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품절남, '조규찬'의 이유있는 느림
작성일2009.08.07
조회수9,982
인터뷰라는 멍석을 깔고 인터뷰이를 만나고 난 이후에 느낌은 크게 세 가지다. 그 사람이 더 좋아지거나 혹은 나빠지거나, 그저 무덤덤 이거나. 만나기전 보다 만남 이후에 좋은 느낌을 주는 상대는 ‘미처 알지 못했던’ 매력을 발견한 뿌듯함을 안겨주며 호감도의 상승곡선이 수직선을 그려낸다. '바빠 죽겠는 세상’에서 ‘아등바등’ 살고 있는 본인이. 특유의 엘레강스함과 느림으로 고즈넉한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한 클래식한 뮤지션 ‘조규찬’에게 딱히 호감을 가질 이유는 없었다.
"말투가 재수 없는 거 아니에요? 라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원래 이래요, 다르게 말하면 그게 가식이죠.”
조규찬은 생각보다 순수했고, 생각보다 솔직하고, 생각보다 담백했다.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가식 없는 민낯으로 살고 있는 그가 생각보다 복잡한 세상과 날카로운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보다 실물이, 음반보다 라이브가 더 멋진 조규찬의 솔직한 이야기가 인터뷰 내내 조곤조곤 이어졌다. 호감도 수직 상승곡선을 그린 인터뷰이.
어느 ‘고운나라 착한별’에서 날아왔을 것 같은, 정신없는 지구에 휴식을 전달해주러 온 호감남 조규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화려한 LED, 정열의 발차기는 기대하지 마세요"
올 해만 벌써 두 번째 소극장 공연이에요.
관객들과 눈을 맞추고, 제가 가지고 있는 그대로의 호흡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요즘 제가 집중하고 있는 건 ‘이야기’와 ‘호흡’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소극장이 잘 맞아요. 큰 공연장은 화려하고, 넓지만 그 규모 때문에 관객들이 격의를 가지고 무대를 바라볼 수밖에 없거든요. 역으로, 무대에 선 사람도 격의를 가지고 관객을 볼 수밖에 없어요.
물론 큰 공연장이 주는 매력도 분명히 있겠지만 큰 공연장에서 공연을 마치고 내려왔을 때 ‘내가 공연하고 내려온 게 맞나?’,‘나를 찾아온 리스너(listener, 관객을 이렇게 표현했다)들을 만난 게 맞나?’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제가 했던 큰 공연장 무대를 찾아왔던 분들이 이번 소극장 공연을 보시고 대조가 된다고 말씀하세요. 큰 공연장이 음악을 듣는 환경은 좋지만,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느낌이 적었다는 거죠. 있는 그대로의 조규찬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관객석과 무대가 정말 가까워요, 부담스럽지 않아요?
아뇨, 이제는 멀어지면 불편해요. 지방에는 공연장들이 다 크거든요. 지금은 그런 무대에 서면 그 거리감이 정말 싫어요. 무대 끝에 서도 객석 첫 줄이 저 앞에 있어요, 너무 멀죠. 제 소극장 공연은 묘한 기운이 있어요. 관객들도 저랑 비슷하고, 저도 관객들이랑 비슷해서. 서로 딱히 열광하거나 그 열광에 맞받아쳐서 발차기를 하거나 개그를 하는 건 없어요. 아, 여기서 말하는 발차기의 의미는 장훈이형은 아니고요(웃음).
애정이 담긴 묘한 긴장감속에 진행되고 있어요. 묘한 침묵에 있다가, 한 번 터지면 카타르시스가 크죠. ‘쿡쿡’거리면서 웃다가 서로 공감하면서 확 터지니까. ‘이 맛에 공연 하는구나’라고 생각해요. 관객들도 자리가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쾌적하지 않은데도 꾸준히 찾아주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매 회 즐거운 기분이죠.
가까워진 만큼, 기억에 남는 관객도 많을 것 같아요.
