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스프레이> 박경림, 문천식

박경림, 문천식.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에서 '모녀’ 사이로 만나 나란히 출연하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많다. 첫 뮤지컬 출연이라는 점, 둘 다 장르를 넘나드는 방송인인데다, 화려한 입담의 소유자란 것이다. 그리하여 멍석이 깔린 자리, “진행 병이 있는” 그들의 수다는 이어졌다.
 

체중 늘리기 어렵지 않아? 

박경림(이하 박) 오빠 우리 연습한지 한달 정도 됐잖아요.
문천식(이하 문) 얼추 그렇게 돼가는 것 같네요. 그런데 나만 뒤쳐지는 것 같아요. 저는 솔직히 박경림 하나 바라보고 왔거든요. 박경림이 제일 못할 줄 알고. 웬걸 너무 잘해. 오늘 낮에 연습 끝나고 지적을 받았는데 전 지적을 많이 받고 박경림, 거의 안 나왔어요.
저는 늘 제가 뒤쳐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생각들은 좋은 것 같아요. 내가 뒤쳐지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저도 사실 천식 오빠 한 명 보고 왔거든요. 난 거의 모든 스케줄을 정리했고 오빠는 좀 바쁘니까 못 따라 오지 않을까 했는데, 웬걸요. 쉬는 날 특훈을 받나봐요. 애드립도 너무 많이 준비해와요. 7만5천 개 정도.
코미디언이 코미디 뮤지컬을 하면서 못 웃기면 안 되잖아요. 노래는 좀 못해도.
그런데 노래도 너무 잘해요. 그리고 앨범도 냈잖아요. 블루문.
경림씨도 내셨잖아요. ‘빠져빠져’.
그리고 가요계에서 빠졌잖아요.
저는 ‘사랑2인분’ 노래 부르고. 몸무게 2인분 돼가고 있어요. 제작진이 뚱보엄마인데 턱선이 날카롭다, 발라드 가수냐 해서,  체중을 4Kg 늘렸는데. 한 3Kg 더 찌라고 해요.
저도 4Kg 쪘어요. 집에서는 질타를 받는데 여기서는 말라깽이라는 말을 들어요. 이 작품 좀 이상해. 살을 빼면 욕을 먹는 작품이거든.
이번에 박경림씨 말고 두 명의 주인공은 타고나게 몸이 통통해요. 저들을 위해서라도 이 작품은 매년 해야 해.
저도 요즘 곱창, 치킨을 밤마다 먹어요. 나중에 작품을 보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워낙 춤이 많아서 살이 더 찌질 않아요.
나도 지금 소강상태에요. 매일 먹고 있는데. 큰일이야.
그리고 <헤어스프레이> 하는 사람들은 전부 웃기는데 욕심이 있는 사람들이에요. 나도 그렇고. 그런데 내 역할 너무 진지해~나 너무 웃기고 싶은데..
경림씨가 재담은 장난 아니잖아요. 그런데 여기서 트레이시가 약간 운동권 선수에요.
인종차별 철회법에 동의하는 아주 선구적인 아이죠. 그러니 제가 웃길 수 있는 건 얼굴로밖에 못 웃기죠. 최대한 얼굴을 웃기게 만드려고 노력 중이에요.
아하하하.

 

첫 연습, 박수 받다!

