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 꽃 보다 김C

‘유머’를 ‘다큐’로 만드는 재주. 웃지 않는 예능인. 주말 황금시간 대, 어둠의 바이러스를 가진 김C의 활약이 대단하다. 그런 그가 <인권콘서트> 세 번째 무대를 준비 중이다. 예능인 김C가 말하는 인권이라. 전인권? 아니면, 영화배우 김인권? 어떤 인권? 허허. ‘봄바람 따라간 여인’, ‘청춘’, ‘비눈물’을 부르는 ‘뜨거운 감자’의 보컬 김C는 조금은 다른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다. 외딴 별에서 날아와 지구 한쪽에 웅크리고 있는 소년 같은 남자, ‘1박 2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못 말리는 마이너리그, 김C의 이런저런 이야기.

지구, 살아가기 어때요?

 일은 재미있어요?
제가 물어봐야 하는데. 그런데 사진은 왜 안 찍어요? (포즈를 잡아야 하는 사진 촬영은 그냥 넘어가자고 했다)
 포즈 잡는 게 어색해요,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걸 찍었으면 좋겠어요.

김C가 사진 찍는 걸 싫어한다고, 사진 기자가 걱정을 많이 했어요.
 방송에서도 한 번 말한 적이 있는데, 제 의사를 물어보고 찍는 사진을 싫어하진 않아요. 제가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사이, 가족들과 함께 있는 공간에 있는데 갑자기 사진을 찍어요. 전, 제가 즐겨야 할 좋은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아요. “야, 그 사람들 때문에 네가 있는 건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허용할 수 있는 범위가 있다고 생각해요. 공연장에서나, 인터뷰 자리에서나. 사적인 시간에는 저도 제가 중요한 사람이에요.

그런 일이 많았어요?
 많았죠. 제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불쑥 나타나서 사진을 찍고선 휙 가요. 적어도 “사진 같이 찍어도 될까요?”, “사진 찍어도 되요?”라고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무례한 거잖아요, 제가 사진을 찍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 지금 좀 울컥하신 것 같은데.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늘 이렇게 되요. “당신, 날 왜 찍어요?”라고 따진 적도 있었어요. 

잘 알려져 있고, 사람들이 좋아해서 그런 거니까.
아직도 많은 논란이 있는 이야기 중에 하나지만. 사람들이 제 직업을 두고 ‘공인’이라고 말하거든요. 전 공감할 수 없어요,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고요. 전 공적인 공간에서 일하는 사적인 사람이에요. 제가 나라의 녹을 받는 사람도 아니고. 대중들에게 알려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에게 많은 책임감, 의무감을 부여하려고 하는데 전 그렇게 못 살겠어요. 이것도 제 인권이에요.


그러고보니, 콘서트 주제가 ‘인권’이네요.
뜨거운 감자’ 공연에는 늘 주제가 있었어요. 이번에는 인권이라는 명제를 잡은거죠. 강산에씨와 격월로 진행 중인 공연이고, ‘뜨거운감자’는 이번이 두번째 무대에요. 그런데 인권이라는 단어 자체가, 아무리 가볍게 생각하려고 해도 무겁게 느껴지잖아요. 저도 아직까지는 인권이라는 단어가 쉽게 와 닿진 않아요. 저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제가 놓을 수 있는 아니잖아요. 분명, 인권 때문에 힘들어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이 단어가 존재하는 거니까요. 그렇다면 대중들 앞에서 제가 할 명분이 있는 거죠. 이런 말을 다룰 수 있다는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지난 10월, 강산에 <인권콘서트> 무대를 준비 중이던 이주노동자 미누가 공연 전에 강제출국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우리 사회가 누워서 침을 제대로 뱉은 거죠. 창피한 일이에요. 우리는 강대국을 보면서 차별한다, 무시한다고 하지만 우리도 똑같이 행동하고 있거든요. 누구를 욕할 만한 게 아닌 것 같아요.

대중들 앞에서 말하는 인권은 좀 다른 이야기일 것 같아요.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는 일이 많잖아요. 제가 침해받았다고 말하는 인권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들이겠죠. 예전에는 “미스김, 커피 좀 타와”, “미스김, 내 책상 좀 치워” 이런 말과 행동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많이 없어졌잖아요. 우리가 “이게 문제인 것 같아”라고 자꾸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점점 개선이 된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저희가 말하는 게 큰 파급력이 있지는 않겠지만, 이게 인권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시작이 될 수 있었으면 해요. 인권이라는 단어가 안 쓰이는 날이 왔으면 하는 게 바람이죠.