올 해 2월 <클로즈 투 유(Close to you)>소극장 공연 때 찾아왔던 남학생 팬이요. 몸이 많이 아픈 친구였는데, 병원에서 허락을 받고 병실침대를 극장 맨 뒤에 두고, 누워서 제 공연을 봐줬어요. 관객 분들도 양해를 해주시고. 공연 전에 이야기를 나눴는데, 많은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의미 없는 농담만 주고받고. 그 때 제가 그 친구 손을 잡고 마음속으로 했던 말은 ‘지금 우리가 공유한 시간은 잊지 말자’였어요. 잊지 말아달라고. 잊지 말아달라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는데, 아무래도 그 친구를 의식해서 그런지 다른 공연 때 보다 노래를 못 불렀어요.
장기공연은, 가수에게 익숙함과 편안함을 주기 마련이죠?
매 회,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고 익숙해지지 말자. 저는 매 회하는 공연이지만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은 처음이신 분들이 많잖아요. 제가 익숙해졌다고 공연을 타성에 젖어서 하면 얼마나 불행해요, 저도 그렇고 관객들도 그렇고. 그런 생각 만큼은 없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매 공연 전마다 저를 일깨우면서 하고 있어요.
"유희열과 조규찬이 걸어가는 길"
새 음반이 나왔어요. 음반 홍보를 하려면, 예능에 나가야 하는 게 가요계 현실이 됐어요. 예능과 조규찬, 잘 맞을까요?
대중가수, 연예인에게 예능을 나가느냐, 나가지 못하느냐의 문제가 있죠. 예능을 나가지 못하면 존재 자체를 알릴 통로가 없게 됐고,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없는 대중가수, 연예인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유)희열씨는 음악프로와 라디오에서 자신의 입담을 선보이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흩트리지 않고 잘 꾸려가고 있잖아요. 멋지게 잘 꾸려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자기가 하고자하는 말을 또박또박 잘하면서 사람들에게 공감도 얻어내고. 방송인으로 럭셔리하고 고품격 있는 진행자로, 또 감성적인 음악으로 대다수 여성들에게 공감을 얻으면서 높은 위치에 있잖아요. 아마 이변이 없는 한 이 친구는 지금의 모습으로 꾸준히 인기를 얻을 것 같아요.
지금 제가 장황하게 유희열씨 이야기를 한 이유는 희열씨는 열 명 중에 여덟, 아홉 명이 공감하는 이야기를 하는 능력이 있지만, 저는 열 명 중에 한두 명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거나 글을 쓰거든요. 전 그 만큼 능력이 부족하다는 거죠. 그래서 너무나 바보 같고 멍청한 결론 같지만, 저한테는 음악밖에 없어요. 전 이렇게 해야 해요, 백 명, 백 이십 명 씩 모셔서 한 분이 만 명, 십만 명이라고 생각하고 무대에 있는 게 제 방식인거죠.
지금 당장은 화려하지 않고 스포트라이트도 받지 못하는 배우지만, 언젠가는 그 역량을 인정받아서 대배우가 되겠다는 마음인 신인배우처럼 공연에 올라야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요. 공연 때문에 다른 활동은 못하고 있는데요, 뭐 방송에서 찾는 곳도 없고요(웃음). 노래는 나의 힘, 공연은 나의 존재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흔히 '있어보인다'고 말하는 클래식한 이미지가 강해요.
좋은 의미로 해석하자면, 럭셔리하고 완성도가 높아 보인다는 건데 그 이면에는 대중들과 호흡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이겠죠. 편견을 전제로 한 이미지라면, 오해라고 말하고 싶어요. 지인들이 같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한테 “이번 음반, 조규찬이랑 해봐”라고 말을 하면 “에이, 공동작업 안 할 것 같은데” 라든가 “연락해도 피곤할 것 같아”라고 말을 한 경우가 종종 있대요. 그래서 실제로 저를 만나본 분들은 놀라요, 절대로 남의 일안 해 주는 사람인 줄 알았다고. 그런 오해들이 있어요, 아주 럭셔리한 오해라고 해야 하나(웃음)?