플디
박경림씨야 <헤어스프레이>에 참여한 과정이 유명하시잖아요.
그렇죠. 저는 몰랐는데 정말 이 작품을 사랑하세요.
그런데 오빠는 어떻게 헤어스프레이를 만나게 된 거에요?
초연 때 정준하씨가 에드나를 연기했잖아요. 제가 묘하게 정준하씨를 신경써요. 노브레인을 같이 했는데 정준하씨가 최우수상을 혼자 가져가 버렸어요. 아직도 인정할 수 가 없는 게 아이디어는 제가 더 많이 냈거든. 그런데 준하형이 얼굴이 앞섰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전 준하형 얼굴이 너무 부러워요. 난 되게 쓸데없는 얼굴이에요.
코미디언 치고는 잘생겼거든요.
문 '질 수 없어, 준하 형이 하면 나도 한다'. 마침 신시에서 불러주시고 박경림씨도 한다고 하고. 방송을 10년 넘게 했는데 경림씨와는 못 해봤거든요. 경림씨 사람도 좋다는데 같이 작품을 해야겠다. 생각했죠.
성시경씨, 정선희씨가 오빠랑 친해서 전해만 듣고, 오빠와는 만난 적이 없어요. 희한하죠.
그러니까 무슨 음해세력이 있다고 경림씨가 그랬죠.
우리 둘을 막는 음해세력이.
누군지 아무튼 걸리면 가만 안 둘거야. 10년 동안 내가 이렇게 좋은 사람을 못 만났다니 말이에요.
저는 오빠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게, 사람들 인식에 솔직히 박경림이 무슨 뮤지컬이냐 이런 이야기 하거든요. 어땠어요?
하죠. 안 한다고 하면 그건 가식인 거죠. 처음 들었을 땐, ‘오호라~’하면서 좀 걱정을 했었어요. 그 모든 의구심과 불안감들이 첫 연습 때 깨졌어요. 첫 연습 때 상징적으로 노래 한 곡씩 했는데 경림씨가 그 때 트레이시 메인 테마를 불렀거든요. 노래를 끝냈는데 배우들 박수가 나오는 거에요. 연습에서 박수를 받을 일은 없잖아요? 이 박수가 왜 나왔다 생각해봤는데. 모두들 ‘박경림이 뮤지컬을?’이라는 우려가 마음 속에 있었는데 그런 걸 경림씨가 한방에 해소해 준 것에 대한 감사같았어요. 경림씨가 이 작품을 워낙 좋아해서 미국에서 16번을 보고, 한국에서도 오디션을 보기 위해 노래를 다 외웠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했죠.
그 이후로 박수를 받은 적이 없어요(웃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은 박수에요. 다들 그냥 연습이었는데 전 그날 목숨을 걸고 한 거죠.

 

뮤지컬 배우들 너무 잘해…”다들 미쳤어!”

전 정말 이 작품을 뮤지컬 배우들을 존경하게 됐어요. 우리는 방송이면 방송, 패러디를 하면 춤만 추고, DJ는 DJ만 했는데 이들은 다 하잖아요. 노래하면서 춤 추면서 연기도 하는데 에너지가 대단해서, 타고 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난 어느 정도로 생각했냐면요. 신시 사무실이 양아치인줄 알았어요. 첫 연습 때 나 빼고 노래에 막 화음 넣고 난리 났어요. 일어나서 춤 출 분위기에요. 이 사람들 이상하다, 나만 빼고 다들 2주 정도 연습을 했나보다. 웬걸 다 똑같이 처음 온 사람들이래.
처음 모였는데 박칼린 음악감독님이 ‘자자 소리 한번 내봐. 맨 윗동네, 중간 동네로 가고, 끝 동네로 가고. 자 같이 모아서 가봐요.’ 이러니까 다 같이 화음을 넣는 거에요. 그러더니 그게 파트를 나눈 거래요. 그러더니 ‘자 노래 불러봅니다. 자기 파트 알죠, 시작하죠’ 이러는데 첫 날 노래를 다 하는 거에요. 정말 충격이었어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자존심 상해서 나도 아는 척 했지만 속으론 놀란 거. 그날 구석에서 '잘하네' 이런 표정이었지만 집에 가서 남편을 붙들고 ‘다들 미쳤다, 다 너무 잘한다'고 말을 했다니까요.
와, 나랑 똑같네. 나도 친구랑 소주 마시면서 다들 미쳤다고. 이 사람들은 보통이 아니라고. 정말로. 그래도 지금은 거의 이제 박경림씨가 세 명의 트레이시 중에 넘버2 정도는 돼요.
하하. 내가 넘버2라고요? 그럼 넘버3가 서운해 해요.
우스개소리였는데요 뭐(일동 폭소)

 


