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릴 미> 김무열, 최재웅 “매진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티켓 오픈과 동시에 좌석들이 전광석화처럼 없어졌다. 티켓 확보에 성공한 관객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고, 실패한 관객은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어느 인기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가 아니다. 초연한 지 3년이 지난, 출연자는 단 둘인 뮤지컬 <쓰릴 미>의 김무열, 최재웅 페어의 무대가 그랬다. 클릭전쟁에서 한 끗 차로 티켓을 놓친 관객들의 아쉬운 탄성이 인터넷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인기는 짐작할 수 있다.

"언젠가 역할 바꿔서 연기해 보고 싶어"
<쓰릴 미>는 살인과 동성애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초연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고, 당시 신인이었던 김무열은 최고 뮤지컬 스타로 등극함과 동시에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는 멀티 플레이어가 됐다.  최재웅 역시 뮤지컬뿐 아니라 다른 영역을 넘나들며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다. 그러니 이들에게 친정과 같은 <쓰릴 미>에 다시 서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 오랜만에 함께 하는 두 배우에게도 뜻 깊은 무대가 아닐 수 없다.

“<쓰릴 미>란 작품은 워낙 각별하고 소중해서 다시 하고 싶었어요. 언젠가 돌아오면 ‘나’ 역할로 돌아오고 싶었는데, 이번에 재웅이 형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가운 마음에 그 마음을 접고 참여했어요.”(김무열)

“저에게도 각별한 건 마찬가지고요. 저도 다시 한다면 ‘그’ 역할로 하고 싶었는데 김무열씨가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어서...(웃음)”(최재웅)
“아하하, 우리가 서로 오해를 했네요.”(김무열)

2007년 초연 때부터 쌓인 ‘척’하면 ‘착’인 이들의 연기 호흡은 잠시 공개된 <쓰릴 미> 연습현장에서도 드러난다. 김무열이 만들어내는 ‘그’의 비뚤어진 욕망과 최재웅이 만들어내는 ‘나’의 무서울 만큼 맹목적인 사랑은 보는 이의 심리적 불안함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낸다.
무대 밖에서도 의외의 호흡(?)을 보인다. 오랜만의 페어 연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말수 적은 최재웅은 “좋죠..좋구..”라며 고심하고 이틈에 장난기 넘치는 김무열이 “제가 동생이니 말할게요”라며 분위기를 띄운다.

“당사자가 옆에 없으면 쉽게 말하겠는데, 있으니까 말하기가 쉽지 않네요. 재웅이 형과는 친해서 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워낙 잘하는 배우라…자기말로는 천재라서..”(김무열)
“사람을 뭘로 몰아 세우는 거야!(웃음)”(최재웅)
“하하 어쨌든 자칫 잘못하면 ‘그’가 ‘나’에게 끌려 다니게 돼 버려요. 그래서 제가 긴장을 많이 하고 연습하고 있어요.”(김무열)

무대 밖에서는 툭탁거리며 서로 장난을 치지만, <쓰릴 미> 무대는 어떤 배우에게도 쉽게 다가오는 무대는 아닐 터. 이미 경험이 있는 두 배우는 특히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이 작품은 특히 씬 마다 호흡을 잘 계산해야 해요. 다른 작품처럼 도움을 줄 수 있는, 리액션이라든지, 다른 상황을 만들어 주는 제 3의 배우가 없어서. 이건 정말 발가벗겨질 정도로 둘만 있어서 호흡 계산이나 대사의 의미가 확실하지 않으면 큰 일 나는 거죠.”(최재웅)
“두 배우의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에 관객분들이 그 속에 들어오시면 재미있게 보시는 거고, 호흡에 있어 핀트가 나가면 정말 재미없는 공연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푹 주무시고 가실 수 있죠.”(김무열)

그들의 무대는 진화한다
극 중 등장하는 키스 씬은 어떨까. 초연 당시에는 없다가 앵콜 공연엔 생긴 키스 씬에 대해 물으니 난처함과 장난스러움이 두 배우의 얼굴에 떠오른다.
“글쎄요..(웃음). 연출님이 하는 걸 저희가 뭐라고 할 수는 없고. 그 때는 좀 그랬는데 지금은 경험을 해봐서 그런지 괜찮던데요.”(최재웅)
“저는 처음부터 키스 씬에 찬성했어요. 남자 김무열로서는 키스하기 너무 싫었고, 배우로서는 키스가 작품 진행 상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리얼리티와 당위성을 살리기에 중요한 수단이고, 배우들이 만들어가기 나름이니까요. 지금은 뭐, 잘하고 있어요(웃음)”(김무열)

개막이 며칠 남지 않은 요즘 그들을 보기 위해 티켓 전쟁을 치른 수 많은 마니아들의 기대가 두 명의 젊은 배우들을 부담스럽게 하지 않을까.
“부담은 돼요. 당연히. 하지만 그게 매진에 대한 부담은 아니에요. 저희가 준비가 덜 돼서 생기는 부담도 아니고요. 그것 보단 기존의 모습을 버리지 않고, 새로운 것을 거부하지 않으면서 잘 융합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최재웅)

김무열 역시 최재웅과 같은 의미인 ‘진화’라는 단어를 꼽았다.
“이번 공연을 하며 뭘 바꿔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진화’라는 단어를 찾았어요. 형이 이야기 한 것과 같아요. 기존의 것은 좋은 것만 남기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전보다 한 층 나아진 무대. 진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2010년, 그들에게 처음인 무대가 아니기에 어쩌면 더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는 두 배우의 모습은 그들의 무대를 손꼽아 기다리는 관객들에겐 즐거움이 될 것. 그들 역시 이번 무대가 어떻게 구현될지 기대하는 눈치다. 인터뷰 막바지, 함께 출연하는 나머지 <쓰릴 미> 3페어 중 ‘가장 신경 쓰이는 페어’가 누구냐는 질문.

“다들 정말 특색이 있어요. 세 팀 다. 모두에게 배우고 있어요. 진짜로.”(최재웅)
“제가 볼 땐 재웅이 형은 창욱이, 하늘이 커플을 가장 의식하고 있어요. 그들의 젊음과 패기...”(김무열)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웃음)”(최재웅)
“다들 색이 정말 또렷해요. 연습 때 보면 그런 작품이 아닌데도 깔깔 웃기도 하고, 굉장히 집중해서 보기도 하고 그래요. 4페어 모두 기대해 주셔도 됩니다.(웃음)”(김무열)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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