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연주자, 피아니스트 지용
작성일2010.05.10
조회수10,000
2000년 보스턴 롱우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콩쿠르 최연소 우승, 뉴욕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주최 영아티스트 콩쿠르 최연소 우승 등 자신을 가리키는 화려한 수식어는 그의 맑고 환한 웃음에 없는 것이었다. 지난 해 앙상블 디토의 새 멤버로 오랜만에 국내 무대를 찾은 그는 올해 강수진 발라 갈라 무대의 연주자로, 그리고 지난 4월 디지털 싱글 앨범을 선보임과 동시에 거리에서 펼쳐진 게릴라 음악회 스톱 앤 리슨(Stop & Listen)에 이어 5월 BBC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까지, 이전과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도약하고 선사하기에 여념이 없다. 청춘 20세에 막 들어선 피아니스트 지용의 진정한 날갯짓이 시작된 것이다.
게릴라 음악회 스톱 앤 리슨(Stop & Listen, 4월 14일~16일)은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그런 공연을 해 본적이 없었는데, 정말 재미있게 마친 것 같아요. 컨셉을 잡아서 편안하게 관중들에게 다가가니까 잘 받아주시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할지 한 달 동안 고민했어요. 크리에이티브 한 걸 좋아해서 한 프로젝트의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아이디어 내는 걸 좋아해요. 전 연주자가 연주만 하는 게 아니라, 그 모든 걸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걸 좋아하거든요.
피아노 디자인도 직접 작가님과 미팅해서 제가 좋아하는 색으로 넣어주셨고, 마지막 날 타임스퀘어서 했을 땐 옷도 제가 입고 싶은 거 입었거든요. 너무 기분이 좋아가지고(웃음) 연주 순서도 뒤바뀌고(웃음), 막 흥분이 돼서 멘트도 섞이고, 그런데 정말 재밌더라고요. 정말 잘 쳐야 된다기 보다 나의 프로그램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전체적으로 생각하고 즐기니까 더 재미있었어요.
강수진의 ‘더 발레’ 무대에서 연주자로 무용수들과 같이 호흡하는 것도 처음이었지요?
발레 호흡과 음악 호흡이 정말 다르거든요. 첫 연습 때 일단 일반 연주처럼 해 보자, 하셔서 저는 연주하고 무용수들은 춤을 췄는데 진짜 안 맞더라고요. 그런데 선생님이 정말 아티스트로서 절 존중해 주시고, 다른 무용수들도 너무 잘 배려해주고, 저도 많이 배우고 정말 좋았어요.
막상 연주할 땐 안 힘들었는데, 그 준비과정이 너무 힘들었죠. 연주 순서부터 인사 맞추는 것, 불이 언제 켜진다, 이런 것들이요. 곡들도 다 좋아서 저도 관객석에 앉아서 보고 싶었어요. 무대에서 댄서와 함께 한 건 처음이었지만, 학교 다닐 때 댄서 친구들이 많아서, 좀 더 어려웠을 수 있었던 게 그나마 익숙했던 것 같아요.
2 010년 상반기가 지나기도 전에 꽤 굵직한 프로젝트를 했네요.
바쁘긴 하지만 올해가 제게는 아주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처음으로 나의 목소리를 표현하게 되는 때죠. 11살 때부터 매니지먼트에 속해 있으면서 활동을 많이 했잖아요.(그는 IMG최연소 소속 피아니스트였다.) 어렸으니까 무서워서 의견을 잘 표현 못하고, 스스로 내 자신이 아직 잘 모를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젠 좀 더 나이가 들고, 내가 뭘 원하는지, 연주를 통해서 어떤 것을 보여줄 것인지 분명하게 알기 때문에 더 쉬워지고, 더 재미있어지고, 더 하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아직 많은 큰 프로젝트들이 있지만, 그걸 통해서 내가 어떤 아티스트인지 보여줄 수 있어서 아주 기대가 커요.