오해라면, 실제로는 허당에 가깝다는 건가요?
꼭 그렇다기보다는, 세상물정을 잘 모르죠. 너무 몰라요. 20대 중반에는 세금개념이 전혀 없어서 매달 고지서로 오는 전기세, 수도세 그런 것만 내면 되는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그냥 살았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제가 수입을 누락시켰다는 식으로 엄청난 세금을 내라고 고지서가 온 거에요. 그 때 당시에는, 매니저가 제 방송수익을 모두 가져가서 활동비로 쓰는 형식이었거든요. 실제로 제가 만진 돈이 별로 없으니까 세금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도 못했던 거죠. 그런데 한꺼번에 고지서로 날아온 거에요. 너무 충격을 받아서 그 날 당장 고지서를 들고 세무서에 가서 울면서 설명했더니 국민고충처리위원회를 알려주더라고요. 거기서 실제 제 소득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느라고 한 달 넘게 쫓아다녔죠. 그 때 처음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는 걸 알았죠. 이후로는 매 년 마다 세무사 사무실에서 세금관리를 받고 있어요. 감가 뭐 이런 단어가 있는데 어렵고, 잘 모르겠어요. 이런 거 말고도 집을 옮긴다거나, 계약문제나 이런 건 잘 몰라서 매니저가 많이 도와줘요. 마흔이 되어 가는데, 어른들한테 이것저것 물어보고 도움을 많이 받죠(웃음).
은우(아들)도 노래를 잘하죠?
에어로스미스의 리더 스티븐 타일러의 성대를 가졌어요. 소리를 팍팍 내지를 때 보면 범상치 않은 사운드가 느껴져요. 엄마(헤이)가 성대가 좋은데, 그걸 이어받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중학교에 가면 락밴드를 한다고 할 것 같아요.
"진짜 노래만 할 수 있는 가요계를 꿈꿔본다"
아들이 전업가수로 나선다고 하면 어쩌죠?
솔직히 가요계 현실을 봤을 때는 아이가 가수가 되는 게 싫어요. 가수로 살기엔, 생각보다 복잡한 일들이 많아요. 강압적인 힘에 의해서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요, 상처도 많이 받았죠. 물론 음악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감사함이 더 크죠. 어느 분야나 다들 힘들고, 행복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제가 한 번 겪었던 일이잖아요. 제가 몸담고 있는 가요계는 소녀시대의 가요계와도 다르고, 김장훈씨와의 가요계도 달라서 전체 가요계를 평한다고 생각하시면 안 되지만, 제가 몸담고 있는 가요계는 하고 싶은 작곡, 공연을 하기 위해서 하고 싶지 않은 일, 서고 싶지 않은 자리에 서야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스무 살에 데뷔해서 스무 해 넘게 겪는 일들인데, 물론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크지만 별개로 음악인으로만 살기에는 해야 할 다른 일들이 너무 많다는 거죠. 그런 상황에 아들이 노출되는 게 싫은 거고요. 친구들끼리 밴드를 결성하고, 공연장 빌려서 공연하고 그렇게 즐겁게 취미로 공연을 했으면 좋겠지만. “내 눈에 흙이 들어갈 때 까지는 안 된다” 이러면 안 되죠.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정말 해야겠니?”라고 물어보고 그래도 해야겠다고 하면 “아빠가 도울 수 있는 건 도와줄게”라고 해야지요.
그런 가요계에서 '조규찬'이 계속 음악을 하는 이유는요?
할 수 있는 게 이거 밖에 없어요. 무책임한 말이라고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이 화를 낼 수도 있는데요. 말 그대로 제가 할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어요, 정말, 정말.
