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포트에서 만나요!”_뷰렛, 문혜원

<헤드윅><노트르담 드 파리>의 히로인 문혜원은 뮤지컬배우와 록밴드 뷰렛의 리더 사이에 서 있다. 노래도 좋고, 연기도 좋고, 춤도 좋다는 욕심 많은 그녀는 노래도 되고, 연기도 되고, 춤도 되는 흔치 않은, 탐나는 인재다. 오는 7월, 그녀는 신성우, 유준상, 엄기준과 함께하는 뮤지컬 <잭 더 리퍼>와 <2010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

“내 이십 대 전부를 바친, 록 밴드”


“ 고등학교 시절, 문혜원의 방과 후 활동은 ‘뮤지컬 보러 가기’였다. 노래와 연기를 할 수 있는 무대가 좋아서 연극반 활동을 시작한 그녀였지만,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가득했다.

“소위 튀는 아이들이 모인 연극반에서도 아이들과 섞이기 어려웠어요. 다른 사람들은 맞는데 제가 틀린 사람 같고, 다른 사람 같았어요. ‘나는 왜 다를까’라는 고민이 많았죠. 그러다 록 마니아였던 친구를 따라서 홍대클럽에 처음 가게 됐는데, 거기에는 저랑 똑같은 사람들만 있는 거에요(웃음). 그 때부터 클럽을 제집 드나들듯이 하고, 밴드가 좋아서 실용음악과를 가고 밴드를 만들었죠.”

리더이자 보컬인 문혜원을 주축으로 베이스 안재현, 기타 이교원이 뭉친 뷰렛은 2002년, 홍대 라이브 공연장을 위주로 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1집 앨범 발매 전에 생긴 팬 까페 회원수만 일 만 여명에 달한, 홍대가 배출한 실력파 밴드다.

"8년 동안 활동하면서, 적어도 600회 이상 무대에 오른 것 같아요. 홍대 라이브클럽을 시작으로 정말 별의 별 무대에 다 서봤어요. 사운드가 정말 열악해서 엔지니어 분한테 “기타 소리 좀 키워주세요”하면 “기타를 더 세게 치면 될 것 아니냐”고 말하는 그런 대접도 받아봤고요. 골인지점에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들어올 때 마다 노래를 부르는 마라톤대회 무대에서 세 시간 넘게 계속 노래를 부르기도 했어요. 땡볕에 서서 연주하느라 기타 줄이 녹아서 끊어지기도 하고, 엠프가 없는 곳에서도 연주하고. 정말, 수중에서 하는 공연 빼고는 다 해본 것 같아요.”

홍대 지하공연장에서 맡은 곰팡이 냄새 맡던 시절부터 지난 3월, 대한민국 최초로 ‘원무브먼트페스티벌(호주 록 페스티벌)’에 서기까지. 수 백 번의 무대 경험은 대한민국 인디밴드 대표 ‘뷰렛’을 만든 가장 큰 힘이었다. 지난 8월, 대대적으로 보도됐던 뷰렛의 ‘수타시(SUTASI)’ (아시아판 아메리칸 아이돌 프로그램) 우승도 다년 간 쌓인 무대 경험 덕분이었다.

“방송 프로그램인 ‘수타시(SUTASI)’ 무대에는 관객이 없어요. 심사위원, 방송 스탭들만 있는 상태에서 미친 듯이 연주를 해야 하는 거죠. 다른 팀들은 ‘이렇게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록 무대를 하냐’고 했지만, 저희는 정말 오 만 명이 있는 양, 신나게 했어요. 그렇게 사운드가 좋은 곳에서 공연을 해본 게 처음이었거든요. 제 숨소리까지 모니터가 되고, 모든 악기의 발란스가 정말 좋았어요. 동양에서 온 무명밴드인 저희를 철저하게 아티스트로 대해주는 것도 좋았어요. 정말 신나게 했죠.”

‘수타시(SUTASI)’ 우승!
“상금 8억은 어디에 썼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어요.”


‘수타시(SUTASI)’ 우승을 계기로, 뷰렛은 유투, 롤링스톤즈, 더큐어 등의 밴드들을 담당하고 있는 에이전트와 해외 유명 공연 프로모터들이 참석하는 라이브 음악 컴퍼런스 ‘ILMC’에 국내 최초로 참가해 큰 호평을 얻기도 했다. 

