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걸즈> 여욱환 “나쁜 남자? 실제는 지고지순 해요”

190cm에 달하는 키, 씩 웃을 땐 소년 같은 이미지가 풍기는 이 남자, <썸걸즈>로 두 번째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 여욱환이다. 드라마에서 보여주던 강렬한 캐릭터와는 달리 조근 조근 이번 무대를 말해나가는 모습에서 <썸걸즈>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남 ‘강진우’가 떠오른다. 여러 여자 마음을 아프게 한 진우를 한창 연기 중인 그에게 실제 연애스타일을 묻자 “지고 지순한 편”이라며 웃어 보인다. 한창 연습 중인 그는 지금 배우 여욱환과 강진우를 오가고 있다.

한 남자와 네 여자 


2007년, 연극 <나쁜자석> 이후로 두 번째 연극에 출연하는 것이니 꽤 텀을 뒀다. 그 동안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활동을 해 온 그에게 시간을 맞추기란 쉽지 않았던 것. 하지만 <썸걸즈>의 강진우는 남자 배우들이 탐낼 만한 많은 요소를 지닌 캐릭터다. 결혼을 앞두고 헤어진 여자친구들을 만나는 납득하기 쉽지 않은 남자이지만, 그만큼 여자들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남자다. 물론, 극장문을 나서면, 여성관객들의 곱지 못한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생각이 많았어요. <나쁜자석>은 초연이었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없었지만 <썸걸즈>는 워낙 잘 됐던 연극이고, 석준 선배도 계시니까 부담이 많이 됐죠. 게다가 분명 대본은 코미디인데 그 안을 들여다 보면 다른 게 있어 보였거든요. 연출님의 의도에 따라서 색깔이 달라질 수 있겠다 생각했고 출연하게 됐죠.”

첫 연극에서 네 명의 남자 배우들과 함께 했던 그가, 이번엔 네 명의 여자 배우들과 무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흥미롭다. 네 명의 여자친구와 네 번의 옴니버스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 "요즘 체력을 키우고 있다"는 그는 “연습 때면 내가 가장 먼저 와 있고, 여성 배우들이 매 타임 와서 연습을 하는 독특한 방식”이라며 재미있어 한다.

결혼을 앞두고 자신이 말 없이 연락을 끊어버린  전 여자친구를 만나서 다시 마음을 뒤흔들어 놓곤 “나한테 화난 거 아니지?”를 맑은 얼굴로 물어보는 남자. 하지만 결국은 상처만 남기고 떠나는 남자. 여자들은 이런 남자는 ‘나쁜 남자’라 칭한다. 하지만 정작 여욱환은 다른 의견이란다.

“지난 공연을 할 때 여성 관객들이 욕을 하면서 나갔다고 들었어요. 중간에 피드백이 확실하게 와서 좋은데.. 그래서 더욱더 진우의 마음을 진심 어리게 표현해야 할 것 같아요. 진우는 나쁜 남자로만 볼 순 없거든요.”

진우는 어떤 남자인지 묻자 잠시 생각하더니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정말 헤어진 여자친구가 보고 싶었던 사람이에요. 대사에 ‘네가 보고 싶어서’란 말이 있는데 정말 그랬던 거죠. 물론 끝엔 약간 목적이 있었지만, 여자친구들이 보고 싶었던 건 사실라고 생각해요. 진우를 나쁜 남자 하나로만 캐릭터를 가지고 가면 매력이 없을 것 같아요. 요즘 나쁜 남자들이 너무 많이 나왔잖아요.”

"내가 못하는 걸, 얘가 하네 싶었죠"

그는 극 중 진우를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한, 남자 입장에선 ‘마음 속 깊은 곳의 ‘워너비’ 인물로 표현하고자 한다. “처음 대본을 보고 내가 하지 못하는 걸 얘가 하네” 했다며 웃어 보인다.
“남자들은 다 똑같아요. 사회적 잣대나 도덕 때문에 못 하는 게 많잖아요. 한번쯤 이런 생각들 할 거에요. 말 없이 떠나버릴까 어떨까. 실제 그런 친구들은 봤어요. 한 사람을 사랑할 땐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다른 곳에선 또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 새로운 문화인가 싶게 있더라고요.”

진우 역에는 <썸걸즈> 초연 배우이기도 한 이석준이 더블 캐스팅 됐다.
“주위에서도 두 배우의 색깔이 완전히 다르다고 이야기 해요. 석준 선배는 여자를 대하는데 굉장히 노련한 진우이고, 저는 좀 더 소년 같은 진우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얄미운 짓을 되게 많이 하는데도 밉거나 싫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아이가 철없는 짓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웃음). 처음엔 생각이 많았는데 하루하루 나만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어요.”

여욱환은 2002년 드라마 ‘학교4’로 데뷔한 9년 차 배우. ‘학교4’를 비롯해 시트콤 ‘논스톱’ 영화 ‘쌍화점’ 등 영화와 드라마를 오갔다. 생각보다 긴 경력, 모델 출신 배우라는 딱지를 떼고 그는 배우의 길을 묵묵하게 걷고 있다.

“군대 제대하고 작년 즘엔 약간 조바심이 났어요. 하지만 평생 연기 할 건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연극, 영화, 드라마를 굳이 나누지 않고, 배우로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 줄 겁니다. 기대해주세요.”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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