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드 파리>, <돈 주앙>의 개사가 박창학
작성일2009.07.30
조회수13,259
20여 년간 윤상, 김동률, 박효신, 정재형, 강수지 등의 곡에 노랫말을 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신뢰감 100%의 대중가요 작사가’인 박창학(41). 최근 그의 이름을 묵직히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곳은 바로 공연장이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와 <돈 주앙>의 한국어 개사자로서 “원작의 깊이를 십분 살리는 동시에 한국 관객들에게 더욱 와 닿고 있는 노랫말”이란, 라이선스 작품이 결코 쉽게 받지 못할 찬사가 그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7월 초 발매된 윤상의 6집 앨범에서도 전곡 작사와 프로듀싱을 맡은 그이지만, 오늘은 탄탄한 뮤지컬 대작 두 편을 설익은 냄새 없이 관객들 앞에 세운 공연인 중 한 사람으로 마주해 본다.
1년의 준비, “저도 오디션 봤어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한국어 공연을 앞두고, 뮤지컬 넘버 하나하나가 완벽한 노래로 최고의 예술성을 자랑하는 이 작품을 ‘어떻게’ 한국어 옷으로 갈아 입혀야 하는지는 공연을 위한 첫 번째이자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경우 초기에 원작자 측이 한국 공연에 굉장히 많이 관여했어요. 저도 그 전에 뮤지컬 작업을 한 적이 없었고, 가요계와 공연은 또 다르니까, 공연기획사에서도 제가 어떻게 해 낼지 모르는 상황이었죠. 저를 포함해서 다른 몇 분에게도 몇 곡씩을 개사를 의뢰해서 그걸 플라몽동(<노트르담 드 파리>의 작사가)에게 보내서 최종 개사자가 결정 낫지요.”
국문학 전공, 고등학교 문학교사, 그리고 10년 간의 일본 유학, 능통한 스페인어와 그보다는 ‘덜’하다는 불어까지, 비영어권 작품을 읽고 또 느끼며 한국어로 전하기에 그는 망설임 없는 적임자였다는 후문이다.
“쓴걸 또 고치고, 또 고치고. 저 혼자 하는 작업이었다면 OK 할 수 있는, 내가 맘에 드는 단계가 있는데, 이건 이렇게도, 저렇게도 고칠 수 있는 여지가 많으니까 계속 듣다가 또 고치고 싶어지더라고요. 오디션 시간 전에 이미 배역 별로 곡이 나와 있어야 하니, 작품 제작의 가장 처음 시작 해서 가장 최후까지 작업이 이어지는 거죠.”
한 편의 대 서사시 <노트르담 드 파리>
대중가요 같은 친근함 <돈 주앙>
“플라몽동과 코치안테(<노트르담 드 파리>의 작곡가)의 노래를 너무나 좋아했어요. 플라몽동도 사실은 <노트르담…> 때문에 유명해졌지만, 기본적으로 가요곡을 쓴 작사가고, 코치안테도 가요곡을 쓴 작곡가에요. 비영어권 음악에 관심이 많다 보니 이들의 앨범을 그 전부터 많이 알고 있었고, 좋아하죠.”
평소 팬으로서 좋아하던 작사가의 작품이었다는 점에 더하여 <노트르담 드 파리>와 함께 하게 된 이유는 ‘문학적 완성도’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제 추측이지만, <노트르담…>은 100% 가사를 먼저 쓰고 거기에 곡을 붙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글자 하나에 음 하나가 필요하지만, 외국곡에선 악센트가 들어가는 단어에 음이 붙으면 되거든요. 한 단어가 몇 개의 음으로 이어져도 되고, 음과 단어를 붙일 수 있는 여지가 굉장히 넓은 거죠. 하지만 가사 작업을 먼저 한 곡은 가사를 쓰면서 이미 생각했던 시의 운율이 있기 때문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노트르담…>는 대단히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한국말로 따라 불렀을 때 번안곡이 가진 위화감 없이 최대한 어색하지 않도록, 그리고 ‘플라몽동이 한국말을 알았다면 얼마나 내 가사를 좋아할 수 있을까’가 그가 작업하며 추구한 가상의 목표였다.
