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의 두 기둥, 패트릭 지와 자니 리
작성일2009.06.15
조회수18,483
실내악 앙상블 그룹 ‘디토’가 올해 세 번째로 정기 연주회를 갖는다. 창단 첫 회인 2007년에 선보였던 단 1회의 연주가(한 번의 오케스트라 협연도 있었다) 지난 해 전국 투어, 그리고 올해 ‘디토 페스티벌’로 더욱 알차고 풍성하게 성장하고 있다. 애호가들만의, 다가가기 어려운 클래식이 2, 30대 젊은 관객들의 열띤 지지 속에 조금 더 우리 곁으로 다가올 수 있게 만든 푸른 거장들. 앙상블 디토의 멤버 중 원년 멤버로 매해 튼튼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첼리스트 패트릭 지와 바이올리니스트 자니 리를 만나보자.
디토, 그 시작.
2009년 현재 시즌 3를 맞고 있는 실내악 그룹 앙상블 디토는 2007년 국내 첫 무대를 가졌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첼리스트 패트릭 지, 바이올리니스트 자니 리, 그리고 피아니스트 이윤순이 함께였다.
디토 시즌 1부터 함께 했다. 디토의 시작은 어떻게 되었는가?
자니 리 : 리처드는 예전부터 나와 패트릭의 친구였다. 당시 한국에는 젊은 관객들을 위한 챔버 뮤직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리처드가 막 한국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한 이후 한국에서 챔버 뮤직을 해 보자고 아이디어를 냈다.
패트릭 지 : ‘링컨 센터 챔버 뮤직 소사이어티’에서 함께 한 이후 리처드와 다른 크고 작은 챔버 뮤직 무대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굉장히 창의적인 일을 꿈꾸고 있고, 또 나 역시 디토가 계속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다. 점점 더 많은 관객들이 모인다는 것은 굉장히 즐거운 일이다.
그 전에 한국에 온 적이 있는가?(둘의 부모는 모두 한국인이다)
패트릭 지 : 4학년 때 한국에 온 적이 있다. 아이스 하키를 했었는데, 미국, 캐나다, 그리고 몇몇 한국 팀과 토너먼트 경기를 했었다. 그러고 나서는 첼로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한 이후, 2001년부터 세종솔로이스츠에 참여해서 한국에 온 적이 있었다.
‘앙상블 디토’에 쏠리는 폭발적인 반응을 느끼고 있는가?
자니 리 : 물론이다! 그 중 하나로, 요즘 인터넷의 힘이 굉장히 커져서 팬들이 많은 웹사이트를 개설한다. 부모님들이 거기서 정말 많은 것들을 읽으신다(웃음). 나는 다 이해하지 못해서 가끔씩 부모님들이 그곳에 올려진 글들을 해석해 주기도 한다. (패트릭 : 개인 팬클럽도 있잖아!) 맞다, 개인 팬클럽 사이트도 있다. 개인 사진을 찾아서 인터넷에 올려 놓기도 하는데, 그 사이트에서 보기 전엔 내가 한번도 보지 못한 사진들도 있었다(웃음). 정말 재미있다. 한번도 글을 남겨보거나 답장을 한 적은 없지만, 부모님들이 “자니, 여기 와서 빨리 대답을 적어”라고 말씀하시기도 한다(웃음).
앙상블 디토는 리처드 용재 오닐, 패트릭 지, 자니 리를 중심으로 매년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하고 있다. 2008년 시즌 2에서는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콘트라 베이시스트 다쑨 장,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제키브가, 2009년 시즌 3에서는 스테판 제키브와 더불어 피아니스트 지용과 첼리스트 마이클 니콜라스가 함께 한다.
디토 멤버들은 각각 어떤 캐릭터를 지녔다고 생각하는가?
자니 리 : 음…아주 어려운 질문이다. 멤버들은 각각 그룹 내에서 나름의 개성을 갖고 있다. 리처드는 내가 알고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뮤지션들 중 한 명이다. 그가 하는 모든 일들은 분명한 의미를 갖고 있다. 스테판은 좀 더 유쾌한 친구고, 때론 아이 같기도 하다. 리처드는 스테판 보다는 좀 더 진지한 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두 사람 다 굉장히 ‘똑똑’하다는 것이다. 각기 다른 악기로 다른 연주를 하지만 결국 다 함께 연주한다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다. 때문에 반드시 서로 절충하고 타협해야 한다.
