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손발이 척척 맞네요" 클래지콰이

3인조 그룹 클래지콰이가 2년 만에 정규 4집 앨범으로 찾아왔다, Wow!
클래지콰이의 업그레이드 된 매력을 공연장에서 101% 발산하겠다고 한다.
Olleh!

‘이바디’의 보컬과 작가 활동을 통해 팔방미인 페르시안 고양이 이미지를 각인시킨 호란, 뮤지컬 <온에어 3>의 주연배우, 예능 프로 속 가상 결혼으로 대한민국 남자들의 공공의 적이 된 알렉스, 그리고 녹음실에서 ‘더 신나는 하우스 일렉트로닉’을 연구한 프로듀서 DJ클래지. 호란, 알렉스, DJ클래지가 각자의 색깔을 추구하며 세 갈래 길을 걸었던 지난 2년은 클래지콰이에게 지독한 ‘학습’의 시간이었다. 호란과 알렉스가 클래지콰이 외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면 DJ클래지는 펑크적인 요소가 강화된 ‘무초펑크(MUCHO PUNK)’ 작업을 하며 클래지콰이의 터줏대감 노릇을 톡톡히 했다.

"2년 공백, 이제 손발이 척척 맞는데요?"

“셋이 붙어 다녔던 시기보다, 훨씬 더 즐겁게 작업했어요. 각자 자신을 돌아보고 와서 그런지 다시 클래지콰이라는 이름으로 만났을 때 즐거움은 더 컸고요.”(알렉스)

해후가 즐거운 가장 큰 이유는 ‘멤버들의 재발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솔로앨범을 내서 그런지, 알렉스의 셀프디렉팅 능력이 일취월장한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솔직히 이번 앨범 전에는 DJ클래지의 보컬 디렉팅에 맞추는 스타일이었거든요. 이번에는 알렉스가 “이곡은 먼저 해석해보고 싶은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DJ클래지랑 저는 녹음실 밖에 나가 있었죠. 알렉스가 엔지니어랑 상의를 해서 부르고 나면, 나중에 들어와서 서로의 의견을 나눴고요. 새로운 시도였죠.”(호란) 

“이바디에서 활동하는 호란이를 보면서, ‘아, 저 친구가 저런 걸 원했구나’라는 걸 느꼈죠. 클래지콰이와는 정반대에 서 있는 음악을 했잖아요. 그리고 이번 작업에서는 이바디활동을 하고 온 호란이가 많은 걸 보충 해줬어요. 완전히, 카펜터스 같은 음색을 내는 거에요. 클래지콰이를 떠났던 시간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 건 확실해요. 각자에게도 그렇고, 클래지콰이 그룹으로도 그렇고요.” (알렉스)

외도를 마치고 돌아온 보컬들의 끼어들기가 혹시 프로듀서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반가워요, 자주 고치니까 음악이 좋아지던걸요(웃음). 솔직히 녹음실에 있을 때는 ‘나도 다른 활동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요즘 음반홍보 활동을 해보니까 ‘아, 그냥 작업만 하는 게 좋구나’라는 생각이 새삼 들어요. 활동하는 건 정말 힘들어요.”

클래지콰이의 세련된 감각의 시작은 DJ클래지의 손끝과 머릿속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 위에 떠 있는 백조 보다 백조의 물갈퀴를 자처하는 DJ클래지, 수면위로 올라올 생각은 정말 없는 걸까?
“1집 때부터 반복된 활동방식이에요. 이제 익숙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호란이랑 알렉스가 바쁘게 활동할 때는 저도 다른 활동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막상 해보면 너무 안 맞아요.”(DJ클래지)
“알렉스랑 저는 몸이 바쁘고요, 성훈오빠(DJ클래지)는 정신적으로 바쁘죠.”(호란)
“육체는 우리가 담당하고 있는 거야?(웃음)” (알렉스)

만점궁합 - 육체파 호란, 알렉스 & 정신파 DJ 클래지

외부활동에 지친 동생들이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은 녹음실을 지키는 형, DJ클래지의 품이다.

“클래지콰이로 돌아왔을 때 정신적으로 큰 위로를 받았어요. 우리 셋이 나누는 정서적 교감에서 얻는 에너지는 엄청나서, 활동하는데 큰 도움이 되거든요. 성훈오빠는 저에게 음악적으로도 리더지만 제 개인적인 고민도 상담해줘서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알렉스는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해서 그런지 인간관계에 대한 힘든 점들을 얘기하면 명쾌한 해답을 내주거든요, 제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요.” (호란)

DJ클래지의 곡에 몽환적인 색을 더하는 보컬은 가히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다. 곡에 똑 떨어지는 보컬의 무기가 주는 익숙함은 자칫 진부함으로 변할 위험성도 있다.