“저도 작사가이지만, 어느 나라 말이든 거기서 추구할 수 있는 작사가로서 레벨이 있다면 플라몽동은 최고수라고 생각해요. 음이 있기 전에 이미 시로서 완성이 된 작품이 <노트르담 드 파리>라면, <돈 주앙>은 프랑스 말로 친숙하게 부르는 대중가요의 느낌이 크죠.”
라틴 음악에 대한 넓고 깊은 식견이 있는 그는 화려한 플라멩코, 정열의 기운이 가득한 노래와 돈 주앙이라는 호색한의 이야기가 담긴 <돈 주앙>를 두고 “이국미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작품 내에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주기 위한 표현들이 많아요. 플라멩코도 그렇고, 중간에 몇몇 곡은 스페인어 가사 그대로 배우들이 노래하잖아요. 우리말로 옮기지 말아달라는 원작자의 요청이 있었죠. 그 스페인어의 음 만으로도 분위기가 나거든요.”
공연을 본 관객들은 극 중 돈 주앙의 친구 카를로스가 스페인어로 부르며 서정미를 물씬 풍기는 노래의 가사를 궁금해 한다. 박창학은 “사실, ‘난 널 사랑해, 너 아니면 못 살겠어’ 같은 생각보다 심플한 내용이에요”라며 싱끗 웃는다.
서범석의 무대 존재감,
콰지모도 울부짖을 때 뮤지컬의 힘 느껴져
“연습실에 가서 보고, 이야기 해주고, 그러고 나면 또 배우들에게 마음이 가서 또 가서 이야기 하고”, 그간 가수들과의 음반 작업과는 조금은 낯선 공연 작업에 그는 점점 무대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해 가는 모습이었다.
콰지모도 역의 조순창(왼쪽)과 프롤로 역의 서범석(오른쪽)
“굉장히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공연을 보는데, 그러면서도 라이브가 가진 힘을 점점 더 깨닫게 되요. 음반을 만들 때 추구하는 목표와 뮤지컬에서 내가 원하는 목표가 똑같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요즘 해요. 음, 완성도 높은 노래가 음반에선 중요하지만, 정확한 뮤지컬에선 노래만 잘한다고 감동을 준다는 법은 없잖아요. 콰지모도가 나중에 막 울면서 노래할 때는 정말, 그 안에 스토리가 있고, 연기가 있고, 노래도 연기이지만, 그 밖에 감동을 주는 많은 요소들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됩니다.”
번민하는 사제 프롤로 역을 맡은 서범석은 그에게도 인상 깊은 배우이다.
“서범석 씨 연기 보면서 특히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녹음하기에는 별로 안 좋은 목소리지만, 무대 위에서의 존재감이라든지, 첫 공연 때부터 남달랐던 것 같아요.”
우연히 곡 잘 쓰는 윤상이라는 친구가 옆에 있어 ‘날리는 한, 두 곡에 취미로 가사를 써 보는’ 것으로 시작 했다는 작사가의 길이 벌써 20년 째. 좋은 글을 위해 메모를 하거나 일부러 어떤 환경을 만들지 않는다는 그는 자신을 “기본적으로 뭔가를 발신하는 것 보다는 읽거나 듣는 일에 더 많이 시간을 쓰고 싶은 쪽”이라고 밝히며 “평생 좋은 음악을 듣고 사는 게 꿈”이라고 한다.
