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내게 필요했던 건, <동주앙> 같은 작품”

“제가 동주앙이라고 하니까 니가? 하던 사람들이 몰리에르 작이라고 하니까 다들 어울린다고 하더군요(웃음).” 

김도현이 연극 <동주앙>의 타이틀롤을 맡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희대의 바람둥이’ 로 변신했다. 연극, 영화, 뮤지컬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며 동주앙이 이번 무대에서는 비장함 대신 웃음과 풍자를 품고 있어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뮤지컬 <천사의 발톱> <싱글즈> 등에서 악역과 순수한 캐릭터를 오가며 연기파 배우로 자리잡은 김도현이 세상의 도덕적 잣대를 무시하고 자유를 탐하는 동주앙으로 변신한 점은 기대해 볼만 하다.  지난해 <웃음의 대학>을 장기 공연하며 사실적인 연기의 풍미에 빠져 있던 그에게 이번 17세기 희극은 우연보단 필연에 가까워 보인다.

<동주앙> 캐스팅이 발표 됐을 때, 처음엔 의외인가 싶다가도 나중엔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던데요.
그런 반응이 대부분이에요. 처음엔 뭐? 니가? 라며 웃다가, 몰리에르 작이라고 하면 어울린다고 하거든요. 뮤지컬 <돈주앙>의 정열적이고 비극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몰리에르의 동주앙은 희극이니까요.

능청스럽고 유머스러운 캐릭터인데 그 동안 맡은 역할과 연장해서 낯설진 않겠어요.
코믹스러운 인물 아니면 악역을 주로 맡아왔으니까. 눈 화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악역이고 코미디고 그랬죠(웃음).

작년에 결혼하셨지요. 늦었지만 축하 드립니다. 연기하는 동주앙은 모든 여성을 마음만 먹으면 넘어오게 만드는데요. 결혼셨으니.. 부럽진 않으시죠?(웃음)
음……(웃음). 와이프에게도 말 한적이 있는데, 부럽죠(웃음). 부럽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겼을 때 내가 가지고 있는 소중함을 잃게 된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그가 나와 다른 건, 그는 다른 건 잃어도 상관없다는 식이고 전 가정, 부모님, 친구, 일이 너무 소중하거든요. 그냥…참…좋겠다, 이 정도에요(폭소).

동주앙 하면 희대의 바람둥이가 먼저 떠오르지만 이번 작품에선 사랑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진 않던데요.
동주앙과 하인 스가나렐이 함께 하는 로드무비 느낌이 있어요. 이번엔 여자를 꼬신다든지, 다음엔 빚쟁이를 속이고, 엄격한 아버지를 속인다든지. 사랑, 명예, 돈, 정치, 종교, 인간 등 세상사를 대해 하나씩 꺼내놓고 풍자를 합니다. 사람들이 놓지 못하는 욕심들이나, 혹은 생각은 하지만 실천은 못하는 것들을 동주앙은 해버리는 것이죠. 고정관념을 깨는 거에요. 물론 그러다 죽긴 하지만, 관객들이 나갈 때 과연 쟤가 죽길 바랬을까, 내심 나도 그러고 싶은데, 그런 생각을 하기를 바라는 게 배우로서 욕심이죠.

 

세상 잣대가 통하지 않는 캐릭터인데, 관객들이 그를 어떤 시선으로 받아들였으면 하나요.
절대 동주앙처럼 사십시오, 말할 수 없어요. 세상에 질서란 게 있는데. 하지만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우리가 얼마나 위선적인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얼마나 두꺼운 가면을 쓰고 있는지. 그렇다고 원하는 걸 다 얻지도 못하고. 동주앙은 거짓말과 사기를 일삼지만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건 다 하거든요. 관객들이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고 생각 한번은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사람이 죽었을 때 각자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겠죠.

자유를 탐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대리만족 같은 거 느끼지 않나요?(웃음)
글쎄요(웃음). 연습하면서 그런 생각은 한 적 있어요. 내가 정말 남의 시선은 100% 신경 안 쓰고 살 수 있을까. 정말 내가 생각한 대로 살 수 있을까. 하지만 그건 무인도에 가서 혼자 살 때나 가능한 것 같아요. 내가 자유롭기만 한데 어떻게 남에게 사랑을 받겠어요. 정 원한다면 무인도를 하나 사서 왕국을 만들면 되겠죠. 제 생엔 못할 것 같네요(웃음).

무엇보다 대사가 길어서 쉽지 않았겠어요.
작품 자체가 현대물이 아니라 대사가 장황해요. 표현들도 문어체가 많고 분량도 많죠. 가장 길었던 건 한 페이지 반이고, 반 페이지 짜리 독백도 꽤 여러 번 나오거든요. 외우는 것보다 문제는, 관객들이 그 긴 대사를 쉽게 느껴야 해요. 아무리 어려운 대사라도 관객들에겐 굉장히 가깝게 느끼도록 해야 하고 그게 숙제였죠.

<천사의 발톱> <싱글즈> 등을 통해 활발하게 뮤지컬 무대를 누비셨어요. 최근엔 <웃음의 대학> 장기 공연 연극에 참여 하셨고.
뮤지컬을 해오면서, 장르 특성상 내추럴한 연기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스스로 확장된 연기만 하고 있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연극이나 영화, 드라마 같이 다양한 장르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2009년부터 노래를 부르고 다녔어요. 연극 하고 싶다고. <금발이 너무해> 이후에 <웃음의 대학>에 들어갔는데, 정말 재미있게 본 작품이라 욕심을 낼 수밖에 없었어요.

연극을 하며 얻는 것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우선 돈은 아니에요(웃음). 하지만 저는 작품 복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내추럴한 연기 스타일이 필요할 때 초사실주의 연극 <웃음의 대학>을 만났어요. 단답형 대사로 한 시간 반 동안 이어 가야 하기 때문에 과장된 연기는 템포를 무너지게 만들어요. 2인 극이기 때문에 의지할 수 있는 건 집중력밖에 없었어요. 열 달을 빠지지 않고 무대에 서니 여러 모로 훈련이 됐던 것 같아요. 그런데 <웃음의 대학>이 끝날 때 즈음, 연기가 너무 내추럴한 겁니다. 이때 <동주앙>을 만난 거죠. <동주앙>은 정말 전형적인 연극이에요. 연극적 포인트, 약속이 어떤 건지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죠. 그때 그때는 모르는데, 지나고 나면 전 작품 운이 좋은 것 같아요.

배우 김도현을 새로운 작품에서 만나서 반가운 관객이 많을 겁니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처음 연극을 시작할 땐 3년간 포스터도 붙여봤고, 뮤지컬도 재미있게 하면서 상도 타봤어요. 다시 대사 좀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연극을 만났습니다. 이제는 장르를 좀 더 넓히고 싶다고 생각해서 사극 드라마에 출연 중이죠. 가슴앓이도 많이 하지만 작품에 있어선 운이 좋습니다. 앞으로도 이 운이 따라줬으면 좋겠고, 그때 그때 충실한 선택을 할 거에요. 관객들도 기대해 주셨으면 합니다.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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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4

  • A** 2011.03.18

    공연봤는데.. 무척이나 잘 어울리시더라요 ㅋㅋ 능처스러우면서도 순수한 매력을 잘 표현하시더라구요.

  • A** 2011.03.18

    근초고왕에 여몽왕자 아닌가요? ㅎㅎ 동주앙 월요일에 봤는데 재미있던데요~~ 그래서 오늘 또 보러가요~

  • A** 2011.03.17

    드라마 나오시는 것도 봤는데 예상 외로 귀여우시더라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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