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터줏대감 김문수, 외국인 배우 1호 유카의 <난타> 이야기
작성일2009.12.07
조회수23,442
도마 위에 칼이 춤추고 공중 위로 접시가 날아다닌다. 한 시간 내에 결혼 피로연 음식을 해 내야 하는 시급한 미션을 앞에 두고도 요리사들은 신나고 또 즐겁다. 거기에 끊이지 않는 웃음과 환호 소리가 더해져, 이 요란한 부엌 안을 들여다 보지 않을 수 없다.
어? 새로 합류한 한 식구가 눈에 띈다. 올해로 공연 12년째인 <난타>에서 올 10월부터 최초의 외국인 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일본의 이와모토 유카(25. 이하 유카)가 그 주인공. 1년 365일 계속되는 공연, 마찬가지로 하루도 빠지지 않는 공연 리허설 전에 <난타>의 탄생부터 함께 해온 최장수 배우 김문수(41)와 햇병아리 멤버 유카가 함께 자리했다.
‘난타’ 따라 바다 건너온 유카
2002년, 재일교포 2세 아버지를 둔 일본인 아가씨가 친척을 만나러 한국에 온 길에 <난타>를 보고야 말았다. 한 번도 무대에, 배우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 학생은 곧 ‘난타 배우’를 가슴에 꿈으로 새기게 되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다른 작품이 아니라 오로지 ‘난타’ 밖에 없었어요. 정말 하고 싶다고 생각 했고, 혹시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가는 건 아닐까, 해서 여러 작품들을 봤는데 땡기지 않더라고요. 확실히 제 마음 속에는 난타가 항상 있었던 거죠.”(유카)
청소년 시절 테니스 선수를 지냈으며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그녀가 배우를 품은 이유는 강렬하고 단순했다. 그 후 “단지 무대에 서는 연습을 해 보고 싶어” 일본으로 돌아가 뮤지컬에도 출연했으나 2007년 다시 한국으로 날아왔다. 한국말을 공부하고 난타 공연장 캐릭터 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시탐탐 무대를 노렸다.
“그때는 밖으로 얘기를 안 했으니까 배우를 하고 싶어했는지 전혀 몰랐어요. 물론 계속 공연을 봤겠죠. 어느 날 외국인이 오디션을 본다고 하길래 누군가, 했더니 이 친구더라고요.”(김문수)
1997년 <난타>의 탄생과 함께 지금껏 무대를 지키고 있는 배우 김문수는 뮤지컬을 하다 우연히 한 행사장에서 고장 난 청소기, 냉장고, 양동이 등을 두드리며 새로운 리듬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자자해진 소문은 난타의 제작자인 송승환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당시 행사장에 있던 관객들 전부가 몰려왔어요. 두드리는 게 음악도 되고, 또 춤도 추니까 신기해 했던 것 같아요. 마침 이러한 퍼포먼스를 하고 싶어서 준비 중이라고 송승환 대표가 같이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생각이 있었으니 좋다, 그렇게 된 거죠.”
"이건 된다!” 첫 공연 때 알아봐
“하고 있는 도중엔 아무 생각이 안 나고 정신이 없었어요. 다행히 선배팀이 같이 해 주셔서 안심도 됐었죠. 많이 커버해 주시니까. 하고 나서 모든 분들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고요.”(유카)
올 3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유카는 지난 10월 명동난타전용극장 개관과 함께 첫 무대에 섰다. 제작사에서 일본에 계신 유카의 부모님을 몰래 객석으로 초청한 걸 몰랐던 그녀는 공연 후 펑펑 울 수 밖에 없었다고. 김문수 역시 12년 전 <난타>의 첫 무대이자, 그 무대에 섰던 자신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한다고 덧붙인다.
“과연 이 작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반신반의가 있었어요. 하지만 첫 공연 때부터 조짐은 보였어요. ‘이거 된다!’ 하고요. 인터넷에서부터 난리가 났죠. 공연을 보고 가신 분들이 “와, 이거 신선하다!”면서요. 그 때부터 하루도 거의 안 쉬고 달려왔던 것 같아요.”
처음엔 요리사 중의 대장인 ‘헤드’였지만 “이젠 나이가 들어 매니저 역을 하고 있다”며 유쾌하게 웃는 김문수는 에딘버러를 시작으로 해외로 공연팀이 나가 빌 뻔한 국내 무대를 또 다른 팀을 꾸려 굳건히 지킨 대들보이다. “마침 사정이 있어 에딘버러 공연에는 못 갔었는데 그렇다고 브로드웨이도 안 보내주더라고요.”(웃음)
난타, 누구나 즐기며 이해할 수 있는 매력
<난타>를 접하기 전 일본에서 넌버벌 공연을 접해 본 적이 없었다는 유카는 이후 영국 여행에서도 <스톰프>를 보며 ‘혹시 넌버벌 자체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를 시험해 봤단다.
