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식히어로> “평생 오를 무대, 뮤지컬” 라이언

아이돌 가수, 솔로 가수, 예능프로그램 진행자, 드라마, 뮤지컬까지. ‘연예인’의 이름으로 다양한 일을 섭렵해온 라이언이 <톡식히어로> 영웅으로 <즐거운 인생>이후 2년 만에 다시 뮤지컬 무대로 돌아왔다. “찌질남에서 녹색괴물로 변신하는 남자주인공은 멋있어 보이려고 하지 않아도 되는 역할이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말하는 라이언은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지만, 정말 평생하고 싶은 장르가 바로 뮤지컬”이라는 말로 <톡식히어로>와 뮤지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즐거운 인생>이후 2년 만의 무대입니다.  
겸손해 보이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즐거운 인생>을 하면서 저의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어요. 솔직히 다른 친구들보다 제가 더 준비를 많이 했다고 판단하고 덤볐던 작품인데 뮤지컬이 섣불리 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니구나라는 교훈을 얻었죠. <즐거운 인생> 연출님이셨던, (오)만석이 형이 “나랑 더블인데 정말 좋은 작품이다, 너한테 기회일 것 같다”고 하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물론 지금도 부족한 점은 많이 있지만, <즐거운 인생>을 할 때보다는 조금 더 힘을 빼고 즐겁게 연습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인생>은 정말 어려운 작품이었다”고 밝힌 인터뷰를 많이 봤어요.
어려웠죠. 뮤지컬이 처음이었으니까 새로운 장르에 대한 낯설음도 있었고, 객석과의 거리가 가까운 소극장에 서는 게 그 때가 처음이었어요. 방송이나 드라마에서는 카메라 각도, 배경음악에 따라서 꾸며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소극장에서는 그런 기술적인 요소가 없으니까 사람들 앞에 벌거벗은 채로 서 있는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힘이 많이 들어갔던 것 같아요. 지금 내 슬픈 감정을 사람들에게 전달해야 된다는 생각에 슬픈 걸 오버해서 생각하고…. 그런 면에서 <톡식히어로>에서는 힘을 빼고 있다는 말을 한 거에요.

<톡식히어로>는 브로드웨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고 들어요.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을 꼽자면요.
전 외모에 신경 써야 하는 걸 싫어요. 연예인들이 마음의 병을 얻는 가장 큰 이유가 외모에 집착해야 하는 보여지는 직업이라는 게 가장 크거든요. 남자들한테도 그런 걸 요구해요. 요즘, 반발심 때문에 머리도 그냥 막 길렀어요(웃음). <톡식히어로>에서는 멋있어 보이게 저를 포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좋았어요. 처음엔 정말 찌질이로 나오다가, 괴물로 등장하니까 그런 부담이 전혀 없어요. 그리고,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게 뮤지컬 넘버잖아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들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본조비 음악색깔도 많이 묻어있고, 이런 신선한 노래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좋았어요. 뻔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같이 하는 배우들이 정말 보통 실력을 가지신 분들이 아니잖아요. 만석이형, 지민누나, 그리고 임기홍 형은 정말 대단해요.

전작의 연출이었던 오만석 배우와 더블캐스팅이라는 점에서 부담감도 클 것 같습니다.
어려워요(웃음). 같은 역할이지만 많이 다를 거에요, 형과 저는 피부색부터 다르잖아요. 전 백인 형은 흑인(웃음). 보이스도 완전히 다르고. 연습일정이 겹치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자주 뵙지는 못하지만, 연습실에서 만날 때마다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아, 물론 제가 가르쳐드릴 수 있는 건 없고(웃음). 제 걱정을 많이 하세요. 형하고 제가 목이 금방 쉬는 편이거든요. 연습하다 보면 형도 그렇고 저도 자꾸 오버를 하려고 해서. “목조심해야 한다”하면서 서로 자제시켜요. 가장 고민인 게, 갓 대학생이 된 남자주인공의 느낌을 내야 하는데 그러기엔 형과 저는 성숙한 느낌이라…. 무대에서 풀어내야 하겠죠?


순박한 청년에서 슈퍼괴물까지. 두 가지 역할을 연기해야 합니다.
180도 다른 역할이지만, 톡시 역할을 할 때에도 이 친구가 멜빈이었다는 느낌을 드러내야 하거든요. 두 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어렵다기 보다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감정을 끌어내야 한다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그걸 잘하는 게 좋은 배우겠죠. 멜빈에서 톡시로 변신하는 과정을 2분 안에 마쳐야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에요. 특수수트도 입어야 하고, 얼굴 본을 뜬 가면도 써야 하는데 그 과정 자체가 어려울 것 같아요.

