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爾)> 4대 공길 정원영, “나만의 공길보다 모두의 ‘이’가 되는 게 목표”

연극 <이>를 토대로 한 뮤지컬, 영화 등에서 단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인물은 공길이다. 연극에서도 마찬가지다. ‘본디 여자도 아닌 것이 남자도 아닌 듯’ 오묘한 매력을 소유한 슬픈 광대 공길의 애환과 인생 역정은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울림과 동시에, 배우들에게도 꼭 도전해 보고 싶은 모습이기도 한 까닭이다. 첫 연극 무대에 4대 공길로 서는 스물 다섯의 배우 정원영은 이 모든 것이 “감격스럽지만 부담도 컸다”고 한다.

4대 공길,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아직 학교(서울예술대학 연기과)도 졸업 안 한 상태고, 뮤지컬도 경력이 많진 않지만 5, 6편 했지만, 연극은 처음이다. 하지만 배우로서 생각했을 때, 춤과 노래도 중요하지만 연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배우로서 욕심이 있었다. 작품 자체가 인증된 작품이기 때문에, 좋은 선배님들과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오디션을 통해 공길이 되었다고 들었다.
오디션도 치뤘고, 연출(김태웅)님이 올 초까지 했던 뮤지컬 <즐거운 인생>을 보러 오셨는데, 그 작품의 원작 연극이 연출님 작품이었기 때문에 뮤지컬을 보면서 나를 생각해 두신 것도 같다.

2007년 뮤지컬 <대장금>으로 데뷔한 후 <즐거운 인생>의 주연 ‘세기’ 역을 맡기까지 앙상블의 기간이 짧은 편이다.
맞다. 이제 2년이 되었다. 어떤 분들은 “이제 너도 주조연 배역 받는 쪽으로 갔다”고 말씀하시지만, 나는 내게 오는 기회를 하나하나 잡아갈 뿐이고, 앞으로 또 좋은 작품을 할 기회가 앙상블 밖에 없다고 해도 할 마음이 있다. 배우로서 이제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내 것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아직 어린 나이라는 핑계를 가지고 계속 배워가면서 꿈꿨던 것들을 채워갈 예정이다.

꿈꿔왔던 작품들은 무엇인가?
남자 배우로서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두 가지 모습을 갖고 있는 <지킬 앤 하이드>, 그리고 <헤드윅>도 있다. 사실 헤드윅 오디션을 보기도 했는데 떨어졌다(웃음).

첫 연극에, 쉽지 않은 작품이다. 연습에 어려움은 없었나?
뮤지컬이나 서양 작품은 무게 중심이 위로 떠 있는데, <이>가 가진 한국적인 정서는 아래로 중심이 간다. 한의 정서를 갖고는 걸음걸이부터 가볍게 할 수 없고, 깊이 있는 호흡과 깊이 있는 움직임을 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다. 또 그간에는 노래로서 감정을 표현해서 한편으로는 편하게 가는 부분도 있었는데 여기서는 모든 것을 연기와 호흡으로서만 끝을 내야 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과거 연극 <이>나, 뮤지컬, 크게 흥행한 영화가 지금 연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뮤지컬은 못 봤고, 연극 <이>도 사실 영상을 통해서 봤다. 그 때는 너무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영화 ‘왕의 남자’를 먼저 알았다. 물론 어느 배우나 나만의 이미지, 나만의 인물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고, 그 점을 생각 안 할 수는 없지만, 그 전에 있었던 좋은 것들을, 굳이 나만의 것을 만들겠다고 따라하지 않는 것 보다는 그 중에서 나에게 맞는 것들,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들을 가져가면서, 플러스 알파로 내가 더 넣을 수 있는 것들을 더해 좋은 작품을 하고 싶은 게 가장 큰 꿈이다. 기존에 너무들 잘 하셔서 자신감이 떨어질랑 말랑(웃음). 하지만, 누구보다 잘 할 자신감을 갖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길과 정원영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이 있을까?
공길은 “난 권력을 택하겠어”라고 딱 부러지게 뭔가 할 것 같지만 마음은 장생에게도 흔들리고, 연산에게도 흔들린다. 그런 면에서 누구보다 줏대 없게 남을 더 인정해 주고 배려해 줄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 나도 공길처럼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웃음). 또, 나 역시 직업이 광대이지만, 극 중 공길 보다는 장생의 길을 택할 것 같다. 광대에게는 광대의 길이 있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 좀 다른 것 같다.

광대 공길의 재주를 극 중에서 볼 수 있는가?
우인으로 시작했지만, 극 초반에 왕에게 권력을 하사 받고, 그간의 가난을 떨쳐내고 권력을 택하는 인물이어서 극 중에서 우인들과 노는 장면은 없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장 사랑하는 친구이자, 애인, 동반자이며 또 다른 ‘나’인 장생의 죽음을 통해서 다시 한번 내 인생이 광대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이후에 다시 광대로서의 삶을 택하면서 ‘나는 죽어도 좋으니 광대로 살겠다’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사설도 하고 춤도 춘다.

이번 공연에 출연하는 배우들 중 막내인 것 같다.
휴우, 막내다(웃음). 녹수 역으로 서는 친구(이화정)가 저 보다 한 살 어리긴 하다. 일단 어렵기도 하고 부담도 되고, 선배님들이 만들어 놓은 좋은 작품에 해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너무나 감사하고 영광이다. (연출님은 어떠신가?) 어휴,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되는데.

앞으로 방송이나 영화 쪽에서도 러브콜을 기대해 봐도 좋지 않느냐?
꿈이 ‘뮤지컬배우다, 연극배우다’라는 것 보다 어느 분야에서도 쓰임 받을 수 있는 준비된 배우가 되는 것이라,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4대 공길로, 관객들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전의 작품과 같을 순 없겠지만, 내면에 담긴 감동을 꾸준히 전달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 나 만의 공길로서 더 잘하고 싶은 것은 내 개인의 욕심이고, 어느 공길이나 같이 생각하고, 고민했던 감정을 객석에 전달할 수 있게, 공길로서 보다는 <이>라는 작품을 잘 이해할 수 있게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기존에 <이>를 보셨던 분들도 또 오셔서 다시 감동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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