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배우, 김형준 “<카페인>으로 스타트”

사진 촬영 내내 “와우”, “기가 막히게 나오겠네”라며 한시도 입을 쉬지 않는 김형준. “공연일정과 행사일정이 겹쳐서 피곤해할지도 모르겠다”는 홍보담당자의 말이 공중분해 되는 순간이다. “왜 이제서야 인터뷰 하러 오신 거에요?”라는 신인배우의 앙탈이 밉살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텐투텐(오전 10시~오후 10시)’ 연습실 출퇴근 생활을 했던 지난 3개월 동안 김형준은 ss501 멤버들과 떨어진 외로움, 첫 솔로활동에 대한 부담감에 체력고갈까지 겹쳐 링거를 맞아가며 사투를 벌여야 했다. ‘SS501’의 막내에서 신인 뮤지컬배우로 터닝포인트를 찍은 야망 신인배우 김형준의 이야기다.


<카페인> 첫 공연을 마치고 눈물을 흘렸다고요.
5년 전 SS501 첫 데뷔무대 때 기분이 살아나면서, 그냥 눈물이 났어요. 3개월 간 연습실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머리에 스치면서. 제가 “그래, 난 할 수 있어, 하자!” 막 이렇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 아니고, 소심하면서 사람들 반응에 예민한 타입이라고 해야 하나? 사람들 눈치를 보는 스타일이에요. 지금은 뮤지컬 무대에서도 자신감을 찾았어요. ‘관객들이 이 대사를 좋아하는구나’, ‘이런 제스처가 반응이 좋네’ 이런 것들이 눈에 잡히면서, 다음 무대에 대한 계획이 그려져요.


 “연습실에 가장 오래 있는 배우”로 유명했다던데요. 인터넷에 ‘떡실신’ 사진도 떠돌고(웃음).
악, 정말 그 사진은 누가 냈는지! 괜찮아요, 티 안 나게 바쁜 것 보다는 좋잖아요(웃음). 작업하는 곳에서는 힘들어도 “즐겁게 하자”는 주의에요. 밖에서는 힘든 티 안 냈다가, 집에서 떡실신하는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힘들죠?” 이런 위로 받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뮤지컬 연습이랑, 라디오 생방 일정이 겹쳐서 초반엔 고생 좀 했죠. 하루에 4시간 잤나? 체력보충 하려고 링거도 맞고, 태반도 맞고(웃음).

SS501 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관객과의 거리가 좁아졌죠.
그렇죠, 몇 천, 몇 만 명 관객들이 꽉 차있던 무대와는 차이가 크죠. 관객들이 바로 앞에 있다는 게 아휴(웃음), 처음엔 부담감이 엄청 났어요. ‘이렇게 가까운데, 뭘 어떻게 보여줘야 하나’ 하면서. 관객들 표정이 하나하나 다 보이는 것도 압박이고. 코믹요소가 있는 뮤지컬이라, 관객들 반응이 확확 변하는 게 보여서 좋아요. 무표정한 관객 분들이 가장 무서운데, 또 그분들이 소리 내서 웃는 걸 보면 그게 또 그렇게 기뻐요.

뮤지컬 무대의 어려운 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요?
드라마. 정식으로 연기하는 게 처음이잖아요. 그리고 호흡과 톤이요. 제가 말투도 그렇고,약간 어눌한 톤이라 애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신경 써요. 제 본연의 귀여운 앙탈부리는 모습은 버릴 순 없지만(웃음), 관객들이 ‘아, 저 사람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요. 

공연 스탭들과의 호흡은 어땠어요?
방송국에서 일할 때와는 많이, 많이 달라요. 방송은 어느 정도 연차가 쌓였으니 편안하게 하는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인데, 여긴 규율도 많고, 지켜야 할 선들이 많아요. 아직 완벽하게 적응은 못했지만, 정말 인간적으로 잘 챙겨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가장 힘들었던 건, 연습 때 아무리 노력을 해도 연출님, 스탭들이 원하는 대로 제가 따라가지 못했을 때요. 진행이 안되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연출님한테 혼나기도 많이 혼났고(웃음).

