데요, 감성이 잘 맞는 것 같아요.
(투컷) 영국 웸블리 구장이요. 거기에 서 있는, 상상! 좋은데요.
(미쓰라) 저는 10만 명 규모의 축구장인 스페인 누캄프요. 그냥, 거기 서 있고 싶어요. (웃음) 흐뭇할 것 같아요.
▲ 본인들의 전성기에 대해서 얘기하자면요?
(동시) 라잇 나우!
(미쓰라)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성기는 지나갔고요, 저희가 생각하는 전성기는 바로 지금부터에요.
(타블로) 전 50대에 전성기가 한 번 더 왔으면 좋겠어요. 운동선수들이 가장 고민하는 게 그거래요. 잡지에서 봤는데 인생이 너무 초반에 피크를 치잖아요. 젊을 때 해야 되는 게 운동니까 운동선수 특성상 어쩔 수 없잖아요. 그래서 그 이후에 어떻게 이어 나가느냐가 고민이래요.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게 가수인 것 같아요. 특별히 우리나라 에서는 20대만 벗어나도 늙은 가수로 밀어 넣어 버리니까요. 지금은 전성기는 늦게 왔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 에픽하이를 지탱해주는 비타민 Soul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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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A** 2009.04.08

    멋져요. 오랜만에 CD를 사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