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속사포 랩? 워낙 할 이야기가 많아서"

‘아웃사이더라 부를까요, 옥철씨(본명)라 부를까요’라고 묻자, ‘아웃사이더는 너무 길죠? 옥철아 하고 부르는 분이 많아요’라며 장난스럽게 웃어 보인다.

2초 만에 애국가 1절을 부르는 래퍼. 1초에 17음절이라는 기네스북 비공식 기록을 가진 가수. 아웃사이더를 수식하는 문장은 화려하고, 자극적이기까지 하다. 2집 타이틀곡 ‘외톨이’가 폭발적인 관심을 끌기 전까지 그는 음악보단 놀랄만하게 빠른 랩을 구사하는 독특한 래퍼였을 뿐이다. 하지만 2집은 특별한 홍보가 없었음에도 눈이 휘둥그레지는 빠른 랩과 '통하는' 가사로 젊은 대중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이제 그는 각종 음원챠트 1위를 석권한데다, 공중파 방송에선 1위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국내에서 가장 주목 받는 래퍼가 됐다.

타이틀곡 '외톨이'와 이름 '아웃사이더' 때문에 그가 정말 왕따(?)였는지에 대한 자극적인 기사가 나오곤 했지만, 그는 남들과 대화하기 좋아하고 잘 웃는, 사교적인 친근함을 지닌 27살 청년이다. 많은 사람들이 숨기려 하는 속 깊은 곳의 외로움을 먼저 꺼내어 타인과, 혹은 스스로와 소통을 못하는 세상의 외톨이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고 있는 외톨이, 아웃사이더를 만났다.

외톨이가, 외톨이들에게

요즘 인기가 높아져 바쁘지 않나요. 2집 반응이 폭발적인데.
뿌듯해요. 음악을 시작한지 10년 째인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 스타일로 해왔거든요. 이제 알아봐 주시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아요.

 음악한지 10년이면, 고등학교 때부터 힙합을 해왔나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사를 쓰고 공연활동을 해왔어요. 원래 꿈은 신문기자였어요. 논술대회, 글짓기 대회에 나가 수상을 하기도 했지만 성적이 안 나와서 신방과 진학은 실패했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을 업으로 삼기 시작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나 소리를 형식적인 제약 없이 전달하고 싶었거든요.

데뷔 전부터 빠른 랩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잖아요.
MC스나이퍼 형처럼 워낙 잘 하시는 분들의 피처링을 하면서 많은 분들이 저를 알아가 주셨고..그 당시 공중파 프로그램에 나가 속사포 랩을 선보여서 관심을 받은 면도 있어요. CF에서의 모습을 보시고 ‘저렇게 빨리 하는 사람도 있구나’ 이렇게 봐주셨고요.

속사포 랩이라면 아직 낯선데요.
장르로 정해져 있거나 명확히 규정돼 있는 건 아니에요. 힙합을 하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스타일을 통해 자기 음악을 알리는데 이 중 속사포처럼 빠르게 랩을 한다고 해서 외국에서는 그런 류의 래퍼들이 형성이 돼 있긴 해요.

랩을 빨리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나만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 노력하다가 빠르게 랩을 했을 때 희열감이 느껴졌어요. 게다가 워낙 할 이야기가 많다 보니까 같은 시간 안에 담아내려고 속사포 랩을 하게 됐어요.

2집 타이틀 곡이 ‘외톨이’인데. 외로운 심정이 묻어나던데요.
제가 음악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소통을 하고 싶어서 에요. 가장 솔직한 대화를 하고 싶고요. 그러기 위해선 나의 아픔을 솔직하게 꺼내어 놓고, 그 아픔을 인정해야겠더군요. 그래서 내가 외톨이라는 점, 나도 극도의 외로움을 느낀다는 점을 꺼냈어요. 친구들과 즐겁게 놀아도 집에 돌아갈 때는 철저하게 혼자거든요. 내 여자친구나 날 떠나가면서 ‘넌 곁에 있어도 있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심장이 얼어붙을 것 같은 감정들…그런 나약한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가사를 썼어요.

 

지금도 외롭나요?

항상 외로워요(웃음). 평생 그럴 것 같아요. 어떤 설문조사를 봤는데 우리나라 20대 젊은이들 중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10%도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겉으로는 화려한 웃음 속에 살고 있지만 사실 타인과, 자기 자신과 진실하게 대화하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이 아웃사이더고 외톨이라고 생각해요.

