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아웃유> 안소니 랩 “조나단 라슨이 내 삶을 바꾸었다”

뉴욕의 추운 뒷골목, 예술에 대한 젊은이들의 꿈과 열정, 진정한 사랑과 우정을 온 힘을 다해 보여줬던 뮤지컬 <렌트>가 초연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관객들을 열광에 몰아 넣는 또 하나의 힘은 조나단 라슨이다. <렌트> 속 작곡가가 곧 자신이었으며, 자신이 쓴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 전날 갑작스런 죽음을 맞은 그는 무대와 삶, 열정과 의지가 오롯이 하나가 되며 <렌트>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지 않았다.

<렌트>에 빠져들었던 관객이라면 이 무대를 결코 놓칠 수 없을 것이다. <렌트>의 무대 뒷 이야기가 담긴 <위드아웃유>는 <렌트> 오리지널 멤버이자 그 역시 조나단 라슨으로 인해 인생이 달라졌다는 안소니 랩의 모노뮤지컬이다. 스타벅스에서 일하면서 무대를 꿈꿨던 안소니 랩의 어린 시절과 어머니의 암 투병, 더불어 <렌트>를 함께 만들었지만 세상을 먼저 떠난 조나단 라슨의 모습까지, 안소니 랩 자신의 삶의 한 부분을 홀로 무대 위에 펼쳐 놓는다. 뉴욕뮤지컬페스티벌에서 공연을 마친 후 첫 투어 공연으로 한국을 택한 안소니 랩과 연출가 스티븐 멀러에게 <위드아웃유>를 물어 본다.


2006년에 안소니 랩이 쓴 동명의 책이 먼저 발간되었다. 뮤지컬로 제작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스티븐 멀러(이하 스티븐) : 3년 전에 프로듀서가 책을 뮤지컬로 만들 것을 제안해 왔다. 책을 읽어보니 안소니 랩이 스스로 경험한 일들을 대단히 정직하게 꾸미지 않고 이야기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영혼을 모두에게 열어둔 것 같은 솔직함, 왜 이 책이 유명해졌는지를 알게 되었다. <위드아웃유>의 중요한 부분을 <렌트>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렌트>에서 온 넘버들도 있고, 안소니가 직접 작곡한 음악도 있다.

안소니 랩(이하 안소니) : 라이브 음악과 이야기가 관객들 앞에서 직접 펼쳐지기 때문에 뮤지컬은 책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또 내가 나를 연기하는 것이라 더욱 몰입이 되고 감정적인 임팩트가 클 것이다. 그래서 더 진실한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다.


모노뮤지컬 <위드아웃유>의 한 장면

<위드아웃유>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
안소니 : 어머니의 암 투병과 <렌트> 준비 기간이 맞물리기 때문에,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렌트>를 힘들게 준비하던 과정, 그리고 조나단 라슨과의 이야기 등이 모두 유기적으로 펼쳐진다.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축복스럽지만 힘겨운 삶의 부분들을 따라가며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여러 압박 속에서 내 삶의 순간순간이 어떻게 나아갔고 극복했는지가 담겨 있다.

<렌트>의 넘버 9곡을 비롯해 새로 안소니 랩이 작곡한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Losing My Religion’은 다른 사람의 곡이다.
안소니 : 이 노래는 1994년 <렌트> 첫 오디션 때 내가 불렀던 곡이다. 그래서 내겐 여러가지 감정이 담긴 아주 특별하고, 삶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던 아주 좋아하는 노래다.

<위드아웃유>의 과거 공연은 어땠는가?
안소니
: 2년 전 펜실베니아 피츠버그에서 초연을 했다. 당시 <렌트> 초연 멤버들이 와서 보고는 엄지 손가락을 들어줬다.(웃음) 조나단 라슨의 가족들도 와서 보았다. 첫 공연이라 공연이 잘 될지 확신이 없었지만 관객반응이 좋았으며, 계속 이어가라는 사람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다. 지난 달 뉴욕뮤지컬페스티벌에서 공연 했고, 이번 한국 공연이 첫 투어이다.


<렌트>를 모르는 관객은 <위드아웃유>를 이해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스티븐 : <렌트>를 아는 관객이라면 당연히 그 무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접할 수 있어 더욱 좋지만, <렌트>를 몰라도 된다. 안소니는 어머니, 조나단 라슨 등을 잃은 슬픈 일들을 겪었지만, 작품에서 이런 분노, 상실감 등은 가족과 친구를 잃은 많은 사람들이 접하는 것이며, 슬픔을 통해 더욱 강해질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안소니 랩에게 조나단 라슨은 어떤 의미인가?
안소니
: <위드아웃유>에 나의 친구들, 관계에 대한 감사와 그들에게 헌정하는 마음을 담았다. 친구로서 조나단과의 이야기를 누군가와 조금이라도 더 나누고 싶었고, 조나단은 분명 내가 이 작품을 작곡할 때 멜로디와 가사에 대한 영감을 준 분명한 한 사람이다.

지난 해 <렌트>로 처음 한국 관객을 만났다.
안소니: 한국 관객은 호응이 매우 높고 생기가 가득 차 있었다. 지난 해 공연이 한국 관객들에게는 브로드웨이 투어를 처음 보는 것이라 그들이 작품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아쉽게도 한국 뮤지컬은 아직 본 적은 없다.

1인극에 대한 부담은 없는가?
안소니 : 배우가 나 혼자이지만, 혼자라고 느끼지 않는다. 무대 한편에는 5명의 뮤지션으로 구성된 밴드가 있고, 또 관객 역시 공연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연출가 스티븐 멀러(왼쪽)과 배우 안소니 랩(오른쪽)

언어(영어로 진행)로 인해 작품 관람의 어려움은 없을까?
안소니 : 일본에서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봤을 때 일본어를 하나도 몰라도 음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또한 내가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어떤 작품보다 생생하게 관객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무대의 특징은?
스티븐: 뉴욕 공연보다 규모가 커졌다. 브로드웨이의 젊고 유능한 스텝들이 모두 모였다. 어떤 면에서는 이야기가 단순할 수도 있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락앤롤 등의 음악을 통해 한 편의 록 콘서트처럼 느껴질 수 있다. 좋은 조명, 좋은 음악, 그리고 좋은 배우가 모두 갖춰졌다.

조나단 라슨이 이 작품을 하늘에서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 것 같나?
안소니 : 와우…. 음... 이 작품을 뿌듯하게 생각했으면 좋겠고, 그가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의 영향으로 내 삶이 바뀌었으며 내가 그것에 대단히 감사하고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 사진: 이민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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