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년 “녹슬지 않고, 닳아 없어지는 신승훈을 그린다”
작성일2010.12.07
조회수15,634
이 사람의 노랫말과 이 사람의 목소리에 그려지는 내 사연 하나 없는 사람 어디 있을까. 20년의 숫자보다 싱어송라이터로 걸어온 한결 같은 굳은 신념과 걸음에 ‘장인정신’이라 명명해도 부족함이 없는 신승훈. 1990년 11월 1일 데뷔 후 ‘보이지 않는 사랑’ 14주 연속 1위 기네스 등록, 아시아 유일 최단 기간 앨범 1700만 장 판매, 정규앨범 모두가 골든디스크 본상 수상 등의 과거 기록보다는 앞으로 20년,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로 더욱 벅찬 신승훈을 20주년 기념 투어 콘서트의 첫 무대를 마친 후 만났다.
이번 투어의 첫 무대인 고양 공연을 마쳤습니다.
첫 콘서트가 가장 설레는 무대이기도 하지만, 계속 마인드 콘트롤을 해요. 올드보이가 15년 동안 TV를 보면서 상상 훈련을 하듯, 저도 머릿속에 객석에 앉아 있는 것처럼 무대를 바라보면서 정리를 하는데, 그래도 인간이다 보니 생각만큼 안 될 때가 있죠. 어떤 분들은 신승훈이 약간 실수하는 걸 즐기셔서 일부러 첫회 오고 그리고 마지막회 보시는 분들도 계세요.
눈물 없기로 소문난 신승훈이 콘서트 첫날 펑펑 울었다는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고요.
저도 의외였어요. 10주년 콘서트 때 비오는 날, 잠실 88잔디마당에서 1만 2천명이 그 비를 다 맞으며 서 있는 모습에 감동받았을 때도 눈물이 글썽, 이 정도였거든요. 그래서 난 냉혈한이라고 생각했어요. 게릴라 콘서트 때도 당시 PD가 유일하게 제가 안 운 사람이라고. 울면 목이 메어서 소리가 안 나와요. 게릴라 때는 녹화 끝나고 비방용으로 1시간 정도 공연을 하기로 약속해서 그것 때문에도 일부러 안 운 것도 있었거든요.
그렇게 꿋꿋하게 했는데, 이번 콘서트 때는 저도 놀랐어요. ‘내가 왜 갑자기 이러지?’. 나와 상관없이, 신승훈의 생각과는 상관 없이 신승훈이 우니까. 당시 앞에 앉아 계신 관객분들이 울먹울먹하는데, 하필 그 때 가사가 ‘날 울게 해줘서, 날 웃게 해줘서, 살아있는 날 알게 해줘서, 그런 그대가 고마워서’, 그 ‘고’에서 확 마음이. 단지 노래가 아니라 제가 생각했던 것들을 얘기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20년 된 가수가 콘서트를 한다는데, 거기가 꽉 차서. 고맙잖아요, 서로 그런 진정성 있는 모습이.
울고 난 후 기분이 어떠셨어요?
좀 참았어야 하는데, 계속 눈물이 나와서 노래를 못했어요. 꺽꺽 울어서 내가 놀랐어요. 솔직히, 그건 내가 약해진 걸 수도 있어요. 강한 신승훈이었는데, 약해졌다는 생각이 들긴 들어요, 감정이.
약한 신승훈이 싫으신가요?
싫어요. 내가 약하면 그들을 울리고 웃기고, 희로애락을 줄 수가 없어요. 제가 강해야지만, 제가 기가 세야지만 3시간 동안 관객들을 이끌어 나가거든요. 관객이 이끌어 나가는 공연이 된다면, 그 가수는 무대에 설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 되게 강하게 마음 먹어요.
음악 하는 신승훈 이외에는 많이 약해요. 엄마 앞에서 약하고.(웃음)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죠. 특히 요즘, 가만히 생각하면 서울에 홀홀 단신으로 올라온 거거든요. 많은 존재들이 주변에 있지만 실질적으로 내 모든 사람들은 다 대전에 있거든요. 혼자 올라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거였죠. 20년이 된 지금 생각해 보면, 아, 난 진짜 지금도 혼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외로움하고는 좀 다른 차원, 그런 것들이 저한테 좀 왔던 것 같아요.