패트릭 지 : 저마다 각각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고, 이들이 모여서 의견을 교환하며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즐겁고 흥미로운 일이다. 우리는 항상 그 중간 부분에서 만난다.
공연 프로그램은 어떻게 선정하는가.
자니 리 : 리처드가 디토의 음악감독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그가 정한다. 하지만 매 시즌마다 어떤 기준이 있다고 생각한다. 챔버 뮤직이 한국에서는 많이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음악이 한국 관객들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해하기 난해한, 어려운 곡들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패트릭 지 : 특히 이번 페스티벌에서 ‘러브 송’은 매우 로맨틱한 뮤직들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인들은 매우 로맨틱 하다. 드라마도 그렇다(웃음).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느냐고 묻자) 그렇다. ‘환상의 커플’도 봤고, ‘달콤한 스파이’도 봤다(웃음). 한국어 배우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
연주나 연습 이외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가.
자니 리 : TV도 보고. ‘로스트’ 아는가?(웃음) 공연 후에 긴장을 풀고 쉬기에 TV 보는 게 좋은 것 같다(웃음). 공연은 2시간 내내 (얼굴에 힘을 주고 팔을 들어 바이올린을 켜는 모습을 하며) 이렇게 긴장하지 않느냐(웃음).
패트릭 지 : 대개 하루 일과가 저녁 11시 즈음에 끝난다. 그 이후에 정말 피로를 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고 난 후 새벽 2, 3시쯤에 잠이 든다.
연주자들은 대부분 야행성 이더라. 연주도 그렇고 연습도 주로 밤에 하는 듯 하다.
자니 리 : 난 아침 7시 반쯤 일어난다. 공연 리허설이 종종 아침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개 낮잠을 잔다. 패트릭도 낮잠 자?
패트릭 지 : 난 거의 안 잔다. 쉬는 시간에도 연습한다(멋있게 보이려 한다며 일행 전체에 폭소가 터졌다).
연주자로 사는 것은
지금 연주하는 악기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패트릭 지 : 내 의지가 아니라 부모님의 선택이었다. 나는 너무나 어렸을 때고, 형 둘이 있는데 모두 바이올린을 했기 때문에 좀 다른 것을 하고 싶었다.
자니 리 : 우리 둘 다 ‘투(two) 형’이 있다. 우리 가족은 모두 바이올린을 했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성장하면서 다른 악기를 생각해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자니 리 : 피아노를 몇 년 쳐 보기도 했는데…음…바이올린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난 바이올린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I was born to play the violin!)"(웃음) 첼로는 크고 무거워서 늘 여분의 공간이 필요하지 않냐(웃음). 레귤러 기타도 좋은 것 같다.
패트릭 지 : 일렉트릭 기타가 참 매력적인 것 같다. 물론 연주는 전혀 못한다(웃음). 듣는 것을 좋아한다.
각자의 악기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패트릭 지 : 어렸을 때 어머니가 종종 오페라를 들으셨다. 거기서 테너, 소프라노 등 성악가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는데, 첼로는 그 목소리들을 다 소리 낼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테너 소리에 더 가깝지만. 사람의 목소리와 같은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연주하려 노력한다.
자니 리 :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첼로를 연주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패트릭 : 정말? 바이올린이 아니라?) 정말이다. 왜냐하면 많은 아름다운 첼로 레퍼토리가 있고, 그것은 오직 첼로로만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바이올린 곡도 많지만, 바이올리니스트가 너무 많다(웃음). 바이올린은 훌륭한 소리가 많고, 그 멜로디들이 많은 인상과 의미들을 관객들에게 전달해 준다. 그 점이 참 좋다.
자니 리는 5세부터 바이올린을 익히긴 했지만 하버드 의대에 진학, 다시 경영학도로 경제 연구소에 있었다. 하지만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자 클리브랜드 음대에 들어간 후 수석으로 졸업, 연주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연주자의 길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자니 리 : 팬레터를 받으면 종종 거기에 "너로 인해서 내가 진정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적혀 있다. 한국에서는 정해진 한 쪽 길만을 가야 하는 것이 큰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음악의 길로 가야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이런 모습이 관객들에게 어떤 자극이 되는 것 같다.