가수 활동을 통해서 제 아들과 아내의 삶에 봄볕에 미지근해진 장독대 위에 고인 물 같은 평화로움을 주고 싶어요. 음악 자체로, 혹은 음악으로 번 돈으로 인한 것이든, 음악으로 인해 제 스스로 따뜻해짐으로 인한 것이든. 그리고 개인적인 꿈이 하나 있는데요, 70cm 이상 되는 빅베스를 잡고 싶어요. 늪지 같은 곳에서 하얀 보트를 타고 아내하고 아이는 뒤에서 늦잠도 자고, 맛있는 것도 해먹고. 저는 한쪽에서 큰 모자를 쓰고 낚시를 하고요, 꿈이에요.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 (club.cyworld.com/docuherb)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말투가 재수 없는 거 아니에요? 라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원래 이래요, 다르게 말하면 그게 가식이죠.”
조규찬은 생각보다 순수했고, 생각보다 솔직하고, 생각보다 담백했다.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가식 없는 민낯으로 살고 있는 그가 생각보다 복잡한 세상과 날카로운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보다 실물이, 음반보다 라이브가 더 멋진 조규찬의 솔직한 이야기가 인터뷰 내내 조곤조곤 이어졌다. 호감도 수직 상승곡선을 그린 인터뷰이.
어느 ‘고운나라 착한별’에서 날아왔을 것 같은, 정신없는 지구에 휴식을 전달해주러 온 호감남 조규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화려한 LED, 정열의 발차기는 기대하지 마세요"
올 해만 벌써 두 번째 소극장 공연이에요.
관객들과 눈을 맞추고, 제가 가지고 있는 그대로의 호흡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요즘 제가 집중하고 있는 건 ‘이야기’와 ‘호흡’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소극장이 잘 맞아요. 큰 공연장은 화려하고, 넓지만 그 규모 때문에 관객들이 격의를 가지고 무대를 바라볼 수밖에 없거든요. 역으로, 무대에 선 사람도 격의를 가지고 관객을 볼 수밖에 없어요.
물론 큰 공연장이 주는 매력도 분명히 있겠지만 큰 공연장에서 공연을 마치고 내려왔을 때 ‘내가 공연하고 내려온 게 맞나?’,‘나를 찾아온 리스너(listener, 관객을 이렇게 표현했다)들을 만난 게 맞나?’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제가 했던 큰 공연장 무대를 찾아왔던 분들이 이번 소극장 공연을 보시고 대조가 된다고 말씀하세요. 큰 공연장이 음악을 듣는 환경은 좋지만,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느낌이 적었다는 거죠. 있는 그대로의 조규찬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관객석과 무대가 정말 가까워요, 부담스럽지 않아요?
아뇨, 이제는 멀어지면 불편해요. 지방에는 공연장들이 다 크거든요. 지금은 그런 무대에 서면 그 거리감이 정말 싫어요. 무대 끝에 서도 객석 첫 줄이 저 앞에 있어요, 너무 멀죠. 제 소극장 공연은 묘한 기운이 있어요. 관객들도 저랑 비슷하고, 저도 관객들이랑 비슷해서. 서로 딱히 열광하거나 그 열광에 맞받아쳐서 발차기를 하거나 개그를 하는 건 없어요. 아, 여기서 말하는 발차기의 의미는 장훈이형은 아니고요(웃음).
애정이 담긴 묘한 긴장감속에 진행되고 있어요. 묘한 침묵에 있다가, 한 번 터지면 카타르시스가 크죠. ‘쿡쿡’거리면서 웃다가 서로 공감하면서 확 터지니까. ‘이 맛에 공연 하는구나’라고 생각해요. 관객들도 자리가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쾌적하지 않은데도 꾸준히 찾아주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매 회 즐거운 기분이죠.
가까워진 만큼, 기억에 남는 관객도 많을 것 같아요.
올 해 2월 <클로즈 투 유(Close to you)>소극장 공연 때 찾아왔던 남학생 팬이요. 몸이 많이 아픈 친구였는데, 병원에서 허락을 받고 병실침대를 극장 맨 뒤에 두고, 누워서 제 공연을 봐줬어요. 관객 분들도 양해를 해주시고. 공연 전에 이야기를 나눴는데, 많은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의미 없는 농담만 주고받고. 그 때 제가 그 친구 손을 잡고 마음속으로 했던 말은 ‘지금 우리가 공유한 시간은 잊지 말자’였어요. 잊지 말아달라고. 잊지 말아달라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는데, 아무래도 그 친구를 의식해서 그런지 다른 공연 때 보다 노래를 못 불렀어요.