“사실 국내에서는 ‘무섭다, 강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여자가 보컬인 국내밴드는 귀엽거나, 상큼한 소녀시대 분위기인데. 저희는 파워풀 하고, 와일드 하거든요. 해외에서는 그런 강함 맛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펫 베나타 (그래미 최우수 여성 록 가수상 4회 수상) 이후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하는 여성 보컬이 거의 없었는데, 그런 면에서도 저희를 굉장히 반가워 해주세요. 페이스북을 하면서 해외 팬들하고도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안)재현이가 영어를 잘해서 해외 팬을 담당하고 있죠(웃음).”

뷰렛이 ‘수타시(SUTASI)’ 우승 상금 70만 달러(약 8억 5천 만원)를 받게 됐다는 이야기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모든 상금은 뷰렛의 해외앨범 제작과  해외 활동지원비로 사용된다.

“기사가 잘못 나왔어요. 상금이 현금 70만 달러가 아니라, 호주의 ‘아시아 사운즈사’가 저희 뷰렛의 해외앨범 제작비, 활동을 약 70만 달러 정도 지원해준다는 이야기였거든요. 돈으로 받은 것처럼 나와서 제가 곤욕을 치렀죠. 만나는 사람마다, 자꾸 저한테 뭘 사라고 해서(웃음).”

“7월이 반가운 이유, <2010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해외 활동을 목표로 만든 싱글앨범 세 장, 정규앨범 한 장을 준비하고 있는 요즘 뷰렛을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은 단연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다. 문혜원은 “꼭 서보고 싶은 무대였는데, 이전에는 불러주지 않더라”라며 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진흙탕에서 뒹굴었던 펜타포트의 감동은 정말 잊을 수가 없죠. 플라시보, 플랙 아이스피스 등 정말 엄청난 무대를 보면서, ‘우리도 언젠가는 꼭!’ 이러면서 입맛만 다셨던 무대거든요. 록 마니아들과 함께 하는 공연은 무대에 있건, 관객속에 섞여있건 정말 신나거든요.”

"공연 날 비가 올 경우, 장화는 꼭 챙겨야 한다”고 말하는 문혜원이 속한 뷰렛은 7월 23일 펜타포트 첫 날 무대에 오른다.

“펜타포트에서 공연하는 건 처음입니다. 공연이 시작되는 첫 날, 무대에 선다는 것도 저희들에게는 영광이죠. 다른 밴드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이런 록페스티벌 에서는 가장 자신 있는 노래로만 셋 리스트를 만들어가거든요. 어떤 노래를 가지고 갈지, 멤버들과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3~4곡 정도의 곡을 부르게 될 것 같아요.”

7월 23일 첫 날, 펜타포트 무대를 뜨겁게 달굴 문혜원은 7월 24일에는 객석에서 펜타를 즐길 예정이다.

<2009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후바스 탱크에 대한 기대감이 커요. 다들 그렇지 않나요(웃음)? 가장 기대되는 건 펜타를찾는 여러분의 모습이에요. 이번에는 또 얼마나 신나게 놀아주실까요? ‘신나게 놀아주실 여러분의 모습,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이 말 꼭 써주셔야 합니다, 하하.”

“이십 대를 바친 뷰렛이 롱런 하는 밴드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 문혜원은 서른 한 살을 맞은 올해, 그 어느 때 보다 좋아진 무대 환경과 여건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2010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무대를 끝으로 당분간은 뮤지컬 <잭 더 리퍼> 연습과 뷰렛 해외 앨범작업에 몰두할 생각이다.

“뮤지컬과 앨범작업이 끝나면 ‘아시아 사운즈사’와 계약 때문에, 국내 활동보다는 해외활동에 집중하게 될 것 같아요. 8월에는 인도, 10월에는 호주로 공연을 하러 가요. 그리고 싱글앨범이 발매되면, 본격적으로 해외투어 쇼케이스 일정을 시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수타시(SUTASI)’ 우승을 통해 한층 커진 존재감으로 돌아온 뷰렛. 해외를 향해 달려가는 8년 차 인디밴드의 뜨거운 무대는, <2010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첫 날(7월 23일(금)) 드림파크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_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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