패트릭 지 : 첼로를 하기로, 음악가의 길을 걷기로 결정할 때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그 길을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만나게 된다. 연주를 할 수 있는 무대의 수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도, 늘 변수로 가득 찬 안정되지 않은 연주자의 삶도 힘든 부분일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전문성을 갖추는 것 역시 매우 힘든 일이다.
자니 리 : 그렇지만 충분히 그것을 사랑한다면, 그게 무엇이든 당신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패트릭 지 : 그게 바로 내가 연주를 하는, 디토를 사랑하는 요점이다(웃음).
더하기 관객
무대에서 관객들의 기운이 느껴지는가.
자니 리 : 물론이다. 관객과의 교감은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CD는 레코딩을 위해 여러 번 녹음을 하고, 분명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레코딩 음악에서는 라이브와는 다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듯이, 실제 연주에서는 관객들에게 또 다른 힘을 느낀다.
종종 관객들이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기도 한다.
패트릭 지 :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관객들의 박수는 악장 사이에서 어김없이 나온다(웃음). 오래된 모습이다.
자니 리 : LA에서도 그렇다(그는 현재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최초 한국인 종신 단원이다). 자주 듣는다(웃음). 괜찮은데, 가끔 신경이 쓰일 때도 있다. 가령 아주 부드럽고 고요하게 한 부분이 끝난 후에 (아주 열렬히 박수를 치며) 막, 이렇게 치니까(웃음). 어떤 지휘자는 음악이 끝날 때까지 박수 치지 말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LA필하모닉의 새 지휘자로 구스타보 두다멜이 섰다. 오케스트라 내 어떤 변화가 일 것으로 보는가.
자니 리 : 어려운 질문인데. 그는 아주 젊다. 26살? 나보다도 더 젊다. 에너지가 굉장히 많다. 그 전 지휘자였던 에사페카 살로넨과 두다멜은 모두 다 천재다. 아주 똑똑하다. 하지만 아주 다르기도 하다. 에사페카는 굉장히 깊게 사고하는 편이고 주로 20세기 음악을 연주했다. 두다멜은, 보기에도 굉장히 열정적이고 힘이 넘친다. 지휘로서 음악을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요리하는데 뛰어나다. 우리 오케스트라도 그 점을 굉장히 즐거워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20세기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유지했으면 좋겠다. 베네수엘라 출신이기 때문에 더 다양한 장르를 접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좋아하는 음악가는 누구인가?
패트릭 지 : 대답하기 어려운데, 언제나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는 베토벤이다. 변주곡 등이 아닌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을 녹음해 보고 싶다. 아직 하지 않은 이유는, 베토벤의 곡은 많은 의미들이 담겨 있고 많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 아직 내가 그 곡들을 충분히 잘 연주할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자니 리 : 특별히 좋아하는 작곡가는 없다. 오케스트라를 통해 매주 다른 작곡가들의 음악을 연주하고 또 배운다. 그래서 어떤 때는 우리가 연주할 그 음악에 매료되고 또 계속 듣곤 한다. 요즘에 브루크너를 많이 좋아하진 않는데, 최근 끝난 시즌에서 부르크너 심포니를 연주했었고, 시즌 후 가족들과 떠난 휴가에서도 그 곡을 계속 들으며 흥얼거리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오케스트라를 통해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다.
닮고 싶은 롤 모델이 있는가.
패트릭 지 : 자신의 기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또 더 나은 능력을 갖추기 위해 타인의 장점을 보고 자신을 뒤돌아 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처럼’ 되는 것 보다 그 사람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자니 리 : 패트릭의 말처럼, 개인은 모두 독립된,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가 비슷한 길을 걷는다 해도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패트릭 지 : 디토를 사랑해 주는 관객들 중에서 음악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우리처럼 되려고 하지 말고 ‘여러분 그 자신’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또 한 명의 누구’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진 않을 것이다(웃음).
연주자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패트릭 지 : 기회는 부단한 노력과 운이 만나야 온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준비가 되었다면 기회는 온다. 오늘의 연주를 잘 해 내었다면 그것은 또 다른 연주와 또 다른 기회를 반드시 만들어 낸다.