“<스톰프>를 보면 이것도 하고 싶을 거라 생각했는데 맘에 확 안 와 닿는 거에요. 제 안에 <난타>가 너무 컸기 때문이죠. 그 때 일본 여배우 한 명이 <스톰프> 오디션에 붙어서 공연 하는 걸 봤는데, 공연 자체가 하고 싶은 마음 보다는 그 배우를 보면서 용기도 얻고 희망도 생겼어요. ‘나도 해 볼까’ 하는 마음이 더 들게 된 거죠.”
인생을 바꿀 만큼 콕 집어 <난타> 만을 생각하게 만든, <난타>의 매력은 무엇일까. 두 사람의 대답이 끊임 없이 이어진다.
“외국 퍼포먼스 중에서 드라마가 있는 작품은 거의 없어요. <난타>는 무조건 두드린다고만 생각하시는데 공연을 보고 나시면 그게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다 아시게 되요. 처음 만들 때부터 드라마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드라마 안에서 두드리는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거죠. 배우들은 연기 연습과 두드리는 연습, 두 가지를 반드시 해야 해요.”(김문수)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것, 어느 나라 사람이라도, 나이에 상관 없이 다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바로 제일의 매력이 아닐까요, 제가 느꼈던 것처럼요.”(유카)
“이 안에서 일어나는 즉흥적인 요소들이 굉장히 많아요. 또 새로운 배우가 다양한 팀을 꾸려서 쉴 새 없이 새 기운이 작품에 들어와요. 그래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거죠. 그게 바로 12년 간 큰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매일 공연장을 즐겁게 오고 가며 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해요.”(김문수)
출연 배우들 중에서 여자 배우는 단 한 명. “어딜 가나 여배우가 가장 큰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며 한껏 유카를 칭찬해 주던 김문수에게 가장 오래 무대를 지킨 배우로서 조금 섭섭하진 않냐고 물었다. 우문에 현답이 돌아왔다.
“뭘요, <난타>는 작품 자체가 돋보이는 무대에요. 다 ‘김치’의 힘이죠. 우리나라의 저력을 발산하고 있어서 너무 뿌듯해요.”
“유카 씨도 김치의 힘인가?”라고 되물으니 잠깐 난색을 띄던 두 사람, 유카가 “나또를 먹었지만 ‘발효 음식의 힘’이라고 하면 되죠!”라고 외친다. <난타>의 도마 소리에 이들의 웃음이 더해진다.
글: 황선아(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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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새로 합류한 한 식구가 눈에 띈다. 올해로 공연 12년째인 <난타>에서 올 10월부터 최초의 외국인 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일본의 이와모토 유카(25. 이하 유카)가 그 주인공. 1년 365일 계속되는 공연, 마찬가지로 하루도 빠지지 않는 공연 리허설 전에 <난타>의 탄생부터 함께 해온 최장수 배우 김문수(41)와 햇병아리 멤버 유카가 함께 자리했다.
‘난타’ 따라 바다 건너온 유카
2002년, 재일교포 2세 아버지를 둔 일본인 아가씨가 친척을 만나러 한국에 온 길에 <난타>를 보고야 말았다. 한 번도 무대에, 배우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 학생은 곧 ‘난타 배우’를 가슴에 꿈으로 새기게 되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다른 작품이 아니라 오로지 ‘난타’ 밖에 없었어요. 정말 하고 싶다고 생각 했고, 혹시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가는 건 아닐까, 해서 여러 작품들을 봤는데 땡기지 않더라고요. 확실히 제 마음 속에는 난타가 항상 있었던 거죠.”(유카)
청소년 시절 테니스 선수를 지냈으며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그녀가 배우를 품은 이유는 강렬하고 단순했다. 그 후 “단지 무대에 서는 연습을 해 보고 싶어” 일본으로 돌아가 뮤지컬에도 출연했으나 2007년 다시 한국으로 날아왔다. 한국말을 공부하고 난타 공연장 캐릭터 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시탐탐 무대를 노렸다.
“그때는 밖으로 얘기를 안 했으니까 배우를 하고 싶어했는지 전혀 몰랐어요. 물론 계속 공연을 봤겠죠. 어느 날 외국인이 오디션을 본다고 하길래 누군가, 했더니 이 친구더라고요.”(김문수)
“당시 행사장에 있던 관객들 전부가 몰려왔어요. 두드리는 게 음악도 되고, 또 춤도 추니까 신기해 했던 것 같아요. 마침 이러한 퍼포먼스를 하고 싶어서 준비 중이라고 송승환 대표가 같이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생각이 있었으니 좋다, 그렇게 된 거죠.”