장기공연은, 가수에게 익숙함과 편안함을 주기 마련이죠?
매 회,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고 익숙해지지 말자. 저는 매 회하는 공연이지만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은 처음이신 분들이 많잖아요. 제가 익숙해졌다고 공연을 타성에 젖어서 하면 얼마나 불행해요, 저도 그렇고 관객들도 그렇고. 그런 생각 만큼은 없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매 공연 전마다 저를 일깨우면서 하고 있어요.
"유희열과 조규찬이 걸어가는 길"
새 음반이 나왔어요. 음반 홍보를 하려면, 예능에 나가야 하는 게 가요계 현실이 됐어요. 예능과 조규찬, 잘 맞을까요?
대중가수, 연예인에게 예능을 나가느냐, 나가지 못하느냐의 문제가 있죠. 예능을 나가지 못하면 존재 자체를 알릴 통로가 없게 됐고,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없는 대중가수, 연예인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유)희열씨는 음악프로와 라디오에서 자신의 입담을 선보이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흩트리지 않고 잘 꾸려가고 있잖아요. 멋지게 잘 꾸려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자기가 하고자하는 말을 또박또박 잘하면서 사람들에게 공감도 얻어내고. 방송인으로 럭셔리하고 고품격 있는 진행자로, 또 감성적인 음악으로 대다수 여성들에게 공감을 얻으면서 높은 위치에 있잖아요. 아마 이변이 없는 한 이 친구는 지금의 모습으로 꾸준히 인기를 얻을 것 같아요.
지금 제가 장황하게 유희열씨 이야기를 한 이유는 희열씨는 열 명 중에 여덟, 아홉 명이 공감하는 이야기를 하는 능력이 있지만, 저는 열 명 중에 한두 명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거나 글을 쓰거든요. 전 그 만큼 능력이 부족하다는 거죠. 그래서 너무나 바보 같고 멍청한 결론 같지만, 저한테는 음악밖에 없어요. 전 이렇게 해야 해요, 백 명, 백 이십 명 씩 모셔서 한 분이 만 명, 십만 명이라고 생각하고 무대에 있는 게 제 방식인거죠.
지금 당장은 화려하지 않고 스포트라이트도 받지 못하는 배우지만, 언젠가는 그 역량을 인정받아서 대배우가 되겠다는 마음인 신인배우처럼 공연에 올라야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요. 공연 때문에 다른 활동은 못하고 있는데요, 뭐 방송에서 찾는 곳도 없고요(웃음). 노래는 나의 힘, 공연은 나의 존재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흔히 '있어보인다'고 말하는 클래식한 이미지가 강해요.
좋은 의미로 해석하자면, 럭셔리하고 완성도가 높아 보인다는 건데 그 이면에는 대중들과 호흡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이겠죠. 편견을 전제로 한 이미지라면, 오해라고 말하고 싶어요. 지인들이 같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한테 “이번 음반, 조규찬이랑 해봐”라고 말을 하면 “에이, 공동작업 안 할 것 같은데” 라든가 “연락해도 피곤할 것 같아”라고 말을 한 경우가 종종 있대요. 그래서 실제로 저를 만나본 분들은 놀라요, 절대로 남의 일안 해 주는 사람인 줄 알았다고. 그런 오해들이 있어요, 아주 럭셔리한 오해라고 해야 하나(웃음)?
오해라면, 실제로는 허당에 가깝다는 건가요?