“언제나 관심 있고,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길을 갔는데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오게 되었어요. 지금도 만족하고 있는 편이지만, 정말 음악을 즐기기 위해선 음악하고 관계 없는 일을 해야겠더라고요, 뭔가를 수리한다든지, 장사?(웃음)”
음반을 틀어 노래를 듣다, 라디오를 듣다, ‘어? 바로 내 이야기네’라든지, ‘맞아, 맞아, 바로, 그런거지’, 혹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하고 노랫말에 멈칫할 때, 우리는 종종 ‘작사 박창학’을 발견하게 된다. 반짝이는 시선, 예민하고 섬세한 감성, 담담한 어조가 발휘하는 무섭고도 놀라운 노랫말의 힘이 새롭게 무대에서도 반짝이고 있는 지금이기에, ‘평생 좋은 음악을 들으며 살고자 하는’ 그의 꿈은 관객들이 객석에서 꾸기 원하는 환상적인 꿈과 당분간 함께 할 듯 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NDPK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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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의 준비, “저도 오디션 봤어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한국어 공연을 앞두고, 뮤지컬 넘버 하나하나가 완벽한 노래로 최고의 예술성을 자랑하는 이 작품을 ‘어떻게’ 한국어 옷으로 갈아 입혀야 하는지는 공연을 위한 첫 번째이자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경우 초기에 원작자 측이 한국 공연에 굉장히 많이 관여했어요. 저도 그 전에 뮤지컬 작업을 한 적이 없었고, 가요계와 공연은 또 다르니까, 공연기획사에서도 제가 어떻게 해 낼지 모르는 상황이었죠. 저를 포함해서 다른 몇 분에게도 몇 곡씩을 개사를 의뢰해서 그걸 플라몽동(<노트르담 드 파리>의 작사가)에게 보내서 최종 개사자가 결정 낫지요.”
국문학 전공, 고등학교 문학교사, 그리고 10년 간의 일본 유학, 능통한 스페인어와 그보다는 ‘덜’하다는 불어까지, 비영어권 작품을 읽고 또 느끼며 한국어로 전하기에 그는 망설임 없는 적임자였다는 후문이다.
“쓴걸 또 고치고, 또 고치고. 저 혼자 하는 작업이었다면 OK 할 수 있는, 내가 맘에 드는 단계가 있는데, 이건 이렇게도, 저렇게도 고칠 수 있는 여지가 많으니까 계속 듣다가 또 고치고 싶어지더라고요. 오디션 시간 전에 이미 배역 별로 곡이 나와 있어야 하니, 작품 제작의 가장 처음 시작 해서 가장 최후까지 작업이 이어지는 거죠.”
한 편의 대 서사시 <노트르담 드 파리>
대중가요 같은 친근함 <돈 주앙>
평소 팬으로서 좋아하던 작사가의 작품이었다는 점에 더하여 <노트르담 드 파리>와 함께 하게 된 이유는 ‘문학적 완성도’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제 추측이지만, <노트르담…>은 100% 가사를 먼저 쓰고 거기에 곡을 붙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글자 하나에 음 하나가 필요하지만, 외국곡에선 악센트가 들어가는 단어에 음이 붙으면 되거든요. 한 단어가 몇 개의 음으로 이어져도 되고, 음과 단어를 붙일 수 있는 여지가 굉장히 넓은 거죠. 하지만 가사 작업을 먼저 한 곡은 가사를 쓰면서 이미 생각했던 시의 운율이 있기 때문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노트르담…>는 대단히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한국말로 따라 불렀을 때 번안곡이 가진 위화감 없이 최대한 어색하지 않도록, 그리고 ‘플라몽동이 한국말을 알았다면 얼마나 내 가사를 좋아할 수 있을까’가 그가 작업하며 추구한 가상의 목표였다.
“저도 작사가이지만, 어느 나라 말이든 거기서 추구할 수 있는 작사가로서 레벨이 있다면 플라몽동은 최고수라고 생각해요. 음이 있기 전에 이미 시로서 완성이 된 작품이 <노트르담 드 파리>라면, <돈 주앙>은 프랑스 말로 친숙하게 부르는 대중가요의 느낌이 크죠.”