<더신승훈쇼>의 특징 중에 하나가 된 관객들의 일사불란한 율동은 거의 플레시몹 수준이더라고요. 오랜 시간 함께 한 팬들에게도 변화가 느껴지시나요?
2000년부터 시작했으니 거의 플레시몹의 시초라고 할 수도 있죠.(웃음) 앨범을 2년에 한번 씩 내는 경우가 많으니까 앨범 사시는 분들이 20대가 80%였다가 30대가 주가 되고, 또 40대, 그런 것도 많이 느끼고. 이제는 콘서트장에 신승훈을 보러 왔다기 보다는 같이 공감하러 왔다는 게 크기 때문에 ‘너는 관객, 나는 가수’가 아니라 함께 추억을 공유하려고 해요.
그리고 서로 고마운 마음들이 있는 것 같아요. 관객들은 ‘그래, 내가 어렸을 때 널 좋아했었는데 오랫동안 버텨줘서, 역시 내가 선택 잘했어’ 하는 자부심, 그런 게 있는 것 같고, 저는 또 나름대로 20년 동안 음악만 해 왔다는 것에 대한 자만 아닌 자부심이 있죠.
반대로 10대의 젊은 층들은 신승훈을 잘 모를 수도 있고요. 공연장에서도 “설마, 10대 있어? 나 신승훈이야”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보이지 않는 사랑’ 할 때는 다섯 살짜리가 따라 부르고 할머니도 “아휴, 신승훈이야” 그러셨지만 이후 10대에게 어필하기 위해 노력을 안 했어요. 그러려면 성숙되어 있는 제 음악을 버리고 새로운 트랜드를 읽어야 됐죠. 갈등이 많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엘튼 존, 빌리 조엘 처럼, 팬들과 같이 음악과 추억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제가 가끔씩 나오고 후배들이 존경하는 가수로 저를 이야기 할 때, 사람들이 ‘아, 저 사람, 대단한 사람인가봐’, 그게 좋은 것 같아요. 좋아하진 않아도 인식하고 있고, 저 사람은 남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사람, 우리가 이순신 장군에게 싸인 받고 싶진 않잖아요. 물론 제가 그런 사람이라는 건 아니지만, 제게 조용필 선배님이 계시는 것처럼, 아, 그런 사람이 있구나, 하는 것이요.
뮤직드라마는 이번 콘서트에서 처음 선보이시는 건가요?
뮤지컬처럼 무대와 영상을 함께 꾸미는 건 처음이죠. 새로운 걸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건 아닌데, 이번이 20년 동안 했던 콘서트의 마무리를 짓겠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어떤 공연을 할 거라는 걸 보여주는 의미를 겸비하고 있었거든요.
앞으로 좀 더 발전시킬 계획이에요. “이거 뮤지컬이야, 가수 콘서트야?”할 수 있도록요. 뮤지컬 콘서트도 제가 꿈 꾸는 것 중에 하나거든요. ‘가잖아’ 노래를 하면, 왜 여자가 떠나가는지 이유를 설명해줘야 하는데 전주 여덟 마디로 다 설명이 안 되는 거죠. 그걸 스토리를 통해 풀어주고 부각되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앞으로 20년 간 어떤 콘서트를 할 것이라는 맛보기인 셈입니다.
주크박스 뮤지컬을 기대해 봐도 좋겠군요.
그게 바로 제가 하려는 거에요. 그간 뮤지컬 제의도 많이 들어왔었는데, 한번 잘못되면 다시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제대로 하려고요. 초기 단계로 조금씩 준비하고 있어요. 저도 시나리오를 써보고 있고, 또 시나리오 쓰는 친구들에게 맡겨도 보고요.
20주년 기념 앨범엔 후배들이 부르는 신승훈 노래들도 많습니다. 이것 역시 처음 있는 일이죠?