<카페인>에선 성격이 반대인 ‘정민’과 ‘지민’ 두 가지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잖아요.
제가 원래 장난끼 많은 지민과, 말수가 적은 정민을 반반 섞어놓은 성격이라, 그게 어렵진 않아요.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정민처럼 이것저것 잘 챙기고, 다정다감한 스타일인데 집에선 말이 없어져요. 밖에서 그 에너지를 다 써서 그런가? 원래 성격은 정민에 가까운 것 같아요.

공연장에 일본 팬들이 정말 많던데요?
첫 줄에 쫙 앉아주세요. 역시, 저 글로벌 스타답지 않나요(웃음)? 진짜 감사하죠.

SS501 멤버들 생각도 많이 날 것 같아요.
처음엔 정말 많이 외로웠어요. 미치겠는거에요. 멤버들도 없고, 연습실에 와도 가수를 하다 온 사람은 저 혼자였잖아요. 그런데,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이 정답이더라고요. 금지누나, 태환이, 연출님 등 연습실에 있는 모든 분들이 다 제 조력자가 돼줬어요. 지금은 다섯 명 사이에 있을 때보다, ‘김형준’ 자체가 잘 보이고 있잖아요. 혼자 하는 일의 매력을 알았어요.

SS501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 며칠 전에 데뷔 2000일이었잖아요.
이야기 하셔도 되는데(웃음). 지금은 개인활동 위주로 하고 있지만, 내년엔 다시 모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구체적인 이야기들은 멤버들 소속사에서 진행하고 있고, 저희들은 SS501 앨범, 공연에 대해 항상 이야기했던 거에요. 개인활동을 하고 난 후에, 성장한 멤버들이 모여서 앨범과 공연을 할 생각을 하면. 저희 정말 대박일 것 같아요(웃음).

같은 멤버인 박정민씨는 <그리스>에 출연했었잖아요.
스탭들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한다, 배우들과 호흡이 중요하다 등등 많은 조언을 해줬어요. 처음엔 저도 잘 듣다가, 나중엔 “직접 부딪혀서 느끼는 게 더 낫겠다” 싶어서 그냥 전화를 끊었어요, 하하. (박) 정민이가 공연을 보고 나더니, “야, 중간엔 정말 빠져들어서 봤어! 너 정말 잘했어”라고 이야기해줬어요. 그 친구는 정말 진심으로 잘했다고, 생각하던데요. 하하.


20대를 정말 정신 없이 보내고 있어요.
데뷔하면서 스무 살을 맞이했고, 벌써 스물 다섯이에요. 저 큰일났어요 정말. 제 이름을 건 첫 개인활동을 뮤지컬 무대를 선택했는데, 시작이 좋은 것 같아요. 가수 하다가 뮤지컬 잠깐 하는 그런 사람들 많지만, 전 그러고 싶진 않거든요. 인정받는 뮤지컬배우, 가수. 둘 다 하고 싶어요. 뮤지컬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죠. 일차적으론 <카페인>의 터줏대감이 돼서 3,4시즌 배우들이 들어오면 제가 가르쳐줄 수 있는 위치, 그렇게 됐음 좋겠어요. 저 정말 조승우씨 좋아하거든요, 세월이 지나면 <지킬앤하이드>도 꼭 하고 싶고, 정말 두 시간 내내 웃기는 그런 공연도 하고 싶어요.

관객들에게 한 마디
아이돌 출신 가수라, 선입견을 가지신 분들이 많아요. 혹시, 저 때문에 티켓팅 망설이신다면 절대 걱정 마시라고 꼭 전해주세요(웃음).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신인배우 김형준이니까 잘 봐달라고,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요. 캬, 저 정말 괜찮다니까요, 하하.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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