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바라캇> "열린 마음으로, 경계를 모르는 음악으로"

라디오에, TV에서 한 음악이 흘러 나온다. “어? 많이 들어 본 곡인데?” 그렇다면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스티브 바라캇의 음악이거나 아니거나.
그의 음악을 들으면 친근함과 편안함, 그리고 새로움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13세 때 퀘벡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고, 그 다음해에 낸 데뷔 앨범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쉼 없이 음악 작업을 해 온 캐나다 출신의 그는, 피아니스트로서 뿐만 아니라 작곡가, 음반 프로듀서로서 활동의 영역을 한정하지 않고 있다. 클래식, 팝,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만남을 통해 더욱 친숙한 인스트루멘털 곡을 선사하고 있는 스티브 바라캇을 오는 11월 내한 콘서트에 앞서 만나보았다.


지난 해 <스티프 바라캇 심포니 콘서트>이후 올해는 첫 한국 방문이다. 2009년 한국의 인상은 어떤가.
서울은 매번 너무나 인상적이다. 1995년 처음 와 본 이후 올 때마다 혁신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도시 자체가 대단히 역동적이고 사람들도 아주 빠르게 움직인다. 지난 15년간 이렇게 변화가 빠른 도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번 내한은 유니세프 유엔아동권리협약 채택 20주년 기념 축가와도 관련이 있다.
올해는 아동권리협약이 채택된 지 20주년을 맞는 해로, 세계의 어린이들을 위해 아주 중요한 해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자장가’라는 축가를 작곡했고, 오는 11월, 전 세계에 발표할 예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을 위해 그 무엇도 할 수 없을 때, 세계 어디서든지 자장가는 불러 줄 수 있고, 그걸 통해 우리가 어린이들과 함께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작업은 참여하는 아티스트 모두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국제엠네스티 한국 지부에 헌정한 ‘The Beating of Butterfly’s Wing’과 비슷한 느낌인가?
다르다. ‘자장가’는 전 세계 많은 아티스트들이 함께 참여한 곡이다. 마에스트로 정(정명훈)이 지휘하는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와 나나 무스쿠리, 리처드 오닐 등 약 250명의 세계 최고 뮤지션들이 함께 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유니세프 친선대사 등 인권 관련한 활동도 왕성하다. 음악가로서의 소명이라고 생각하나 한 개인의 의지인가?
스스로를 표현하고 무언가를 시도할 때 예술가로서의 활동과 개인의 의지를 분리해서 생각하진 않는다. 내 음악이 인권이나 사람들의 삶을 위해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들에게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 곳곳의 어린이들은 그들의 권리를 존중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나는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그들의 실제를 보고 있기 때문에 이런 활동이 마땅한 책임감으로 느껴진다. 아티스트로서 음악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동시에 그들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깨달을 수 있도록 영향을 줄 수 있지 않는가.

세계가 정치가나 특정 단체에 속한 사람들에 의해서만 무언가 결정된다고 말할 수 없다. 교수나 의사, 운동선수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소통하고 저마다의 자리에서 자신들의 의지를 표현한다면 세계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특히 어린이들이 잘 먹지 못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걸 외면하는 것은 아이들을 존중하지 못하는 것일 뿐더러 우리가 누구인지 스스로도 존중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 지식 포럼에서 ‘창의적인 사고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라는 주제의 사회를 맡았다. 창의적인 사고는 어떻게 만들어 진다고 생각하나?
예술가로서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나누고 공유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예술가들은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무언가를 창조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하곤 한다. 어떤 것을 새롭게 창조하기 위해 우리의 지식을 이용하고, 세계의 흐름을 예측하고, 음악의 예술적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한다.

음악의 목적을 생각한 후 나는 주로 음을 떠올리는데, 그 음은 아주 깨끗한, 백지 상태 속 아이디어에서 탄생한다. 그 후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구성에 들어간다. 음을 오케스트레이션에 어떻게 실을 것인지, 누구와 함께 언제 연주할 것인지 등을 생각하는 것이다. 곡이 완성된 후에는 프로덕션, 마케팅, 프리젠테이션 등 어떻게 사람들에게 이 곡을 표현하며 전달할지, 과정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의 뜻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들이다.

