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김대종 “사실 저 섬세한 남자에요”


날카롭던 꽃샘추위가 수그러들고 모처럼 봄기운이 충만했던 3월의 대학로. 그곳에서 <아트>의 사람 좋은 ’덕수', 김대종을 만났다. 지난해 뮤지컬 <스팸어랏>에서 거대한 스팸캔을 들고 코믹한 표정을 짓던 그를 인상 깊게 본 관객이라면 <아트>에서 성격 좋지만 줏대 없다며 친구들에게 타박을 받는 덕수로 활약하는 그가 반가울 것이다. 2005년 뮤지컬 <어쌔씬> 앙상블로 데뷔해 크고 작은 무대에서 쌓은 내공이 만만치 않은 배우, 김대종과의 인터뷰.

“실제는 규태에 가까운 사람”


잘났지만 예민하고 자존심 강한 친구들 틈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리숙한 캐릭터 덕수는 연극 <아트>에 등장하는 세 명의 친구 중 제일 정감 가는 캐릭터다. 하지만 배우에겐 폭포처럼 쏟아지는 대사와 체면과 우아를 벗어 던진 몸부림(?) 때문에 소화하기 쉽지 않은 배역. “암기력에는 자신 있었다”는 김대종도 역시 “대사 외우는 게 힘들었다”고 말한다.

“농담처럼 저에게 주어진 배우로서 유일한 재능이 암기력이라고 해왔는데 덕수 대사는 어려웠어요. 분량도 많을뿐더러 이야기가 한 흐름을 타는 게 아니라 왔다 갔다 해서(웃음). 극 전반부터 와다다 쏟아내는 걸로 잡았는데 금방 후회했어요. 극 후반에선 그 이상을 쏟아내야 하니까.”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자 사람 좋은 너털웃음 짓는 그에게서 극 중 덕수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실제 그는 그렇지 않다고 절래 고개를 흔든다. 오히려 까칠하고 할 말 다 하는 규태에 가깝다고. 그래서 처음 출연 제의가 왔을 때 규태역을 맡은 정상훈과 배역을 바꾸고 싶어했단다.

“전 화가 나면 바로 이야기를 하는 스타일이에요. 오히려 규태 족에 가까운 사람이거든요. 덕수 역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마음 속에서 이런 사람을 인정하는 게 쉽지 않아서였어요(웃음). 저 같으면 친구들이 그리 있으면 그렇게 두진 않을텐데, 정확하게 이야기 하고 풀건 풀텐데, 이런 생각이 들곤 했어요.”

극중 절친으로 나오는 정상훈, 김재범은 실제로 친한 사이. <스팸어랏>의 코믹 삼총사로 주목 받다 함께 연극을 할 정도로 셋의 코믹 연기는 호흡이 잘 맞는다. 극중 상황처럼 이들과 마찰이 있었던 적은 없었냐는 질문에 “형들이라 그런 일은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김대종은 셋 중 가장 어린 나이. 그는 “다들 내가 가장 연장자라고 생각한다”며 장난스럽게 웃는다.
“재범 형이 저에게 반말을 하면 옆 사람들이 형을 되게 버릇없게 생각해요. 뭔데 형에게 반말을 하냐며(웃음). 반대로 저는 어딜 가도 사람들이 깍듯하게 대해주는 경향이 있죠(웃음).”

 

올해 32살인 그가 40대 역할을 많이 맡아온 것도 그가 ‘막내’임을 낯설게 한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그도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날보러와요>에서는 제가 제일 막내였거든요. 그런데 역할은 반장님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40대 박형사였어요. 선배들 머리 막 때리고…(웃음). <쉬어 매드니스>에서도 막내였지만 가장 나이가 많은 역이었죠. <스팸어랏>은 분장이라도 했지, 연극에서는 분장도 없이 이런 역할을 했으니 말입니다(웃음). 이젠 나이대가 있는 역을 할 때면 나도 모르게 그 분위기와 태도를 ‘입는’ 것 같아요.”

"코미디 연기, 진실해야 통해"

지난해 하반기를 함께 보낸 뮤지컬 <스팸어랏>은 그가 좀 더 관객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아더왕과 함께 성배를 찾아 떠나는 베데베르 경에부터 허풍 심한 흑기사까지 4~5개의 역할을 소화하며 객석을 배꼽 빠지게 만들며 두각을 보였던 것. 하지만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은 갑작스럽게 아더왕 커버로 서야 했을 때다.

“그날이 제 공연 평생 제일 당황한 날이에요. 공연 세 시간 전에 연락을 받았거든요. 연습을 해두긴 했지만 공연 후반부였기 때문에 배우들간 호흡이 잘 맞는 상황에서 다른 역할로 들어간다는 게 쉽지 않았죠. 게다가 오지랖이 넓어서 제 역할 하는 친구 신경 쓰느라 완전히 집중도 못했고. 1막에서 퇴장하면 안 되는데 했다거나, 호루라기 불어야 하는데 정신 놓고 있는 다든가… 정신이 없었어요. 그렇게 1막이 끝나니까 한 대 맞은 것 같더군요. 2막부터 정신 차렸는데.. 이미 늦었죠(웃음).”

 

“생애 제일 창피한 날”이었다며 앓는 소리를 하지만 그는 <스팸어랏> 공연 후반부에 8번 아더왕으로 무대에 섰고 그만의 코미디 저력을 유감없이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데뷔 이후 크고 작은 연극과 뮤지컬을 오간 내공이 무르지 않아서일 것이다. 여기에 ‘코믹연기 욕심’도 빼 놓을 수 없는 저력.

“어려서부터 웃긴 사람들을 따라 하면서 무리해서라도 웃기려는 스타일이었어요. 내가 제일 웃기다고 생각했는데 대학가니 엄청나게 웃긴 사람들이 많더군요. 그때 깨달은 건, 웃기려면 엄청나게 노력해야 한다였어요. 대학 때부터 코미디를 많이 했는데 많이 노력하고 연구하다 보니까 웃겨지더군요(웃음). 하지만 아무리 웃겨도 연기 하는 사람은 진실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관객들은 금방 알아보죠.”

김대종은 2005년 처음 뮤지컬에 데뷔 이후 한달 이상을 쉬어본 적 없다. 이번 <아트> 이후에도 설 차기작도 결정된 상태. 결혼해 아이가 있는 그는 “좀 쉬어야 하나 고민이지만, 아이가 자꾸 일하라고 내보낸다”라며 농담을 건넨다.

틈틈이 글 쓰고 요리를 즐기는데다, 뜨개질과 퀼트까지 무대 밖 그의 일상은 아기자기 다채롭다. “요리는 예술의 완성”이라며 즐거워하는 그에게서 어떻게 덕수와 박형사 같은 인물이 나올까 싶다.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어쌔신>도 손드하임 작품이라는 이유 때문에 출연을 했던 거고. 지금은? 그런 생각 없어요.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진심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젊고 무대가 좋으니 앞으로도 제에게 잘 맞는 무대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스튜디오 춘(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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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2

  • A** 2011.04.03

    아트를 처음 보러 갔을때부터 대종배우님께 홀릭! 그래서 재관람도 했었죠 ㅎㅎ 앞으로 더 좋은 작품 기대할게요!

  • A** 2011.03.24

    맡으신 역할에 100% 이상을 채워주시는 대종 배우님. 앞으로도 늘 화이팅!