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즈] 백민정, 김도현이 풀어 놓는 솔직 토크
[싱글즈]의 두 주인공 김도현과 백민정을 만났다. 약속 장소에 먼저 모습을 드러낸 백민정은 무대에서 인상보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분위기. ‘치과에서 이를 고치느라’ 약간 늦게 도착했다는 김도현은 머리띠로 넘긴 덥수룩한 머리와 장난끼가 극 중 정준 그대로다. 백민정은 ‘쌩얼’ 김도현을 위해 자신의 메이크업 소품을 빌려주며 “얼굴색이 이제 똑같아 졌다”라며 깔깔 웃는다. 백민정과 김도현보다는 동미와 정준을 만난 거 같다.
이제 정말 친구가 되어버린 백민정, 김도현과의 솔직한 토크.
서로 친해 보인다. 무대에서 함께 공연하는 건 처음으로 알고 있는데 원래 친분이 있었나.
김도현(이하 김) 무대에서건, 무대 밖에서건 처음이다. 사실 옛날에 한번 인사했다. 누나 헤드윅에 출연할 때. 그런데 누나가 기억을 못한다.
백민정(이하 백) 음…... 어찌됐던 작품은 처음이다(웃음).
김 (백민정을 향해) 인사했다니까~. 누나 헤드윅하고 나 인당수 사랑가 할 때~(웃음). 아무튼 서로 친해지기 위해 많이 노력 했다. [싱글즈]에서 동미와 정준이는 서로 호흡이 정말 중요하다. 특히 정준이는 대부분 동미와 연기하는데다 동미가 안 나오면 정준 역시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빨리 친해지고 싶었다. 매일 술 먹자고 하고…그런데 알고 보니 누나가 은근히 내면은 20대였다(웃음). 금방 친해져서, 다른 사람은 혼내도 나는 혼내지 않는다. 왜냐면 곧 공연해야 하니까(웃음).
백 [싱글즈] 캐스팅되고 나서 첫 모임 전이었는데, 김도현씨가 내 싸이에 와서 ‘선배님 저는 같이 공연하게 된 김도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라면서 쪽지를 보냈다. 그래서 ‘어우 이 친구 비즈니스 잘하네~’ 생각했다(폭소). 주위에 김도현씨에 대해 물어보니 칭찬이 자자했다. 막상 같이 연기해보니 호흡도 잘 맞고 성실하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였다. 서로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니 정말 빨리 친해졌다.
두 분 모두 캐릭터 변신이 눈에 띈다.
백 어떤 인터뷰에서 그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도대체 왜 백민정은 맡은 역할마다 다 다르냐고. 사실 헤드윅 이츠학,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롯테 같이 정반대 역할을 많이 해왔다. 그런데 그게 다 내 모습니다. 이번 동미는 직선적이지만 정도 되게 많고 마음이 약한데, 나도 그렇다. 연기를 하면서 내 안의 동미를 꺼내 보이면 되는 거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내 안에 그 캐릭터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 난 원래 내 캐릭터가 정준에 가깝다. 그래서 날 아는 사람들은 크게 놀라워하진 않고 이제 니 모습을 찾았구나 한다(웃음). 그 동안 묵직한 역할들을 주로 맡았는데, 그건 내 목소리가 중저음이라 그랬던 거 같다. 정준이는 정말 편하게 하고 있다. 같이 놀다가 여기까지 온 거 같다. (백민정을 보며) 그렇지 않나? 특별한 고민을 한 기억이 없다(웃음).
극중 정준의 머리띠 패션은 본인이 고안한 건가.
김 나는 캐릭터의 외형적인 이미지부터 형성하고 안으로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배우가 천의 얼굴이라고도 하는데 천의 얼굴이 솔직히 어디 있나. 내 목소리고 내 얼굴인데. 어느 정도 한계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은 첫 등장부터 ‘걔가 걔야?’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머리띠도 처음부터 하겠다고 했고, 외모 자체를 정준화 시켰다.
[천사의 발톱] 때보다 약간 체중이 늘어나 보이는데, 일부러 그런 건가.
김 이건 일부로 늘린 게 아니다. 그냥 걔(정준)가 하고 다닐 법하게 하고 다니다 보니 이렇게 됐다(웃음). 또 별로 뺄 이유를 못 느끼고 있고. 오히려 조금 더 통통하면 귀여울 거 같지 않나(웃음). 천사의 발톱 때도 일부러 살을 빼지 않았다. 주로 캐릭터가 하고(입고) 다닐 법한 스타일을 일상에서도 한다. 그러다 보면 일상에서 모습도 극중 캐릭터와 비슷해 진다. 다음 작품에서는 운동선수 역할을 할 거 같다. 그땐 체중을 많이 줄일 예정이다.