자니 리 : 연습이 물론 중요하지만 연습 시간의 양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하루에 3시간 이상 연습하지 않는다. 3시간이 내게 가장 적절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8시간 연습하면서 TV를 보거나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패트릭 지 : 연주회를 준비할 때 많은 시간을 그 연주에 관해 생각한다. 가령, ‘내가 여기에서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이 곡 뒤에는 어떤 의미들이 담겨 있을까’ 하는 것들이다. 연습하는 시간을 체크할 필요는 없다.
자니 리 : 물론 학교에서 테크닉을 배우고, 연주 기법을 익히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면 테크닉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패트릭은 시카고 루즈벨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패트릭 지 : 난 그렇게 늙지도 또 젊지도 않은 나이이다. 학생들이 나보다 약 열 살 정도 어린데, 나를 보고 ‘교수님’이라고 불러서 조금 쑥스러울 때도 있다. 항상 ‘그 때 나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나’를 생각하려 노력한다. 학생들에게 더 많은 대답을 해 주려고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려고 한다. 책임감이 크다.
자니 리 : 선생님들을 굉장히 존경한다. 선생님들은 많은 인내와 열정,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건 다른 종류의 에너지이긴 하지만, 두 명 이상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나면 나는 꼭 낮잠을 자야만 한다(웃음).
패트릭 지 : 힘든 점 중에 하나는, ‘연주를 하고 싶어하는’ 학생과 ‘연주하는 법을 알고 싶은’ 학생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번 그들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 지 물어본다.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자니 리 : 그렇다. 고등학교나 LA필을 통해 가끔씩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가령, ‘바운싱’ 이라는 테크닉을 어떻게 할 수 있냐고 물어본다. 나는 그저 ‘바운싱’일 뿐 어떻게 해야 바운싱을 할 수 있는지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지금은 대중적인 프로그램을 주로 선보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폭이 넓어질 수도 있겠다.
자니 리 : 물론이다. LA필도 에사페카 살로넨이 와서 20세기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 전에 관객들은 베토벤, 바하, 드보르작과 같은 작곡가의 곡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는 아주 천천히 20세기 음악들을 소개했고, 이제는 관객들이 그것에 익숙해졌다. 디토도 이처럼 어떤 음악이든 소개하기를 바란다. 앞으로 디토의 연주회가 부모와 어린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가족 음악회가 되길 꿈꾼다.
패트릭 지 : 부디 다시 공연장에서 보길 바란다. 꾸준히 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즐겨라.(웃음)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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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토, 그 시작.
2009년 현재 시즌 3를 맞고 있는 실내악 그룹 앙상블 디토는 2007년 국내 첫 무대를 가졌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첼리스트 패트릭 지, 바이올리니스트 자니 리, 그리고 피아니스트 이윤순이 함께였다.
디토 시즌 1부터 함께 했다. 디토의 시작은 어떻게 되었는가?
자니 리 : 리처드는 예전부터 나와 패트릭의 친구였다. 당시 한국에는 젊은 관객들을 위한 챔버 뮤직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리처드가 막 한국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한 이후 한국에서 챔버 뮤직을 해 보자고 아이디어를 냈다.
패트릭 지 : ‘링컨 센터 챔버 뮤직 소사이어티’에서 함께 한 이후 리처드와 다른 크고 작은 챔버 뮤직 무대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굉장히 창의적인 일을 꿈꾸고 있고, 또 나 역시 디토가 계속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다. 점점 더 많은 관객들이 모인다는 것은 굉장히 즐거운 일이다.
그 전에 한국에 온 적이 있는가?(둘의 부모는 모두 한국인이다)
패트릭 지 : 4학년 때 한국에 온 적이 있다. 아이스 하키를 했었는데, 미국, 캐나다, 그리고 몇몇 한국 팀과 토너먼트 경기를 했었다. 그러고 나서는 첼로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한 이후, 2001년부터 세종솔로이스츠에 참여해서 한국에 온 적이 있었다.
‘앙상블 디토’에 쏠리는 폭발적인 반응을 느끼고 있는가?