라틴 음악에 대한 넓고 깊은 식견이 있는 그는 화려한 플라멩코, 정열의 기운이 가득한 노래와 돈 주앙이라는 호색한의 이야기가 담긴 <돈 주앙>를 두고 “이국미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작품 내에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주기 위한 표현들이 많아요. 플라멩코도 그렇고, 중간에 몇몇 곡은 스페인어 가사 그대로 배우들이 노래하잖아요. 우리말로 옮기지 말아달라는 원작자의 요청이 있었죠. 그 스페인어의 음 만으로도 분위기가 나거든요.”
공연을 본 관객들은 극 중 돈 주앙의 친구 카를로스가 스페인어로 부르며 서정미를 물씬 풍기는 노래의 가사를 궁금해 한다. 박창학은 “사실, ‘난 널 사랑해, 너 아니면 못 살겠어’ 같은 생각보다 심플한 내용이에요”라며 싱끗 웃는다.
서범석의 무대 존재감,
콰지모도 울부짖을 때 뮤지컬의 힘 느껴져
“연습실에 가서 보고, 이야기 해주고, 그러고 나면 또 배우들에게 마음이 가서 또 가서 이야기 하고”, 그간 가수들과의 음반 작업과는 조금은 낯선 공연 작업에 그는 점점 무대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해 가는 모습이었다.
“굉장히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공연을 보는데, 그러면서도 라이브가 가진 힘을 점점 더 깨닫게 되요. 음반을 만들 때 추구하는 목표와 뮤지컬에서 내가 원하는 목표가 똑같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요즘 해요. 음, 완성도 높은 노래가 음반에선 중요하지만, 정확한 뮤지컬에선 노래만 잘한다고 감동을 준다는 법은 없잖아요. 콰지모도가 나중에 막 울면서 노래할 때는 정말, 그 안에 스토리가 있고, 연기가 있고, 노래도 연기이지만, 그 밖에 감동을 주는 많은 요소들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됩니다.”
번민하는 사제 프롤로 역을 맡은 서범석은 그에게도 인상 깊은 배우이다.
“서범석 씨 연기 보면서 특히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녹음하기에는 별로 안 좋은 목소리지만, 무대 위에서의 존재감이라든지, 첫 공연 때부터 남달랐던 것 같아요.”
우연히 곡 잘 쓰는 윤상이라는 친구가 옆에 있어 ‘날리는 한, 두 곡에 취미로 가사를 써 보는’ 것으로 시작 했다는 작사가의 길이 벌써 20년 째. 좋은 글을 위해 메모를 하거나 일부러 어떤 환경을 만들지 않는다는 그는 자신을 “기본적으로 뭔가를 발신하는 것 보다는 읽거나 듣는 일에 더 많이 시간을 쓰고 싶은 쪽”이라고 밝히며 “평생 좋은 음악을 듣고 사는 게 꿈”이라고 한다.
“언제나 관심 있고,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길을 갔는데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오게 되었어요. 지금도 만족하고 있는 편이지만, 정말 음악을 즐기기 위해선 음악하고 관계 없는 일을 해야겠더라고요, 뭔가를 수리한다든지, 장사?(웃음)”
음반을 틀어 노래를 듣다, 라디오를 듣다, ‘어? 바로 내 이야기네’라든지, ‘맞아, 맞아, 바로, 그런거지’, 혹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하고 노랫말에 멈칫할 때, 우리는 종종 ‘작사 박창학’을 발견하게 된다. 반짝이는 시선, 예민하고 섬세한 감성, 담담한 어조가 발휘하는 무섭고도 놀라운 노랫말의 힘이 새롭게 무대에서도 반짝이고 있는 지금이기에, ‘평생 좋은 음악을 들으며 살고자 하는’ 그의 꿈은 관객들이 객석에서 꾸기 원하는 환상적인 꿈과 당분간 함께 할 듯 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NDPK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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