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빌리 박준형 “손을 뻗으니 여기까지 왔어요"

2011년을 누구보다 가슴 뛰게 시작한 한 소년이 있다. 1월 1일 <빌리 엘리어트> 무대에 새로운 빌리로 등장한 ‘뉴빌리’ 박준형(11)은 드디어 이루던 소망 속에 한 발짝 들어선 셈이다. “정말 첫 무대가 맞느냐”던 관객들의 찬사와 격려 속에서 “다행이다”며 묵직한 한마디와 환한 웃음만을 내어 놓던 작지만 강한 토끼띠 소년, 이제 그의 힘찬 도약과 강렬한 점프가 시작된다.

새해 첫 날 스타트, 가문의 영광이래요!
“1월 1일에는 너무 떨려서, 제가 완전 긴장 많이 했어요. 마지막에 “나중에 보자, 마이클” 하고 걷는데 그 때 사람들이 좀 보였어요. 또 ‘피니쉬’ 동작 할 때 관객들이 보였고요. 기립박수도 쳐 주시고, 좋았어요. (잘한 것 같았어?) 네(웃음).”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 좀 적당히 긴장해야 할 것 같다”며 전날 두 번째 무대에 선 준형이 털어 놓는 자체평가가 기가 막힌다. 네 명의 대한민국 1대 빌리들과 함께 5B를 완성한 그는 임선우와 함께 가장 막내지만 의젓한 ‘카리스마’가 물씬 풍긴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공연 중의 박준형

“첫 날 가족들이 많이 보러 왔었어요.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사촌동생. 가문의 영광이라고 끝나고 집에서 파티도 열고.(웃음) 어제는 친구들이 보러 왔었는데 많이 부럽다고 하고요.(웃음)”

빌리찾기 오디션 접수 1번이요!
꿈을 이루기 위해 홀로 로열발레스쿨로 향하는 빌리의 기쁘고도 복잡한 심경을 준형은 더욱 온 몸으로 느끼지 않을까. 그 이유를 ‘빌리’와 뗄 수 없는 첫 번째 인연에서 찾아본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보고 발레를 시작하게 됐어요. 3학년 2학기 때요. 처음엔 발레는 여자애들만 하는 줄 알았어요. 타이즈가요, 조금 창피하고(웃음) 첨엔 진짜 불편하거든요. 그런데 1년 넘게 하다 보니까, 테크닉 배우는 데 빠졌어요. 피루엣이나 남자들이 하는 동작. 콩쿨 준비 하면서 1분짜리 무용에 테크닉도 많이 넣고. 그러니까 더 재미있고 상도 타니까 발레 매력에 더 빠진 것 같아요.”

발레 입문 2년 만인 지난 해, 무용협회 발레 클래식 부문 수석상을 비롯, 성균관대, 세종대, 선화 콩쿨 등에서 금, 은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준형. 우연히 신문에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빌리 찾기 공고를 본 후 1번으로 오디션에 지원하며 빌리와의 두 번째 인연의 손을 잡았다.
최종 오디션까지 오르며 빌리 트레이닝을 받게 되었지만, 그러나 대한민국 1대 빌리의 문턱에서 아쉽게 낙방의 맛을 봐야만 했다.


2009년 12월. 빌리스쿨에서 트레이닝 중인 당시의 예비 빌리들.
우연의 일치인가. 대한민국 1대 빌리와 뉴빌리 박준형이 나란히 섰다.

“그때, 좀, 많이 섭섭하고, 멍한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아빠한테 다시 하고 싶다고 말했죠. 다시 하게 됐을 때요? 정말 기분이 좋았죠.(웃음)”

일렉트리시티- 클래식 버전과 스트리트 버전을 동시에
지난 해 봄까지 대한민국 1대 빌리, 마이클들과 함께 트레이닝을 받았지만, 그들이 무대에 오른 후 가을부터 ‘뉴빌리’가 되기 위한 제2차 본격적인 훈련은 홀로 받아야만 했다. 기존에 익히고 있던 발레 뿐 아니라 탭 댄스, 아크로바틱, 노래, 연기 등 작은 소년이 홀로 짊어져야 할 숙제는 많고도 어려웠을 것이다.