1초에 17음절을 발음해서 화제인데, 기네스 비공식기록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어요.
기네스 협회가 영국에 있다 보니, 언어는 영어로 해야 하더라고요. 전 비공식 기록으로 돼 있어요. 영어 기록은 16.5음절이라고 해요. 제가 TV에 출연했을 때 잰 기록이 1초에 17음절 이었고요. 그냥 기분 좋은 기록일 뿐 그게 전부는 아니니까 다시 접촉할 생각은 없어요(웃음).

비염에 발음 컴플렉스, 연습으로 극복

인터뷰를 보니 원래 발음이 좋지 않았다고 하던데요.
비염이 있어서 코로 숨을 쉬기가 힘들어요. 원래 코로 들이 마시고, 입으로 내뿜는 게 기본 호흡인데 저는 코로 들이마시는 양이 적으니까 힘들긴 하죠. 겨울에는 더 힘들었어요. 막힐 때가 많으니까. 답답해서 너무 세게 들이마시다 코피도 자주 났고요. 지금은 어느 정도 저만의 호흡법이 있어서 크게 불편하진 않아요.
발음도 좋은 편이 아니었어요. 선천적으로 시옷 발음이 새서 중학교 때 별명이 시옷이었거든요. 지금은 극복하려고 노력해서 많이 나아졌죠. 요즘은 오히려 가사를 쓸 때 시옷을 일부러 많이 사용해요. 무척 세련됐지만, 한편으론 자칫 쌍스러울 수 있는 발음이라 이중적인 면모가 좋아서요.

어려움을 끝내 극복하는, 독한 면도 있는 것 같아요(웃음)
겉으로는 티 안 내려고 해요(웃음). 그런데 약간 결벽증 같은 게 있어서 정확하고 명확한 걸 좋아해요. 불분명한 걸 싫어해서 가사와 발음을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하고요.

랩을 빠르게 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요?
가장 중요한 건 무조건 연습이에요. 발음, 호흡, 반복연습 이 세가지만 있으면 됩니다. 단순히 빠르게 하는 게 아니라 랩이고 음악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테니 최대한 다양한 어휘들을 써서 발음을 익히는 게 중요해요. 쉬운 발음만 하는 게 아니라. 그래서 전 눈에 보이는 모든 단어를 항상 연습해요. 책, 신문, 간판, 매뉴판에서 새로운 단어가 보이면 연습을 하고요. 밥 먹듯 연습을 하는 거죠(웃음).

빠른 랩만이 아웃사이더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워낙 자극적인 컨셉이라 많은 분들에게 인식시키기엔 좋지만 그 화려함에 가려져서 이면에 제가 담고자 했던 메시지나 표현, 음악적 시도들이 가려진다는 단점이 있긴 해요. 이번 2집 앨범에서는 그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속도적인 희열감은 지금까지 계속 보여드리고 있는 부분이니까 그건 제외하더라도 아웃사이더라는 작사가가 보여주는 문학적인 완성도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음악을 듣지 않더라도 가사집을 펴 들었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한편의 소설이나 영화를 본 느낌을 전하고 싶고요.
음악적으로는 힙합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 최대한 다양한 느낌을 만들고 싶어요 통 힙합에 락, 클래식, 재즈적인 요소를 섞어 저만의 새로운 힙합 느낌을 전하고 싶어요.

음악뿐 아니라 문학에도 관심이 많을 것 같아요.
쉬는 시간에는 항상 책을 읽어요. 사실 음악보다 책을 더 좋아해요. 어렸을 때 힙합에 빠진 건 우율적인 부분보다도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제약 없이 할 수 있다는데 매력을 느꼈거든요.

가사를 쓰며 유의하는 점이 있나요?
힙합이라도 문법적으로 틀리는 부분이 없도록 노력해요. 어떤 부분을 부각시키기 위해 틀린 말을 사용하는 힙합퍼들이 많거든요. 맞춤법을 지키지 않고, 몰라서 틀리는 친구들도 많고요. 전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우리가 음악을 하면 많은 사람이 본보기로 삼을 수 있고, 따라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힙합이라도 언어와 문법에 최대한 신경을 썼으면 해요.

8월에 콘서트가 있죠?
10년 동안 음악을 해오면서 공연을 많이 했는데 단독 콘서트는 처음이라 더 신경써서 준비하고 있어요. 콘서트는 100% 라이브일 때 발휘되는 다양한 퍼포먼스와 자유로움이 있거든요. 방송에서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일부러 작은 공간을 공연장으로 구했고요.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내년 초께에 미니 앨범을 계획하고 있어요. 3집 발매까지는 아직 부족한 게 많은데, 그 과정에서 작업을 많이 해보면서 미니 음반이지만 정규 앨범처럼 많은 트랙을 꽉꽉 담고 있어요.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성장하는 가수가 될 것이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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