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표, 홍지민 “<메노포즈> 덕분에 살맛납니다”

홍지민: <드림걸즈>  이후에, 왜 또 <메노포즈>를 선택했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아요. 제가 왜 또 <메노포즈>를 선택했냐면요….
이윤표: 에이, 그건 제가 알아요. 홍지민씨가 그 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든요. 스트레스 풀려고 하는 거에요. 
홍지민: 푸하하하. 맞아. 그런데, 솔직히 언니도 그렇잖수?
이윤표: 에이, 물어서 뭐해. 하하” 

무대 뒤 대기실이 기차 화통을 수줍게 만드는 두 여인의 화통한 웃음 소리로 시원하게 흔들렸다. 2005년, 국내 초연 무대를 시작으로 <메노포즈>의 ‘안방마님’으로 자리한 연출가 겸 배우 이윤표와 2006, 2007 <메노포즈> 무대 이후 ‘2009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 ‘2009 골든티켓 티켓파워상’에 빛나는 스타가 되어 돌아온 <메노포즈>의 ‘얼굴마님’ 홍지민이 마주앉았다. ‘메노포즈(폐경기)’ 때문에 고달파하는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을 위해서!

 ‘폐경기’ 이야기 뮤지컬 입니다. ‘폐경기’ 이야기를 하기엔 두 분 모두 어린(?) 나이잖아요. (이윤표는 1963년, 홍지민은 1973년 생이다)
이윤표 (이하 이): 한 회 한 회 공연을 하면서 대사가 점점 가슴에 와 닿는 걸 느껴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많아지고…” 라는 대사가 있는데 실제로 요즘 제가 그렇거든요. ‘내가 왜 이럴까? 아, 점점 폐경기가 다가오나’라는 생각에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절실하죠. 초연 때는 ‘어떻게 하면 관객들을 더 즐겁게 해줄까?’라는 생각만 했는데, 지금은 대사 한 줄에 울컥할 때가 많아서 관객들과 교감하는 부분이 커졌어요. 이제는 남일 같지 않은 이야기죠.

홍지민(이하 홍): 저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요. 폐경기를 겪고 있는 건 아니지만 <메노포즈> 초연 때와 비교해서 달라진 점이 많거든요. 초연 때는 결혼한지 일 년도 안된 신혼이었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지 않았는데 지금은 벌써 결혼 5년 차가 됐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어요. 저희 어머니가 <메노포즈>에서 얘기하고 있는 이 연령대세요. 사실 제가 어머니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아서 고부갈등도 있었는데, 이번에 대본을 보면서 ‘아, 어머니가 그래서 이러셨구나’라는 이해를 하게 됐어요.
 
뮤지컬 <메노포즈> 중간에 친정엄마랑 전화를 하면서 “몸은 괜찮아요, 안 좋은데 있으면 바로바로 말해요”라는 대사를 해요. 이 대사가 남다르지 않은 게, 창원에서 혼자 살고 계신 친정엄마가 혹시 아프다고 하면 제가 걱정을 할까봐 혼자 백내장 수술을 하신 거에요. 그런데 그 수술이 잘됐으면 좋았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서 서울에서 재수술을 하고 힘들었거든요. 그 장면에서는 노래를 못 부를 정도로 눈물이 나와요.

: 정말, 그 장면에서는 노래를 저 혼자 불러야 한다니까요. 2010 <메노포즈>의 가장 핫이슈는 연령대가 맞는 혜은이씨가 합류했다는 점이고, 그 다음 이슈가 바로 홍지민씨의 변화에요. 전에는 좀 애 같았거든요 (웃음). 그런데 지금은 훨씬 성숙됐고 감정이 깊어졌어요.

 이야기의 주인공인 중년 여성 관객들을 비롯해서 객석의 호응이 정말 뜨겁던데요.
: 제가 객석에 내려가서 관객 분들과 대화를 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예전에는 저를 만지고 싶어하신다거나 그런 게 없었는데, 방송에서 보던 사람이 나오니까 친근하게 느껴지시나 봐요. 만지려고 하시고, 반응도 좋고(웃음).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애드립이 늘어났죠.

: 올라올 생각을 안 한다니까요(웃음). 제가 애드립 길게 하지 말라고 맨날 혼내고 있어요.
관객 분들의 반응은 보면서 저희가 감동을 받고 있을 정도로 뜨거워요. 마지막 커튼콜 때 올라오신 어르신이 “지금 내 나이가 팔십인데 여기서 내 인생 보상받았다,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제가 그 자리에서 그냥 울어버렸어요. 관객들이 배우들에게 감동을 주는 공연에요.

 표범무늬 옷으로 과감하게 변신한 홍지민씨의 등장에는 관객들이 쓰러지던걸요.
: 와, 정말 창피해서 죽는 줄 알았어요. 이 연출님이 워낙 과감하게 만들어주셔서.
: 에이, 전 (홍)지민씨가 잘할 줄 알았어요. 의상 디자인도 제가 좀 참여를 했거든요. 무대에서 이왕 보여줄 거면, 과감하게 나타나는 게 좋잖아요. 얘가 지금은 몸이 좀 불어서 위축 될 수도 있는데, 과감한 스타일이라는 걸 알았거든요. 미국 <메노포즈>의 PW는 흑인이었는데, 딱 지민이가 표현하고 있는 이 느낌이었어요. 관객분들이 ‘헉’할 정도로 좋아하시잖아요(웃음).
 