2009년부터 멤버로 합류한 디토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디토 활동을 하면서 감동도 많이 받고 깜짝 놀랐어요. 실내악으로 2000석 넘는 홀이 매진되는 경우는 미국에서도 거의 없어요. 진짜 안되죠. 우리가 멋지게 스타일리스트도 두고, 여성들이 환호 치는 것도 있겠지만, 디토 하면서 제일 맘에 드는 건, 어린 나이로서 정말 좋은 뮤지션들, 재능도 있고, 깊이도 있는 잘하는 음악가들과 같이 실내악을 한다는 것이에요.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해요.
음악만 들어보면, 진짜 뭘 알고 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되요, 정말 아름답고 아티스틱하다는 것을요. 또 한국을 그런 느낌으로 다시 찾아왔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형들에게 배우면서 레퍼토리가 더 많아지고, 음악가로서 좀 더 성숙해 질 수 있어서 정말 많이 좋아요.
어느 형이랑 가장 친한가요?
작년에 자니 형이랑 제일 친했어요. 이번에 같이 못해서, 저, 진짜, 장난 아니게 아쉬워요. 정말, 진짜 너무 슬퍼요.
피아노를 처음 쳤던 모습을 기억하나요?
엄마가 기억하고 계세요. 제가 5살 때 가족들이 교회에 다녀온 후에 엄마가 설겆이를 하고 계셨는데, 어디서 피아노 소리가 들렸대요. 훈련 되지 않은 음악인데, 그 음악자체도 아름답고 터치도 좋고 뭔가 특별하다고 느껴져서 가 봤더니 제가 찬송가 들은 걸 치고 있었대요. 하느님이 준 재능이다, 하셨던 거죠. 저희 엄마가 성악 전공하셨고, 그 때 피아노 학원을 하고 계셨거든요. 식구들이 다 음악을 좋아해요.
스스로가 기억하는 피아노 앞에 앉은 모습은요?
제일 기억나는 건, 지금보다 어렸을 때 연습을 더 많이 했다는 거에요. 혼자서 알아서. 누가 시키지 않았어요. 음악 학원에 다니면서 숙제를 내주시면, 새벽 1시가 되든 2시가 되든 그걸 꼭 끝내야 한다면서 안자고 쳤던 기억이 나요.
뭐든 남다른 근성이 있나 보군요.
공부 빼고(웃음). 예술과 관계된 건 정말 끝까지, 하다 마는 건 안 좋아해요. 하려면 끝까지 정성을 다해서 하죠.
피아노 말고 다른 관심 가는 다른 예술 분야가 있다면요.
예전에 많이 못했던 걸 찾아서 해 보고 있어요. 다른 예술작품을 보면서 아이디어도 얻고, 패션도 어떻게 할 수 있나 생각해 보고, 언더그라운드 씬도 찾아내고. 나가서 노는 건 어렸을 때 많이 나가 놀았어요(웃음) 열 일곱 살 때쯤 철이 들었죠. 그래서 제가 남들보다 모든 걸 빨리 겪고, 이젠 차분하게 제가 뭘 원하는지 알고, 아는 대로 집중하는 거에요.
해보고 싶은 건 퍼포먼스 아트에요. 장르는 클래식으로 하면서 좀더 무대를 화려하게 꾸미는 거죠. 런웨이를 만들어 모델들이 워킹하면서 문득 제가 나가서 연주하면 누가 연주자야? 헛갈리는 과정에서 새로운 연주회가 펼쳐지기도 하고요. 다른 아티스트들에 대한 관심도 많아요.
미국에서 보냈던 10대의 지용은 어땠나요?
저의 10대는 완전(웃음), 보통 사람의 10대가 아닌 거죠. 경험도 정말 많이 했고, 또 그래서 더 성숙해진 점도 많고. 좋은 때도 많았지만 상처도 있었고요. 그 모든 것이 하나로 묶여서 지금의 제가 된 것 같아요.
처음 연주 시작할 땐 마냥 좋았는데 어린 나이에 클래식 마켓에 들어가니 더 성숙해져야 했고, 그래서 더 예민해지고, 사춘기 때 반항도 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절 질투하거나, 그런 것도 많았거든요. 여러가지 일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운 아주 효과적인 10대였어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아티스트의 삶을 산다는 건, 정말 힘들고 무서운 일이에요. 저보다 더 어린 아티스트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조심하라고, 클래식 시장은 아주 무섭다는 것. 그렇지만 무서워만 하면 안되고,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면 되요.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연주하면 안돼요. 내가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위해서 재미있게 해야지만 끝까지 건강하게 오래 할 수 있어요.
