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깊어진 런웨이 <뷰티풀 선데이> 배우 김영광
작성일2009.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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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트로’, ‘비비안 웨스트우드’, ‘에비스’, ‘알렉산더 맥퀸’의 얼굴, 밀라노 컬렉션 3시즌 연속 진출, 동양인 최초 ‘디오르 옴므’ 모델 발탁, 2009 한국을 빛낸 100인 선정, 2009 아시아 모델상, 2009 스타일아이콘어워즈 모델부문상 수상. 대한민국 남자 모델 최초로 세계 4대 컬렉션에 진출한 모델 김영광이 대학로 무대에 올랐다. 자체발광 미소, ‘너는 펫’의 주인공을 연상 시키는 가느다란 몸매와 말간 얼굴을 간직한 스물 두 살 청년. ‘뷰티풀 데이’를 꿈꾸는 꽃청년이 대학로에 서 있다.
밀라노에서, 대학로까지
지난주 첫 연극 무대에 올랐어요. 어땠나요?
첫 날은 정신이 없었어요. 다행스럽게도, 첫 공연이 유난히 잘됐거든요(웃음). 관객 분들이 기립박수를 보내주실 정도로 반응도 좋았어요.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한 시간에 한 번씩 눈이 떠지는 거에요. 커튼콜 때의 느꼈던 흥분, 기쁨, ‘앞으로 계속 잘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교차돼서, 거의 잠을 못 잤어요.
모델로 서는 무대와는 확실히 다르죠?
집중해야 하는 시간부터 다르죠. 러닝타임이 1시간 45분 인데, 연습할 때는 죽을 거 같은 거에요. 그래도 제가 맡은 준석이는 “뭐 사러 나갔다 올게” 하면서 중간, 중간 퇴장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죠(웃음). 잠깐 정신을 놓으면, 한 순간에 준석이에서 영광이로 바뀔 수 있으니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요.
에이즈에 걸린 게이 역할 이에요.
준석이는, 명랑하고 밝은 성격을 가졌어요. 그런 점이 저랑 참 비슷해요. 항상 웃고 다녀서 사람들은 ‘쟤가 생각이 없나?’ 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생각도 깊은 아이고요. <뷰티풀선데이>는 세 번 정도 봤는데, 볼 때마다 ‘와, 저 역할은 내가 하면 정말 재미있겠다’고 생각 했었죠. 운 좋게도, 조한준 연출님과 연이 닿아서 제가 좋아했던 작품으로 연극을 시작하게 된 거죠.
연습 초반에는 힘든 점이 많았을 거 같아요.
초반에는, 정말 힘들어서 연습하는 게 무서웠어요. 같이 무대에 오르는 선배 배우님들이 워낙 뛰어나신 분들이라, 뒤쫓아가기도 힘들었어요. 연습만 들어가면, 항상 제 장면이 걸리니까요. 부담감이 늘어서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주눅도 들고. 공연을 할 수 있게 연출님과 선배님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남자모델로는 탑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모델 일을 계속했다면, 더 편하지 않았을까요?
모델은 시작도 힘들게 했고, 일하는 동안에도 편하게 작업 했던 적은 없었어요. 조금만 방심하면 도태되고, 조용히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해외 무대에 섰다고 하더라도 확실한 성과가 없으면, 인정해주지 않거든요. 모델은, 수명이 굉장히 짧아요. 길어야 5년, 10년 정도 되면 세대교체가 되죠. 2~3년 동안은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뉴욕에서 모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적도 있어요.
그런데 이제 저도 경제적인 여건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가 됐고. 모델은 제가 평생 가지고 갈 일인 것 같아요. 연극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일이니까, 지금 고생 하는 건 당연해요. 투정을 부리고 있는 거죠(웃음). 드라마를 하면서, 연기의 매력을 알았어요. 공부의 필요성을 느껴서 늦었지만, 내년에는 연극영화과에 입학할 예정이에요, 부딪히고 배우면서, 배우로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고 싶어요. 이번 <뷰티풀선데이>를 통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있어요.
대한민국 남자 모델 최초로 세계 4대 컬렉션에 진출했어요.