10년의 나이차이를 뛰어넘어 ‘갱년기 친구’로 출연 중 이에요.
: 아, 그렇구나! (웃음). 죄송해요, 연출님.
: 제가 발악하는 중이죠, 하하. 지민이랑은 2년 동안 호흡을 맞춰봐서 그런지 무대 위의 약속들이 성숙됐다고 할까요? 지금은 어떤 애드립을 던져도 받아줄 수 없을 만큼 어려운 게 없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는 무대 위의 친구죠.


: 연습실, 대기실 분위기도 정말 좋아요. 실제로 대기실에서 다 같이 수다를 떨다가 그대로 무대로 올라가요. <메노포즈> 무대는 이런 게 도움이 되요. <드림걸즈> 때는 독방을 써서 외로웠거든요. <드림걸즈>에서는 역할 자체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쫓겨나는 역할이고, 실제로 제가 가장 선배이기도 해서 부담감도 크고 외로웠거든요. 무대에 오르기 1시간 30분 전부터 혼자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매일 대기실에서 런 쓰루(Run-Through)를 해보고 준비과정이 힘들었는데 언니들과의 수다 자체가 연습이니까 좋죠. 그리고 이번에 김숙씨 다음으로 제가 막내라는 점도 행복해요(웃음).

 두 분 모두 <메노포즈>에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계실 것 같아요.
: 이제는 제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공연이 된 것 같아요. 계속 이 작품을 하면서 늙고 싶어요. <메노포즈> 무대에 오르면서 저도 서서히 폐경을 맞고 싶고, 폐경을 맞았을 때도 이 작품의 무대에 설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초연배우부터 배우 겸 연출로 <메노포즈> 무대에 설수록 이 작품의 매력에 빠지고 있어요. 사실, 이게 맥없이 놀면 큰일 날 작품이기 때문에 지금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놀고 있어요. 관객들이 전달해주는 감동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공연이라는 사실 자체로 의미가 크죠.  

 두 분 모두 ‘화통한 성격을 가진 배우’ 이미지가 있습니다.  
: 전 내성적이에요(웃음). <진짜 진짜 좋아해><메노포즈> 같이 밝은 모습이 부각되는 작품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실제 성격도 대범하고 화통한 편인 것 같아요.
: 아직까지도 무대 울렁증이 있을 정도로 소심한 A형이에요.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대사를 쭉 소리 내서 읽어보지 않으면 불안해요. 배우로서 괜찮은 습관이다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몸이 힘들 때는 피곤하고 힘든 거에요. ‘오늘은 그냥 하지 말자’하고 대사를 소리 내서 연습 안하고 올라가면 꼭 실수를 해요, 징크스 마냥. 무대에서 실수를 할 까봐 겁이 나서 꼭 대사를 읽어보고 올라가요.


: 정말 계속 중얼거려요. 계속 (웃음).
: 공연과 관련된 일 외에는 화통하고 대범하게 살려고 해요.

두 분의 열정적인 에너지의 원천은 어디에 있나요?
: 무대에 선다는 거죠. 그 흥분으로 살아가는 것 같아요. 20년이 넘게 제가 뮤지컬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건 <레미제라블>에서 불렀던 ‘On My Own’ 덕분이에요. 그 때 ‘에포닌 역’으로 출연했던 기억과 그 노래가 지금까지 제 힘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 서른이 되기 전에는 부와 명예에 대한 욕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샘도 많고, 질투도 많은 배우였는데, 지금은 ‘나 혼자만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배우를 하는 건 아니다’는 생각을 해요. 지금은 좋은 공연을 해야 하는 배우로의 의무감이 저를 이끄는 것 같아요. 관객들에게는 물론이고 후배들에게도요. 전 뮤지컬 1세대인 남경주, 최정원, 이윤표 선배를 보면서 뮤지컬에 대한 꿈을 키워왔거든요. 제가 그 분들을 보면서 뮤지컬에 대한 꿈을 키워왔던 것처럼 저도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수 있잖아요. 그 누군가를 위해서 힘을 잃지 않고 힘을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올 해 계획에 대해서.  
: <메노포즈>를 끝내고 5월 쯤에 드라마로 인사를 드리게 될 것 같아요. 작년에 <드림걸즈>와 시트콤, 미니시리즈를 같이 하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뮤지컬과 드라마 일정이 겹치지 않게 일정을 잡고 있어요. 뮤지컬 무대도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소속사와 계약할 때 “일년에 한 편 이상은 뮤지컬을 해야 한다”고 했어요. 저는 무대에 있을 때 가장 멋있는 사람이고, 힘을 낼 수 있다는 걸 알거든요(웃음).

: <메노포즈> 다음에는, 4월에 총 예술감독으로 참여하는 작품이 있어요. 이건 처음 하는 얘기인데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명곡으로 꼽히는 골든 팝을 위주로 한 음반을 준비 중이에요. 발음 때문에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데 쉽지만은 않네요(웃음). 9월에 오르는 작품도 준비하고 있고 올해는 굉장히 정신 없이 지나갈 것 같아요.

: 와우, 언니 대단해! 일을 많이 벌렸어.
: 에이. 이제 뭐 하나 걸려야지, 하하.

인터뷰 내내 화통한 포스를 뿜어낸 이윤표, 홍지민 배우.
그녀들의 수다에 실린 뜨거운 에너지가 고스란히 무대위로 올라갔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신혜 (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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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A** 2010.03.02

    요거..요거...보고 뒤집어지게 웃고왔는데...남의 얘기가 아니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