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윤> 7집 앨범, 12년차 가수의 새로운 시작


박지윤이 7집 앨범을 들고 노래로 컴백했다. 지난 2003년 이후 6년만의 앨범이다. 앨범명은 ‘꽃, 다시 첫 번째’. 타이틀곡 ‘바래진 기억에’를 비롯해 ‘봄, 여름 그 사이’ ‘그대는 나무 같아’ 등 모든 노래는 전자음을 뺀 어쿠스틱한 발라드로 서정적이고 맑은 느낌이 앨범 전반에 흐른다. 6년 전 마지막 활동인 ‘할 줄 알어’가 섹시 컨셉으로 이목을 끌었던 것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성인식의 그녀를, 난 남자야를 외치던 그녀를 봐왔던 대중에게는 그녀의 이번 선택은 즐거운 의외다.

긴 여정의 끝, 새로운 시작
"저에게는 이번 앨범이 첫 번째 앨범 같아요"
벌써 7집, 데뷔 12년차 ‘중견’ 가수인 박지윤의 말이다. 이번 앨범의 다른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은, 그녀의 음악관을 고스란히 담은 첫번째 앨범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발매한 ‘꽃, 다시 첫번째’는 이런 뜻에서 지은 이름이라고. 

그녀의 지난 공백을 차분히 이야기 하는 듯한 노래가 꼭꼭 담겨있느 이번 앨범에 오랜시간 그녀를 기다려온 팬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한번 흘려 보내고 마는 음악이 넘치는 가요계에서 이번 담백한 발라드는 그녀의 독특한 음색과 만나 색다른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가요계를 떠났던 박지윤이 다시 노래를 시작하겠다고 생각한 건 2년 전부터다.

6집 이후 “회의를 느껴서” 가수에 대한 생각을 접었던 그녀에게 용기를 준 건 우선 종교의 힘이다. 믿음은 꽁꽁 닫혔던 그녀의 마음에 음악과 노래에 대한 열정을 불어넣어 주었다. 지난 6년간의 휴식도 도움이 됐다. 16살에 데뷔해 쉴 새 없이 달리기만 했던 그녀에게 지난 6년간은 ‘생각할 겨를’을 준 기간이었다.
“제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어렸을 때부터 활동을 해오면서 나란 사람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거든요. 여행도 많이 다니고, 학교도 다니고…사진집도 내고. 중국활동도 간간히 했고요.”

특히 사진에 대한 애착은 그녀가 인터뷰에도 들고나온 카메라에서도 엿볼 수 있다. 사진을 찍히는 와중에서도 틈틈이 주위 나무와 꽃을 찍는다. 카메라를 잘 모르는 기자가 묻자 ‘필름 카메라’라며 살짝 웃어 보인다. 그녀는 얼마 전 포토에세이집 ‘박지윤의 비밀정원’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젠 내 음악 보여드릴게요"
지난 해 이맘때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한 이번 앨범에는 넬의 김종완, 디어클라우드 김용린, 루시드 폴 등 쟁쟁한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김용린씨 같은 경우는 친했지만, 다른 분들은 한 다리 건너서 소개 받았어요. 제가 소개시켜달라고 부탁했고요. 워낙 외부에 곡을 많이 주는 분들이 아니라서 처음엔 그냥 사석에서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눴어요. 나란 사람을 알고 박지윤이 어떤 생각으로 이번 앨범을 만들려 하는지 알려드렸기 때문에  저에게 곡을 주신 것 같아요. 아마 뜬금없이 곡을 달라고 했으면 주지 않았을 수도 있죠.”

인터뷰가 있던 날, 그녀는 라디오 녹화와 인터뷰가 예정돼 있었다. 오랜만에 활동으로 바쁘지 않냐고 묻자 “예전에 비한면 10분의 1도 안 되게 활동하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몇몇 음악방송을 제외하면 주로 라디오 라이브 프로에 집중이 돼 있고 예능, 오락 프로그램은 많이 하지 않는다. 요즘 인기있는 예능 프로그램은 “말주변이 없어서”라며 웃어보인다. 10년 전, 한창 가요순위 정상을 달릴 때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17살 ‘하늘색 꿈’으로 데뷔, ‘성인식’을 거치며 가요계 정상자리에 올랐지만 그만큼 우여곡절을 겪은 그녀의 선택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일찍 데뷔하고 내 의지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지나왔던 것 같아요. 학창시절에 가질 수 있었던 경험도 못했고. 나잇대에 맞는 상황들이 있는데, 저는 20대에 겪어야할 것들을 10대에 겪었어요. 감당하기 힘든 것들이 더 힘들게 다가오곤 했었죠.”

그녀를 섹시 아이콘으로 만들었던 ‘성인식’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그땐 거의 8~9개월을 연습을 하고 무대에 선 것이어서 그걸 하는 게 나와는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전 제 일에 대해 모험심이 강한 편이에요. 새로운 걸 도전하기 좋아해서 성인식이 족쇄 같은 느낌은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날 바라보는 사람들이 박지윤을 그 이미지에 동일시 시킨 게 힘들었지요.”

 

'그곳에서 할 수 있었던 건 3년이면 충분해' 당시 소속사 JYP와는 계약 기간이 끝난 후 연장을 하지 않았다. 이번 앨범을 내면서는 스스로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만들었다.
“기존 기획사들은 아무래서 저에게 믿음이 안 갔을 거에요. 박지윤이란 가수가 기존에 해왔던 이미지가 이게 아니니까 다들 긍정적인 반응은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제가 그들의 입맛에 맞춰서 앨범을 내고싶지 않았기 때문에 혼자 하기로 결심했죠.”

오는 7월 2일에는 생에 첫 단독 콘서트를 연다. 이번 7집 앨범 노래에, 예전 히트곡을 새롭게 편곡해 선보인다. 무엇보다 소극장 콘서트니만큼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찬찬히 풀어낼 계획이다. 특히 예전 곡들을 7집 앨범에 맞춰 편곡한 것에는 "너무 너무 마음에 든다"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난 말을 잘하진 못하지만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를 조근조근 해보고 싶다"며 생에 첫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다.

서른을 앞두고 데뷔 12년차 가수 박지윤의 다짐은 남다르다.
“요즘 어쨌든 이 어려운 시장에서 음악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 이소라 선배님처럼 좋은 앨범 내고 공연도 잘 되는 가수가 되고 싶고요. 그리고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을 하고 싶긴 한데…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웃음).:
인터뷰 내내 찬찬히 나즈막한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그녀가 활짝 웃어 보였다. 첫 콘서트에 대한 떨림, 첫 앨범에 대한 기대, 싱어송라이터로의 첫 발걸음, 이제 모두 처음인 그녀의 밝은 미소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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