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을 이해하는 7가지 키워드


1985년, 그룹 부활의 꽃미남 보컬로 나타난 신인가수 이승철. 9000일, 21만 6000시간이 흐르는 동안 꼬박 노래를 불렀다. 데뷔 24년차인 라이브 황제. 그에게 또 하나의 프로필이 추가됐다. ‘10집 가수'. 가요계 불황 때문에 ‘9집 앨범이 CD로 발매하는 마지막 앨범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던 그가 24년을 노래하며 살게 해준 팬들을 위해 10집 앨범으로 돌아온 것이다. 지난 5월 3일 광주를 시작으로 ‘10집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시작한 10집 가수 이승철. 인생의 절반을 노래로 채워온 라이브 황제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이승철을 이해하는 7가지 키워드로 살펴본 가수 이승철 HESTORY.

▲ 녹음실

녹음실에서 만난 가수 이승철은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이번 10집 앨범은 완성도면에선 역대 최강이 될 것 같아요”라고 말문을 연 그는 “저희 밴드(일명 황제밴드)가 모든 작업에 참여 했거든요. 베이스 치는 최원혁씨가 프로듀싱을 맡았고요, 그 밖에 멤버들이 모두 곡 작업에 참여했어요. 개성 있는 소스와 연주가 들어가서 예전의 ‘사랑과 평화’ 같은 그룹 전성기 시대의 최고 사운드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10집을 향한 절절한 애정이 이승철의 한마디 한마디에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하지만 9집 정규앨범 발매 당시 “더 이상 음반을 통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이번이 CD로 발매하는 마지막 정규앨범이 될지 모른다”고 토로하던 그였다.  “저 만큼은 무너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제가 운영하는 녹음실을 가지고 있잖아요. 노래 부르고 싶을 때 노래 부를 공간도 있는데, 게으름을 피우거나 걱정만 하고 있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팬들, 결정적으로 후배 가수들을 생각하니까 힘들어도 나는 해보자,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순간, 그에게 녹음실이 있음이 참으로 다행으로 느껴졌다. “녹음실 찾아다니면서 녹음하는 것도 참 피곤한 일이거든요. 그 고충은 제가 잘 알잖아요. 그래서 이 녹음실은 처음 만들 때부터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공간을 제공해주자, 그 생각으로 시설도 그렇고 기계에도 투자를 많이 했어요. 저에게는 녹음실이 집만큼 편안하고 소중한 공간이죠. 이곳에 있는 시간이 많기도 하고요.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고 내 녹음실에서 녹음한 음반을 내는 건 어릴 때부터 제 꿈이었거든요.”

▲ 무대
10집 앨범과 콘서트 두 가지 준비를 병행하고 있는 그, 일이 바쁠 때면 예민해지지 않을까. “예민해지진 않아요. 그래도 준비 막바지라서, 정신은 없어요. 저에게는 둘 다 중요한 일이잖아요. 특히 이번 서울 콘서트는 야외무대라 그런지 세세하게 신경 쓸 일들이 많아요. 그래도 이번 앨범 녹음을 저희 밴드가 함께해서 그런지 녹음할 때 힘이 나더라고요. 녹음하면서 콘서트에 대한 구상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나왔어요.”

이번 공연 컨셉에 대한 스포일러를 묻자 그는 공연장에 와서 보라는 홍보를 잊지 않으며 ‘뮤토피아’라는 제목 그대로 몽환적인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는 팁을 건네준다. “환상적이고 우아한 무대를 연출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준비했어요. 야외공연이라서 그 전 공연들보다 장치들도 많이 준비했어요. 저 스스로도 기대가 많이 되요.” 무대 위의 황제인 그가 관객들에게 건네는 당부메시지는 딱 한가지다.

“재미있게 즐겨주는 거요. 공연장에 오면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그 노래가 가지고 있는 추억의 시간으로 넘어가셨으면 좋겠어요. 노래를 들으면 떠오르는 추억이 하나씩은 있을 것 같아요.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를 들으면 어, 저거 대학교 때 미팅한 남자친구랑 블루스 췄던 노래인데, 그런 기분 좋은 기억을 되살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공연장을 나갈 때는 좋은 기억들을 담아 가는 거죠” 진심을 담아서 노래 할 수 있는 무대 위, 그 모습을 지켜봐주는 팬들을 만날 수 있는 무대는 콘서트가 끝나는 그 순간부터 이승철이 그리워하는 그런 공간이다.

