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 첫 공연 마친 뮤지컬 신인배우, 공형진

지난 5월 26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용에서는 저절로 ‘안구정화’가 이루어지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장동건, 원빈, 주진모 등 바라보기만 해도 뿌듯한 꽃미남부대와 김승우, 김남주, 황신혜, 이문세, 박중훈 등 내로라하는 각계각층의 스타들이 공형진의 뮤지컬 데뷔무대를 축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 ‘움직이는 연예계 전화번호부’ 로 불리는 배우 공형진의 뮤지컬 <클레오파트라> 데뷔무대는 동료, 관객들의 기립박수로 마무리 됐다. 뮤지컬 첫 무대를 무사히 마친 다음 날, 두 번째 공연을 세 시간 앞둔 뮤지컬배우 공형진을 대기실에서 만났다.

- 뮤지컬 배우 ‘공형진’이 된지, 24 시간이 지났다.
한 마디로 기분 좋다. 긴장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어제는 손을 쫙 펼치면서 등장하는 순간, 손이 덜덜 떨리더라. 속으로 ‘야, 왜 이러니 형진아. 쪽 팔리게!’ 이러면서 자기암시를 했다. 최선을 다해서 후회 없이 해보자는 생각으로 했고, 생각보다 칭찬을 많이 들어서 놀랐다.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70점 정도를 주고 싶다. 시작하기 전에는 ‘우’정도는 받아야지라는 생각이었는데 ‘미’정도 되는 것 같다.
이제 첫 단추를 달았으니까 하나하나 새로운 단추를 달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겠다.

- 첫 공연 이었는데 실수는 없었나?
클레오파트라와 함께 부르는 ‘탈출’이라는 뮤지컬 넘버가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면서 자신 있어 했던 곡인데, 막판에 호흡을 놓쳤다. 나름대로 계산해놓은 호흡과 안 맞아서 순간 ‘어이쿠, 큰일 났구나’ 싶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관객 분들이 모르게 잘 넘어갔다. 어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웃음).

- 대한민국 연예인들이 총출동 했더라. 기립박수까지 받았는데. 
이집트의 왕 대관식 장면에서  둘째 줄에 앉은 (장)동건이랑 눈이 마주쳤다. 그 큰 눈에 눈물에 맺혀선,  나를 보면서 엄지손가락을 슬쩍 들어주더라. ‘친구들이 어떻게 봐줄까’ 부담이 많았는데 그걸 보는 순간 자신감이 생기면서 마음이 확 놓였다. 1부가 끝나자마자 김승우씨가 대기실로 와선 날 보자마자 욕을 하더라. 왜 이렇게 사람을 놀라게 하냐고 (웃음). (김)승우가 ‘형이 정말 자랑스럽다, 고맙다’ 고 말해줬다. 사회에서 이런 친구들 만나기 정말 어렵지 않은가? 친구들이 손을 잡아주면서 고생했다고 말해줄 때는 정말 뭉클했다. 거하게 한 잔 샀어야 했는데 오늘 공연이 있어서 뒤풀이를 못했다. 주진모, 한재석, 장동건씨가 근처 바에 있다면서 축하주 한 잔 하자고 했는데, 나중에 거하게 사겠다고 하고 미뤘다. 오늘 무대에 설 생각을 하니까 술자리도 저절로 빠지게 되더라(웃음). 우리 아들은 공연을 보고 시저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번 주 일요일 날 친구들이랑 자기가 쓴 시저 이야기 대본으로 연극 연습을 한다고 하더라. 시저는 무조건 자기라면서(웃음).


- 뮤지컬 무대에 서고 있는 절친한 동료 김승우씨가, 호평만 받고 있는 건 아닌데. 뮤지컬 도전이 겁나지 않았나?
그런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았다. 배우가 관객들에게 냉정한 평가를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호평만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혹평도 배우들이 받아야 하는 부분 아니겠는가. ‘호평을 받기 위해서 연기해보자’를 목표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의 평가에 좌지우지 되면서 배우가 움직이는 건 아니라고 본다. 이제 막 공연이 시작되는 시기라 뮤지컬 무대에 선 공형진을 어떻게 봐주실지 모르겠지만 무식이 용감 이라고 ‘공형진이 가지고 있는 걸 다 보여주자’는 생각을 하니까 자신감이 생겼다. 그냥 이렇게 사는 게 배우로 살아가는 사명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 본인이 자주 선보였던 역할 대신 정극에 가까운 무대를 택한 이유가 있나?
배우 공형진으로 19년을 살았다. 배우는 어떤 배역을 맡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인지가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유쾌하고 즐겁고 행복한 역할을 한 건 인정하지만, 배우 공형진이 코미디만 했던 건 아니다. 이미지 변신에 대한 강박으로 시작하진 않았지만 이번에 맡은 ‘시저’ 역할이 연기 생활 20년을 맞기 전에 제 스스로 전환점, 계기가 될 거라고 판단했다.‘시저’라는 인물 자체가 탐나고 멋있어서 다른 조건은 생각하지 않고 선택했다.