자니 리 : 물론이다! 그 중 하나로, 요즘 인터넷의 힘이 굉장히 커져서 팬들이 많은 웹사이트를 개설한다. 부모님들이 거기서 정말 많은 것들을 읽으신다(웃음). 나는 다 이해하지 못해서 가끔씩 부모님들이 그곳에 올려진 글들을 해석해 주기도 한다. (패트릭 : 개인 팬클럽도 있잖아!) 맞다, 개인 팬클럽 사이트도 있다. 개인 사진을 찾아서 인터넷에 올려 놓기도 하는데, 그 사이트에서 보기 전엔 내가 한번도 보지 못한 사진들도 있었다(웃음). 정말 재미있다. 한번도 글을 남겨보거나 답장을 한 적은 없지만, 부모님들이 “자니, 여기 와서 빨리 대답을 적어”라고 말씀하시기도 한다(웃음).
앙상블 디토는 리처드 용재 오닐, 패트릭 지, 자니 리를 중심으로 매년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하고 있다. 2008년 시즌 2에서는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콘트라 베이시스트 다쑨 장,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제키브가, 2009년 시즌 3에서는 스테판 제키브와 더불어 피아니스트 지용과 첼리스트 마이클 니콜라스가 함께 한다.
디토 멤버들은 각각 어떤 캐릭터를 지녔다고 생각하는가?
자니 리 : 음…아주 어려운 질문이다. 멤버들은 각각 그룹 내에서 나름의 개성을 갖고 있다. 리처드는 내가 알고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뮤지션들 중 한 명이다. 그가 하는 모든 일들은 분명한 의미를 갖고 있다. 스테판은 좀 더 유쾌한 친구고, 때론 아이 같기도 하다. 리처드는 스테판 보다는 좀 더 진지한 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두 사람 다 굉장히 ‘똑똑’하다는 것이다. 각기 다른 악기로 다른 연주를 하지만 결국 다 함께 연주한다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다. 때문에 반드시 서로 절충하고 타협해야 한다.
패트릭 지 : 저마다 각각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고, 이들이 모여서 의견을 교환하며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즐겁고 흥미로운 일이다. 우리는 항상 그 중간 부분에서 만난다.
공연 프로그램은 어떻게 선정하는가.
자니 리 : 리처드가 디토의 음악감독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그가 정한다. 하지만 매 시즌마다 어떤 기준이 있다고 생각한다. 챔버 뮤직이 한국에서는 많이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음악이 한국 관객들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해하기 난해한, 어려운 곡들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패트릭 지 : 특히 이번 페스티벌에서 ‘러브 송’은 매우 로맨틱한 뮤직들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인들은 매우 로맨틱 하다. 드라마도 그렇다(웃음).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느냐고 묻자) 그렇다. ‘환상의 커플’도 봤고, ‘달콤한 스파이’도 봤다(웃음). 한국어 배우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
연주나 연습 이외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가.
자니 리 : TV도 보고. ‘로스트’ 아는가?(웃음) 공연 후에 긴장을 풀고 쉬기에 TV 보는 게 좋은 것 같다(웃음). 공연은 2시간 내내 (얼굴에 힘을 주고 팔을 들어 바이올린을 켜는 모습을 하며) 이렇게 긴장하지 않느냐(웃음).
패트릭 지 : 대개 하루 일과가 저녁 11시 즈음에 끝난다. 그 이후에 정말 피로를 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고 난 후 새벽 2, 3시쯤에 잠이 든다.
연주자들은 대부분 야행성 이더라. 연주도 그렇고 연습도 주로 밤에 하는 듯 하다.
자니 리 : 난 아침 7시 반쯤 일어난다. 공연 리허설이 종종 아침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개 낮잠을 잔다. 패트릭도 낮잠 자?
패트릭 지 : 난 거의 안 잔다. 쉬는 시간에도 연습한다(멋있게 보이려 한다며 일행 전체에 폭소가 터졌다).
연주자로 사는 것은
지금 연주하는 악기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패트릭 지 : 내 의지가 아니라 부모님의 선택이었다. 나는 너무나 어렸을 때고, 형 둘이 있는데 모두 바이올린을 했기 때문에 좀 다른 것을 하고 싶었다.