합동작업에서는 때때로 반대로 일이 진행되곤 하는데, 사람들끼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나서 결과를 조합하는 식이다. 이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 단순히 계산하고 결과를 내는 것으로서는 우리는 이 세계 어떤 것도 창조해 낼 수가 없다. 창의력은 모든 것의 시작이며, 세계는 다양함이 많을 때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스티브 바라캇의 음악에는 장르의 경계가 없다. 직접 만나니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도 그런 것 같다.
벽? 경계? 그게 다 뭔가?(웃음) 난 그런 거 모른다. 우리는 모두 하나고, 함께 가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한 신념이 있어야 하고, 우리 삶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스스로 믿음과 자신감을 갖는다면 이 세상에서 더 많은 것을 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믿어야 한다.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한다면 그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도 없고,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은 ‘공유하는 것’에 있기 때문에 타인을 믿는다면 무언가 더 잘 이룰 수 있으며 그들이 당신을 도울 수도 있다. 그러면 그 사람은 더 나아질 것이다. 시작은 쉽지 않고, 또 그것이 지속되기는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쉬워질 것이다.

정통 클래식, 재즈, 팝, 그리고 영화사에서 작업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이 오픈 마인드에 도움이 된 것 같다.
물론이다. 더욱 다양한 것을 접할수록 더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다르게 생각하는 것은 창조적인 활동에 대단히 중요하다. 다른 분야의 사람들은 각기 생각의 출발이 다르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종종 “당신의 음악은 어떤 스타일인가?”라고 묻는데, 나도 내 음악 스타일이 무엇인지 모른다(웃음). 그런 질문은 “당신은 어떤 스타일의 여성을 좋아하느냐?”라고 묻는 것과 같다. 감성적이거나, 고전적이거나, 섹시하거나,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 없지 않느냐. 나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린 나이에 음반을 발매하고 일찍 연주 활동을 시작했다. 음악가로, 또는 한 개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쉽게 지칠 법도 하다.
내 생활이 평범하진 않았다. 항상 열심히 일을 했고, 일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나는 결코 쉬운 길을 선택한 적이 없다. 항상 시대의 흐름을 따라야 했고, 작곡할 때 굉장히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처음에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곡에서 출발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음악, 새로운 곡, 새로운 프로젝트를 새로운 나라에서 연주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모두를 통해 나는 열정을 얻을 많은 기회를 갖게 된다.

남편, 아빠로서의 스티브 바라캇도 이처럼 열정적인가? (그는 러시아 체조선수 출신의 아내와 결혼해 지난 해 딸을 낳았다)
물론, 열정적이다(웃음). 하지만 그 질문은 내 아내에게 물어보는 게 더 쉽지 않을까?(웃음)

아이를 갖게 된 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갖길 원했고, 특히 딸을 원했는데 정말 딸을 얻게 되었다. 내 삶이 그 전에는 2차원적이었다면, 지금은 더 많은 관계의 층이 켜켜이 쌓인 3차원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족은 내 삶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력을 갖고 있고, 가족들로 인해 더욱 새로운 ‘한 사람’으로 거듭난 것 같다. 내가 정말 정신 없이 연주 여행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그는 스스로를 ‘크레이지 트레블러’라고 했다)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지만, 내년에는 같이 많은 여행을 할 계획이다.

작곡하고 연주했던 곡들이 CF, 드라마 등의 배경음악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처음부터 영상작업에 참여할 계획은 없는가?
물론, 조금 더 나중에는 그런 작업을 하고 싶다. 아직 난 젊기 때문에(웃음) 그런 작업을 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 분명히 믿는다. 지금은 세계 곳곳을 오가며 어떤 프로젝트, 다양한 연주를 할 에너지가 충분하고, 후에는 이전에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차원의 에너지가 생길 것이다. 시설이 잘 갖춰진 스튜디오에서 재능 넘치는 뮤지션들과 함께 영화나 새로운 작업을 하는 건 좋지만, 그건 좀 더 나중에,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지금의 활동이 좋다.


국내에선 2, 30대 여성 관객들에게 더욱 인기가 좋다.
다른 나라보다 한국에서 20대 젊은 팬이 많은 건 사실이다. 타이밍, 사회와 관련이 있을 것도 같다. 그 세대는 어렸을 때 피아노를 많이 배웠기 때문에 그들이 어른으로 자라서도 좋아하는 건 아닐까? 캐나다에서는 어린 소년들이 대부분 아이스 하키를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물론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자체가 이유 아니겠는가. 물론 젊은 여성 관객들이 많이 온다면 나는 또 한국에 올 것이다(웃음).

오는 11월 콘서트의 특징은 무엇인가?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오케스트라와 함께 할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는 와서 봐야 한다. 그래야 알 수 있을 것이다(웃음). 음악가로서 내 음악을 통해 나의 감정과 느낌을 전달하고 싶다.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부디 듣고, 즐기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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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A** 2009.10.20

    아, 몰랐는데 'rainbow bridge' 는 옛날 친구핸드폰 연결음이네요..이 음악 들으면 아직도 왠지 감수성에 젖어버리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