"이건 된다!” 첫 공연 때 알아봐
“하고 있는 도중엔 아무 생각이 안 나고 정신이 없었어요. 다행히 선배팀이 같이 해 주셔서 안심도 됐었죠. 많이 커버해 주시니까. 하고 나서 모든 분들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고요.”(유카)
올 3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유카는 지난 10월 명동난타전용극장 개관과 함께 첫 무대에 섰다. 제작사에서 일본에 계신 유카의 부모님을 몰래 객석으로 초청한 걸 몰랐던 그녀는 공연 후 펑펑 울 수 밖에 없었다고. 김문수 역시 12년 전 <난타>의 첫 무대이자, 그 무대에 섰던 자신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한다고 덧붙인다.
“과연 이 작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반신반의가 있었어요. 하지만 첫 공연 때부터 조짐은 보였어요. ‘이거 된다!’ 하고요. 인터넷에서부터 난리가 났죠. 공연을 보고 가신 분들이 “와, 이거 신선하다!”면서요. 그 때부터 하루도 거의 안 쉬고 달려왔던 것 같아요.”
처음엔 요리사 중의 대장인 ‘헤드’였지만 “이젠 나이가 들어 매니저 역을 하고 있다”며 유쾌하게 웃는 김문수는 에딘버러를 시작으로 해외로 공연팀이 나가 빌 뻔한 국내 무대를 또 다른 팀을 꾸려 굳건히 지킨 대들보이다. “마침 사정이 있어 에딘버러 공연에는 못 갔었는데 그렇다고 브로드웨이도 안 보내주더라고요.”(웃음)
난타, 누구나 즐기며 이해할 수 있는 매력
<난타>를 접하기 전 일본에서 넌버벌 공연을 접해 본 적이 없었다는 유카는 이후 영국 여행에서도 <스톰프>를 보며 ‘혹시 넌버벌 자체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를 시험해 봤단다.
“<스톰프>를 보면 이것도 하고 싶을 거라 생각했는데 맘에 확 안 와 닿는 거에요. 제 안에 <난타>가 너무 컸기 때문이죠. 그 때 일본 여배우 한 명이 <스톰프> 오디션에 붙어서 공연 하는 걸 봤는데, 공연 자체가 하고 싶은 마음 보다는 그 배우를 보면서 용기도 얻고 희망도 생겼어요. ‘나도 해 볼까’ 하는 마음이 더 들게 된 거죠.”
인생을 바꿀 만큼 콕 집어 <난타> 만을 생각하게 만든, <난타>의 매력은 무엇일까. 두 사람의 대답이 끊임 없이 이어진다.
“외국 퍼포먼스 중에서 드라마가 있는 작품은 거의 없어요. <난타>는 무조건 두드린다고만 생각하시는데 공연을 보고 나시면 그게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다 아시게 되요. 처음 만들 때부터 드라마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드라마 안에서 두드리는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거죠. 배우들은 연기 연습과 두드리는 연습, 두 가지를 반드시 해야 해요.”(김문수)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것, 어느 나라 사람이라도, 나이에 상관 없이 다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바로 제일의 매력이 아닐까요, 제가 느꼈던 것처럼요.”(유카)
“이 안에서 일어나는 즉흥적인 요소들이 굉장히 많아요. 또 새로운 배우가 다양한 팀을 꾸려서 쉴 새 없이 새 기운이 작품에 들어와요. 그래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거죠. 그게 바로 12년 간 큰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매일 공연장을 즐겁게 오고 가며 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해요.”(김문수)
출연 배우들 중에서 여자 배우는 단 한 명. “어딜 가나 여배우가 가장 큰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며 한껏 유카를 칭찬해 주던 김문수에게 가장 오래 무대를 지킨 배우로서 조금 섭섭하진 않냐고 물었다. 우문에 현답이 돌아왔다.
“뭘요, <난타>는 작품 자체가 돋보이는 무대에요. 다 ‘김치’의 힘이죠. 우리나라의 저력을 발산하고 있어서 너무 뿌듯해요.”
“유카 씨도 김치의 힘인가?”라고 되물으니 잠깐 난색을 띄던 두 사람, 유카가 “나또를 먹었지만 ‘발효 음식의 힘’이라고 하면 되죠!”라고 외친다. <난타>의 도마 소리에 이들의 웃음이 더해진다.
글: 황선아(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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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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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님 2009.12.08
어릴적 꿈을 이루는 모습! 정말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