▲ 관광버스 춤
이승철의 공연장의 새로운 볼거리 중 하나가 바로 이승철의 댄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공연장에 가면 관광버스 춤을 추는 이승철을 만날 수 있는 거냐고 묻자 크게 웃어 보인다. “공연 때마다 레퍼토리는 비슷하지만 그걸 한 번도 똑같이 보여드린 적은 없어요. 예를 들어 희야는 매 공연 때 마다 부르지만 발라드로 부를 때도 있고 테크노 버전으로 부를 때도 있고요. 공연장에서 춤을 추는 이승철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사실 저의 현란한 춤 실력을 보러 오시는 분은 없잖아요. 그래도 흥을 돋우기 위해서 춤이 필요할 때는 저도 추는 거죠. 이제까지 소방차, 박현빈의 무조건, 관광버스 춤 등 여러 가지 춤을 선보이긴 했네요. (웃음)”

▲ 깡통로봇
게스트가 없기로 소문난 그의 공연. 두 시간이 넘는 공연을 혼자 이끌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체력은 빼놓을 수 없는 공연의 필수 요소다.  “운동도 공연을 준비하는 하나의 과정이에요. 그래서 요즘처럼 음반과 콘서트 준비 때문에 정신없을 때에도 운동은 빼먹지 않아요. 오늘도 오전 11시 부터 2시 30분까지, 3시간 30분 정도 운동하고 왔어요. 유산소 운동을 중심으로 기구도 들고요. 일주일에 6일은 꼭 운동하러 가요. 지칠 줄 모르는 체력 때문에 별명이 깡통로봇 이에요”


▲ 음주녹음
녹음을 할 때에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술 한 잔을 마시고 음주녹음(?)을 할 정도로 소문난 애주가였던 그. “노래에 따라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부르면 딱 좋겠다, 소맥을 한 잔 마시면 더 감정이 살겠다, 그런 노래들이 있어요. 그래서 반잔 정도 되는 술을 마시고 녹음했던 적이 있었죠. 이번 10집을 녹음할 때는 어떤 술이 어울릴까 고민했는데요, 이번에는 영 술 느낌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맨 정신으로 녹음했죠(웃음).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는 술을 거의 끊다시피 했어요. 대신 와인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심취할 수 있는 묘한 매력이 있더라고요. 조금씩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좋은 술이에요, 맛은 술이라서 그런지 종류 상관없이 다 맛있더라고요.(웃음)”

▲ 요리
“요리는 노래와 공통점이 많기 때문에 좋아요. 창조한다는 가장 큰 교집합이 있잖아요. 락음악과 클래식을 접목시킬 수 있듯이 요리도 한식과 양식을 섞어서 퓨전음식을 만들어내잖아요. 재탄생할 수 있다는 매력이 비슷한 것 같아요.” 연예인들의 부업이 한창인 요즘, 이승철 식당이 있다면 정말 대박이 나지 않겠느냐고 사업제안(?)을 해봤다. “주위에서 다들 말려요. (웃음) 저랑 식당은 안 어울린다고 그냥 음악만 하래요. 사실 저도 조금은 마음이 있었는데 저희 와이프가 하지 말리더라고요. 만약에 식당을 하게 된다면 프랑스 식당을 내고 싶어요, 왠지 예술적이에요.”

▲ 불혹
정상 중에서도 최고봉 정상에 올라서 있는 그, 불혹을 넘어선 그에게 꿈이 단어는 어떻게 다가올까? “꿈과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전 마흔이 되어서야 노래에 대해서 조금 알겠구나 라고 생각했는걸요. 그 전까지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근데 마흔을 넘고 모든 게 안정되어 가니까 그 때부터 음악이 들리고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음악에 대한 생각도 많아졌고 꿈도 많아졌죠. 언젠가는 꼭 이뤘으면 하는 꿈인데요, 공연장을 꼭 갖고 싶어요. 2000석 정도 되는 제 공연장에서 노래하고 싶어요. 물론 아직까지는 그냥 꿈이지만요. 제 녹음실을 갖고 싶었던 어릴 때 꿈이 이뤄졌듯이, 이 꿈도 언젠가는 이뤄지지 않겠어요?”

인생은 B와 D사이에 놓인 C다.“B(Birth)와 D(Death)사이의 Choice"
노래인생 24년,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노래’ 하나를 고집해 온 이승철. 
인생의 긴 여정을 앞둔 이승철, 그의 앞에 놓인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노래’라는 단어가 함께 할 것은 분명해 보였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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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A** 2009.05.08

    녹음실 한번 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