정 쌓고 작품 이야기 하기엔 '밥'이 최고


지금은 공연도 좋지만 인간적으로 사람들이랑 많이 친해졌어요.
경림씨가 밥을 잘 사줘요. 식사 쿠폰을 10장씩 나눠줘서. 돈이 기백만원이 들었을 텐데.
저는 밥을 따로 먹고 그런 걸 안 좋아해요. 밥 먹을 때도 다 같이 작품 이야기하고 왁자지껄하게 분위기를 이어가면 좋잖아요. 아무래도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어쨌든 우리 공연이 올라가기 한 달이 채 안 남았어요. 너무 떨려요. 저는 자꾸 악몽을 꿔요. 첫 씬에서 자꾸 가사를 잊어버리는 꿈이요.
어우 최악의 꿈인데요.
그런데 꿈은 반대라니까 그런 일을 없을 거에요.
장담하는데 그런 일은 없을 거에요. 연습량을 보면 스케줄을 싹 정리하고 와서 완전 올인을 하잖아요. 경림씨가 무대에 대한 감도 있거든요.
나중에 쟤는 연습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 부족하다고 할 수 있잖아요. 조금은 부족하다고 해주세요.
문. 알았어요. 조금은 부족해요(폭소)
그런데 오빠가 원캐스트잖아요. 80회 공연을 혼자 다 하셔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라디오는 알다시피, 경림씨는 DJ니까 나쁘지 않은 출연료를 받지만 전 게스트라 아주 초라한 출연료를 받고 있어요. 나 이번에 여의도에서 억울한 것 양제동에서 보상받을 거야!(웃음)
이번에 오빠랑 작품을 하면서 놀란 게 사람들은 개그맨들에게 갖는 고정관념이란 게 있잖아요. 오빠는 되게 책도 많이 읽으시고 진지해요. 작품 분석이라던가 삶에 대한 고찰이 많으셔서 놀랐어요. 저도.
맞아요. 그런 것 하느라고 못 웃겨서 이렇게 됐어요.
플디 박경림씨는 어느 인터뷰를 보니 뮤지컬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건 마지막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이 작품 말고는 욕심나는 작품이 단 한 편도 없거든요. 이 주인공 트레이시가 저 같아요. 세탁소집 딸이고 가난하지만 자기 꿈이 있고 긍정적이고 결국 꿈을 이루는 내용인데, 저희 집도 어려운 환경이었고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꿈을 꿔왔던 것을 고등학교 때 이루거든요. 미국에서 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 말을 다 알아듣진 못했지만 저 사람이 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참, 링크가 나오잖아요. 뮤지컬 배우 정동화씨가 맡으셨는데, 저에게는 또 조인성씨가 있었잖아요(웃음). 논스톱에서 조인성이라는 사람을 만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리 만족을 느꼈거든요.

연말연시 유쾌한 헤어스프레이

전 이 작품을 뮤지컬을 두려워하는 연예인들이 와서 봐야 할 것 같아요. 박경림도 열정 하나로 이렇게 해냈는데. 박경림은 티켓파워가 있어요. 사실.
아직 티켓이 잘 안 움직여요. 파워는 있는데 제가(웃음). 곧 움직이겠죠. 신종플루라는 사회적 상황을 무시는 못 해요. 그래도 걱정은 안 해요. 작품이 워낙 재미있고 좋기 때문에.
지금 사회 분위기가 좋은 건 아니지만 아마 극복될 거에요.
티켓에 대한 걱정은 없지만 정 안되면 제 초중고 동창들 하하호호 할인으로 모으려고요.
저도 강매 중입니다.
어제는 갑자기 김장훈씨가 모자란 동생이랑 같이 공연 해줘서 고맙다고 도시락을 맞춰 오셨어요. 스텝 배우들하고 같이 먹었거든요. 제 주위 분들이 함께한 배우들한테 미안하면서도 고마워해요.
경림씨 참 인복 있으신 게 며칠 후엔 박수홍씨가 질 수 없다고 오신대요. 너무 부러워요. 우후 박수홍씨 고마워요.
이제 연습 들어가야 하니까 정리할까요?
저희들 무대에서 죽을 거 같아요. 마지막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이러다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데 보시는 분은 연말연시에 시원하다 하실 거에요. 저희들이 에너지를 최대한 선물하겠습니다.
<헤어스프레이>는 제가 너무 반해서, 개인적으로 너무 사랑해서 도전하는 작품이고 제가 사랑하는 마음이 큰 만큼 이 작품을 망칠 수 없다고 항상 생각해요. 내가 못하면 내가 사랑하는 작품을 망칠 수 있으니까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절 한번 믿어보시고. 굳이 제가 하는 날이 아니더라도 저보다 더 사랑스러운 트레이시들이 있으니까 오셔서 즐겁게 봐주세요. 연말, 연초 즐겁게 마무리 하시고 시작하셨으면 좋겠어요.
우후 깔끔하다. 고맙습니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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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2

  • A** 2009.11.17

    저절로 음성지원이 되는듯한데요 ㅋㅋ 역시 재치있는 두분!

  • sidni** 2009.11.09

    아주 그냥 .. 두분 입담이 대단하시네요~ ㅋㅋ 분명 눈으로 읽고 있는데 두분이서 말하는걸 귀로 듣고 있는 느낌이에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