- 듀엣 하는 여자 주인공이 성악과 출신일 정도로 노래에 대한 의존도가 많은 작품이다.
솔직히 가장 부담되는 부분이 노래다. 연습 비중도 노래가 월등히 높다. 뮤지컬에서 중요하게 평가 되는 게 음악과 노래 아닌가. ‘적어도 노래에서는 꼬투리 잡히지 말자’는 마음으로 연습했다. 뮤지컬 하러 와서 노래에 책잡히면 그건 관객에게도, 뮤지컬에서 자기 입지를 다지고 있는 동료배우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여자 주인공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뛰어난 노래 실력을 가진 베테랑들인 건 사실이다. <클레오파트라>라는 장엄한 음악을 가진 뮤지컬에서 부족한 부분은 노력으로 걷어내고, 배우 공형진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 시키려고 한다.  

- ‘극단 유’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배우의 출발이 연극이었는데.
연극은 학교 다닐 때부터 꾸준히 했다. <햄릿><중매인>등 재학 중에만 20여 편 넘는 작품을 한 것 같다. 겨울방학은 매일 연습실에서 동기들과 뮤지컬 연습을 하면서 보냈다. ‘극단 유’에서 는 99년도 까지 꾸준히 세, 네 편의 무대에 올랐고. 무대에 대한 그리움, 향수는 영화배우로 활동하면서도 계속 가지고 있었다.

- 이번 뮤지컬 연습을 통해서 무명시절 생각이 많이 나겠다.
연극, 뮤지컬을 할 때 하도 고생을 해서 그런지 ‘뮤지컬은 고생’ 이라는 공식이 머리에 박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3,4년 전부터 뮤지컬을 해보자는 제의가 많았지만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번에 무대에 서보니까 왜 그렇게 겁을 먹었나 싶다. <클레오파트라>에는 50여 명의 배우들이 함께 무대에 서는데 지금 이 친구들이 제 첫 정과도 같은 동료들이다. 공연계에 있어봐서 얼마나 배고픈 작업인지, 지금 동료들의 어려운 사정도 잘 알고 있다. 내가 동료들보다는 조금은 더 여유가 있으니까 이 친구들에게 물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건 기쁜 마음으로 하겠다는 생각으로 회식비용은 책임지고 있다(웃음). 그래서 ‘간식이나 술은 내가 책임 질 테니까 공연만 대박 내자!’ 라고 했다.

- 공연장 앞에 ‘뮤지컬 배우 공형진’ 이라는 화환이 있던데.
화환이 많이 왔다고 하는데 연습실과 무대만 왔다갔다 하다보니까 정작 직접 보지는 못했다(웃음). 벌써부터 그렇게 불러주시면 정말 황송할 따름이다. 앞으로 네, 다섯 편 정도의 작품을 더 해야 뮤지컬 배우라는 닉네임이 어색하지 않게 느껴질 것 같다. 지금은 뮤지컬 견습생? 이 정도로 불러줘도 감사하다. 

- 앞으로도 뮤지컬 배우 '공형진'을 볼 수 있는 건가?
임창정씨가 하는 <빨래>는 두 번이나 볼 정도로 뮤지컬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브로드웨이에 가면 뮤지컬 한, 두 편은 꼭 보고 온다. 라이선스 뮤지컬을 보면 이상한 승부욕이 발동되더라. ‘저 배역을 내가 하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상상이 돼서 라이선스 뮤지컬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계획 중이라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이번 여름에는 깜짝 놀랄 만한 연극을 올릴게 될 것 같다. (동료들 가운데 함께 무대에 서고 싶은 사람을 묻자) 주진모, 장동건, 김승우와 꼭 한 번 서고 싶다. 이 친구들과는 무대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관객들의 호응이 대단할 것 같다(웃음).

- 세 시간 후면 또 무대에 오를 텐데, 공연을 앞둔 소감.
어제 공연을 끝내고, 1차 숙제 검사를 끝낸 기분이 들더라. 앞으로는 조금 더 여유롭게 관객들과 즐기고 싶다. 어제는 친한 친구들이 많이 와서 개인적인 심적 부담이 컸는데 많이 홀가분해졌다. 노래를 부를 때 첫 음을 잘 잡아야 하는 건, 계속 신경 써야 한다(웃음).

- <클레오파트라>를 만나러 올 예비 관객들에게 한 마디.
한 번 쯤 기분내고 싶을 때 있지않나. 근사하게 기분 낼 수 있는 공연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장을 입고 규정된 자리에서 근사하게 폼을 잡을 수 있는 뮤지컬이라고 할까? 한 번쯤 그렇게 요즘 재밌고, 가벼운 뮤지컬도 많지만 역사속의 주인공이 돼서 숙연함과 근사한 세련됨을 느낄 수 있는 어른스러운 뮤지컬이다. 혹시라도 배우 공형진의 새로운 모습에 대한 기대를 안고 온 관객이 있다면, 실망하시지 않을거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후너스 엔테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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