5월 BBC심포니와 협연하는 야외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BBC심포니와는 첫 협연이에요. 저도 프롬을 봐 왔고, 당연히 하겠다고 했죠. 게다가 파크 콘서트가 처음 한국에 오는 것이니 얼마나 재밌겠어요. 객석이 만 석인데 다 찰지는 모르겠지만(웃음) 다 차서, 무대에서 만 명을 본다는 느낌이 너무 익사이팅 할 것 같아요. 연주곡인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도 오래 정이 가 있는 곡이라서 아주 좋은 공연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김귀영(club.cyworld.com/docuherb)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런 공연을 해 본적이 없었는데, 정말 재미있게 마친 것 같아요. 컨셉을 잡아서 편안하게 관중들에게 다가가니까 잘 받아주시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할지 한 달 동안 고민했어요. 크리에이티브 한 걸 좋아해서 한 프로젝트의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아이디어 내는 걸 좋아해요. 전 연주자가 연주만 하는 게 아니라, 그 모든 걸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걸 좋아하거든요.
피아노 디자인도 직접 작가님과 미팅해서 제가 좋아하는 색으로 넣어주셨고, 마지막 날 타임스퀘어서 했을 땐 옷도 제가 입고 싶은 거 입었거든요. 너무 기분이 좋아가지고(웃음) 연주 순서도 뒤바뀌고(웃음), 막 흥분이 돼서 멘트도 섞이고, 그런데 정말 재밌더라고요. 정말 잘 쳐야 된다기 보다 나의 프로그램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전체적으로 생각하고 즐기니까 더 재미있었어요.
발레 호흡과 음악 호흡이 정말 다르거든요. 첫 연습 때 일단 일반 연주처럼 해 보자, 하셔서 저는 연주하고 무용수들은 춤을 췄는데 진짜 안 맞더라고요. 그런데 선생님이 정말 아티스트로서 절 존중해 주시고, 다른 무용수들도 너무 잘 배려해주고, 저도 많이 배우고 정말 좋았어요.
막상 연주할 땐 안 힘들었는데, 그 준비과정이 너무 힘들었죠. 연주 순서부터 인사 맞추는 것, 불이 언제 켜진다, 이런 것들이요. 곡들도 다 좋아서 저도 관객석에 앉아서 보고 싶었어요. 무대에서 댄서와 함께 한 건 처음이었지만, 학교 다닐 때 댄서 친구들이 많아서, 좀 더 어려웠을 수 있었던 게 그나마 익숙했던 것 같아요.
2
바쁘긴 하지만 올해가 제게는 아주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처음으로 나의 목소리를 표현하게 되는 때죠. 11살 때부터 매니지먼트에 속해 있으면서 활동을 많이 했잖아요.(그는 IMG최연소 소속 피아니스트였다.) 어렸으니까 무서워서 의견을 잘 표현 못하고, 스스로 내 자신이 아직 잘 모를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젠 좀 더 나이가 들고, 내가 뭘 원하는지, 연주를 통해서 어떤 것을 보여줄 것인지 분명하게 알기 때문에 더 쉬워지고, 더 재미있어지고, 더 하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아직 많은 큰 프로젝트들이 있지만, 그걸 통해서 내가 어떤 아티스트인지 보여줄 수 있어서 아주 기대가 커요.
디토 활동을 하면서 감동도 많이 받고 깜짝 놀랐어요. 실내악으로 2000석 넘는 홀이 매진되는 경우는 미국에서도 거의 없어요. 진짜 안되죠. 우리가 멋지게 스타일리스트도 두고, 여성들이 환호 치는 것도 있겠지만, 디토 하면서 제일 맘에 드는 건, 어린 나이로서 정말 좋은 뮤지션들, 재능도 있고, 깊이도 있는 잘하는 음악가들과 같이 실내악을 한다는 것이에요.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해요.