고집을 부렸던 건 아니지만, 혼자 보여주기에도 시간이 부족했어요. 예전 콘서트는 3시간 40분씩 하고. 내 것을 보여주자는 욕심이 아니라 날 보러 오신 분들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라고 생각했거든요.
게스트도 17년 동안 한 번도 없었어요. 20주년을 계기로 생각이 좀 바뀌었는데, 이런 주기이기 때문에 제가 마음을 열고 가는 건지, 이것이 계속될 지는 잘 모르겠어요. 국내에선 장인정신이 존경 받는 게 아니라 고집이 너무 세다는 식으로 생각되는 경향이 있어요. 한 가지만 해 온 사람에게 “하나 밖에 못해?” 하는 시선들이 있었죠.
다른 사람이 부른 신승훈 노래, 만족하셨나요?
‘와, 이렇게 나오는구나, 이 친구가 부르니 내 멜로디가 이렇게 바뀌네’ 하는 걸 많이 느꼈어요. 제 곡에게는 정말 고마운 것 같아요. “왜 자꾸 니가 만들었다고 너만 불러” 하는 거 있잖아요.(웃음) 클래지콰이가 ‘엄마야’를 부르니 색다른 느낌이 나오고, 여자가수가 제 노랠 불렀을 때 어울릴 거라는 생각을 절대 못했는데 다비치가 곧잘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 내 노래가 여자한테도 어울리네’ 했죠. 앞으로는 폭을 넓게, 이런 작업들은 좀 할 거 같아요.
앞으로 후배 양성을 포함해 스스로 ‘의외’라고 생각했던 것들의 도전은 어떨까요.
그간 지켜왔던 확고한 신념이 바뀌면 안되겠지만, 그 안에서 다른 게 바뀔 것 같아요. 지금이 터닝 포인트에요. 20년 동안 해 오듯 계속 밀어붙이면 내가 너무 힘들고, 내가 너무 외로워요. 그래서 좀 다른 일들을 할 것 같은데, 당연히 모두 음악과 관련되어 있는 일이겠죠.
‘위대한 탄생’(MBC 오디션 프로그램)도 제가 옛날 마인드였다면 절대 안 했을 거에요. 그런데 제가 바뀌었다는 거죠. 그건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에요. 오디션 프로그램이고, 제가 멘티에게 하는 이야기를 TV를 통해 후배들도 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선배들이 하는 얘기에 틀린 말이 별로 없더라고요. 혼자서 깨우치려면 5년 걸릴 것을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1년 걸리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또 공중파 음악프로그램이 많이 없어졌는데 밤 10시에 생방송으로 음악을 들려준다는 취지가 음악 종사자로서 고맙기도 했고요.
20주년 투어공연이 시작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공연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내년 4월에 전국 투어가 끝나요. 3월 말에 미국 LA와 뉴욕에서 공연하고 지금 일본 콘서트를 계획 중에 있어요. 내년 6월에 세종문화회관에서 투어 마지막으로 45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콘서트를 열 계획입니다. 그리고 나선 잠깐 두문불출?(웃음) 뭘 쓸진 모르겠지만, 다시 곡을 써야죠.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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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콘서트가 가장 설레는 무대이기도 하지만, 계속 마인드 콘트롤을 해요. 올드보이가 15년 동안 TV를 보면서 상상 훈련을 하듯, 저도 머릿속에 객석에 앉아 있는 것처럼 무대를 바라보면서 정리를 하는데, 그래도 인간이다 보니 생각만큼 안 될 때가 있죠. 어떤 분들은 신승훈이 약간 실수하는 걸 즐기셔서 일부러 첫회 오고 그리고 마지막회 보시는 분들도 계세요.
저도 의외였어요. 10주년 콘서트 때 비오는 날, 잠실 88잔디마당에서 1만 2천명이 그 비를 다 맞으며 서 있는 모습에 감동받았을 때도 눈물이 글썽, 이 정도였거든요. 그래서 난 냉혈한이라고 생각했어요. 게릴라 콘서트 때도 당시 PD가 유일하게 제가 안 운 사람이라고. 울면 목이 메어서 소리가 안 나와요. 게릴라 때는 녹화 끝나고 비방용으로 1시간 정도 공연을 하기로 약속해서 그것 때문에도 일부러 안 운 것도 있었거든요.
