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살롱> 살롱으로 오세요, 모던보이 하림

실연의 상처 때문에 마음이 아프십니까? 눈물로 밥을 비벼먹고 있는 그대여!
하림의 ‘출국’,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를 시리즈로 들어보라.


가슴을 후벼 파는 멜로디, 적재적소에 배치한 단어로 대한민국 실연남녀를 달래주고 있는 가수 하림. 작곡, 작사가로 더 유명한 그가 음악감독, 밴드연주자, 살롱을 찾은 손님역할로 음악극 <천변살롱>의 무대에 오른다. 노래, 연주, 말발, 글발 되는 다재 다능한 남자. 하림을 설명해주는 몇 가지 단어들을 모아봤다. 그는 자신에 대한, 어떤 낱말들을 풀어놓을까?

 
하림을 만나려면 홍대로 가라는 말이 있다면서요? (웃음). 홍대에는 음악, 문학, 영화를 하는 수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있어요. 여기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죠. 저도 까페, 공연장을 다니면서 호기심을 충족하고 있어요. 앉아있는 자체로 많은 느낌을 주는 동네라는 점에서 작업의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수도인 것 같아요. 1집 이후로는, 작업실도 홍대로 옮겼어요.

 
홍대를 섬이라고 한다면, 그 섬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연주를 하다가 잠드는 유스호스텔 같은 장소가 바로 제 작업실이에요. 사실, 작업실 환경이 좋지 못해서 상당히 춥고 불편해요.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목소리까지 다 들려서, 세상의 온갖 이야기들이 이 방안으로 모여드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요. 여행지에서 몸을 뉘일 수 있는 침대 하나가 놓여져 있는 그런 곳이 바로 제 작업실인 것 같아요. 정작, 작업은 많이 못하고 있거든요. 그냥, 악기 보관소라고 해야 하나? (웃음). 

 미로 같아요. 음악을 할 때는 즐거우면서도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거든요. 그런데 또 계속 하게 되요. 미로도 그렇잖아요. 밖에 나와있으면 들어가고 싶고, 들어가 있으면 빨리 나오고 싶은데 나오면 또 들어가려고 하잖아요. 소주 한 잔 같은 존재이기도 해요. 힘든 일이 있어도 연주를 하고 있으면 다 잊어버리거든요.



 
가끔 사랑, 연애 이런 게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저한테는 음악과 비슷한 것 같아요. 안 하면 몸은 편하지만, 결국은 하게 되고. 사랑도 그런 것 같아요. 사랑도 정말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잖아요. 제가 만든 이별 노래는 남들의 이야기를 대신 말한 것에 불과해요. 가수들이 자신의 이별을 바탕으로 노래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건 사람들의 로맨틱한 발상이라고 생각해요.  

 
아코디언을 다룬 지 아직 3,4년 밖에 안됐어요. 제 음반에 꼭 필요했는데, 당시에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어서 중국산 30만원 짜리를 사서 급하게 배웠죠(웃음). 아코디언 덕분에 그리스, 아일랜드 음악도 배웠고, 지금 <천변살롱>에서 하고 있는 만요도 할 수 있었어요. 아코디언은 각 나라별로 연주스타일이 다 다르거든요. 여러 나라의 스타일을 익히다 보면, 여행을 다니면서 각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코디언을 배낭 삼아서, 전 세계를 누비고 있는거죠.


 
3집을 빨리 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어요. (2집, 2004년 발매) 가수들은 자기 앨범에 대한 부담감이 많은데, 저는 앨범활동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이 많아요. 솔직히, 다 돈 되는 일은 아닌데(웃음). 즉흥음악, 월드뮤직 프로젝트도 있고. 사실 가요는 제 의무인 동시에 휴식인 것 같아요. 활동하는 건 힘들지만, 음반작업을 할 때 가장 편안하고 재미있거든요.

 



외국 전통음악을 듣다가 ‘우리나라 전통음악은?’ 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국악을 찾아서 들어봤는데, 잘 모르겠더라구요. 다른 나라의 근대음악을 좋아하는 저를 보고, 그럼 우리나라의 근대음악인 만요를 찾아서 들어봤죠. 이 음악을 사람들에게 들려줄 의무감이 들어서 혼자서 전파를 하고 다녔어요. 라디오에 나가서 소개도 하고, 사람들에게 이야기도 하고. ‘하림이 만요에 관심이 있더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이런 공연을 해보자는 제의가 들어온 거죠.

저도 그렇고 우리가 유달리 근대사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음악하는 사람의 음악에서는, 음악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전쟁으로 없어지고, 일본에 뺏기기도 했고, 또 금지곡도 많았잖아요. 당시의 가요들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면, 당시의 이야기와 역사들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개인적으로 <천변살롱>은 근대 역사의 뿌리를 찾는 프로젝트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관객분들이 이 공연을 보고 ‘근대사에 대해 알아봐야겠다’라고 생각하시기는 힘들겠지만, 당시의 상황과 이야기들을 감성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점에서 뿌듯해요. 호기심도 충족할 수 있고, 재미도 맛보실 수 있을 거에요.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 (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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