“처음에 탭 스텝을 탁 밟는데요, 신발에 징이 달려있어서 소리가 너무 깔끔하고 신기하게 나는 거에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노래는요, 저 원래 잘했거든요? 깔끔했어요.(웃음) 그런데 연기는 처음 해봐서 많이 떨리고, 하기 싫고, 창피하고. 그런데 뮤지컬 하려면 해야 하니까 집에서 연습하고 거울 보면서도 하고요. 처음에는 부끄러웠지만 이제는 별로 안 부끄러워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공연 중의 박준형

아크로바틱을 익히며 허리를 다치기도 했고, ‘형들이 떠난’ 연습실에서 혼자 트레이닝을 받을 땐 “많이 슬프고, 무인도 같아서 외롭고 완전 힘들었다”지만 그 인내는 헛되지 않았다. 해외스텝이 모두 돌아간 후 한국 제작진들이 키워낸 새싹은 기대보다 더 푸르렀다. 정통 발레 안무로만 구성한 클래식 버전, 역동적인 힙합 위주로 구성한 스트리트 버전 등 두 가지로 나뉘어 각자의 빌리들이 선보이는 ‘일렉트리시티’ 장면을, 박준형은 두 무용의 테크닉을 결합한 자신만의 버전으로 거뜬히 소화해 내고 있는 것이 하나의 예이다.

파워풀한 카리스마! 저만의 빌리 기대하세요
“레터 장면도 좋은데, 마지막에 엄마한테 인사할 때 많이 슬프거든요. 어제는 많이 울었어요. 가사의 내용을 봐도 그렇고, 진짜 너무 슬퍼요. 드림발레에서 성인 빌리가 공중에서 절 날려줄 때요, 하늘을 나는 게 기분이 너무 좋고, 자연스럽게 웃음이 피어나요. 별로 안 무서워요. 앵그리 장면은 1막 하이라이트 장면이기도 하고, 잘 해야 되니까 연습하면서 짜증날 때도 있고 너무 힘들어서 울 때도 있거든요. 근데 탭 댄스 추면서 화를 내는 게 좀 멋있기도 하고, 욕도 하잖아요, 처음에는 스트레스도 좀 풀렸어요.(웃음).”

곧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생애 첫 인터뷰를 하고 있는 어린이에게 부담을 덜어주고자 쉽게 풀어 말하고, 하나씩 끊어 질문하지 않아도 될 뻔했다. 하나의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그 다음엔’ 하고 제자리를 찾아가는 신통방통함은 빌리가 거뜬히 해 내는 열 어른 몫 중에 하나인 듯 하다. 어린아이의 솔직함과 오랜 시간 트레이닝을 거쳐 큰 무대를 이끌어나가는 믿음직한 빌리의 모습이 쉼 없이 교차된다. 봐 왔던 1대 빌리들의 무대에 대한 생각과 그리고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자신의 무대에 대한 가짐이 예리하고도 비장하다.


“선우는 발레 동작이 깔끔하고 세용이 형은 발레를 제일 오래해서 테크닉이 제일 좋고, 지명이 형은 연기, 힙합, 아크로바틱도 잘해요, 진호형은 탭댄스를 잘하고요. 저는, 발레? 파워풀한 카리스마?(웃음) 똑같이 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앞으로 바르시니코프처럼 세계적인 발레리노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준형은 “그런데 탭댄스나, 아크로바틱, 보컬, 힙합도 취미로 계속 해보고 싶어요”라며 현재는 빌리와 사랑에 빠져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무대에서 마지막에 ‘피니쉬’라고 외치는데, 이때 기분이 참 좋아요. 여기까지 온 거에요. 손 만 쭉 뻗으면 정상에 올라와 있고. 저 자신도 이상하고, 어떻게 이렇게 됐지? 얼떨떨해요. 빌리가 되고 공연을 하고 있다는 거, 많이 깜짝 놀라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주체 못할 감정. 100% 빌리가 된 박준형의 모습이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매지스텔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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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4

  • A** 2011.01.11

    기사 내 사진은 박준형 군이 맞습니다. 많이 컸지요?^^ 앞으로도 플레이디비에 큰 관심 바랍니다!

  • A** 2011.01.11

    피니쉬~ p.s 근데, 플레이디비는 트윗 버튼 안다나요?

  • A** 2011.01.11

    위에 연습사진 준형군 맞는 듯 한데요? 준형빌리, 공연 정말정말 감동이었어요ㅠㅠㅠㅠㅠ 디테일도 대단하고~~~~어찌나 에너지가 넘치는지-또 한 번 만나러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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