그렇게 꿋꿋하게 했는데, 이번 콘서트 때는 저도 놀랐어요. ‘내가 왜 갑자기 이러지?’. 나와 상관없이, 신승훈의 생각과는 상관 없이 신승훈이 우니까. 당시 앞에 앉아 계신 관객분들이 울먹울먹하는데, 하필 그 때 가사가 ‘날 울게 해줘서, 날 웃게 해줘서, 살아있는 날 알게 해줘서, 그런 그대가 고마워서’, 그 ‘고’에서 확 마음이. 단지 노래가 아니라 제가 생각했던 것들을 얘기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20년 된 가수가 콘서트를 한다는데, 거기가 꽉 차서. 고맙잖아요, 서로 그런 진정성 있는 모습이.
좀 참았어야 하는데, 계속 눈물이 나와서 노래를 못했어요. 꺽꺽 울어서 내가 놀랐어요. 솔직히, 그건 내가 약해진 걸 수도 있어요. 강한 신승훈이었는데, 약해졌다는 생각이 들긴 들어요, 감정이.
싫어요. 내가 약하면 그들을 울리고 웃기고, 희로애락을 줄 수가 없어요. 제가 강해야지만, 제가 기가 세야지만 3시간 동안 관객들을 이끌어 나가거든요. 관객이 이끌어 나가는 공연이 된다면, 그 가수는 무대에 설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 되게 강하게 마음 먹어요.
음악 하는 신승훈 이외에는 많이 약해요. 엄마 앞에서 약하고.(웃음)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죠. 특히 요즘, 가만히 생각하면 서울에 홀홀 단신으로 올라온 거거든요. 많은 존재들이 주변에 있지만 실질적으로 내 모든 사람들은 다 대전에 있거든요. 혼자 올라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거였죠. 20년이 된 지금 생각해 보면, 아, 난 진짜 지금도 혼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외로움하고는 좀 다른 차원, 그런 것들이 저한테 좀 왔던 것 같아요.
2000년부터 시작했으니 거의 플레시몹의 시초라고 할 수도 있죠.(웃음) 앨범을 2년에 한번 씩 내는 경우가 많으니까 앨범 사시는 분들이 20대가 80%였다가 30대가 주가 되고, 또 40대, 그런 것도 많이 느끼고. 이제는 콘서트장에 신승훈을 보러 왔다기 보다는 같이 공감하러 왔다는 게 크기 때문에 ‘너는 관객, 나는 가수’가 아니라 함께 추억을 공유하려고 해요.
그리고 서로 고마운 마음들이 있는 것 같아요. 관객들은 ‘그래, 내가 어렸을 때 널 좋아했었는데 오랫동안 버텨줘서, 역시 내가 선택 잘했어’ 하는 자부심, 그런 게 있는 것 같고, 저는 또 나름대로 20년 동안 음악만 해 왔다는 것에 대한 자만 아닌 자부심이 있죠.
‘보이지 않는 사랑’ 할 때는 다섯 살짜리가 따라 부르고 할머니도 “아휴, 신승훈이야” 그러셨지만 이후 10대에게 어필하기 위해 노력을 안 했어요. 그러려면 성숙되어 있는 제 음악을 버리고 새로운 트랜드를 읽어야 됐죠. 갈등이 많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엘튼 존, 빌리 조엘 처럼, 팬들과 같이 음악과 추억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제가 가끔씩 나오고 후배들이 존경하는 가수로 저를 이야기 할 때, 사람들이 ‘아, 저 사람, 대단한 사람인가봐’, 그게 좋은 것 같아요. 좋아하진 않아도 인식하고 있고, 저 사람은 남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사람, 우리가 이순신 장군에게 싸인 받고 싶진 않잖아요. 물론 제가 그런 사람이라는 건 아니지만, 제게 조용필 선배님이 계시는 것처럼, 아, 그런 사람이 있구나, 하는 것이요.
뮤지컬처럼 무대와 영상을 함께 꾸미는 건 처음이죠. 새로운 걸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건 아닌데, 이번이 20년 동안 했던 콘서트의 마무리를 짓겠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어떤 공연을 할 거라는 걸 보여주는 의미를 겸비하고 있었거든요.
