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디에게 부탁해③] 무대가 즐거운 이유, 배우 김우형

훤칠한 키, 칭찬받아 마땅한 환상의 비율, 남성미 물씬 풍기는 강렬한 마스크를 가진 뮤지컬 배우 김우형. 오는 11월, 뮤지컬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묘령의 인물 ‘위치’로의 변신을 준비있는 김우형을 향한 인터뷰 요청이 플레이디비의 문을 두드렸다. <지킬앤 하이드><올슉업><대장금><쓰릴미>등을 통해 자신 안의 새로운 문을 끊임없이 열고 있는 뮤지컬 배우 김우형을 ‘플디에게 부탁해’ 세 번째 인터뷰이로 만나봤다.

"미남이시네요"

<쓰릴미>의 부작용(?)인지 어둡다 못해 음습한 아우라를 뿜어낼 것 같은 그와의 만남이 두려웠던 것도 사실, 그러나 어두운 조명과 진한 메이크업에서 벗어난 김우형의 첫인상은 '깔끔'이었다.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그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절로 튀어 나온 기자의 한 마디는 바로, “미남이시네요”. 카리스마까지 겸비한 이 미남얼굴, 거기에 가창력을 더한 그는 단 한번의 오디션으로 ‘지킬’ 역할을 따냈다. 김우형의 뮤지컬 데뷔스토리는 지금도 ‘오디션의 성공 신화’로 회자될 정도다.

“노래하는 걸 좋아했어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할 때 행복하다는 느낌을 알았으니까요. 사실, 고등학교 때는 가수를 준비했었어요. 당시에 이지훈, 이기찬, 박지윤씨 등 고등학생 가수들이 음반을 내는 게 흐름이었거든요. 준비를 하다가,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고, 준비를 할수록 ‘가수는 내 길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인생의 순리대로 대학에 진학하고, 군대에 갔다왔죠.”


뮤지컬배우로 진입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배우 김우형의 걸음걸이는 KTX에 버금갈 정도로 빠르고 정확했다. “탄탄대로를 걸어왔다기 보다는, 걸림돌이 없었다는 말이 정확할 것 같아요. 운이 좋았어요. 특히 <지킬앤하이드>는 정말 운이 좋았죠. 주위 친구들은 여기저기 오디션도 보러 다니고 시험도 보고 다니는데, 저는 ‘제대로 갖춰졌을 때 그 때 나가자’는 생각으로 오디션을 보러 다니지 않았거든요. 와, 근데 <지킬앤하이드> 오디션 공고를 보는 순간 이건 놓치면 후회하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부족한 상태였지만 나름대로는 열심히 준비해서 오디션에 참가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그 때는 정말 운이 좋았어요. 시작이 워낙 좋아서 그랬는지, 제대로 된 운발을 타니까(웃음), 그게 계속 쭉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고 감사한 일이죠.”

갑자기 툭 튀어나온, 듣보잡 신인에 대한 텃세도 만만치 않았다.
“그 때 공연을 보고 있으면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다 없어질 정도라니까요(웃음), 제가 봐도 부끄러워요. 가능성을 봐주셨던 것 같아요, 그 때 격려하고 응원해주셨던 분들에게는 지금도 정말 감사해요. 첫 시작부터 주인공을 해서 그런지 그 때는 모든 이목이 집중되어 있었고 기대도 컸어요. 그래서 “김우형, 왜 저 정도 밖에 못해?”, “쟤, 아닌 것 같은데?” 이런 말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 말을 들을 때는 심란해하기도 하고, 고민도 많았죠. 그런데 그런 반응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 때부터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자’는 채찍을 스스로 들었어요. 그 때부터 지금까지 연습시간에 늦은 적이 딱 한 번 밖에 없어요(웃음). 성실하게 준비하고 있고, 더 잘하려고 지금도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지킬앤하이드><쓰릴미>"

오디션 담당자들이 <지킬앤하이드>를 통해 배우 김우형을 낳았다면, 뮤지컬 마니아들은 <쓰릴미>에서 만난 배우 김우형을 열심히 키워내고 있다. 

“<쓰릴미>는 <지킬앤하이드>와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솔직히 <쓰릴미>를 시작할 때는 부담감이 컸거든요. 워낙, 마니아층도 두터운 작품이었고, 또 동성애 코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건지 그냥 힘들게만 다가왔어요. <쓰릴미>는 제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여지가 좋았어요, ‘나’를 연기하면서 ‘그’의 감정에 이입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했고, 결국에는 도전했죠. <쓰릴미>를 통해서 배우로서 공부도 많이 했지만, 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계기가 됐어요. 실제로 <쓰릴미> 이후로 팬까페 회원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났으니까요. 배우로서 많은 공부를 하게 해준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저를 대중들 앞에 가깝게 세워준 무대를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정말 고마운 작품이죠.”
요즘 김우형의 하루는 달콤한 도시 속에 잠겨있다.
 