꼭 그렇다기보다는, 세상물정을 잘 모르죠. 너무 몰라요. 20대 중반에는 세금개념이 전혀 없어서 매달 고지서로 오는 전기세, 수도세 그런 것만 내면 되는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그냥 살았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제가 수입을 누락시켰다는 식으로 엄청난 세금을 내라고 고지서가 온 거에요. 그 때 당시에는, 매니저가 제 방송수익을 모두 가져가서 활동비로 쓰는 형식이었거든요. 실제로 제가 만진 돈이 별로 없으니까 세금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도 못했던 거죠. 그런데 한꺼번에 고지서로 날아온 거에요. 너무 충격을 받아서 그 날 당장 고지서를 들고 세무서에 가서 울면서 설명했더니 국민고충처리위원회를 알려주더라고요. 거기서 실제 제 소득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느라고 한 달 넘게 쫓아다녔죠. 그 때 처음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는 걸 알았죠. 이후로는 매 년 마다 세무사 사무실에서 세금관리를 받고 있어요. 감가 뭐 이런 단어가 있는데 어렵고, 잘 모르겠어요. 이런 거 말고도 집을 옮긴다거나, 계약문제나 이런 건 잘 몰라서 매니저가 많이 도와줘요. 마흔이 되어 가는데, 어른들한테 이것저것 물어보고 도움을 많이 받죠(웃음).
은우(아들)도 노래를 잘하죠?
에어로스미스의 리더 스티븐 타일러의 성대를 가졌어요. 소리를 팍팍 내지를 때 보면 범상치 않은 사운드가 느껴져요. 엄마(헤이)가 성대가 좋은데, 그걸 이어받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중학교에 가면 락밴드를 한다고 할 것 같아요.
"진짜 노래만 할 수 있는 가요계를 꿈꿔본다"
아들이 전업가수로 나선다고 하면 어쩌죠?
솔직히 가요계 현실을 봤을 때는 아이가 가수가 되는 게 싫어요. 가수로 살기엔, 생각보다 복잡한 일들이 많아요. 강압적인 힘에 의해서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요, 상처도 많이 받았죠. 물론 음악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감사함이 더 크죠. 어느 분야나 다들 힘들고, 행복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제가 한 번 겪었던 일이잖아요. 제가 몸담고 있는 가요계는 소녀시대의 가요계와도 다르고, 김장훈씨와의 가요계도 달라서 전체 가요계를 평한다고 생각하시면 안 되지만, 제가 몸담고 있는 가요계는 하고 싶은 작곡, 공연을 하기 위해서 하고 싶지 않은 일, 서고 싶지 않은 자리에 서야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스무 살에 데뷔해서 스무 해 넘게 겪는 일들인데, 물론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크지만 별개로 음악인으로만 살기에는 해야 할 다른 일들이 너무 많다는 거죠. 그런 상황에 아들이 노출되는 게 싫은 거고요. 친구들끼리 밴드를 결성하고, 공연장 빌려서 공연하고 그렇게 즐겁게 취미로 공연을 했으면 좋겠지만. “내 눈에 흙이 들어갈 때 까지는 안 된다” 이러면 안 되죠.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정말 해야겠니?”라고 물어보고 그래도 해야겠다고 하면 “아빠가 도울 수 있는 건 도와줄게”라고 해야지요.
그런 가요계에서 '조규찬'이 계속 음악을 하는 이유는요?
할 수 있는 게 이거 밖에 없어요. 무책임한 말이라고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이 화를 낼 수도 있는데요. 말 그대로 제가 할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어요, 정말, 정말.
가수 활동을 통해서 제 아들과 아내의 삶에 봄볕에 미지근해진 장독대 위에 고인 물 같은 평화로움을 주고 싶어요. 음악 자체로, 혹은 음악으로 번 돈으로 인한 것이든, 음악으로 인해 제 스스로 따뜻해짐으로 인한 것이든. 그리고 개인적인 꿈이 하나 있는데요, 70cm 이상 되는 빅베스를 잡고 싶어요. 늪지 같은 곳에서 하얀 보트를 타고 아내하고 아이는 뒤에서 늦잠도 자고, 맛있는 것도 해먹고. 저는 한쪽에서 큰 모자를 쓰고 낚시를 하고요, 꿈이에요.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 (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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