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선욱 “고통스럽다, 그래서 더 뿌듯하다”
작성일2010.09.01
조회수11,954
“빠지는 것 없이 완벽하다.”
2006년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최초 아시아인으로 우승한 김선욱(22)을 둔 평가다. 20대에서야 가늠해 볼 수 있는 음악가로서의 모습이 열 여덟, 그에게서 뿜어져 나올 때 세계는 놀랐다. 이후 단단하게 지나온 4년.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아직 20대, 음악적인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강조한다. 쏟아지는 시선도, 찬사도, 자신의 발전보다 중요하진 않다고 묵직하게 소신을 이어가는 김선욱이 특별한 건 이 때문이다.
11월, 첫 투어 리사이틀
정명훈, 양성원, 송영훈 등과 함께 한 <7인의 음악인들>을 비롯, 필하모니아, 서울시향 등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과 크고 작은 리사이틀로 2010년 김선욱은 쉼 없이 연주 무대에 섰다. “항상 많았고 게다가 몰아서 연주해서 더 그렇게 느껴질 것”이라는 그는 내년 국내 공연을 쉴 계획 앞에 올해의 하이라이트, 11월 투어 리사이틀만을 남겨두고 있다.
“독주회, 얼마나 외로운데요. 여럿이 하는 공연은 재미있지만 그래도 독주회나 좀 더 긴장되는 연주 후가 훨씬 뿌듯하고 성취감이 강해요.”
외로운 사투는 온전히 음악가의 몫이다. 앞으로 10년 이상을 그리고 있는 여러가지 계획단계 중 하나일 뿐이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이번 연주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첫 리사이틀이라는 타이틀 보단 원하는 만큼의 성장을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조금이라도 스스로 원한 만큼 안 나오면 엄청 스트레스 받기 때문에, 그게 싫어서라도 많이 연습해요. 무대 위에선 빠져서 하지만 준비는 너무나 고통스럽게 하죠. 큰 공연들 끝나고 나면 펑펑 울 때도 많아요. 되게 힘들지만 계속 나아지고 있어요. 작년보다 올해 조금 더 연주 하는 게 달라진 거 같기도 하고, 여유도 생기고요.”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피아노를 마주한 외로운 사투의 강도가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선욱 스스로가 말하듯 “피아노 치는 학생들이나 선생님들도 들으면 어휴, 하고 혀를 내두를 프로그램”을 준비했기 때문. 베토벤 소나타 30번 월광, 대중들에겐 다소 생소한 슈만의 클라이슬레리아나 등이 그것이다.
“연주하기 너무 힘드니까요. 청중지향적인 프로그램도 아니고요. 금방 잊혀지지 않는 곡으로 하고 싶었어요. 베토벤은 너무나 완벽한 틀 안에서 연주를 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곡의 흐름이 완전히 깨질뿐더러 청중들도 집중을 잃어요. 반면 슈만은 연주자의 성향에 따라 음악적인 해석이 다양하게 나와요. 그야말로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심어낼 수가 있죠.”
이젠 나의 세계를 그려가야 할 때
천재, 혹은 젊은 대가라는 수식어가 심심찮게 그의 이름 앞에 붙곤 하니, 그를 만나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젊고 젊은 김선욱의 상쾌함에 적잖이 당황할 수도 있겠다. 머리가 흘러내리는 걸 막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겨울이면 파마의 욕구가 솟구친다”든가, “맛도 있지만 몸에 좋은 음식을 너무 고집하는 게 아티스트로서 가진 유일한 까칠함”라는 홍보 담당자의 귀띔에 터져 나오는 큰 웃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최근에 찍은 프로필 사진 중 한 장을 보여주며 “씨-쓰루 룩이라고 하더라고요. 진짜 안이 보이나?”라며 웃는 모습이 영락 없는 20대 초반이다.