그 때도 정말 힘들었죠. 소속사 사장님이 “외국 한 번 가봐라” 이러시면서 비행기 티켓을 주셨거든요. 정말 영어를 한마디도 못했는데, 저 혼자 부딪혀야 했으니까요. 손에는 지도를 들고, 이 만큼 무거운 프로필을 들고 에이전시를 돌아다녔어요. 처음에는 쇼에 오르지도 못하고 막막했죠. 그런데 이탈리아 GQ 스타일리스트가 저를 잘 봐줬어요. (이탈리아 GQ 편집장은 그에게 “북유럽형의 완벽한 몸매와 얼굴라인, 유럽인들이 좋아할 매력적인 눈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운 좋게 무대에 서게 된 거죠. “킴 영, 내년에도 꼭 와줘” 라면서 기회를 줬어요. 운이 좋았던 거죠.
‘모델 김영광’을 좋아하는 팬들은 서운하지 않을까요?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 나온 걸 보고 한 팬 분이 제 방명록에 “영광씨, 손발이 오그라들어요”라는 글을 남겼어요. 그 글을 보고 기분이 나쁘지 않았어요.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도록 내가 정말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반이었고, 나머지 반은 ‘아, 내가 모델을 하지 않고 연기를 하는데도 봐주는구나’라는 고마움이었어요. 모델 김영광이 보여드렸던 모습 그 이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다면, ‘배우 김영광’을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늘어나겠지요. 지금 저에게는 조언, 충고, 칭찬 모두 다 좋은 약이에요.
‘배우 김영광’으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 있다면요?
공연이 모두 끝나고, 마지막에 인사할 때. 뭔가 쫙 가라앉는 기분이 들면서, 정말 기분이 좋아요. 웃으면서 박수를 쳐주는 관객들의 얼굴은 묘한 중독성이 있어요. 요즘 제 일상에서 가장 즐겁고 재미있는 순간이 공연이 끝나고 마지막에 인사할 때. 그 때에요.
해외에서 함께 활동했던, 故김다울씨 소식에 충격이 컸을 것 같아요.
아쉬워요, 정말 아쉬워요. 지금 제가 찾아갈 수도 없고. 다울이가 열 일곱 살, 제가 스무 살 때 처음 알았어요. 외로움도 많이 타고, 착한 아이였어요. 다울이는 계속 해외에서 활동하느라고, 한국 친구가 많지 않았어요. 저랑 친구들 몇 명 모임을 가지고 만나곤 했는데. 정도 많이 들었는데 뭐라고 말할 수 없이 아쉬워요. 정말 끼도 많고, 잘하는 아이였는데. 해외활동은 힘들어요, 심적으로도.
'배우 김영광'의 다음 도전 과제가 있다면?
내공을 많이 쌓은 후에,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어요. 영화 ‘추격자’에 나오는 싸이코 패스, 이중인격자, 멜로도 해보고 싶고. 아, 느와르도 해보고 싶어요. 톰행크스 가 출연한 ‘포레스트 검프’는 8~90번 정도 본 거 같아요. 그 영화는 볼 때 마다 새로워요. 대사 중에,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은 거래요. 열어봤을 때 뭐가 나올지 알 수 없으니까”라는 말이 나오거든요. 요즘은 정말 그 대사가 와 닿아요. 인생은 정말 언제, 어떤 것들이 눈앞에 펼쳐질지,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잖아요.”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 (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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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서, 대학로까지
첫 날은 정신이 없었어요. 다행스럽게도, 첫 공연이 유난히 잘됐거든요(웃음). 관객 분들이 기립박수를 보내주실 정도로 반응도 좋았어요.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한 시간에 한 번씩 눈이 떠지는 거에요. 커튼콜 때의 느꼈던 흥분, 기쁨, ‘앞으로 계속 잘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교차돼서, 거의 잠을 못 잤어요.
집중해야 하는 시간부터 다르죠. 러닝타임이 1시간 45분 인데, 연습할 때는 죽을 거 같은 거에요. 그래도 제가 맡은 준석이는 “뭐 사러 나갔다 올게” 하면서 중간, 중간 퇴장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죠(웃음). 잠깐 정신을 놓으면, 한 순간에 준석이에서 영광이로 바뀔 수 있으니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요.
