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상 재즈 보컬 나윤선-그녀가 빚어내는 또 다른 재즈

해외에서만큼 한국에서도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한 재즈 아티스트가 있다. 조금 말이 이상한 듯 하지만, 정말이다. 유럽 재즈 차트를 석권하고 프랑스 문화예술훈장인 슈발리에장을 수훈하기도 한 그녀, 오는 3월 내한 공연에 앞서 잠시 귀국한 나윤선(42)을 만났다.

“현재 최고의 재즈 보컬은 유럽도, 미국도 아닌, 한국에서 온 나윤선이다” - 프랑스 레제코(Les Echos)지

2010년 8월 국내 발매에 이어 9월 전 세계 30여 개국 동시 발매한 나윤선 7집 ‘쌔임 걸’(Same Girl)이 프랑스 전체 재즈차트부분 4주 연속 1위에 오르며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프랑스 재즈 라디오 TSF 선정 올해의 베스트 재즈 보컬부분 1위, 재즈어워드 ‘아카데미 오브 재즈’ 보컬 부문 최고 아티스트로 선정 되는 등 과거 보다 더욱 화려한 찬사를 낳고 있는 지금, 그녀는 “운이 좋았다”라며 웃을 뿐이다.

“음악은 굉장히 주관적인 것이잖아요. 제가 글로벌 한 곡을 만들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한 것도 아니고요. 하고 싶은 대로 했던 것이 제일 주목 받았던 것 같아요.”

미국, 흑인, 스윙. 재즈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이미지와 그녀의 음악은 똑같지 않다. 유럽 한 가운데서 재즈는 더욱 자유롭고 다양했으며, 나윤선은 부드럽고 섬세한 음색을 바탕으로 예상하지 못한 또 다른 재즈의 환상을 빚어 냈다. 멜로디 사이에 발랄하게 스캣이 구르다가도 구슬프고도 강렬한 음조를 내뿜기도 한다.

“우리가 떠올리는 재즈에 대한 이미지와 제가 완전히 거리가 멀다고는 할 수 없어요. 몸의 핏줄처럼 재즈도 여러 갈래가 있고, 한 쪽으로 모인 곳이 아닌, 여러가지 다른 갈래로 가려고 했던 건데 그게 굉장히 잘 받아들여진 것 같아요.”


아무것도 몰라서, 그리고 좋아서 가능했다.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그녀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우연히 오디션을 통해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연변 처녀로 섰다. 부모님이 모두 음악계에 몸 담았고(그의 아버지는 국내 합창계 대부로 불리는 나영수 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이며 어머니는 성악가이자 뮤지컬 1세대 김미정이다) 대학시절 프랑스 문화원 샹송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노래가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연기는 생각해 보지 않았던 그녀는 “클래식을 하기엔 늦었고 재즈를 해보라”는 친구의 권유로 스물 일곱의 나이로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다. 지금은 한국 보컬 재즈가 보지 못한 새로운 경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 그녀도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그 때”에서 재즈를 시작한 것이다.

“전에 재즈를 듣지도 않았고 말도 못 알아 듣겠고, 정말 바보 같았어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 어디 가서 그런 이야기 안 듣고 싶어 하잖아요.(웃음) 주변에 물어보니 성악을 해라, 여러 사람이 노래하는 폴리포니도 해 봐라, 해서 네 군대의 학교를 다녔어요. 수업시간이 하루 종일이 아니기 때문에 조절이 가능했죠. 물론 무대 위에서 배우는 게 가장 많지만, 전 학교를 통해 음악하는 친구들을 만났고 무대 시작이 되었거든요.”

파리 재즈학교인 CIM(Centre d’ information Musicale) 보컬과정 수료 후 학생들을 가르쳐 달라는 제의를 받아 학생에서 교수로 바뀌어 1년을 더 머물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오자 오히려 해외 공연 요청이 더욱 많아졌다. 지금 그녀는 1년 중 8개월 이상을 해외에서 지내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면 무서운 것이 없잖아요. 내가 어느 정도 노래를 하는지, 재즈가 뭔지 알았더라면 그렇게 공부하고 공연하지 못했을 거에요. 전 아직도 공연 전에 항상 떨려요. 야외 공연이면 비 안 오나, 할 정도로.(웃음) 물론 무대 위에 올라가면 다 잊고 다른 사람이 되죠. 정말 노래를 해야겠다, 라고 생각한 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어요. 단지 좋아서 했고, 하다 보니 이게 내 길인 것 같아서 쭉 오게 되는, 그런 경우 있잖아요.”

거장 솔리스트들의 조합, “나도 어떤 음악 나올지 기대”

1999년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재즈 콩쿨 ‘Le Concours de la Defense’ 심사위원 특별상, France St-Maur Jazz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두각을 보인 나윤선은 2001년 1집 ‘Reflet’를 시작으로 현재 7집 ‘Same Girl’까지 꾸준히 그녀의 노래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국내 최초로 유럽 재즈를 대표하는 독일 재즈 레이블 ACT 소속 뮤지션인 그녀는 오는 3월 23일 ‘공연하듯 녹음한’ 7집 앨범에 함께 했던 뮤지션들과 LG아트센터에서 노래 할 예정이다.

“스웨덴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는 재즈계 마지막 전설이라고 불리는 오스카 피터슨과 10년 동안 연주하신 분이세요.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대단한 분이시죠. 천 번은 더 연주했을 곡을 매일 또 연습하시죠. 울프는 음악 뿐 아니라 인생의 동반자이자 스승이에요. 베이스와 첼로의 랄스 다니엘손은 유머감각도 뛰어나지만 곡을 쓰거나 음반 프로듀싱 할 때의 냉철함과 카리스마는 대단해요. 베이스와 첼로는 반주 악기지만, 함께 무대 위에 있을 땐 그 악기와 내가 노래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울프 바케니우스, 랄스 다니엘손, 뱅상 뻬라니(왼쪽부터)

뱅상 뻬라니는 키가 2미터가 넘어요. 아코디언으로 바이올린, 베이스, 퍼커션, 못 내는 소리가 없죠. 클래식, 재즈, 현대음악, 무용음악, 플라멩코, 굉장히 다양한 음악에 조예가 깊고 듣는 귀가 너무 좋아요. 그런게 너무 빨라서 천재 소리를 듣는 것 같아요.”

솔리스트로서도 각자 뛰어난 이들이 모인 이번 공연에서 그녀는 “흔하지 않은 편성으로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다양한 소리를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한다. 3월 국내 공연 뿐 아니라 올해 프랑스, 독일, 벨기, 오스트리아 등에서 (확정된) 전 세계 70여 곳의 무대에서도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음악 하면서 만나는 새로운 뮤지션들과의 작업이 굉장히 즐겁고 그런 자극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줘요, 그렇기 때문에 좌절도 하지만요. 음악이 저의 전부는 아니에요. 하지만 제일 좋고 죽기 전까지 조금씩 더 잘하고 싶어요.”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ACT MUSIC/Davide Susa 홈페이지, LG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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