 요즘 김제동씨 (같은 소속사) 보면서, 느끼는 점이 많을 것 같은데.
어제도 만났는데. 안됐죠, 안타깝고. (김)제동이는 삶의 터전이었잖아요. 사람을 고용하고, 안하고를 결정하는 건 그 사람들의 몫이에요. 그 부분은 당연히 이해하죠. 하지만, 절차상 매끄럽지 못했다는 거. 어른스럽지 못하잖아요. “내일 모레 마지막 촬영으로 끝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아니죠.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김C의 인간적인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한참 생각하다가)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다들 어떻게 살길래, 제 모습에 호감을 느끼는 걸까요? 그렇지 않아요?

케이블 방송에서, 이영자씨에게 위로의 노래를 불러주는 김C 모습을 보고 감동 받은 사람도 많아요. 진심이 느껴졌어요.


 그건, 제가 어려서부터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이어서 그래요. 위로 받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잘 알거든요. 지금 생각해봐도, 전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큰 상처를 많이 겪었어요. 삐뚤어질 수 밖에 없는 많은 상황들이 있었는데, 저 스스로 대견하다고 느낄 정도로 나쁜 길로 가지 않고 잘 걸어왔거든요. 상처가 내제되어 있어서 그런지 누가 아프다고 하면 그런 이야기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어요.

 인간적인 모습이 보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다 보니까 그런 방송만 남았어요. 제 의지랑 상관없이. 그런데, 그 말이 참 모순이에요. 인간적인. 인간에게 인간적이라고 한다는 거. 그 만큼 우리가 인간답지 못하다는 거겠죠? 인권도 너무 당연한 건데, 그걸 위해서 싸우고 이렇게 이야기 한다는 자체가 참.

방송을 하다 보면, 인권침해 받는 일이 많지 않아요? 특히 1박 2일에서는. 
방송이잖아요. 설정이라는 게 아니라, 이건 방송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방송을 보고 분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진심이야, 이 사람들?” 하고 제가 의심이 갈 정도에요. 방송은 방송으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강호동씨가 우악스럽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드럽고, 여려요. 추위도 많이 타고 가리는 음식도 많은 사람이에요. 이건 방송이니까, 상황에 맞춰서 본인이 악역이 되려고 하는 거죠.
시청률이 워낙 높다 보니까,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화제가 될 때도 있어요. 사람들의 관심을 새삼 느끼기도 하고, 멤버들끼리 “정말? 그 문제를 그렇게 말한다고?” 하면서 놀라기도 해요.

술 많이 드시죠?
 일주일에 일곱 번 정도? 많이 마시지는 않아요. 맥주 한 캔 정도? 집에서 가볍게 마실 때도 있고,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면서 마시고. 맨 정신에 있는 게 힘든 것 같아요, 괴롭죠.

오늘 만나보니까요, 시니컬 하지만, 착한 사람인 게 느껴져요.
 저 착한 사람 정말 싫어요. 진짜 싫어요. 저는 정말로 안 좋아해요, 착한 사람.

(그렇게 느껴지는 걸…) 본인 성격이 어떤 거 같아요?
죄를 짓지 않았을 뿐이지 착한 사람은 아니에요. ‘적당히 못되면 세상이 즐겁다’가 저한테 맞지 ‘착하게 살자’는 저한테 안 맞아요. 도덕적인 것에 얽매이는 걸 싫어해요. 착하게 살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방송에서는 착하게 보여야 한다고 하면, 전 그냥 안 할래요.

공연장에서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뜨거운 감자’ 공연은 늘 오시는 고정팬들이 있어요. 그 분들도 인권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오시진 않을 거에요. 요새 힘들잖아요. 즐거운 공연을 보고 싶지, 무거운 공연을 보고 싶지는 않을 거에요. 그래도 뭔가 느껴가는 공연, 가슴에 담아가는 공연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어요. 마음이 허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가슴에 뭔가를 하나씩 담아갈 수 있거든요.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 (club.cyworld.com/docuherb)/ 다음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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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2

  • A** 2010.02.04

    역시~ 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역시라는 틀안에 가두고 싶지않은 가수^^

  • A** 2009.11.19

    솔직한 김C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