하지만 개구지게 웃으면서 “솔직히 인터뷰 하는 시간에 연습하는 게 더 좋다”는 그 앞에서 순간 고개를 끄덕, 김선욱의 특별함이 확인된다. 리즈 콩쿨 이후 2008년 세계 굴지의 클래식 매니지먼트사 아스코나스홀트 최연소 피아니스트 전속 계약, 런던에 새 둥지를 튼 것(그는 결코 어디에서 사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등 지난 4년간의 많은 과정과 변화 등이 그가 올해로 스물 두 살이라는 걸 자꾸 잊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1년의 목표가 콩쿨에 맞춰졌던 때가 많았어요. 2006년 이후 콩쿨에 나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학교도 남들보다 일찍 졸업했고, 혼자 공부해야 하는 시기가 조금 빨리 온 거죠. 이제 저 스스로 발견하고 채워야 해요.”
국내 무대에선 볼 수 없겠지만 2012년, 그는 더 큰 도전의 시작 앞에 몸과 마음이 분주해질 듯 하다. 오는 9월 영국 왕립음악원 지휘과에 입학, 3년간 학업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나중에 피아노 악보를 대했을 때 지금보다 훨씬 무언가가 많이 보이게 되면 그게 바로 지휘 공부를 한 효과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피아노 연주를 위한 또 다른 공부가 지휘임을 설명한다.
“10대엔 단지 음악이 좋아서 한 게 다인데, 지금은 그 이상인 부분들이 더 많아졌어요. 제 세계를 구축해 가기 위해 계속 부딪히고 또 부딪히는 것 밖에 방법이 없지요.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는 사람은 많지만 그걸 이겨보려고 실천하는 경우는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지금으로선 부족함을 느끼는 콤플렉스와 그걸 이겨내려는 독기가 필요한 때 같아요.”
내년엔 리즈 콩쿨 당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했던 할레 오케스트라를 비롯,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홀에서 열리는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정기연주회 협연 등 굵직한 해외 연주가 예정되어 있다. 이번 리사이틀을 끝으로 내년 1년은 건반 양 끝을 오가는 분주한 손가락에 맞춰 땀에 젖은 앞머리가 격렬하게 너풀거리는 그의 모습을 국내에서는 볼 수 없다.
“아직 배워야 하는 때이고, 넘어야 할 산도 많아요. 계속 부딪히고 또 부딪히는 것 밖에 방법이 없겠죠. 계속 발전하는 단계를 지켜봐 주시는 분들이 많았으면 해요. 제 연주회에 아저씨들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클래식을 좋아하는 할아버지나 할머니도요(웃음).”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빈체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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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최초 아시아인으로 우승한 김선욱(22)을 둔 평가다. 20대에서야 가늠해 볼 수 있는 음악가로서의 모습이 열 여덟, 그에게서 뿜어져 나올 때 세계는 놀랐다. 이후 단단하게 지나온 4년.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아직 20대, 음악적인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강조한다. 쏟아지는 시선도, 찬사도, 자신의 발전보다 중요하진 않다고 묵직하게 소신을 이어가는 김선욱이 특별한 건 이 때문이다.
11월, 첫 투어 리사이틀
정명훈, 양성원, 송영훈 등과 함께 한 <7인의 음악인들>을 비롯, 필하모니아, 서울시향 등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과 크고 작은 리사이틀로 2010년 김선욱은 쉼 없이 연주 무대에 섰다. “항상 많았고 게다가 몰아서 연주해서 더 그렇게 느껴질 것”이라는 그는 내년 국내 공연을 쉴 계획 앞에 올해의 하이라이트, 11월 투어 리사이틀만을 남겨두고 있다.
“독주회, 얼마나 외로운데요. 여럿이 하는 공연은 재미있지만 그래도 독주회나 좀 더 긴장되는 연주 후가 훨씬 뿌듯하고 성취감이 강해요.”
외로운 사투는 온전히 음악가의 몫이다. 앞으로 10년 이상을 그리고 있는 여러가지 계획단계 중 하나일 뿐이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이번 연주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첫 리사이틀이라는 타이틀 보단 원하는 만큼의 성장을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조금이라도 스스로 원한 만큼 안 나오면 엄청 스트레스 받기 때문에, 그게 싫어서라도 많이 연습해요. 무대 위에선 빠져서 하지만 준비는 너무나 고통스럽게 하죠. 큰 공연들 끝나고 나면 펑펑 울 때도 많아요. 되게 힘들지만 계속 나아지고 있어요. 작년보다 올해 조금 더 연주 하는 게 달라진 거 같기도 하고, 여유도 생기고요.”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피아노를 마주한 외로운 사투의 강도가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선욱 스스로가 말하듯 “피아노 치는 학생들이나 선생님들도 들으면 어휴, 하고 혀를 내두를 프로그램”을 준비했기 때문. 베토벤 소나타 30번 월광, 대중들에겐 다소 생소한 슈만의 클라이슬레리아나 등이 그것이다.