음악만 들어보면, 진짜 뭘 알고 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되요, 정말 아름답고 아티스틱하다는 것을요. 또 한국을 그런 느낌으로 다시 찾아왔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형들에게 배우면서 레퍼토리가 더 많아지고, 음악가로서 좀 더 성숙해 질 수 있어서 정말 많이 좋아요.
작년에 자니 형이랑 제일 친했어요. 이번에 같이 못해서, 저, 진짜, 장난 아니게 아쉬워요. 정말, 진짜 너무 슬퍼요.
엄마가 기억하고 계세요. 제가 5살 때 가족들이 교회에 다녀온 후에 엄마가 설겆이를 하고 계셨는데, 어디서 피아노 소리가 들렸대요. 훈련 되지 않은 음악인데, 그 음악자체도 아름답고 터치도 좋고 뭔가 특별하다고 느껴져서 가 봤더니 제가 찬송가 들은 걸 치고 있었대요. 하느님이 준 재능이다, 하셨던 거죠. 저희 엄마가 성악 전공하셨고, 그 때 피아노 학원을 하고 계셨거든요. 식구들이 다 음악을 좋아해요.
제일 기억나는 건, 지금보다 어렸을 때 연습을 더 많이 했다는 거에요. 혼자서 알아서. 누가 시키지 않았어요. 음악 학원에 다니면서 숙제를 내주시면, 새벽 1시가 되든 2시가 되든 그걸 꼭 끝내야 한다면서 안자고 쳤던 기억이 나요.
공부 빼고(웃음). 예술과 관계된 건 정말 끝까지, 하다 마는 건 안 좋아해요. 하려면 끝까지 정성을 다해서 하죠.
예전에 많이 못했던 걸 찾아서 해 보고 있어요. 다른 예술작품을 보면서 아이디어도 얻고, 패션도 어떻게 할 수 있나 생각해 보고, 언더그라운드 씬도 찾아내고. 나가서 노는 건 어렸을 때 많이 나가 놀았어요(웃음) 열 일곱 살 때쯤 철이 들었죠. 그래서 제가 남들보다 모든 걸 빨리 겪고, 이젠 차분하게 제가 뭘 원하는지 알고, 아는 대로 집중하는 거에요.
해보고 싶은 건 퍼포먼스 아트에요. 장르는 클래식으로 하면서 좀더 무대를 화려하게 꾸미는 거죠. 런웨이를 만들어 모델들이 워킹하면서 문득 제가 나가서 연주하면 누가 연주자야? 헛갈리는 과정에서 새로운 연주회가 펼쳐지기도 하고요. 다른 아티스트들에 대한 관심도 많아요.
저의 10대는 완전(웃음), 보통 사람의 10대가 아닌 거죠. 경험도 정말 많이 했고, 또 그래서 더 성숙해진 점도 많고. 좋은 때도 많았지만 상처도 있었고요. 그 모든 것이 하나로 묶여서 지금의 제가 된 것 같아요.
처음 연주 시작할 땐 마냥 좋았는데 어린 나이에 클래식 마켓에 들어가니 더 성숙해져야 했고, 그래서 더 예민해지고, 사춘기 때 반항도 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절 질투하거나, 그런 것도 많았거든요. 여러가지 일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운 아주 효과적인 10대였어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아티스트의 삶을 산다는 건, 정말 힘들고 무서운 일이에요. 저보다 더 어린 아티스트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조심하라고, 클래식 시장은 아주 무섭다는 것. 그렇지만 무서워만 하면 안되고,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면 되요.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연주하면 안돼요. 내가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위해서 재미있게 해야지만 끝까지 건강하게 오래 할 수 있어요.
BBC심포니와는 첫 협연이에요. 저도 프롬을 봐 왔고, 당연히 하겠다고 했죠. 게다가 파크 콘서트가 처음 한국에 오는 것이니 얼마나 재밌겠어요. 객석이 만 석인데 다 찰지는 모르겠지만(웃음) 다 차서, 무대에서 만 명을 본다는 느낌이 너무 익사이팅 할 것 같아요. 연주곡인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도 오래 정이 가 있는 곡이라서 아주 좋은 공연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김귀영(club.cyworld.com/docuherb)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