[싱글즈] 주인공들은 29살이다. 각자 29살은 어땠나.
백 29살에서 30살로 넘어갈 때 주위 사람들이 이제 늙었다면서 놀렸었다. 후배들은 30살이 된다고 자정에 축하포를 터트려 주기도 했는데, 그땐 그게 슬퍼서 울었다. 서른인데 남자도 없고 이게 뭔가 하면서(웃음).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20대보다 30대가 훨씬 더 좋은 거다. 일 적인 면에서나 인간 관계에서나 더 당당해 지고 자신 있어졌다. 20대에는 열심히 하는데 갈피를 못 잡고 방황을 한 거 같다. 지금이 훨씬 행복하고 좋다.
김 나도 30대가 더 좋다. 사실 난 아직 만으로 29살이다. 생일이 안 지났으니까(웃음). 남자 나이 29살이면 혼란이 엄청나다고 하는데 진짜 그렇다. 장남으로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는 생각도 부쩍 든다. 그런데 이건 뭐 내 앞가림도 못하겠고...일은 잘 풀리지 않고…그랬다. 그래서 29살부터 뮤지컬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다. 누나(백민정)가 출연했던 겨울나그네, 누나가 출연했던 베르테르, 누나가 출연했던 사랑은 비를 타고… 오디션 봤다 다 떨어졌다(웃음).
백 그러고 보니 전부 같이 공연할 뻔 했네(웃음). 그 때도 떨어졌다기 보다 본인 역할이 마음에 안 차서 포기한 걸로 알고 있다.
김 참 덧붙여 말하는데 난 뮤지컬 신인이다. 2002년 인당수 사랑가 때문에 데뷔 6년차 배우라고 하시는 분이 있다(웃음). 정확히 보면 그 작품은 연극적인 요소가 강하다. 데뷔작은 지킬 앤 하이드라고 보는 게 맞을 거다.
정준 같은 친구가 있다면 어떨 거 같나.
백 나는 남자랑 여자랑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친한 친구가 되려면 한쪽에서 약간이라도 ‘감정’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본다. 나는 정준이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을 거 같다. 애인한테도 말 못하는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지 않을까. 난 헤어진 남자 친구한테 연애 상담을 한 적도 있다. 가족보다 친구보다 날 더 잘 아니까. 물론 시간이 많이 지나야 가능하다.
극 중 동미는 술 때문에 사고(?)로 친구의 아이를 갖게 됐다. 동미 입장이라면 어떻게 했을 거 같나.
백 이건 캐릭터 분석할 때도 고민한 문제다. 만약 술을 먹고 그랬다면 다음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할 거 같다. 그냥 아예 기억에서 지워 버리는 거다. 나름 소심해서 그렇다
이렇게 소심한데 만약 아이가 생긴다면 과연 낳고 키울 수 있을까….동미처럼 당당하게 싱글맘으로 편견을 이기면서 키울 수 있까... 솔직히 모르겠다. 자신 없다. 그런데 누가 그랬다. 안 생겨봐서 그렇다고(웃음).
김 그런데 동미가 진짜 쿨한 건진 모르겠다. 어차피 아이를 낳을 거 아닌가. 서로 안 볼 사이도 아니고. 또 지혜 성격을 봤을 때 정준이를 못 견디고 떠날 거 같다. 그러면 나난이 가만히 있겠나. 나난이 입이 묵직한 아이가 아니거든. 극이 계속 진행된다면 결국 정준은 동미한테 갔을 거고, 2년 안에 합방하지 않을까(웃음). (친한 친구와 사귀는 것에 대해 묻자) 만약 그 상대방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다면 친구가 되기 전에 사귀든지 깨지든지 할거다(웃음).
백 그러고 보니 도현씨 여자친구 정말 이쁘다.
김 갑자기 화제가 왜 이러나(웃음). 누난 완전 소심하고 여리다. 종이로 말하면 한지다. 물 한 방울 떨어지면 스륵 구멍난다. 관객들이 ‘언니 너무 섹시해요, 멋져요’하면 솔직히 뒤에서 웃는다.
배우로서 상대방을 말한다면.
백 김도현씨야 정말 연기도 잘하고 성실해서 기대되는 유망주다. (김도현을 보며) 이정도면 되지(웃음)?
김 왜 그래 누나. 거짓말 같잖아~ 백민정씨야 말로 두말 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훌륭한 배우시다. 배울 게 많다. 이건 거짓말 아니다(웃음).
글 :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ong@interpark.com)
사진 : 김민주(minjuu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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