“형(DJ클래지)의 곡에 잘 맞는 보컬이라는 게 장점이지만, 반대로 형이 실험적인 파격적인 곡을 해온다면 쉽진 않겠죠. 랩을 요구하는 곡이나 오페라 가수의 가창력을 필요로 하는 곡은 저희가 소화할 순 없으니까 변화의 장단에 맞출 수 없죠. 그게 단점인 것 같아요.”(알렉스)

“클래지콰이가 가지고 있는 익숙함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죠. 어떤 곡을 만들어도 그 익숙함이 묻어 나와요. 그게 제 색깔인지, 보컬의 색깔인지는 모르겠지만 보컬이 주는 색의 매력을 버리고 싶진 않아요. 새로운 실험을 하고 싶을때는 리믹스나 크리스티나(알렉스 친누나)와 다른 보컬을 통해서 보완하고 있어요.” (DJ클래지)

외도의 끝, 공연

작가, 작사가의 역량을 발휘한 호란은 요즈음 글쓰기의 어려움을 새삼 느낀다.
“예전에는 많은 내포를 두고 힘 있는 단어를 쓰는 게 좋은 가사라고 생각했는데, 직관적인 가사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모두가 공감하는 쉬운 말로 풀어낼 수 있는 가사요. 그 동안은 제가 쉽게 말할 수 있는 걸 어렵게 전달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쉬운 가사를 쓰려고 하는데 이것 또 쉽지 않네요.”

브라운관을 통해 연인의 발을 씻겨주는 희생연애를 몸소 보여준 알렉스에게 ‘로맨틱’이라는 단어를 슬그머니 꺼내봤다. 워낙 쓴 소리도 많이 들었기에 ‘달콤연애’ 이야기가 예민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손부터 내젓는다.

“그렇지는 않아요. 화면에 보인 제 모습도 부인할 수 없는 제 모습 중에 하나니까요. 다만, 제가 그렇게 행동할 때는 그런 모습을 끄집어내고 싶은 상대가 있을 때가 있을때만 한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지만, 남자친구나 보통 여자친구들에게 그렇게 행안하거든요. 제가 호란이나 성훈형한테 그러면 진짜 웃기거잖아요.”

프로급 가수인 클래지콰이에게도 공연과 관련된 쓰라린 기억이 있다.
DJ: 4회로 예정된 공연의 첫 회 공연 오프닝 때 무대에 올라가다가 계단에서 추락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때 갈비뼈에 피멍이 들고 건반을 칠 때 마다 손톱이 밀려서 정말 아팠던 기억이 나요.
알렉스: 그 때 형 표정이 정말 안 좋아서, 전 떨어진지 모르고 있다가 ‘우리가 노래를 그렇게 못하나’하고 생각했어요. 그게 섬유센터 공연이었죠? 그래도 그 때 연주도 신났고 관객 반응도 폭발적이어서 그 공연이 저한테는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에요.
호란: 앨범 내기 전에, 러브홀릭 콘서트에서 했던 쇼케이스 기억나요? 그 때 정말 아무런 동선도 안 짜고 날 것으로 올라갔잖아요. 노래도 오버해서 부르고 의상도 과했고(웃음). 그 때 어이없어 하던 관객들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알렉스: 아직도 창피하다, 우리 그 때 공연 끝나고 자책하면서 맥주마시고 그랬지?

결혼 5년 차에 접어들은 간지 유부남 DJ클래지는 인터뷰 말미까지,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꼭 쥐어달라고 당부한다.  
DJ: 듣는 음악과 보는 음악이 공존하는 쇼를 준비하고 있어요. 하드한 일렉트로닉에, 트렌디한 공연으로 만족시켜 드리겠습니다.
호란: 일어서서 즐겨야 하는 분위기인데, 스탠딩석이 없는 공연장이라 걱정이에요. 그래도 알렉스가 있어서 걱정 없어요.
알렉스: 손잡으면서 일어나 달라고 부탁해야하나?
호란: 에이, 그걸로 되겠어? 웃통이라도 벗어야지!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 (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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