준석이는, 명랑하고 밝은 성격을 가졌어요. 그런 점이 저랑 참 비슷해요. 항상 웃고 다녀서 사람들은 ‘쟤가 생각이 없나?’ 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생각도 깊은 아이고요. <뷰티풀선데이>는 세 번 정도 봤는데, 볼 때마다 ‘와, 저 역할은 내가 하면 정말 재미있겠다’고 생각 했었죠. 운 좋게도, 조한준 연출님과 연이 닿아서 제가 좋아했던 작품으로 연극을 시작하게 된 거죠.
초반에는, 정말 힘들어서 연습하는 게 무서웠어요. 같이 무대에 오르는 선배 배우님들이 워낙 뛰어나신 분들이라, 뒤쫓아가기도 힘들었어요. 연습만 들어가면, 항상 제 장면이 걸리니까요. 부담감이 늘어서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주눅도 들고. 공연을 할 수 있게 연출님과 선배님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모델은 시작도 힘들게 했고, 일하는 동안에도 편하게 작업 했던 적은 없었어요. 조금만 방심하면 도태되고, 조용히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해외 무대에 섰다고 하더라도 확실한 성과가 없으면, 인정해주지 않거든요. 모델은, 수명이 굉장히 짧아요. 길어야 5년, 10년 정도 되면 세대교체가 되죠. 2~3년 동안은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뉴욕에서 모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적도 있어요.
그 때도 정말 힘들었죠. 소속사 사장님이 “외국 한 번 가봐라” 이러시면서 비행기 티켓을 주셨거든요. 정말 영어를 한마디도 못했는데, 저 혼자 부딪혀야 했으니까요. 손에는 지도를 들고, 이 만큼 무거운 프로필을 들고 에이전시를 돌아다녔어요. 처음에는 쇼에 오르지도 못하고 막막했죠. 그런데 이탈리아 GQ 스타일리스트가 저를 잘 봐줬어요. (이탈리아 GQ 편집장은 그에게 “북유럽형의 완벽한 몸매와 얼굴라인, 유럽인들이 좋아할 매력적인 눈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운 좋게 무대에 서게 된 거죠. “킴 영, 내년에도 꼭 와줘” 라면서 기회를 줬어요. 운이 좋았던 거죠.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 나온 걸 보고 한 팬 분이 제 방명록에 “영광씨, 손발이 오그라들어요”라는 글을 남겼어요. 그 글을 보고 기분이 나쁘지 않았어요.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도록 내가 정말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반이었고, 나머지 반은 ‘아, 내가 모델을 하지 않고 연기를 하는데도 봐주는구나’라는 고마움이었어요. 모델 김영광이 보여드렸던 모습 그 이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다면, ‘배우 김영광’을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늘어나겠지요. 지금 저에게는 조언, 충고, 칭찬 모두 다 좋은 약이에요.
공연이 모두 끝나고, 마지막에 인사할 때. 뭔가 쫙 가라앉는 기분이 들면서, 정말 기분이 좋아요. 웃으면서 박수를 쳐주는 관객들의 얼굴은 묘한 중독성이 있어요. 요즘 제 일상에서 가장 즐겁고 재미있는 순간이 공연이 끝나고 마지막에 인사할 때. 그 때에요.
아쉬워요, 정말 아쉬워요. 지금 제가 찾아갈 수도 없고. 다울이가 열 일곱 살, 제가 스무 살 때 처음 알았어요. 외로움도 많이 타고, 착한 아이였어요. 다울이는 계속 해외에서 활동하느라고, 한국 친구가 많지 않았어요. 저랑 친구들 몇 명 모임을 가지고 만나곤 했는데. 정도 많이 들었는데 뭐라고 말할 수 없이 아쉬워요. 정말 끼도 많고, 잘하는 아이였는데. 해외활동은 힘들어요, 심적으로도.
내공을 많이 쌓은 후에,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어요. 영화 ‘추격자’에 나오는 싸이코 패스, 이중인격자, 멜로도 해보고 싶고. 아, 느와르도 해보고 싶어요. 톰행크스 가 출연한 ‘포레스트 검프’는 8~90번 정도 본 거 같아요. 그 영화는 볼 때 마다 새로워요. 대사 중에,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은 거래요. 열어봤을 때 뭐가 나올지 알 수 없으니까”라는 말이 나오거든요. 요즘은 정말 그 대사가 와 닿아요. 인생은 정말 언제, 어떤 것들이 눈앞에 펼쳐질지,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잖아요.”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 (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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