코미디 뮤지컬인 만큼 즐거운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아요.
임기홍 배우님! 자체가 에피소드에요. 정말, 정말 웃겨요. 그냥 막 웃겨요. 그냥 웃긴 게 정말 웃긴 거잖아요. 코미디 연기를 하는 임기홍 선배님을 꼭 닮고 싶어요. 왕년에 배우가 꿈이었다고 하시는 연출님도 재미있으세요. 답답하시면, 본인이 직접 연기를 하시면서 시범을 보여주시거든요. 다른 배우 분들도 워낙 끼가 많으신 분들이셔서 에드립을 할 때 마다 빵빵 터져요.

그룹 유키스의 수현이 “라이언 형의 뮤지컬 무대를 보고 감동받았다”는 말을 했던데요.
와, 그래요? 그 친구가 참 착한 친구에요(웃음). 유키스랑 같은 기획사에 있는데, 멤버 전원이 <즐거운 인생>을 보러 왔었어요. 그 뮤지컬을 보고 나서 수현이가 “형, 저도 뮤지컬 하고 싶어요” 하면서 유독 뮤지컬에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이번에 <코러스라인>에 캐스팅 됐다면서 저한테 조언을 해달라고 하는데, 해줄 게 없어요. 저도 욕 먹을 까봐 걱정하면서 소심하게 연습하고 있는 입장이라(웃음).


지나치게 겸손하거나, 욕심이 많은 남자라는 느낌이 드네요(웃음).
잘하고 싶어요. 오늘도 “목이 왜 이렇게 갔어?”라는 지적을 받았어요. 최홍만, 효도르도 이길 정도로 의욕이 넘쳐요. 몸이 안 따라오면 이걸 조절을 해야 하는데, 마음이 지나치게 앞서다 보니까 몸이 따라오질 못하는 것 같아요. (김)영주 누나가 어제는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줬어요 ‘너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욕심을 내니까 몸이 못 견디는 것 같다, 편안한 마음을 연습해라’하고. 맞는 말씀인데, 편안하지가 않아요(웃음). 연습실만 오면 하루가 후딱 지나가요, 정말 이 속도로 시간이 가면…. 정말 잘하고 싶어요.

뮤지컬에 대한 욕심이 커진 걸까요?
기회만 주어진다면 평생 뮤지컬을 싶어요. ‘파란’으로 데뷔한 이후로 전 정말 많은 장르를 해봤잖아요. 가수, MC, 드라마 연기…. 제가 정말 열심히 하고 싶고, 제가 열심히 했을 때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갈 수 있는 장르가 뭘까 하고 고민했을 때, 그게 바로 뮤지컬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뮤지컬 시장은 침체기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상관없어요. 지금은 노래, 연기를 탄탄히 다져서 본연에 충실한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번에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 들어갔는데, 전공을 뮤지컬을 선택했어요. 제대로 힘을 실어서,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요.

가수, 그룹활동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멤버들과 함께했던 단체생활에 대한 그리움은 커요. 같이하면 두려운 게 없거든요. “창피해, 저 무대 꼭 서야 해”라고 생각했던 무대면 멤버들과 같이 있으면 할 수 있었어요. “같이 하는데 괜찮아, 사람들이 너만 쳐다보는 거 아니야” 이러면서. 유키스 동생들한테 조언을 많이 해줘요. 제가 파란으로 활동할 때 개인활동을 많이 했잖아요, 그래서 동호한테 조언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개인 활동에 힘을 빼더라도 멤버들과 같이 하는 활동에서는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고, 누가 되지 않도록 하라고. 이런 걸 지금 깨달았어요, 그 때도 이 사실을 알았다면 더 잘해냈었겠죠.


뮤지컬 가운데 욕심나는 작품이나, 배역이 있다면요.
저한테 들어온 첫 작품이 사실은 <노트르담 드 파리>의 콰지모도 역할이었어요. 그 작품도 해보고 싶고, <이순신>의 이순신도 욕심나요. 가장 재미있게 보고 꼭 하고 싶은 역할은 <삼총사>의 달타냥이요. 남자들의 우정이 정말 매력 있었어요.

뮤지컬배우로서 목표가 궁금합니다.
많아요. 민영기 선배님처럼 호소력 있고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로 노래하고 싶고, 유준상 배우님의 유쾌하고 성실한 분위기도 배우고 싶어요. 전에는 큰 목표를 세웠는데 지나치게 큰 그림만 그리려고 하니까 완성이 어려웠어요. 작은 종이에 그림을 그리더라도, 조각조각을 모았을 때 큰 그림이 되는 그런 작업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은 <톡식히어로> 지금 제가 들고 있는 이 그림을 멋지게 완성하고 싶어요.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쇼노트 제공, 스튜디오 춘_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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