앞으로 좀 더 발전시킬 계획이에요. “이거 뮤지컬이야, 가수 콘서트야?”할 수 있도록요. 뮤지컬 콘서트도 제가 꿈 꾸는 것 중에 하나거든요. ‘가잖아’ 노래를 하면, 왜 여자가 떠나가는지 이유를 설명해줘야 하는데 전주 여덟 마디로 다 설명이 안 되는 거죠. 그걸 스토리를 통해 풀어주고 부각되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앞으로 20년 간 어떤 콘서트를 할 것이라는 맛보기인 셈입니다.
그게 바로 제가 하려는 거에요. 그간 뮤지컬 제의도 많이 들어왔었는데, 한번 잘못되면 다시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제대로 하려고요. 초기 단계로 조금씩 준비하고 있어요. 저도 시나리오를 써보고 있고, 또 시나리오 쓰는 친구들에게 맡겨도 보고요.
고집을 부렸던 건 아니지만, 혼자 보여주기에도 시간이 부족했어요. 예전 콘서트는 3시간 40분씩 하고. 내 것을 보여주자는 욕심이 아니라 날 보러 오신 분들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라고 생각했거든요.
게스트도 17년 동안 한 번도 없었어요. 20주년을 계기로 생각이 좀 바뀌었는데, 이런 주기이기 때문에 제가 마음을 열고 가는 건지, 이것이 계속될 지는 잘 모르겠어요. 국내에선 장인정신이 존경 받는 게 아니라 고집이 너무 세다는 식으로 생각되는 경향이 있어요. 한 가지만 해 온 사람에게 “하나 밖에 못해?” 하는 시선들이 있었죠.
‘와, 이렇게 나오는구나, 이 친구가 부르니 내 멜로디가 이렇게 바뀌네’ 하는 걸 많이 느꼈어요. 제 곡에게는 정말 고마운 것 같아요. “왜 자꾸 니가 만들었다고 너만 불러” 하는 거 있잖아요.(웃음) 클래지콰이가 ‘엄마야’를 부르니 색다른 느낌이 나오고, 여자가수가 제 노랠 불렀을 때 어울릴 거라는 생각을 절대 못했는데 다비치가 곧잘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 내 노래가 여자한테도 어울리네’ 했죠. 앞으로는 폭을 넓게, 이런 작업들은 좀 할 거 같아요.
그간 지켜왔던 확고한 신념이 바뀌면 안되겠지만, 그 안에서 다른 게 바뀔 것 같아요. 지금이 터닝 포인트에요. 20년 동안 해 오듯 계속 밀어붙이면 내가 너무 힘들고, 내가 너무 외로워요. 그래서 좀 다른 일들을 할 것 같은데, 당연히 모두 음악과 관련되어 있는 일이겠죠.
‘위대한 탄생’(MBC 오디션 프로그램)도 제가 옛날 마인드였다면 절대 안 했을 거에요. 그런데 제가 바뀌었다는 거죠. 그건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에요. 오디션 프로그램이고, 제가 멘티에게 하는 이야기를 TV를 통해 후배들도 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선배들이 하는 얘기에 틀린 말이 별로 없더라고요. 혼자서 깨우치려면 5년 걸릴 것을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1년 걸리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또 공중파 음악프로그램이 많이 없어졌는데 밤 10시에 생방송으로 음악을 들려준다는 취지가 음악 종사자로서 고맙기도 했고요.
내년 4월에 전국 투어가 끝나요. 3월 말에 미국 LA와 뉴욕에서 공연하고 지금 일본 콘서트를 계획 중에 있어요. 내년 6월에 세종문화회관에서 투어 마지막으로 45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콘서트를 열 계획입니다. 그리고 나선 잠깐 두문불출?(웃음) 뭘 쓸진 모르겠지만, 다시 곡을 써야죠.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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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A**님 2010.12.10
역시~~ 뮤지션 신승훈!! 앞으로도 지금처럼 팬들곁에 자부심으로 남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