자니 리 : 우리 둘 다 ‘투(two) 형’이 있다. 우리 가족은 모두 바이올린을 했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성장하면서 다른 악기를 생각해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자니 리 : 피아노를 몇 년 쳐 보기도 했는데…음…바이올린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난 바이올린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I was born to play the violin!)"(웃음) 첼로는 크고 무거워서 늘 여분의 공간이 필요하지 않냐(웃음). 레귤러 기타도 좋은 것 같다.
패트릭 지 : 일렉트릭 기타가 참 매력적인 것 같다. 물론 연주는 전혀 못한다(웃음). 듣는 것을 좋아한다.
각자의 악기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패트릭 지 : 어렸을 때 어머니가 종종 오페라를 들으셨다. 거기서 테너, 소프라노 등 성악가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는데, 첼로는 그 목소리들을 다 소리 낼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테너 소리에 더 가깝지만. 사람의 목소리와 같은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연주하려 노력한다.
자니 리 :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첼로를 연주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패트릭 : 정말? 바이올린이 아니라?) 정말이다. 왜냐하면 많은 아름다운 첼로 레퍼토리가 있고, 그것은 오직 첼로로만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바이올린 곡도 많지만, 바이올리니스트가 너무 많다(웃음). 바이올린은 훌륭한 소리가 많고, 그 멜로디들이 많은 인상과 의미들을 관객들에게 전달해 준다. 그 점이 참 좋다.
자니 리는 5세부터 바이올린을 익히긴 했지만 하버드 의대에 진학, 다시 경영학도로 경제 연구소에 있었다. 하지만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자 클리브랜드 음대에 들어간 후 수석으로 졸업, 연주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연주자의 길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자니 리 : 팬레터를 받으면 종종 거기에 "너로 인해서 내가 진정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적혀 있다. 한국에서는 정해진 한 쪽 길만을 가야 하는 것이 큰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음악의 길로 가야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이런 모습이 관객들에게 어떤 자극이 되는 것 같다.
패트릭 지 : 첼로를 하기로, 음악가의 길을 걷기로 결정할 때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그 길을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만나게 된다. 연주를 할 수 있는 무대의 수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도, 늘 변수로 가득 찬 안정되지 않은 연주자의 삶도 힘든 부분일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전문성을 갖추는 것 역시 매우 힘든 일이다.
자니 리 : 그렇지만 충분히 그것을 사랑한다면, 그게 무엇이든 당신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패트릭 지 : 그게 바로 내가 연주를 하는, 디토를 사랑하는 요점이다(웃음).
무대에서 관객들의 기운이 느껴지는가.
자니 리 : 물론이다. 관객과의 교감은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CD는 레코딩을 위해 여러 번 녹음을 하고, 분명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레코딩 음악에서는 라이브와는 다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듯이, 실제 연주에서는 관객들에게 또 다른 힘을 느낀다.
종종 관객들이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기도 한다.
패트릭 지 :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관객들의 박수는 악장 사이에서 어김없이 나온다(웃음). 오래된 모습이다.
자니 리 : LA에서도 그렇다(그는 현재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최초 한국인 종신 단원이다). 자주 듣는다(웃음). 괜찮은데, 가끔 신경이 쓰일 때도 있다. 가령 아주 부드럽고 고요하게 한 부분이 끝난 후에 (아주 열렬히 박수를 치며) 막, 이렇게 치니까(웃음). 어떤 지휘자는 음악이 끝날 때까지 박수 치지 말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LA필하모닉의 새 지휘자로 구스타보 두다멜이 섰다. 오케스트라 내 어떤 변화가 일 것으로 보는가.
자니 리 : 어려운 질문인데. 그는 아주 젊다. 26살? 나보다도 더 젊다. 에너지가 굉장히 많다. 그 전 지휘자였던 에사페카 살로넨과 두다멜은 모두 다 천재다. 아주 똑똑하다. 하지만 아주 다르기도 하다. 에사페카는 굉장히 깊게 사고하는 편이고 주로 20세기 음악을 연주했다. 두다멜은, 보기에도 굉장히 열정적이고 힘이 넘친다. 지휘로서 음악을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요리하는데 뛰어나다. 우리 오케스트라도 그 점을 굉장히 즐거워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20세기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유지했으면 좋겠다. 베네수엘라 출신이기 때문에 더 다양한 장르를 접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좋아하는 음악가는 누구인가?