“연주하기 너무 힘드니까요. 청중지향적인 프로그램도 아니고요. 금방 잊혀지지 않는 곡으로 하고 싶었어요. 베토벤은 너무나 완벽한 틀 안에서 연주를 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곡의 흐름이 완전히 깨질뿐더러 청중들도 집중을 잃어요. 반면 슈만은 연주자의 성향에 따라 음악적인 해석이 다양하게 나와요. 그야말로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심어낼 수가 있죠.”
이젠 나의 세계를 그려가야 할 때
천재, 혹은 젊은 대가라는 수식어가 심심찮게 그의 이름 앞에 붙곤 하니, 그를 만나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젊고 젊은 김선욱의 상쾌함에 적잖이 당황할 수도 있겠다. 머리가 흘러내리는 걸 막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겨울이면 파마의 욕구가 솟구친다”든가, “맛도 있지만 몸에 좋은 음식을 너무 고집하는 게 아티스트로서 가진 유일한 까칠함”라는 홍보 담당자의 귀띔에 터져 나오는 큰 웃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최근에 찍은 프로필 사진 중 한 장을 보여주며 “씨-쓰루 룩이라고 하더라고요. 진짜 안이 보이나?”라며 웃는 모습이 영락 없는 20대 초반이다.
하지만 개구지게 웃으면서 “솔직히 인터뷰 하는 시간에 연습하는 게 더 좋다”는 그 앞에서 순간 고개를 끄덕, 김선욱의 특별함이 확인된다. 리즈 콩쿨 이후 2008년 세계 굴지의 클래식 매니지먼트사 아스코나스홀트 최연소 피아니스트 전속 계약, 런던에 새 둥지를 튼 것(그는 결코 어디에서 사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등 지난 4년간의 많은 과정과 변화 등이 그가 올해로 스물 두 살이라는 걸 자꾸 잊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1년의 목표가 콩쿨에 맞춰졌던 때가 많았어요. 2006년 이후 콩쿨에 나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학교도 남들보다 일찍 졸업했고, 혼자 공부해야 하는 시기가 조금 빨리 온 거죠. 이제 저 스스로 발견하고 채워야 해요.”
국내 무대에선 볼 수 없겠지만 2012년, 그는 더 큰 도전의 시작 앞에 몸과 마음이 분주해질 듯 하다. 오는 9월 영국 왕립음악원 지휘과에 입학, 3년간 학업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나중에 피아노 악보를 대했을 때 지금보다 훨씬 무언가가 많이 보이게 되면 그게 바로 지휘 공부를 한 효과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피아노 연주를 위한 또 다른 공부가 지휘임을 설명한다.
“10대엔 단지 음악이 좋아서 한 게 다인데, 지금은 그 이상인 부분들이 더 많아졌어요. 제 세계를 구축해 가기 위해 계속 부딪히고 또 부딪히는 것 밖에 방법이 없지요.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는 사람은 많지만 그걸 이겨보려고 실천하는 경우는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지금으로선 부족함을 느끼는 콤플렉스와 그걸 이겨내려는 독기가 필요한 때 같아요.”
내년엔 리즈 콩쿨 당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했던 할레 오케스트라를 비롯,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홀에서 열리는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정기연주회 협연 등 굵직한 해외 연주가 예정되어 있다. 이번 리사이틀을 끝으로 내년 1년은 건반 양 끝을 오가는 분주한 손가락에 맞춰 땀에 젖은 앞머리가 격렬하게 너풀거리는 그의 모습을 국내에서는 볼 수 없다.
“아직 배워야 하는 때이고, 넘어야 할 산도 많아요. 계속 부딪히고 또 부딪히는 것 밖에 방법이 없겠죠. 계속 발전하는 단계를 지켜봐 주시는 분들이 많았으면 해요. 제 연주회에 아저씨들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클래식을 좋아하는 할아버지나 할머니도요(웃음).”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빈체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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