“11월에 시작되는 <달콤한 나의 도시> 연습을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하고 있거든요. 창작뮤지컬이라는 점이 참 재미있는데, 그게 참 힘들어요. <대장금>도 창작뮤지컬이었지만, 전혀 다른 규모의 뮤지컬이라 새로운 어려움들이 많아요. <달콤한 나의 도시>의 ‘위치’는 원작에도 없는 역할이고, 또 기존의 뮤지컬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끌렸어요.”

보도자료에 나온 ‘위치’라는 인물의 소개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장난기 넘치는 성격을 가진 소유자’라는 부분이었다. 
“<올슉업><나쁜 녀석들>을 통해서 나름대로는 유쾌한 모습을 보여드린다고 했는데, 절 어두운 이미지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번에는 기존 작품과는 또 다른 기운의 장난기가 있는 캐릭터에요. 제 실제 성격하고도 많이 닮았어요. 굉장히 차분한 편이지만, 장난끼도 많거든요.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것도 좋아해서 술도 좋아하고. 솔직히, 아직까지도 제 주량을 모르겠어요. 정상윤, 김산호씨 하고는 작품을 통해서도 많이 친해졌지만 술을 마시면서 더 돈독해졌죠(웃음).”

"조승우의 연기, 홍광호의 노래, 류정한의 존재감" 

주량의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술을 사랑하는 그도 술잔을 멀리하는 시기가 있다. “공연 전날은 절대 술 안 먹어요. 이건 당연한 거니까, 뭐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요(웃음). 술을 마시면 성대가 안 붙어서 노래가 안 나오거든요. 대신 월요일은 공연이 없으니까, 일요일은 무조건 달리는 날이죠, 일주일에 한 번은 마셔줘야 하거든요. 아, 우리나라에서 술을 마시면 노래를 더 잘하는 사람도 있어요! 정성화씨(웃음). 와, 정말 술 안 마시는 사람보다 노래를 훨씬 더 잘해요, 술의 기운을 받아서 노래하는 사람처럼(웃음).”

뮤지컬 배우가 가져야 할 내적, 외적인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김우형에게 다른 배우들의 매력을 탐해본 적이 있는가에 대해 물어봤다.

“저 보다 더 많은 매력을 가진 배우들도 많고, 제가 갖지 못한 부분을 가지고 있는 뛰어난 배우들이 많아요. 원래 남의 떡이 더 크게 보이잖아요(웃음).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저는 항상 세 명을 말해요. 조승우, 류정한, 홍광호. 공교롭게도 세 명 다 ‘지킬’을 했던 배우들 이에요. 제가 판단할 위치는 아니지만, 제 생각에 대한민국에서 노래를 가장 잘하는 사람은 홍광호씨인 것 같아요. 그리고 (조)승우형의 연기는, 정말 이렇게 잘하는 사람이 없죠. (류)정한이 형은 존재감이 엄청나요. 무대 위에서 정한이 형의 존재감은 연륜이 쌓을수록 점점 강해지는 것 같아요.”

한 번의 오디션을 통해 들어온 뮤지컬 무대가 지금은 김우형 인생의 모든 것이 되었다. 욕심 많고, 능력 많은 배우 김우형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게 첫 주연을 맡았을 때도 자만하지 않았어요.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제가 가야 할 길이 까마득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을 사랑하는 배우가 되자’는 생각으로 제가 잘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해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제가 참여한 작품에서 빛을 낼 때, 스스로도 자신의 소중함을 알게 되지 않겠어요? 물론 그 빛을 내기 위해서는 무조건 열심히, 노력한다는 전제가 있어야겠죠.”

자신의 재능을 요리할 줄 알고, 요리하는 재미까지 알고 있는 똑똑한 배우 김우형, 그는 무대 위에서 또 다른 변신을 꿈꾸고 있다.
“지금까지 운이 좋았던 만큼 앞으로의 운도 좋아야 배우 김우형으로 살아갈 수 있겠죠? 지금보다 몇 배로 더 노력해야 한다는 건 당연하구요. 전공이 연극이라서 그런지, 연극무대에 꼭 서보고 싶어요. 당장은 내공이 부족해서 어려울 것 같지만, 나중에 좀 더 나이가 들었을 때는 연극에도 집중하고 싶어요. 무대에서 썩고 싶고 싶다는 꿈이 있다면, 조금 섬뜩하게 들릴까요?(웃음) 조용하고 차분하게, 항상 무대에 서 있는 배우 김우형으로 살고 싶어요.”
끊임없는 변신과 시도를 즐기는 배우, 깊이 있는 배우 김우형이 무대 위에 있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 (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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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2

  • A** 2009.10.30

    항상 기대되고, 그 기대보다 더 멋진 연기와 노래로 보여주시는 모습 정말 보기 좋아요. '달콤한 나의 도시'도 기대됩니다. 앞으로도 화이팅!

  • A** 2009.10.27

    배우님~~ 늘 응원합니다!! 달콤한 나의 도시보러 갈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