패트릭 지 : 대답하기 어려운데, 언제나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는 베토벤이다. 변주곡 등이 아닌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을 녹음해 보고 싶다. 아직 하지 않은 이유는, 베토벤의 곡은 많은 의미들이 담겨 있고 많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 아직 내가 그 곡들을 충분히 잘 연주할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자니 리 : 특별히 좋아하는 작곡가는 없다. 오케스트라를 통해 매주 다른 작곡가들의 음악을 연주하고 또 배운다. 그래서 어떤 때는 우리가 연주할 그 음악에 매료되고 또 계속 듣곤 한다. 요즘에 브루크너를 많이 좋아하진 않는데, 최근 끝난 시즌에서 부르크너 심포니를 연주했었고, 시즌 후 가족들과 떠난 휴가에서도 그 곡을 계속 들으며 흥얼거리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오케스트라를 통해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다.
닮고 싶은 롤 모델이 있는가.
패트릭 지 : 자신의 기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또 더 나은 능력을 갖추기 위해 타인의 장점을 보고 자신을 뒤돌아 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처럼’ 되는 것 보다 그 사람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자니 리 : 패트릭의 말처럼, 개인은 모두 독립된,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가 비슷한 길을 걷는다 해도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패트릭 지 : 디토를 사랑해 주는 관객들 중에서 음악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우리처럼 되려고 하지 말고 ‘여러분 그 자신’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또 한 명의 누구’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진 않을 것이다(웃음).
연주자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패트릭 지 : 기회는 부단한 노력과 운이 만나야 온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준비가 되었다면 기회는 온다. 오늘의 연주를 잘 해 내었다면 그것은 또 다른 연주와 또 다른 기회를 반드시 만들어 낸다.
자니 리 : 연습이 물론 중요하지만 연습 시간의 양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하루에 3시간 이상 연습하지 않는다. 3시간이 내게 가장 적절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8시간 연습하면서 TV를 보거나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패트릭 지 : 연주회를 준비할 때 많은 시간을 그 연주에 관해 생각한다. 가령, ‘내가 여기에서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이 곡 뒤에는 어떤 의미들이 담겨 있을까’ 하는 것들이다. 연습하는 시간을 체크할 필요는 없다.
자니 리 : 물론 학교에서 테크닉을 배우고, 연주 기법을 익히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면 테크닉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패트릭은 시카고 루즈벨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패트릭 지 : 난 그렇게 늙지도 또 젊지도 않은 나이이다. 학생들이 나보다 약 열 살 정도 어린데, 나를 보고 ‘교수님’이라고 불러서 조금 쑥스러울 때도 있다. 항상 ‘그 때 나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나’를 생각하려 노력한다. 학생들에게 더 많은 대답을 해 주려고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려고 한다. 책임감이 크다.
자니 리 : 선생님들을 굉장히 존경한다. 선생님들은 많은 인내와 열정,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건 다른 종류의 에너지이긴 하지만, 두 명 이상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나면 나는 꼭 낮잠을 자야만 한다(웃음).
패트릭 지 : 힘든 점 중에 하나는, ‘연주를 하고 싶어하는’ 학생과 ‘연주하는 법을 알고 싶은’ 학생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번 그들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 지 물어본다.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자니 리 : 그렇다. 고등학교나 LA필을 통해 가끔씩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가령, ‘바운싱’ 이라는 테크닉을 어떻게 할 수 있냐고 물어본다. 나는 그저 ‘바운싱’일 뿐 어떻게 해야 바운싱을 할 수 있는지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지금은 대중적인 프로그램을 주로 선보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폭이 넓어질 수도 있겠다.
자니 리 : 물론이다. LA필도 에사페카 살로넨이 와서 20세기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 전에 관객들은 베토벤, 바하, 드보르작과 같은 작곡가의 곡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는 아주 천천히 20세기 음악들을 소개했고, 이제는 관객들이 그것에 익숙해졌다. 디토도 이처럼 어떤 음악이든 소개하기를 바란다. 앞으로 디토의 연주회가 부모와 어린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가족 음악회가 되길 꿈꾼다.
패트릭 지 : 부디 다시 공연장에서 보길 바란다. 꾸준히 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즐겨라.(웃음)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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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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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님 2009.06.24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디토도 이해하고, 클래식도 이해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